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저녁에 어떤 사람이 와서 집안 편지를 전했다. 봉투를 뜯지도 않았는데 뼈와 살이 먼저 떨렸다. 마음도 아찔하고 어지러웠다. 겉봉투를 와락 펼쳤더니,(둘째아들)열의 글씨가 보이고 바깥 면에 ’통곡‘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음속으로 (막내아들) 면이 전사한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졌다. 목 놓아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하느님께서는 어찌 이토록 모지신가. 간담이 타고 찢어졌다. 타고 찢어졌다. 불쌍한 내 어린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하룻밤이 일 년 같다. 1597년 10월 14일” 아들의 전사 소식에 슬픔을 누르며 담담히 써 내려간 난중일기. 가슴이 먹먹하고 목이 멘다. 불패의 장군이기 이전에 그도 한 가정의 따뜻한 아버지였다.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전시하고 있다. 258건, 369점에 이르는 방대한 사료(史料)는 이순신의 영웅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침략자였던 일본 다이묘 가문의 유물까지 전시하며 전쟁을 양측 관점에서 조명한다. 전시는 주요 해전인 명량해전과 노량해전, 백의종군 과정, 조정의 불신과 모함 속에서 겪는 고독과 고통, 그리고 전쟁 이후 후대가 기억해 온 이순신의 재해석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재침(再侵) 조서는 그의 야망이 주는 집요함과 조선을 향한 팽창 의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모친상, 억울한 백의종군, 전사한 아들의 비보, 조정의 불신과 모함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던 이순신에게 히데요시의 재침 소식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절박한 경고였다. 다시 참혹한 비극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이 조선을 뒤흔들었고, 그 압박과 긴장감을 감당했던 이순신의 활약은 그래서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선조의 오해와 사형선고는 그 억울함과 허무함이 상상 이상이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았던 그 순간에도 그는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고, 모친상을 당하고도 나라가 위태롭다는 이유 하나로 백의종군한다. 그는 천재적인 전략가라기보다 군사와 백성을 끔찍이도 챙겼던 철저한 준비형 리더였으며 ‘불패의 영웅’이 감당해야 했던 좌천, 모함, 고독, 고통, 책임감 그리고 여리고 감성적이었던 정서까지 고스란히 담긴 난중일기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거칠고 다급한 필체는 끝없이 흔들리고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을 드러내고, 그 시대 사람들이 겪은 공포와 혼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버텼는지, 전쟁의 긴장감 속에서 흘려 쓴 일기는 그의 거친 숨결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기의 친필본 앞에서니 마치 그와 직접 마주한 듯하다. 전시 전체가 하나의 큰 이야기로 가슴에 와 닿는다. 이순신과 그 시대를 담은 유물과 영상들 한 점 한 점이 그저 경이롭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이순신 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버텨 온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기록이다. 전시장을 나서니,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오늘 하루를 내 의지대로 채워가는 이 당연함이 새삼 감사하게 다가온다. 제한된 지면으로 이순신을 온전히 전하기는 애초 무리다. 긴박한 전쟁 속에서도 기록을 남긴 사람, 주어진 권력을 나라와 군사와 백성을 위해 오롯이 쓴 사람, 이순신을 특별전을 통해서 만나보는 그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특별전은 2026년 3월3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성인기준 5000원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12-11

허상으로 살아가는 시대의 초상··· 연극 ‘그들의 기억법’

지난 12월 5일 밤, 오랜만에 공연 관람을 했다. 장소는 대구봉산문화회관. 3일부터 무대에 오른 극단 나무태랑의 포럼연극 ‘그들의 기억법’이었다. 갑작스레 지인의 연락을 받고 동행한 자리였지만, 불을 밝히는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객석 앞줄, 정확히 무대 한가운데와 마주한 자리였다. 솔직히 말하면, “혹여 공연 중 무대 위로 이끌려 가는 건 아닐까?”라는 우스운 상상을 했다. 하지만 막이 오른 뒤,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대 위 인물들과 숨소리, 눈빛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가왔고, 그 긴장감은 첫 장면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연극은 병실 장면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퇴원하고, 딸은 그 소식을 SNS에 올린다. 화면 너머로 드러나는 두 사람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로 할머니 손에 외롭고 사랑 없이 자란 딸. 그 딸은 성장 후 성공했고, 이후에는 엄마가 자신에게 의탁해 생활했다. 딸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원망을 엄마에게 마구 퍼붓는다. 하지만 엄마를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행동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펼쳐진 장면들 속에서, 극은 놀라운 반전을 연이어 드러낸다. 엄마가 술집에 나가 딸을 돌봤다는 과거. 그리고 엄마가 아니라 딸이 알츠하이머 환자였다는 사실. 더 충격적인 건, 딸이 말했던 직업, 남자친구, 삶으로 포장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딸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상실감, 그리고 결핍을 스스로 지어낸 허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지만, 딸을 지켜주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딸은 SNS에 이렇게 쓴다. “엄마가 자살했다. 나에게 더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엄마.” 그 글 아래로 ‘좋아요’ 수치는 점점 가파르게 치솟고, 딸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린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그 웃음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 연극은 단순히 가족 드라마를 넘어, 이 시대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잘 보이지 않는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사랑,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며 쌓아 올린 허상. 어떤 이들은 허구를 진실로 믿고, 그 속에서 자기를 잃는다. 공연 중 관객 참여도 있었다. 객석의 누군가가 무대 위로 불려 나가는 장면에서, 나 자신이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후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나도 손들어 두서없는 말을 보탰다. 그만큼 반전에 반전을 더한 연극의 설정이 강렬하게 머리에 박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요즘 나도-그리고 내 주변도-얼마나 SNS에 매몰되어 있는지 생각했다. ‘좋아요’라는 숫자, 타인의 시선,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것이 마치 존재의 증명인 양, 사람들을 허상의 세계로 몰아넣고 있다. ‘그들의 기억법’은 무대 위에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그 속에 숨은 진실과 고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가족, 사랑, 상처 ‘그 보이지 않는 흔적’들이 무대 위에서,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공연이 끝난 후 열린 관객과의 포럼도 인상 깊었다. 무대 위에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객석에서, 그리고 관람 후의 대화 속에서 복기 되고 공유되었다. 때로는, 이렇게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연극 한 편, 전시 한 차례를 경험하는 일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나의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고, 누군가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것. 오늘의 무대가 내게 준 건, 단순한 감동을 넘어 깊은 사유의 시간이었다. /손정희 시민기자

2025-12-11

이 겨울의 깊은 감동 ‘어머니의 시간’

“시어머니 팔촌 소개로 만나도 못하고/ 얼굴도 안 보고 결혼했지/ 결혼식날 처음 본 내 신랑/ 아들딸 육남매 낳아/ 재미있게 잘 살았네/ 알뜰살뜰 모아/ 아파트도 샀지/ 이런 저런 고생하다/ 돌아온 내 고향/ 뭐가 그리 급한지/ 인사도 못하고 떠난 그 사람/ 잘 가소 다시 만나요.” - 김이자(안동시 풍천면 기산리)씨의 시 ‘신랑’ “한글교실에서 키오스크 배워서/ 빵 사먹으러 갔다/ 햄버거랑 쥬스랑/ 아이스크림을 키오스크에서 주문했다/ 손주들이 우리 할머니/ 엠지라 하네···./ 엄지는 또 머꼬?” - 권경자(안동시 풍산읍 수곡리)씨의 시 ‘키오스크’ 올겨울에도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문해시화전 ‘어머니의 시간’이 열렸다.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지난 2일부터 열린 시화전은 안동시 14개 읍면 308명의 어르신이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활동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다. 직접 쓴 삐뚤삐뚤한 글씨에는 정감이 묻어나고 내용에는 감동이 배어난다. 짧은 시 한 편에는 부모 세대를 봉양하고 자식 세대에 헌신한 노년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과 더불어 배움에 대한 기쁨이 담겼다. 시어머니 팔촌 소개로 얼굴도 못 보고 만나 결혼해 육 남매 키우고 이제야 살만하니 떠난 신랑을 그리워하고, 만주에서 태어나 열한 살에 안동으로 와 온갖 궂은일 하다 결혼해 칠 남매 키우고 층층시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사연, 키오스크를 배워 음료와 빵을 사 먹는 기쁨을 알게 되고, 사과밭에서 일하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급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경로당에 가고, 텃밭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보며 유난히 떫은 감을 좋아하던 엄마를 그리워하고, 뜨거운 산불에도 살아나 추석 제사에 쓰인 밤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하고, 나이 구십에 공부를 시작해 자꾸 잊어먹기 일쑤지만 그래도 수업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내용 등 모두 굽이굽이 깊은 사연과 서사를 풀어놓았다. 평생을 반추해 풀어놓은 젊은 날의 이야기부터 소소한 일상과 산불의 아픔까지, 한 편의 시에 응축한 어르신들의 삶은 그 자체로 기록이며 지역의 역사이다.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은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시 평생학습교육지도자협의회가 2014년부터 협약을 통해 읍면 지역 어르신들에게 한글 및 음악, 미술, 공예, 디지털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맞춤형 평생학습 사업이다. 이번 ‘어머니의 시간’ 시화전은 내년 1월 15일까지 안동댐에 있는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열리고 이후 1월 16일부터 2월 23일까지 안동역에서 2차 전시를 열어 더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12-11

