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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잠들었던 대구 달성⋯20일 시민들에게 발굴조사 현장 공개

국가지정문화유산인 대구 달성의 실체가 약 1500년 만에 처음으로 학술적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고대 신라 토목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성곽 구조를 밝혀내고, 오는 20일 시민 대상 현장 공개 설명회를 연다. 이번 조사는 달성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정식 학술발굴로, 국가유산청 지원을 받아 작년 5월부터 (재)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달성공원 내 남측 성벽 구간을 조사해왔다. 그동안 문헌에만 의존해왔던 달성의 축성 시기와 구조가 고고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달성 성벽은 하부 너비 35m, 외벽 높이 17m, 내벽 높이 9m 안팎에 이르는 대규모 방어시설로 확인됐다. 특히 성벽 기저부에서 출토된 토기와 축성 기법 등을 종합할 때, 축조 시기는 5세기 중엽 전후로 추정된다. 이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축성 시기와도 일정 부분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발굴의 가장 큰 성과는 고대 신라의 정교한 토목기술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조사단은 암반층을 다진 뒤 흙과 돌을 교대로 쌓고, 외벽에는 납작한 돌을 경사지게 겹겹이 배치한 후 약 40㎝ 두께의 점토층으로 마감한 구조를 확인했다. 또 성벽 하부를 ‘L’자 형태로 절토해 하중을 분산시키고 밀림을 방지하는 공법과 함께, 토낭을 활용해 재료 결합력을 높인 기술도 드러났다. 그동안 달성은 단순한 토성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조사로 흙과 돌을 함께 사용한 ‘토석혼축’ 방식의 성곽임이 밝혀졌다. 아울러 2~2.5m 간격으로 구획을 나눠 축성한 ‘구획축조방식’도 확인돼, 대규모 인력이 조직적으로 투입됐음을 보여준다. 구획 경계가 뚜렷하게 남아 있어 작업 집단별 기술 수준과 재료 차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점도 주목된다. 문헌 기록과 부합하는 개·보수 흔적도 확인됐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성벽을 돌로 보강했다는 기록처럼, 성벽 상부에서는 수직에 가깝게 쌓은 석축과 보수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달성이 삼국시대 이후에도 지역 중심 성곽으로 기능했음을 뒷받침한다. 달성은 고대 신라가 대구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축조한 치소성으로, 인근 고분군과 함께 당시 지역 세력의 위상을 보여주는 핵심 유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형이 잘 보존된 점에서 경주 월성과 견줄 만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대구시는 남측 성벽 조사에 이어 올해 북측 성벽 발굴에 착수하고, 내년에는 성 내부 조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11월 학술발표회를 열어 이번 발굴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달성의 역사적 의미를 재정립할 방침이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조사는 달성의 축성 시기와 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낸 중요한 성과”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문화유산으로 보존·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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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텃밭에서 시작된 봄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들어서던 세 여인이 동시에 환호한다. “어머! 싹이 올라오고 있어!” 생전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지만 작업복만큼은 제대로 챙겨 입는다. 곡괭이와 삽, 호미를 동원해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렸더니 대지가 마술을 부리듯 싹을 밀어 올린다. 마치 처음 보는 듯 그 흔한 기적 앞에서 그녀들의 가슴이 가볍게 뛴다. 김은희 씨의 친정엄마는 경북 포항 월포 인근의 집 앞 작은 텃밭을 평생 일구셨다. 사계절 내내 밭일을 놓지 않았던 흙 묻은 손을 털 듯, 지난해 11월 그렇게 삶을 내려놓으셨다. 봄이 오니 주인 잃은 텃밭에도 다시 숨이 돈다. 겨우내 굳어 있던 땅이 풀리고, 사람 손길 닿지 않은 곳에 보약 같은 봄비가 내리니 풀들이 좋다고 아우성이다. 어머니의 밭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지 직접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그녀에게 오랜 지기 두 친구가 함께하자고 나선다. 서로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침묵조차 편안히 나눌 수 있는 묵은 친구들이다. 세 사람 모두 농사는 처음이다. 그래서 오히려 시작할 수 있었다. 모른다는 것이 때로는 용기가 된다. 일주일에 두 번 시간 맞추어 텃밭에 모인다. 풀을 뽑고, 흙을 뒤집고, 거름을 섞고, 고랑을 만든다. 작은 텃밭이라지만 곡괭이와 삽, 호미를 번갈아 들고 허리를 굽히다 보면 금세 숨이 찬다. 그래도 웃음이 난다. 힘든데도 재미있다. 흙이 고르게 정리되고 고랑이 생기니 ‘텃밭’이라는 이름이 어울리기 시작한다. 상추, 시금치, 당귀, 엄마가 쓰던 얼갈이배추 씨앗까지 뿌리고 씨감자도 심는다. 누군가는 텃밭에 들인 1년 씨앗 값만 수십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많이 거두는 것 보다 제대로 길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마음을 모은다. 귀농한 젊은 부부가 텃밭 가장자리에 작은 평상 하나를 놓아준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쉬엄쉬엄 하세요” 격려도 던진다. 