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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풍에는 ‘죽장휴게실’ 김밥이지

요즘 우리 집 밥도둑은 고추장아찌이다. 열흘 전 벚꽃투어 전 답사길에 들른 포항 죽장휴게소에서 사 왔다. 희정언니가 맛보고는 맛있다며 칭찬하던 것을 지날 때마다 들러 물어봐도 늘 솔드아웃이었다. 그렇게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맛보지 못한 장아찌를 김밥 사러 들렀더니 맛보라며 손에 쥐어 주셨다. 혀끝이 알싸한 게 내 입맛에 딱이었다. 산초가 들어가서 느끼한 음식 뒤에 사이다 한 잔 들이켜는 느낌이었다. 김밥과 함께 먹으니 찰떡궁합이다. 이번 답사길에 동행한 하원씨는 죽장휴게소에 잠시 쉬어가자고 하니, 겉모습이 허름해서 늘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주말이 아닌 화요일 오전이라 어르신 내외만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 시골은 동네 점방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판다. 여기가 그곳이다. 블링블링한 운동화, 색색의 모자와 명품을 닮은 목걸이 시계까지 구경만 해도 한나절이 지난다. 우리 처음 목표가 김밥이라 도시락 두 개를 샀다. 할머니는 우리가 반가운지 자신의 여러 음식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새댁아, 유과 먹어봤나 내가 오래 끓인 조청으로 만들어서 맛있다. 엿도 맛볼래, 이래 많아 보여도 주말에 손님 들이닥치면 세 개 네 개씩 달라캐가 금방 다 나간다.” 냉장고에 넣어 둔 엿을 꺼내 입에 넣어주신다. 너무 달지 않고 맛있다. 하원씨는 유과를 좋아한다고 해서 두 봉지 선물로 사주었다. 둘이 무슨 사이인데 사주고 그라노 하셔서 함께 근무한 동료라고 하니 둘이 닮았다고 한다. 엿이 입에서 다 녹을 무렵 냉장고에서 고추장아찌를 꺼내 맛보라 했다. 입에 넣자마자 사야겠다 싶어 한 통 담아 달라고 했다. 할머니 인심까지 꾹꾹 눌러 담으셨다. 두 손 가득 들고 영천 벚꽃백리길 답사를 떠났다. 3월 30일, 아직 꽃이 하나도 피지 않아 서울에서 오는 친구들과 이 길에 서지 못했다. 일주일 후, 포항은 벚꽃이 거의 떨어져 남편과 다시 영천 벚꽃을 보려고 죽장휴게소로 향했다. 오후 2시 즈음이라 배가 고파 김밥을 사서 차에서 한 줄 후딱 해치웠다. 남편은 더 먹으라 하고 다시 어르신께 김밥 비법을 들으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자세히 보더니 그때 유과랑 장아찌 사 갔던 새댁이구나 하며 알아보셨다. 언제부터 조청김밥을 만들었냐고 여쭈니, 옆에 있던 따님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 소풍날에 엄마가 어묵을 늘 끓이던 조청에 졸여서 싸준 김밥이 친구들에게 제일 인기였다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30년 넘게 이 자리에서 김밥을 말았다. 어르신은 도라지 조청을 달여 고추장을, 유과와 엿을 만들어 자식들을 키웠다고 한다. 지금도 조청에 어묵을 여섯 시간 졸여서 김밥을 싼다. 그 정도 끓여야 어묵에 조청 맛이 깊이 스며들기 때문이란다. 말이 여섯 시간이지 불 앞에 그렇게 오래 있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검게 물든 어묵 옆에 곱게 채로 썬 당근, 길게 자른 단무지와 오이, 두툼한 달걀지단이 차려졌다. 고슬한 밥을 김에 얇게 펴고 재료를 올려 스르륵 말아 썰어 담는다. 어묵 말고는 별 특별한 재료는 없는데 맛있다. 한 줄 4천 원 두 줄 7천 원! 우동이나 국수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컵라면 하나 사서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된다. 간판은 휴게소가 아닌 휴게실이다. 동네 마실 가듯 찾아오라는 뜻인가 보다. 매장 앞과 옆에 주차할 공간이 넉넉해서 좋다. 벽에 영화감독 봉준호님이 다녀갔다고 써 있어 언제냐고 물으니, 청송에서 원빈과 김혜자 나오는 영화('마더') 찍으러 지나다가 들러서 김밥 먹어보고는 영화 찍는 동안 자주 들러 사 갔다고 한다. 조청 고추장 청국장 가루 등 여러 가지 판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환호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산과 들, 길가의 나무들도 때맞춰 새 옷을 갈아입었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바야흐로 봄과 꽃을 찾는 상춘객의 발걸음이 바쁜 때이다. 