제1회 비슬산 일연문학상 시상식

지난 9일 오후 달성군여성문화복지센터 국화홀에서는 문학과 지역문화의 향기를 함께 담은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제1회 비슬산 일연문학상 시상식 및 “달성문학” 제17집 출판기념회가 그것이다. 박정미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신경용 비슬산 일연문학상 운영위원장의 인사말을 비롯해 최재훈 달성군수, 김은영 군의회 의장, 상민 스님, 하청호 대구문학관 관장, 그리고 전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 회장의 축사로 이어졌다. 또 대구문인협회 신노우 부회장과 장호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 격려사를 전하며 문학인들의 헌신과 노고를 치하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가 주관한 것으로, 올해로 “달성문학” 제17집을 발간한 지부 회장 신경용 시인은 비슬산 일연문학상 제정비를 사비로 쾌척하며 지역 문학 진흥을 위한 결단을 보여 주었다. 그는 발간사에서 “달성문학”은 개인의 사유와 감정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며 “비슬산 일연문학상이 달성군의 문학적 가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슬산 일연문학상은 고려 후기의 고승이자 “삼국유사”의 편찬자인 일연 스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일연 스님은 13세기에 불교와 설화, 민속, 신화를 아우른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물로서, 유가사에서 수행과 강학을 병행하며 민족문화의 근원을 탐구했다. 달성군 비슬산 자락은 바로 그의 사유와 학문이 꽃피었던 터전이다. 초대 수상자인 오유균 시인은 시집 “플랜B”<시인의 일요일> 로 본상을 수상하였다. 심사위원단은 “언어를 유연하게 다루면서도 내면의 현실적 탐구를 밀도 있게 밀고 나가는 시적 태도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오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와 함께 걷고 울고 먹고 자며 시를 몸에 붙이고 사는 일, 그것이 열심이라면 그 길 끝에서 죽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가상은 신표균 시인에게 돌아갔다. 그의 시 <인간 증명서 외 2편>에서 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일상의 틈새 속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시적 통찰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 시인은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은 곧 나를 찾는 여정이었다”며 “달성문협과 함께 걸어온 문우들의 따뜻한 손길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비슬산 일연문학상의 제정은 단순한 시상 행사를 넘어 지역 문학의 자생력과 창조적 확산의 출발점이 되었다. “삼국유사”가 잊힌 이야기를 기록으로 새긴 것처럼, 이 문학상은 지역의 정신을 다시 우리 삶 속에 불러들이는 ‘현대의 전승(傳承)’이라 할 수 있다. 달성의 문학인들이 한 데 모여 17년 동안 이어온 창작의 불씨 위에 새로이 세운 이 문학상은 지역에서 피어난 문화의 씨앗이 어떻게 민족문학의 큰 숲으로 자라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슬산의 맑은 바람처럼, 달성의 문학은 이제 한층 높고 넓게 울려 퍼지고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12-10

고(故)민웅기 사진작가 특별기획전을 보고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고 민웅기(1952-2025) 대구예술제 특별기획전인 고 민웅기(1952-2025) 사진 작가전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시지회 제34대 회장을 역임하고 건강 악화로 지난 9월 별세했다. 계명문화대학에서 사진 영상학을 전공하고, 2008년 경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영상학과 미술학 석사를 마쳤다. 1996년 처음으로 개인전 ‘소리 없는 대화’ (동아갤러리)를 시작으로 대구예술제 특별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을 가진 바 있다. 단체전으로는 1995년 영, 호남 사진교류전 “7인의 시각” (여수문화예술회관)과 2025년 ‘KYOTO GRAPHE 2025’ “귀를 기울이면” (시조도리갤러리, 일본) 등 여러차례 가졌고 전시기획으로 1997년 현대사진의 시각 (동아갤러리, 대구), 2024년 사람과 사진 사진전 대구안의 풍경” (대구문화예술회관)등을 가졌다. 1993년 대구광역시문화상(사진부문)을 수상했으며 2024년에는 대한민국 예술문화대상(사진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유작전을 가지게 된 것은 여러 제자 (민웅기 포토 그라피)들이 힘을 모았고, 옛 흑백 필름을 스캔 받기 위하여 서울로 수차례 오르내린 배원태 선생의 도움이 컸다. 박순국씨(대구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는 대구예술지에 「예술인이 예술을 말한다」편에 민웅기 선생님의 눈물겨운 삶의 역정과 사진에 대한 열정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 글에서 작가의 작은 거인과 같은 삶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평소에도 개인전을 위한 준비를 많이 하여 왔기에 고인이 된 뒤에도 이번 전시가 힘들지 않게 진행될 수 있었다. 같은 사진인으로 작가가 떠난 자리는 그가 남긴 “신천(新川)” “세탁소” “굴뚝” 등의 작품을 보면서 작가가 젊은 시절 꿈을 꾸었던 과거사를 읽어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대구지회장을 역임한 장진필(22), 김일창(23), 서규원(24,25), 강부만(26), 권정태(32) 등이 참석했으며 이창환 대구예총회장, 이호규 대구사진협회 회장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부인은 더 말할 것 없이 슬퍼하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12-10

겨울에 맛있는 무떡

오랜만에 김장을 했다. 시어머니가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김장 같은 대소사를 접었었다. 친정엄마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가니 거실에 붉은 양념 다라이가 우릴 반겼다. 소금에 절였다 물기를 뺀 배추에 양념을 발라 통에 넣으며 사이사이에 숭덩 썰어서 아이 주먹만 한 무를 박았다. 시원한 맛이 배로 늘어난다. 끝나고 삶은 고기를 싸서 먹으니 겨우살이 준비를 끝낸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손에 친정엄마가 미리 해놨다 들려 보낸 김치 종류는 몇 가지 더 있다. 총각김치, 물김치, 오그락지까지 바리바리 싸 주셨다. 한동안 반찬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겨우살이 채비로 먹거리 준비가 1순위다. 어린 시절 안동에서는 밭에서 배추 무를 뽑아 일단 밭에 묻어두었다. 날이 따뜻한 날은 양지쪽에서 무를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렸다. 새들하게 시들었다 마르면 광에 따로 보관했다. 그렇게 말린 무를 물에 불렸다가 갖은양념을 더해 꼬들꼬들한 무말랭이를 만든다. 안동에서는 ‘곤짠지’라고 불렀다. 무가 시들하게 골았으니 ‘곤’ 소금에 절인 짠 김치 종류이므로 ‘짠지’를 붙여 곤짠지다. 포항에 오니 ‘오그락지’라 불렀다. 무가 물기가 빠져 모양이 오그라들었으니 직관적인 이름이다. ‘무말랭이’보다 맛있어 보인다. 겨울엔 무가 여러모로 쓰인다. 뒤뜰에 구덩이를 파서 묻어두고 국을 끓이면 달큰한 맛이 났고, 생채로 먹고 긴긴밤 고구마와 더불어 깎아 먹는 간식이기도 했다. 채소가 부족한 겨울에 배추전 무전을 해서 영양의 균형을 맞췄다. 무를 썰어서 앉힌 밥에 양념장을 더해 비벼 먹으면 이가 약한 할머니도 편하게 드셨다. 포항에 무떡이 맛있는 떡집이 있다. 떡 만들기가 어려웠던 어린 시절엔 구경도 못 해서 무떡을 먹어보지 못했다. 지인이 사 와서 먹어보라고 해서 첫 대면을 했다. 흰팥고물을 가득 묻힌 떡을 한입 베어 물자 이가 자동으로 쑥 들어갔다. 몰캉한 식감과 달달한 무맛이 입안에 번졌다. 무떡이 이 맛이구나. 무떡 맛집이 어디냐고 물어 찾아갔다. 효자 시장 안에 자리한 ‘그린 떡방앗간’이었다. 전날 무떡 한 되를 해달라 미리 맞춰 놓았더니 시루에 막 찌는 중이었다. 가게는 기계가 많았지만, 전체 기계를 스테인리스로 만들고 기계 벨트는 차인 벨트로 사용하여 불필요한 실내 공간을 최소화하였으며 도시가스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어 실내가 한층 청정했다. 포스코에 다니던 남편이 은퇴하면서 처가에서 운영하던 이곳을 물려받아 함께 운영 중이다. 떡 만드는 아내를 위해 식히는 기계도 만들었고 가게 앞에 무인 판매대도 그의 아이디어다. 이곳은 1970년부터 한결같이 떡방앗간을 운영해 왔다. 처음에는 떡과 참기름, 고춧가루 등 시골 방앗간처럼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떡만 전문으로 한다. 주로 단골손님께서 쌀 가지고 떡 하러 많이 오고 오래전부터 맞춤식 떡을 주로 한다. 무떡 말고도 솜씨 좋은 안주인의 손에서 빚어지는 떡이 많았다. 무떡 시루가 김을 술술 풍기며 나왔다. 잘라서 한 개씩 자동으로 포장하는 모습도 재밌다. 포장하는 사이 쑥떡이 다 되어 나오니 한 조각 떼서 맛보라며 건넸다. 주인장이 슬쩍 건네서 가볍게 받으니, 손이 뜨거워서 잡고 있기 힘들었다. 역시 오래 일해서 세월의 굳은살이 박여서 뜨거운 것도 아무렇지 않았나 보다. 겨울 무가 맛나듯이 무떡은 봄이 되면 주문을 받지 않는다. 김장 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 맛나니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다. 그린 떡방앗간: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10번길 6, 054-277-6326, 매일 오전 8~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문을 닫으니 참고하시길. /김순희 시민기자