평상에 앉으니 가까이 월포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스친다. 땀에 젖은 몸을 바닷바람에 맡긴 채 나누는 소박한 새참 시간이 밭일보다 더 소중한 순간이다. 친정엄마는 힘든 밭일을 평생 하시면서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저 묵묵히 계절을 따라 씨를 뿌리고 거두셨다. 지금 와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챙겨주시면 무심히 받아가던 그 푸성귀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 끝에 얻어진 것인지. 그 노동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었다. 호미를 들고 흙을 다듬다 보면 “문득 엄마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좋다”는 그의 말처럼, 이곳은 단순한 밭이 아니라 기억이 머무는 자리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여전히 서툴다. 그 서툼이 서로를 웃게 하며 하루를 채운다. 텃밭은 채소만 기르는 곳이 아니다. 박경리 작가는 말년에 “미련 없다”고 말하며 텃밭에 정성을 쏟았다. 무엇을 더 가지기보다, 지금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 텃밭에서는 그 연습이 절로 된다. 그녀들의 봄은 그렇게 텃밭에서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우리가 이렇게 서로에게 맞춰가며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고 말하는 김은희 씨. 월포 인근 작은 텃밭에서 시작된 이들의 농사는 올봄 또 하나의 작은 풍경이다. 돋아난 새싹처럼, 또 다른 삶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라원 개장···신라 정원과 AI 전시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지난 3일 개장한 라원은 ‘신라의 정원’을 뜻하는 이름이다. 야외 정원과 디지털 실내 정원을 포함해 총 6만8810㎡ 규모로 조성된 복합문화정원으로, 신라 8괴를 모티브로 구성되어 있다. 실내 정원은 제1 전시관과 제2 전시관으로 나뉘어 총 8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 가까운 제1 전시관에 들어서자 ‘라원, 플라뇌르의 정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플라뇌르는 ‘산책자’ 또는 ‘열정적인 구경꾼’을 의미하며, 현대 사회의 관찰자로서 목적지 없이 걷고 경험하며 풍경을 이해하는 존재로 설명되어 있다. 프롤로그 공간에서는 찌르레기의 초대 영상이 상영된다. 전시 스토리를 담은 일러스트 영상으로, 이를 감상한 뒤 ‘하이, 에브리버디!’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벽면 터치를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벽면 속 새 이미지를 터치하면 날아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형식이다. 대형 공작새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으며, 함께 동행한 아이는 모든 새를 찾아다니며 손을 가져다 대는 모습을 보였다. 공간 내 거울이 함께 비치되어 있어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고, 사진 촬영 시 이색적인 재미도 더한다. 다음 공간 ‘소리 없는 노랫소리’에서는 바닥에 표시된 위치에 서면 꽃이 피어나고 해당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토치진저, 무쎌라, 캐리안드라, 아칸서스 에브락테리아투스, 알칸타레아 임페리얼리스 등 익숙하지 않은 식물들이 흥미를 더한다. 이어지는 ‘숨, 쉬는 숲’은 풍선으로 만들어진 나무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빛을 머금은 대형 풍선 나무들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1 전시관의 마지막 공간 ‘불빛에 이끌려’에서는 오두막에 들어선 듯한 느낌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가 공간을 채운다. 자연 풍경과 춤추는 악기 등 변화하는 이미지들이 이어지며 색다른 공간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2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공간 또한 유리창에 색을 입혀 또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되어 있다. 무지개빛 길을 지나듯 이동하면 제2 전시관에 이르게 된다. 이 구간에는 유아용 실내 카페가 마련돼 있으며, 인원 제한이 있어 이용 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제2 전시관 안내데스크에서는 돗자리와 바구니가 포함된 피크닉 세트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어 날씨가 좋을 경우 야외 정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제2 전시관은 AI 아트 특별관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만의 식물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으며, 별도의 그림 실력이 없어도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완성된 이미지는 QR코드를 통해 휴대폰에 저장하거나 전시장 내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미지의 화원’은 국내 최초 360도 생성형 AI로 제작된 실감형 콘텐츠 공간이다. 약 7분간 상영되는 영상은 높은 화질로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며, 대형 고래와 바다거북 장면은 어린 아이들의 인기를 얻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표는 오후 6시에 마감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및 군인 1만3000원, 어린이(7~12세) 8000원이다. 다만 4월 한 달간은 개장 기념으로 지역민과 동일하게 7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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