새뜻한 봄을 맞이하러 환호공원 산책을 나섰다. 길가엔 이미 활짝 핀 벚꽃이 꽃등을 이루었고 한차례 비를 뿌리고 난 후, 연두색 잎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민다. 그 사이를 부지런히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이 서로 어울렸다. 공원 계단으로 막 올라서는 순간, 노란 원복의 어린이집 원아들이 봄을 즐기려는 소리가 발 앞까지 걸어온다. 눈앞의 활짝 핀 개나리꽃을 지나치지 못하고 선생님들은 원아들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느라 손길이 바쁘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공원 안에서는 아이들과 성인들, 그리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섞인 가운데 한 무리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벚꽃 아래서 졸업식 사진을 찍는 대학생들이었다. 까르르 소리가 하늘 위로 펴졌고 준비해 온 캐릭터 옷을 입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 싶지만,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젊어지는 기분이다. 봄과 청춘은 동의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또 하나의 봄을 구경한 느낌이었다. 카톡 단체방에 소식을 전하니 ‘젊음이 좋다’는 답이 곧장 날아온다. 한참 그 모습을 구경하다 대학생들의 웃음을 뒤로하고 스페이스워크로 발길을 옮겼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 또한 스페이스워크를 오르기 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건 필수다. 어느새 포항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린 스페이스워크는 포항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인기 관광지다. 누군가는 환호공원은 몰라도 스페이스워크는 안다고 말한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관람이다. 옆에는 대구에서 단체로 나들이 온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두런두런거린다. 스페이스워크를 오르지는 못하고 전쟁 이야기와 기름값 오른 이야기, 어제 마트에서 장 본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페이스워크에서 바라본 봄 바다는 고요했지만, 바다 위의 배들은 멀리서도 쉼 없이 움직였다. 다시 미술관으로 내려오는 길은 곳곳에 조각 작품이 배치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 속의 미술관이라 접근하기도 좋다. 아이들과 놀다가 전시 작품을 관람할 수도 있고 산책하러 왔다가 자연스레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기도 쉽다. 입구 앞에는 제2미술관 건립으로 인해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한 공사 안내판이 붙어있다. 또 ‘미술관 무엇이 될 것인가’의 포럼도 진행했는데 내년 상반기 지나 완성된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미술관은 지난 1월 27일부터 김창영 작가의 샌드플레이, 존재와 기억의 방식, 그리고 2026 소장품전을 전시하고 있었다. 설렁설렁 감상하는 사이에도 작가가 모래에 진심인 듯 보였다. 모래를 회화로 풀어냈다는 게 새롭다. 특별히 이 전시를 위해 죽천 바닷가의 모래를 가져왔다고 하니 작가의 열정이 남달라 보였다. 2층으로 올라서자,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배낭 여행객이 소장전을 감상 모습도 보였다. 서울과 부산뿐 아니라 포항을 찾아온 것에 감사하며 포항 여행이 멋진 추억으로 남길 바랐다. 환호공원은 테마파크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민들이 공원을 즐기는 다양한 모습과 가까이에서 계절이 오가는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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