2025-12-09

지금, 달리는 중입니다

천만 러너시대, 요즘은 어딜 가나 달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원이나 해변가, 심지어는 길을 가다가 도심 도로에서도 달리는 사람을 본다. 시간과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러닝화를 신고 복장을 갖춰 입은 사람부터 편한 복장 차림으로 달리는 사람도 있다. 혼자서 달리기도 하고 여럿이 함께 뛰기도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달리기 열풍,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러너’들의 세상이다. 시민기자도 지난여름부터 달리기 열풍에 합류했다. 하고 싶은 것을 계속 이어 나가려면 무엇보다 좋은 체력이 필요했다. 필라테스는 그만한지 오래고 배드민턴도 꾸준히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달리기’였다. 말 그대로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니 안성맞춤 운동이었다. 러닝화와 무릎보호대를 장만해서 마음먹은 그날부터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달렸다. 시간이 될 때는 아이와 같이 달리기도 했다. 저녁에 밖에서 달리다 보니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시간에 걷는 사람들 사이로 달리는 사람 2~3명 정도는 자주 마주쳤다. 동네 가까이에서도 달리기 열풍을 느끼는 순간이다. 달리는 인구가 많아지니 마라톤 대회도 전보다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접수부터가 엄청난 경쟁이다. 시민기자도 지난 9월에 처음 참여한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기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움을 한 몸에 느꼈다. 많은 인파에 놀랐지만, 가족 단위로 많이 참가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빨리 달리는 기록 경쟁이 아닌 완주를 목표로 달렸다. 5km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달리고 심지어는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함께 달린 젊은 엄마도 여럿 보였다. 지금은 자연스레 달리기가 ‘핫’한 운동이 되었지만, 언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에 동참하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그 시작은 팬데믹 시절이 아닌가 한다. 인원수 제한이 있던 시절, 야외에서만큼은 제약이 없었다. 건강에 관심이 높았던 시절이었고 전문가들은 답답한 집보다 바깥에서 활동을 적극 권장했다. 포항에서는 스페이스워크가 개장하기 전 환호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 기억한다. 달리기도 이때쯤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지금은 걷고 달리는 사람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달리기는 헬스장이나 다른 운동처럼 등록이 필요 없다. 특별한 기구도 필요 없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달릴 수 있다. 시작할 때 간단하게 러닝화 정도만 있으면 된다. 시간에 제약이 없어 직장인도 시간이 되는대로 달릴 수 있다. 그리고 달리는 거리도 자신이 편하게 정하면 된다. 마라톤 대회도 풀코스가 부담스러운 아마추어 러너에게 하프 코스(21.0975km)와 10km, 5km의 다양한 코스가 마련되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직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니 기록 경쟁보다는 가족들과 즐겁게 완주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달릴 때 스치는 송도 해변 풍경에 스트레스가 사라져 기분도 시원했다. 완주 메달을 받은 참가자들은 일상의 작은 성공의 기쁨을 맛보고 건강도 함께 따라오게 했다. 김선경(52·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러닝크루에 침여해 경주에도 갔었다. 처음엔 조금 힘들었지만 끝까지 뛰었다. 달리고 나서 쾌감이 무엇보다 컸다. 목표했던 다이어트도 성공해 기뻤다. 이제는 10km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12-09

달콤한 부사 하나 맛보실래요?

늦가을에 접어들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사과는 붉게 튼 아이볼처럼 발그레 익어갔다. 근심어린 모친의 표정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여름내 매끄럽기만 하던 열매의 바닥도 거칠어져 간다. 부사는 일본어로 후지로 일본에서 들여온 사과 품종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별도의 한자 표기 없이 히라가나로 표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후지산의 한자를 따와 부사라고 표기하고 있다. 박정희 정부 때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국내로 도입되었다. 가장 크고 가장 맛있는 사과라는 이유였다. 부사는 광택 나는 붉은 껍질에 단단한 과육을 가졌으며 과즙이 풍부하다. 위는 붉고 아래쪽이 살짝 노르스름하며 거친 것이 가장 맛있다는 게 30년 넘은 과수원집 딸의 소견이다. 과수원을 하기 전엔 주변에서 나눠주는 사과가 대부분이었던 터라 맛 같은 걸 크게 따지지 않았다. 다들 농사를 짓다 보니 저마다 흠과가 나오면 서로 나눠 먹었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주기도 했는데 큰 구멍에서부터 작은 구멍까지 저마다 제각각이었다. 벌레가 먹은 과일이 가장 맛있다는 말처럼 썩은 부위가 클수록 더 맛있었다. 그러다 과수원집 딸이 되고부터는 입맛이 무척 까다로워졌다. 아쉬움이 줄어들면 느낄 수 있는 행복도 그만큼 줄어드는 법이다. 어린 청춘의 나무에서부터 과수원이 생겨나고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잡고 있는 오래된 나무들까지 고루고루 결실을 맺어줬다. 올 한해도 참으로 애썼다. 이상 기온탓에 예년에 비하면 갈수록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그저 받아들이고 있다. 사과는 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에 여름이 길어진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이래서야 얼마 후엔 망고를 기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사는 1년 내내 농부의 땀과 바람으로 키워지는 과일이다. 한 계절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다른 농사는 한 계절 정도 쉬어갈 때도 있지만 수확철이 추운 늦가을과 겨울이라 그마저도 쉴 틈이 없다. 봄철엔 이상 저온현상으로 꽃이 못 피거나 혹은 얼어버렸고 여름이 되자 폭우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낙과가 늘어났다. 겨우 여름이 지나나 했더니 달력으로는 가을이 훌쩍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찬바람이 불어야 익어가는 부사 입장에선 낭패다. 부사는 찬바람이 세어질수록 과육은 더 단단해지며 아삭한 식감이 더해진다. 열매들은 얼어붙지 않기 위해 힘껏 당도를 올려댄다. 그렇기에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 되면 단맛은 더 깊어진다. 부사의 당도와 저장성이 뛰어난 이유다. 올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말벌들이었다. 가장 맛있고 가장 좋은 것을 노린다. 포유류에 비해 작은 몸체임에도 불구하고 먹어대는 양이 상당하다. 결국 포획틀이라는 처방이 내려졌고 대략 이주 간 이른 단맛을 실컷 즐긴 말벌들은 자취를 감췄다. 또 다른 포식자가 넘어오기 전에 서둘러 수확에 들어가야 하기에 농부의 손은 바빠진다. 온 계절을 가득 담아낸 부사의 향기는 유달리 진하다. 한 입씩 베어 물때마다 새콤달콤함에 기분도 밝아진다. 2025년도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부사처럼 하루하루가 더 단단해진 한해였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5-12-09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초청 공연, ‘해를 안고 달을 안고’

대구시 서구문화원(원장 박수관)에서는 지난 3일 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을 초청하여 “해를 안고 달을 안고, 피고야 지고 살고 지고”라는 주제의 국악공연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류한국 서구청장을 비롯한 구의회 의원, 각급 기관장과 많은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TBC 대구방송 문채희 아나운서의 사회로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재영 평택시립국악관혁악단 상임지휘자의 현란한 지휘와 함께 단원들의 수준 높은 연주에 관객들은 연신 앙코르를 외쳤다. 단원들은 평균 연령이 29세의 젊은 남녀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우수대학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 중에는 대구 출신이 두 명이나 있었다. 첫 순서는 ‘관현악 아라랑’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의 전통 민요 ‘아리랑’을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음색을 담아 변주하며 환상곡 풍으로 만든 곡으로 서정적이면서 격정적인 흐름을 잔잔하면서도 절절한 선율로 확장해 가며 관객들을 애환과 환희 속으로 몰아넣었다. 다음은 현악기 소개였다.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을 차례로 소개하였는데 으스름 달빛과 함께 귀신이 나타나는 소리를 내는 대금과 전설 찾아 삼천리를 떠올리는 피리 소리를 들려줄 때는 국악이 우리민족의 음악임을 느끼게 했다. 문세미 연주자가 출연하여 새로운 악기인 25현 가야금 협주곡 도라지를 들려줘 국악관현악의 현대적 감각이 가미된 음악적 깊이를 음미하게 했다. 다음으로 관악기와 타악기가 소개됐다. 대표적인 북, 태평소, 양금을 소개하고 양금 협주곡 ‘바람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양금은 서양 악기로 특유의 맑고 단정한 울림이 매력적이었다. 이번 무대에서는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자빈 연주자가 고도의 리듬감과 섬세하고도 현란한 손동작 선율이 한겨울밤을 수놓으면서 공연장 안을 더욱 달구었다. 이번에는 흐름을 달리하여 박수관 명창의 동부 민요 ‘뱃노래’와 ‘신고산 타령’이 진행되었는데 그의 구수한 목소리와 한복 차림은 악기 연주와 또 다른 매력을 안겨 주었다. 관현악단 연주와 조화를 이룬 노랫가락은 관객들로 하여금 흥이 저절로 나게 하면서 어깨를 들썩거리게 했다. 앙코르곡으로 관현악 신뱃놀이가 연주되고 박수관 명창의 소개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박범훈 예술감독이 무대에 올라 관현악단의 창단 배경과 단원들의 우수성을 소개하였으며 후원해 주시는 박수관 문화원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국악 연주회에 초청된 관객들은 모두가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초청 공연이 훌륭했으며 앞으로 이런 공연이 자주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이번 관람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악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2-07

[시민기자 단상] 역사의 알몸을 되찾기 위해

역사는 현재에도 태어난다. 우리가 사는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록이 쌓이고, 오래된 기억은 다시 해석된다. 문제는 그 과정이 언제나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역사라는 몸 위에는 권력과 시대의 의도가 옷처럼 덧입혀지고, 때로는 가면으로 굳어 진실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이러한 왜곡의 흔적을 가장 깊게 남긴 시기를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다. 일본은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역사부터 다시 짜 맞추려 했다. 1921년부터 1937년까지 운영된 조선사편수회는 그러한 의도의 집약체였다. 일왕의 명으로 구성된 그 조직은 한국사의 기둥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약 400년의 역사를 통째로 삭제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전하는 고대 국가의 시원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었고, “일본서기”와 중국 사료가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편집’이었다. 그 영향은 광범위했다. 조선총독부 산하 학자들은 한국 고대사의 틀을 재구성했고, 조선인 학자들 역시 그 학문 체계 안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마니시 류가 경성제국대학에서 강의하며 후대 국내 사학계에 남긴 흔적은 지금도 논쟁적이다. 역사라는 알몸은 그 시기 가장 두껍게 가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려진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022년 인하대학교 고조선연구소와 경상북도의회가 제기한 통일신라 북방 경계 재해석은 그 한 예다. 현재의 압록강(鴨綠江)과 다른 물줄기인 삼수변의 압록강(鴨淥江)을 주목함으로써, 통일신라의 실제 영역이 더 넓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학계 전체의 합의는 아니지만, 중요한 문제 제기임은 분명하다. 왜곡된 지도를 바로잡는 작업은 결국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라도 천년사”가 일본서기의 지명을 국내 특정 지역에 대응시키며 논란이 되었을 때, 지역민과 시민단체가 봉정식 연기를 이끌어 낸 사건은 상징적이다. 정사에도 없는 지명을 근거로 우리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일본이 만든 지도로 우리 땅을 바라보는 일이다. 이제는 지역 공동체가 이러한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식민지 통치자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조선인에게 일본의 혼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말에 걸맞게 수많은 고서를 불태우고 반출했다. 그럼에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온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일본의 데라우치 문고에 지금도 우리의 고서가 다수 보관되어 있다는 소식은 여전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오늘 우리가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이유는 단순히 분노 때문만은 아니다. 후손이 “당신들은 조상으로서 무엇을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실을 요구하며, 진실을 남길 책임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있다. 역사는 언젠가 모든 왜곡의 옷을 벗고 햇빛 아래 설 것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는 이 순간에도 진실의 옷을 한 벌씩 지어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12-07

‘고금소총’, 노인복지관서 정규 강좌로 인기

조선 후기 민간에 전해 내려온 우스운 이야기, 즉 소화(笑話)를 집대성한 설화집 ‘고금소총’. 조선초기에서 후기까지 편찬된 웃음 관련 설화집이다. 한때는 은밀히 읽던 책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오늘날에는 고전적 지혜와 풍자를 담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대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금소총 해설반’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고금소총’은 1959년 유인본으로 간행된 이후 널리 알려진 소화문학집으로, 서거정의 “태평한화골계전”, 강희맹의 “촌담해이” 등 12종의 작품집을 묶어 모두 830여 편의 우스운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흔히 음담패설이나 속된 이야기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내용의 90% 이상은 조선 후기 백성의 삶과 지혜, 사회 비판과 풍자를 담아낸 건전한 해학서다. 특히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야사씨(野史氏)’의 평가는 작품의 핵심으로 꼽힌다. 인물의 잘못된 처신을 꾸짖고,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고전 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전 대구대학교 문리대 학장을 역임한 오상태 교수다. 오 교수는 연암 박지원의 “호질”과 “양반전” 등 한문 단편소설의 풍자성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국문학자로서 오랫동안 고전의 현대적 가치 복원에 힘써 왔다. 그가 지도하는 대구노인종합복지관의 ‘고금소총 해설반’은 2007년 개설 이후 17년째 이어지는 인기 강좌다. 복지관에는 60여 개의 다양한 강좌가 개설돼 있으나, 이곳은 매주 수강생들의 등록 문의가 이어지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강의는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풍자(諷刺), 해학(諧謔), 기지(機智), 반어(反語) 등 이른바 ‘골계성(滑稽性)’을 통해 일상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현실을 보는 눈을 넓히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수강생들은 “웃다가 배우고, 배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가벼워진다”며 강좌의 묘미를 설명한다. 또한 강의는 한자·한문 학습의 기초과정으로도 활용된다. 수강생들은 작품 원문을 직접 직역·의역하며 자연스레 한자 실력을 쌓는다. 더 나아가 ‘사서삼경(四書三經)’ 같은 고전 개념도 함께 짚어보며, 동양 고전의 흐름을 한층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수강생 정재언씨(75)는 “고금소총은 18~19세기 우리 조상들이 직접 지은 생활의 기록이라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며 “옛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금소총을 흔히 음담패설과 동일시하는 오해도 강의에서 바로잡힌다. ‘패설(稗說)’의 ‘패’ 자는 벼와 비슷해 보이지만 열매가 맺히지 않는 잡초, 즉 논에서 뽑아내야 하는 피를 뜻한다. 본래는 ‘하찮고 속된 말’을 의미하는 한자어가 와전되며 선정성을 강조하는 용어처럼 굳어졌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고금소총의 다수 작품은 인간의 허위·위선을 풍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비틀어 웃음 속에 교훈을 담는 정통 해학문학이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서민의 삶을 기록한 민속자료이자, 인간 심리를 해부한 고전 문학으로 평가할 만하다. 오 박사는 “고금소총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생활철학서”라며 “웃음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읽는 것이 강좌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한때는 숨어서 읽는 책으로 오해받았던 ‘고금소총’. 그러나 대구의 한 복지관에서 펼쳐지는 이 작은 강좌는 고전 문학이 가진 힘과 품격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웃음 속에서 시대를 보고, 옛이야기 속에서 오늘의 지혜를 찾는 배움의 장이 지역 사회의 새로운 문화교육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2-07

미리 본 병오년(2026년) 빨간 말의 해

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가 가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이 다가오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천문법으로 산정하는 2026년(단기 4359년) 달력 제작 기준을 발표했다. 새 달력을 받으면 직장인과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빨간 날, 즉 쉬는 날이다. 근로자는 쉬는 날이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이다. 내년 연간 총 휴무일은 118일로 올해보다 하루 적다. 국경일, 설날 등을 합친 빨간 날’은 70일이고, 18일간의 휴무일을 더해 ‘주 5일 근무자의 연간 휴무일은 118일이다. 내년에 3일 이상 연휴는 설, 삼일절, 부처님오신날, 광복절, 추석,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등 8회로 설은 5일, 추석은 4일 연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 설날은 2월 17일, 추석은 10월 25일이다. 2026년은 60갑자로 병오년이다. 병오년을 왜 붉은 말의 해라고 할까? 그 답은 이렇다. 60갑자는 한해 한해가 천간과 지지로 결정되는데, 천간은 10자, 지지는 12자로 이루어져 있다. 천간과 지지의 시간은 순환을 나타내는 중국의 역법 단위인 간지(干支)로 이어지는데, 지구가 자전과 공전하듯이 시간과 세상 만물이 순환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순환을 60개의 단위로 본래의 자리가 된다. 먼저 음양오행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행은 지구를 뺀 수성(水), 금성(金), 화성(火), 목성(木), 토성(土)까지의 행성을 사용한다.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성이 토성까지이기 때문이었다. 오행이 각각 음과 양으로,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가 된다.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하늘의 기운을 나타낸 것이고, 지지는 12개로, 이를 십이지(十二支)라고 한다. 이는 땅의 기운 즉 땅의 작용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지도 천간과 마찬가지로 음양과 오행으로 나눠지는데.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많은 의미가 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물을 나타내는 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의 순환 단위는 60개인데, 한 단위는 1년이다. 그 첫 번째는 천간의 첫 번째 ‘갑’과 지지의 첫 번째인 ‘자’가 합해져 ‘갑자년’이 되고 그다음 해는 천간의 두 번째인 ‘을’과 지지의 두 번째인 ‘축’이 합해져 ‘을축년’이 되며 천간과 지지를 차례차례 합해가면 ‘갑자’ ‘을축’ 다음은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등으로 다시 갑자년이 되려면 60년이 걸리는데 이를 회갑이라고 한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태어난 해가 돌아오는 것이 회갑이다. 새해를 붉은 말의 해라고 하는 것은 천간인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이며 지지의 자는 쥐, 축을 소, 인은 범, 묘는 토끼, 진은 용, 사는 뱀, 오는 말, 신은 원숭이, 유는 닭, 술은 개, 해는 돼지의 동물을 뜻하기 때문에 2026년은 병오(丙午)년이므로 병은 붉은색, 오는 말을 뜻하므로 붉은 날의 해가 되는 것이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12-07

우리예절원, 제21기 예절지도사 수료식

(사)우리예절원(원장 남주현)은 지난 6일 대구시 중구 명륜동 우리예절원 강당에서 제21기 예절지도사 과정 수료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박영순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수료생 10명이 정식으로 예절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우리예절원은 예절지도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으로, 입학 단계부터 까다로운 선발 절차를 거치며 학사 운영 또한 ‘예절지도사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1년 과정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수료생들은 전통 예(禮)와 다양한 전례 문화를 심도 있게 익힌다. 우리예절원은 2005년 1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부설 전통예절교육원으로 출범했으며, 2008년 1월 ‘도산 우리예절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후 2016년 사단법인 ‘우리예절교육원’으로 개편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21기 10명 수료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622명의 예절지도사를 배출하였으며 지역 전통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우리예절교육원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자격 등록을 통해 전문성과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날 수료식에는 남주현 원장을 비롯해 박영순 부원장, 이원우 감사, 방종현 동창회 고문, 김윤숙 동창회 부회장, 박주희 예절원 재무이사 등이 참석해 수료생들을 격려했다. 제21기 회장 도기현 씨는 “전통 예절의 가치를 현대 사회에 맞게 널리 알리고, 배운 예(禮)를 실천하는 예절지도사가 되겠다”며 “앞으로 지역 사회와 청소년을 위한 예절 교육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예절교육원은 2026학년도 1년 과정의 신입생 40명을 모집하고 있다. 교육비 무료. 문의 박영순 부원장 010-9663-4607. /방종현 시민기자

2025-12-07

연일 무료급식소의 겨울준비, 김장봉사로 따뜻함을 담다

지난 11월 29일, 연일무료급식소 마당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중앙라이온스 후원으로 김장용 절임배추 500kg과 양념이 준비되고, 김장을 도우기 위해 중앙·재아 라이온스클럽, 한봉우리 봉사단, 방송대 학생회 등 다양한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분주히 오간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의 한 해 식탁을 책임진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된 무료급식소. 17년째다. 운영자 김희철 씨는 경상북도에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하고 포항시로부터 최소한의 행정지원을 받고 있다. 무료급식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등이지만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하는 어르신이라면 누구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따뜻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봉사자들은 매일 장을 보고 직접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그날 만든 음식은 반드시 그날 소진을 원칙으로 한다. 하루 80~100인분을 준비하는 식재료비 일부는 보조금으로 충당이 되지만 직원인건비, 월세, 관리비 등의 운영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분은 운영자의 사비로 채워진다. 무료급식소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은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들의 참여 그리고 작은 정성이 담긴 CMS 후원 덕분이다. 무료급식 대상이 아닌 어르신들의 요청으로 급식소 안에 작은 모금함도 놓여졌다. 마음의 불편함을 덜고자 넣는 백 원, 천 원은 그들의 또 다른 자존감이다.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이 냉장고에 묵혀 둔 반찬으로 스스로 챙겨야 하는 식사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하루 한 끼라도 든든히 드시게 하는 즐거움에 17년을 쏟았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 했지만 남편과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에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가장 힘들었던 코로나 시기, 봉사자의 발길도 후원금도 끊겼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대체식(푸르미)으로 연명했지만 팬데믹이 길어지며 그마저도 한계가 왔다. 그 와중에 집세와 관리비는 꾸준히 빠져 나가 사실상 운영이 멈출 위기에 선다. 팬데믹 상황이 끝나고도 봉사자와 후원금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던 당시는 정말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했다. 봉사는 왜 할까?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과 노동 그리고 비용까지 들이면서 굳이 봉사를 하겠다는 그들에게 물어본다. 그냥 기분이 좋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고 싶다, 마음이 즐거우면 어떤 노동도 힘들지 않다 라며 흔흔히 말한다. 김희철 씨는 “봉사도 중독입니다”라며 웃는다. ‘중독’이라는 말에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김장을 마치고 누군가 가져 온 과메기를 펼친다. 꿀맛이다.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함께 일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성취의 맛이다. 공자는 말했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난초가 있는 방에 앉아 있는 것처럼 향기롭다”고. 이들의 온기와 웃음으로 채워진 연일 무료급식소에 김치 냄새 어디가고 난초향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삶의 이유가 된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준 그 온기는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식지 않는 한 계속 지속될 것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12-04

사랑의 빛으로 빛나기를 기원하며

이번 주말에 딸이 결혼을 한다. 어느새 이만큼 자랐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엄마 생각이 난다. 스물넷 철모르는 딸이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혼자 그렇게 펑펑 우셨다던 엄마. 그때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엄마일 것이니 결혼이라는 쉽지 않은 길로 들어갈 걸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까 혼자 노심초사 하셨으리라. 이제 내가 엄마가 되어 그 길을 걸어가는 딸을 위해 가만히 기도한다.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는 시를 읽는다. “어둠 속의 별 하나, // 어머니의 눈빛이다 // 별도 천천히 돌아가던 시절 / 멍석에 누워있으면 은하수 무량하고 매캐한 모깃불에 / 저만치 반딧불이 날아다녔지요 / 엄마 / 별을 갖고 싶어요 / 엄마 / 별을 먹고 싶어요 / 엄마 / 별과 놀고 싶어요 // 어머니는 / 풀벌레 울음 섞인 목소리로 / 나중에 나중에···. // 오늘 밤에는 별 대신 그리움 하나 / 나의 가슴을 채우고 있다” - 채만희 시 ’별‘ 어머니는 영원한 우리의 고향이다. 어머니를 통해 세상으로 건너왔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나를 여기 데려다준 어머니는 먼저 돌아가서 밤하늘의 별빛이 되어 나를 바라보신다. 어머니의 다정한 눈빛이 하늘에 가득하다. 별을 쳐다보며 아련한 시절로 되돌아간다.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무량하고 푸르게 반딧불이가 날고 있다. 그 어린 날의 꿈은 하늘만큼이나 넓었다. 그때는 어머니도 우주만큼 커 보이던 시절. 저 무한한 별을 다 갖고 싶다고 마구 떼를 쓰는 아이. 별을 먹고 싶고 별이 되고 싶던 아이. 어느 어머니가 아이에게 별을 따 주고 싶지 않을 것인가. 반짝이는 것들은 죄다 아이에게 안겨주고 싶었으나 어머니는 그러지 못했다. 나중에 나중에를 되뇌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애절한 안타까움이 묻어있다. 별이 되고 싶다던 아이를 위해 울먹이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이제 삶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아이에게 엄마로서 어떤 길잡이가 되어야 할까.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아끼라는 말만이 떠오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존중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믿는다. 엄마의 마음을 닮은 축시를 써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본다. 햇살처럼 아름다운 신부가 될 아이에게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축원이 앞길을 밝혀주길 바라본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품은 꿈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길 바라며, 엄마는 네 곁에서 늘 지켜볼게. 결혼이란 두 사람이 서로의 그림자가 되어주는 일이라더라. 때로는 햇살처럼 따뜻하게, 때로는 폭풍 속에서도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기를. 네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우던 어린 시절처럼, 앞으로도 행복이 너를 떠나지 않길 기도해. 엄마의 눈빛이 닿는 모든 곳에 네가 있음을 잊지 말고, 두려울 땐 하늘을 보렴. 거기엔 네가 태어났던 그날처럼 환한 별이 빛나고 있을 테니까.” /엄다경 시민기자

2025-12-04

지하철 속 숨겨진 이야기, ‘2호선 세입자’를 보고 나서

포근했던 지난 주말, 남자친구와 함께 연극 ‘2호선 세입자’를 보기 위해 대구 송죽씨어터로 향했다. 표를 확인하고 어둠 속 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눈앞에 펼쳐진 무대는 이미 조용한 지하철 플랫폼으로 꾸며져 있었다. 회색빛 금속 기둥, 낡은 좌석, 형광등 조명 아래 놓인 소품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지하철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이곳에서 관객은 마치 ‘2호선’의 한 칸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호선 세입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연극으로,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2호선의 역 이름을 따서 서로를 부른다는 것이다. 시청, 성내, 구의, 방배, 역삼-이 다섯 명의 인물들은 자신이 탔던 역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살아간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그들의 각기 다른 과거와 트라우마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과거를 묻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품어주며 서로에게 물들어간다. 이 연극의 진면목은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섬세한 무대 연출에 있다. 조명과 소리가 과하지 않게 절제되어, 관객을 ‘지하철 안’으로 완전히 끌어들인다. 특히 조명은 마치 실제 지하철의 차창 밖 풍경처럼 움직이며, 연극에서 느낄 수 없는 장소가 이동되는 느낌을 주었다. 이는 관객에게도 ‘2호선’의 객실에 앉아 이동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승객이 된 듯해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의상과 소품도 과하게 꾸미지 않고 일상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작은 몸짓 하나, 옷깃을 여미는 손동작 하나가 캐릭터들의 깊은 내면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그 안에서 삶의 굴곡을 엿볼 수 있다. 이런 현실적인 느낌의 요소들은 ‘정말 지하철에 누군가 살 수 있을까?’하는 어린시절 할 법한 귀여운 생각에 잠기게 했다. 특히, 열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는 공간 전환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물들이 다시 또 하루를 떠밀려 살아가야 하는 반복의 시간을 나타내는 듯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반복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각자의 아픔과 치유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소리가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의 연기는 ‘2호선 세입자’의 감동적인 요소를 한층 강화했다.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들의 연기는 오히려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무대에서의 작은 떨림이나 숨 고르기까지도 그들의 연기를 더욱 사실감 있게 만들어, 관객들은 그들의 삶을 마치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끼게 되었다. 배우들이 서로에게 기대고, 밀어내고, 다시 다가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의 변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각자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외로움이나 불안을 어느 인물에게서든 투영하며, 그들과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정들었던 2호선에서의 생활을 떠나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각자가 짊어진 짐을 여전히 내려놓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마음 아픈 장면으로 남았다. 완전한 해결이나 해답을 찾는 길은 아니지만, 어려운 세상 속에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몸을 던지는 모습에 위로를 얻게 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극 관람이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대의 정교한 구성과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에너지는 관객을 ‘2호선’의 객실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였고, 무엇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명확하게 증명해 보였다. 일상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지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아가는 여정은 현실 그 자체였고, 그 과정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5-12-04

대한노인회 달서구지회 부설 노인대학 제22기 졸업식

대한노인회 대구 달서구지회(지회장 김해동)는 부설 노인대학(학장 조철제) 제22기 졸업식을 2일 지회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는 이태훈 달서구청장과 서민우 달서구의회 의장이 함께 참석해 축하했으며. 유영하 국회의원과 윤재옥 국회의원은 축전을 통해 졸업생을 축하했다 이날 졸업식은 조용완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고 졸업장 수여와 유공자 표창, 학장의 인사말, 구청장 축사, 교가 제창 순으로 진행했다. 졸업장은 최고 연장자인 90세의 이종권님이 대표로 받았고, 그동안 봉사해 온 공로로 구경순 학생회장과 이동연. 김국자. 정옥이 부회장이 표창을 받았다. 달서구지회 노인대학은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양강좌와 노래 교실을 각 1시간씩 수업하고 추계 문화탐방도 한다. 이번에 졸업하는 22기 학생 수는 197명으로 현재까지 3,85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조철제 학장은 “여러분은 조국 근대화를 이룬 위대한 분들로서 함께한 학우들은 물론 사회에서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가시고, 항상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무병장수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해동 지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여러분들은 노인대학을 발전시켜 주신 주역이며 졸업하시더라도 계속해서 향학열을 불태우며 배우신 역량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항상 건강관리를 잘하셔서 백세시대를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12-04

92세 이해호 작가를 찾아서

이해호 작가(92)는 화가이자 민속학자다. 동네에서는 만물박사로 통한다. 그가 태어난 대구 달서구 갈산동은 지금은 공단으로 바뀌었지만 당시는 농사를 짓고 사는 농촌마을이었다. 그도 평범한 농촌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를 짓고 지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3000평 논에 농사를 지으며 살다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긴 50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아버지가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그림에는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인터불고 갤러리에서 ‘선녀들의 맵시’란 제목으로 첫 인물화 작품전을 열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6년 대구회화 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대구미협회원으로 활동하며 그가 그린 초상화가 현재 2000여점에 이르고 있다. 그가 동네에서 만물박사로 통하는 것은 화가이면서 수필가로 책을 내고 과학, 민속학, 고고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그의 손에 들어가기만하면 척척 모두 해결이 된다. 초상화만 2000점 이상 그린 특이한 화가 생활로 2013년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책도 여러권 썼다. ‘버려진 낟알을 찾아서’와 ‘표준어와 경상도 대구말씨’라는 책도 집필했다. 밀양 얼음골에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언론보도에 이의를 제기해 사회적 이슈를 일으킨 적도 있다. 결국 그의 주장대로 밀양 얼음골의 얼음은 여름에 얼음이 어는 것이 아니고 겨울에 언 얼음이 이듬해에 가서 해빙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 초상화라고 생각한다”며 “주위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무료로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12-04

신촌 약수로 끓인 누룽지 백숙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뚫렸다. 영양까지 한 시간 하고도 20분을 더 가야 하던 곳이 30분이면 도착한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기암괴석과 수려한 계곡이 어우러진 비경을 간직한 명소다. 우리나라 3대 암산에 꼽히기도 하지만 탐방로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가을철 단풍 명소로도 유명해 여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산에 오르기 전 들러서 배를 채우는 곳이 신촌 약수터다. 청송군 진보면의 신촌약수탕은 안동과 영덕을 잇는 국도 34호선 중간에 있다. 영덕에서 상주로 향해 달리다 동청송영양ic에서 내리면 금방이다. 신촌 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기 전국의 약수를 채수하여 검사했을 때 진보면 신촌리의 약수가 가장 맛이 무겁고 독특하며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평가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촌약수탕 주변에는 약수로 끓인 백숙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밀집했다. 그중에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은 4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명궁약수가든이다. 철분과 탄산 성분이 살아있는 특별한 약수로 끓여낸 누룽지 닭백숙이라 듣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이 집의 닭백숙은 만드는 과정부터 정성이 가득하다. 압력솥에 닭 다리만을 따로 푹 끓여내 진한 육수를 먼저 만들고, 그 육수에 찹쌀과 녹두, 대추, 마늘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압력솥의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정확히 18분 동안 뜸을 들여 구수한 누룽지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그런지 고소한 누룽지가 쫀득해서 입에 촥 감기는 백숙이 완성된다. 누룽지백숙을 시키면 닭 불고기가 함께 나온다. 닭 한 마리에서 쫄깃한 다리는 백숙, 퍽퍽한 가슴살만 따로 모아 잘게 다져서 무려 15가지나 되는 양념에 2~3일 숙성한 뒤, 석쇠에 올려 직화로 구워낸다. 메뉴를 주문하면 먼저 밑반찬이 깔린다. 예전엔 사과샐러드나 사과무침이 있어 역시 사과가 맛있는 고장이구나 했는데 이번에 가니 사과는 보이지 않았다. 비싼 몸값 탓일까 생각했다. 대신 오늘은 냉이된장무침이 맛났다. 백숙의 슴슴함을 달래주는데 장아찌도 한몫한다. 밑반찬으로 침샘을 자극하다 보면 닭불고기가 불냄새를 풍기며 나타난다. 모양이 어릴 적 제사상에 오르던 닭찌짐과 닮았다. 안동에서는 닭의 여러 부위를 칼로 뼈째 다져서 전을 부쳤다. 할아버지가 커다란 나무 도마에 닭고기를 올려놓고 다지는 소리가 더해질 때마다 더 맛있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손맛이 가득한 닭불고기를 채소에 싸서 한 입하다 보면 한 접시가 뚝딱이다. 닭가슴살로 불고기, 다리로 죽을, 남은 날개는 구웠다. 이번에 맛 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살은 쫄깃했다. 달지도 짜지도 않아 담백한 닭 본연의 맛이라 좋았다. 이미 배가 부르다 싶은데 누룽지 백숙이 등장했다. 둘이 3인분이라 남으면 싸가도록 해서 부담이 없었다. 담긴 그릇이 단지 뚜껑이라 매력적이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한다. 누룽지 배 위에 인삼 두 뿌리가 일광욕하듯 누웠다. 약수로 끓인 백숙에 인삼까지 보태니 으뜸 건강식이다. 단풍이 한창일 때는 줄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다. 겨울이 다가오니 뜨거운 국물이 땡긴다. 명궁약수가든 앞에 신촌 약수가 퐁퐁 솟는다. 한 컵 떠서 마시고 떠와서 밥할 때 넣으면 좋다. 누룽지 백숙을 먹고 난 후에는 주왕산 산행을 가거나,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탑을 보러 가도 좋다. 서석지는 우리나라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문화재 가득한 영양으로 달려보자. 주소: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동로 5156 1층. 050-71430-0035. /김순희 시민기자

2025-12-02

시니어의 일상에 스며드는 AI

지금은 누가 뭐래도 AI(인공지능)가 대세다. 오늘도 뉴스에서 AI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 놀라움의 시작은 2022년 등장한 챗 GPT였다. 3년이 흐른 지금은 업무에서뿐 아니라 은행, 병원 등의 일상생활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이 시니어들에겐 어떻게 느껴질까. 얼마 전 무료 AI 교육에 참여한 시니어분들의 배움의 열정은 차가운 강의실 공기마저 단숨에 데울 지경이었다. 여든이 훌쩍 넘은 시니어들도 나이와 무색하게 손에 폰을 들고 강사가 하는 대로 앱을 설치하고 AI에게 음성명령을 내리느라 분주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들의 AI 앱 설치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들의 70%가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은 특히 건강관리와 경험 중심의 활동에 관심이 높았다. AI를 통해 당뇨병에 좋은 식단을 찾기도 하고 차에 이상이 생기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또 내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몸 상태를 AI에게 설명하고 가능한 병명을 추정한 후 의사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AI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챗 GPT를 사용하고 있는 시니어 강선희 (65·포항시 북구 죽도동) 씨는 “ 요즘 AI에게 오늘의 날씨를 물어보고 레시피도 찾는다. 며칠 전에는 친구와 함께할 여행지와 맛집 추천을 받았다. 함께 찍은 사진을 지브리 풍으로 그려보니 정말 재밌다”라고 기분 좋게 말했다. 시니어들은 타자를 쳐서 묻기보다 말로 질문하고 바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AI가 더 좋다고 말한다. 처음엔 호기심이 일지만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고 대답하는 모습에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만의 든든한 AI 비서가 생긴 거라고나 할까. AI는 스마트폰으로 바로 묻고 답할 수 있어 시니어들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수년 전, 처음 키오스크를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과는 다르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85세 이상 노인의 키오스크 활용 가능 비율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디지털은 시니어들과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 없이 말로 가능하다. 이 때문에, AI가 지금까지 전체 국민과 시니어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시니어들이 처음부터 AI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굳이 이걸 배워야 하냐고. 두려움이나 보이스피싱이라고 먼저 생각한다. 그걸 넘어서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하는 시니어들이다. AI는 말로 명령을 할 수 있어 타자가 힘들고 시력이 좋지 않은 시니어들에게 더 잘 맞는 기술이다. 귀찮고 바쁘다는 자녀들에게 물어보기 어려운데 AI는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니어에게 꼭 맞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AI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운전면허증과 같다. 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을 잘해야겠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은퇴한 시니어들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도구다. 나이는 기술 습득의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12-02

메주 띄우는 계절 초겨울, 옛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

시골집 아랫목에 띄어놓은 메주를 보니 옛 기억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수능이 끝났다. 보통의 수능 날은 허연 입김이 서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였다. 언 발을 동동 구르며 교문 밖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수험생 부모들의 모습이 예사롭던 풍경이었다. 그러나 올해 수능은 여느 때와 달리 퍽 포근한 가을 날씨였다. 그리고 그 수능보다 한 주 앞서 ‘입동’이 지났다. 예부터 입동쯤이면 초겨울의 가장 큰 행사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김장과 메주 만드는 일이다. 메주는 한국 가정의 대표 양념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이다. 입동은 가을을 끝내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긴 겨울의 시작에 앞서 어머니들이 부지런히 월동 준비를 했던 시기였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쉴 법도 하건만 정작 아랫목을 차지한 것은 ‘못생김’의 대명사 메줏덩어리였다. 조선 후기 농사 기술과 생활 풍속을 기록한 ‘농가월령가’ 11월령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메주 만들기는 우선 가을 햇살 아래 잘 익은 콩을 준비해 깨끗한 물에 헹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날씨 맑은 날,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콩을 뭉근하게 삶는다. 약한 불에서 오래도록 삶아 익힌 콩을 절구에 넣고 으깬다. 때론 자루에 담아 발로 꾹꾹 밟기도 했다. 그 몰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어린 시절 우리는 온 가족이 번갈아 가며 밟았다. 네모난 형태의 메주는 볏짚에 묶어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처마에 매달아 겨우내 발효시키므로,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었다. 가운데 부분을 더 얇게 만들어야 미생물이 전체에 골고루 퍼져 숙성하게 되기에 못생기고 단단한 메주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어머니들의 노동 강도와 들인 품을 생각하면 메주 만들기는 고된 집안일이다. 더구나 시판하는 제품이 다양하니 메주 만들기는 요즘 보기 힘든 풍습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런 고된 일을 시골에 있는 어머니들은 아직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으니 굽은 허리 펼 날이 없다. 내 자식 먹일 장은 내 손으로 만들고픈 고집을 꺾을 자식이 없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12-02

“영양교육체험센터 조속한 건립 촉구”

(사)대한영양사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지난 11월 10일 시행된 “대구광역시교육청 학생 영양·식생활 교육 지원 조례”(제6407호)를 환영하며, 조례에 명시된 영양교육체험센터설립을 조속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조례 제6조는 교육감이 영양·식생활 교육 활성화를 위해 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교육자료 개발, 체험교육, 전통음식 및 지역 식문화 교육, 교직원 연수 등 기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구·경북영양사회는 최근 ▲청소년 비만 및 영양 불균형 증가 ▲가공식품 소비 확대 ▲알레르기·편식 증가 ▲가정 식문화 격차로 인한 건강 불평등 심화 등을 이유로 체험형 영양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학교 영양사들이 상담·교육·급식 지도를 모두 맡고 있으나, 체험교육을 위한 전문 공간이 없어 교육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현장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부산·경남 등 타 지역은 이미 식생활교육센터 설치 및 상설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기반을 갖춘 반면, 대구는 식문화와 교육 인프라가 우수함에도 학생 중심의 체험교육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경북영양사회장은 “영양교육체험센터는 학생 건강권 보장과 미래형 영양교육을 위한 핵심 시설”이라며 조속한 건립을 촉구했다. 영양사회는 향후 대구시교육청 및 전문가·학부모단체와 협력해 정책 간담회와 포럼 등을 통해 센터 설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2-02

제2회 ‘정가 우리 노래’ 발표회 성황리 개최

2025년 지난 29일 오후 대구 범어커뮤니티 공연장에서 명덕정가회가 주최한 ‘제2회 정가 우리 노래’ 발표회가 관객들의 큰 호응 속에 열렸다. 정가는 한국 전통 성악의 대표 장르로, 정제된 발성과 단아한 선율을 특징으로 하며 가곡·가사·시조로 구성된다. 명덕정가회는 주로 가곡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최근에는 시조창도 함께 수련하고 있다. 이번 발표회는 명덕정가회 지도자인 손미옥 선생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손 선생은 2007년 대구무형유산 가곡 이수자로, 한국정가진흥회 부회장 및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20년 전국정가경창대회에서 지도사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 명덕정가회 강의를 시작으로 포항·안동 등지에서 정가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명덕정가회는 2011년 9월 창립됐으며 현재 15명의 회원이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 오후 가곡 수업, 둘째·넷째 주 금요일 시조창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발표회는 김숙향 총무의 인사말로 시작됐으며 △이하나 ‘평조 두거 <일각이>’ △김정자 ‘평조 우락 <바람은>’ △김외옥 ‘반우 반계·환계락 <앞내나>’ △김경희 ‘계면조 중거 <산촌에>’ △김순교 ‘계명조 평롱 <북두칠성>’ △김숙향 ‘계면조 계락 <청산도>’ △이순희 ‘계면조 편수대엽 <모란은>’ 등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곡 소개는 김혜순이 맡았으며, 반주는 손미옥(장구), 권율화(거문고), 여병동(대금)이 함께했다. 명덕정가회는 “정가를 통해 조상의 풍류 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후손에게 아름답게 전승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매년 10월 열리는 전국정가경창대회에 참가해 2023년 금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으며, 한국정가진흥회 주최 ‘정가토크쇼’에도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미옥 지도 선생은 “이번 발표회를 계기로 매년 정기 독창회를 이어가며 회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정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2-01

명함

한때는 두툼한 명함 지갑을 들고 다니며, 주는 맛, 받는 맛에 취해 살았건만, 정년퇴직과 함께 그 모든 영광은 서랍 깊숙한 곳으로 퇴역했다. 명함도 수명이라는 게 있어, 직책이 끝나면 그 즉시 효력이 정지된다. 마치 유통기한 지난 우유처럼 말이다. 퇴직 후 처음 참석한 사회단체 모임에서 누군가 명함을 슬며시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모르게 주머니를 더듬었으나, 있을 리가 있나. “저는···. 명함이 없습니다.” 그 순간, 식탁 위의 물 잔보다 내가 더 투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뭐라도 하나 만들어야지.’ 처음엔 이름 석 자에 전화번호만 새겨 넣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또 너무 밋밋하다. ‘퇴직자 주제에 뭘 그리 거창하게···.’ 할까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내가 누구인지, 아직 세상에 나를 알려야 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M신문 시민기자’로 위촉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거다!” 바로 인쇄소로 달려갔다. 요즘은 명함에 얼굴사진을 넣는 게 대세라며 권해 사진? “까짓 거 넣지 뭐” 앞면에 M신문 시민기자라 새기고 얼굴 사진도 넣고 뒷면엔 ‘수필가 방종현’에 등단 문학단체까지 야무지게 박아 넣었다. 막상 명함을 손에 쥐니,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60에 능참봉 벼슬을 제수받은 기분이랄까. 능참봉! 이 얼마나 운치 있는 벼슬이던가. 왕릉 주변이나 지키던 미관말직일망정 임금님으로부터 교지(敎旨)를 받고 ‘임명’된 자리라니 격조가 다르다. 비록 관복 자락이 짧았을지언정, 죽어서 ‘학생부군’ 대신 ‘능참봉 아무개’라 묘비에 새겨지는 순간, 체면 하나는 건지는 법이다. 요즘 말로 하면 ‘퇴직 후 명예직’쯤 되는 셈이다. 문득 류성룡 선생이 떠올랐다. 지인의 묘비를 짓고 말미에 지은이 소개에 자기가 받은 관직을 줄줄이 열거했다. ‘수충익모광국공신, 대광보국숭록대부, 영의정, 홍문관, 춘추관, 세자일사···.’ 이쯤 되면 묘비가 아니라 일종의 명함 대리점이다. 이름 앞에 붙은 그 벼슬들이 꼭 훈장처럼 느껴졌다. 아니, 무협지라면 ‘절대고수’라는 표식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 영구직은 드물다. 대통령도 임기 끝나면 ‘전직’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문학인은 다르다. 시인은 죽어도 시인, 소설가는 백발이 되어도 소설가다. 누가 “전직 시인 아무개”라고 부르던가? 그 누추한 명함 속에 ‘수필가’ 석자 새겨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아직 세상에 할 말이 있고, 글을 쓸 의지가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어느 날, 지인의 명함을 받았다. 초등학교 동창회장, 고등학교 총무, 향우회 감사, 종친회 이사, 자문위원, 무슨 군의원 출마, 문화센터 수료증 번호까지···. 도무지 이분의 이름은 어디에 있는지 숨은 그림찾기를 해야 했다. 명함이라기 보단 이력서와 족보, 전단지가 뒤섞인 종합선물세트였다. 그에 비해 내 명함은 심플하다. 앞면엔 ‘M신문 시민기자 방종현’, 뒷면엔 ‘수필가’, 얼굴 사진까지. 간결하지만 확실하다. 나는 이 명함 한 장을 들고 또 하나의 인생 2막을 열었다. 늙은이라도 이름 석 자 또렷한 명함 하나 들고 웃으며 걸어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관직이고, 인생의 훈장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성실히 살아내려는 나의 다짐, 그게 바로 명함의 진짜 값어치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1-30

난계 박연 선생을 찾아 떠나는 가을기행

대구예술대 시니어아카데미(학장 김태호)는 최근 11월 현장학습으로 충청북도 영동군 일대를 다녀왔다. 이번에 현장학습 테마는 난계 박연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른 아침 7시가 넘자 시니어들은 약속 장소로 속속 모여들었다. 마음은 벌써 영동군에 가 있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처음에 들른 곳은 난계국악박물관이다. 외부는 그리 커 보이지 않고 아담했다. 시니어 학생들은 입구에 마련된 장구치기를 체험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중앙홀에 각종 타악기가 진열돼 있고 국악사실, 악기전시실, 고문헌실, 명인실, 죽헌실이 연이어 설치돼 있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 국악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입을 모았다. 박물관을 나와 난계 동상이 있고 그 위로 펼쳐진 잔디밭을 한참 걸어가니 난계사가 있었다. 이곳은 박연 선생을 모신 사당이었다. 학생들은 유명한 사찰처럼 깨끗하게 마련된 건물을 세세히 둘러보고 우리나라 3대 악성의 한 명인 선생의 업적을 기렸다. 다음에 발길이 닿은 곳은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영동문학관이었다. 마침 ‘양성규 화가 화단 활동 40주년 기념 미술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그의 40년 화가 인생의 족적이 쌓여있으며 시인으로도 등단하여 그가 낸 시집도 전시되었다. 초대 작품으로 운천 김민지 화가의 금강경이 새겨진 병풍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계획했던 세덕사, 쌍효각, 호서루 등을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난계사 옆에 있는 영동국악체험촌은 사전학습 부족으로 꼭 체험해야 할 세계 최대 북인 ‘천고’를 보지 못하고 온 것이 몹시 아쉬웠다. 북의 지름이 5.5m, 길이 6m, 무게가 7t이며 소 40마리의 가죽과 수령 150년 이상된 소나무로 제작되었다니 어마어마하다. 오후엔 황간에 있는 월류봉으로 향했다. 달도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은 소문대로 산과 물, 정자가 어울린 한 폭의 산수화 자체였다. 차에서 내린 학생들은 우르르 포트존으로 몰려 서로 먼저 사진 찍기 경쟁을 벌였다. 포토존에서 바라보는 월류봉은 맑은 강을 베개로 한 바위병풍을 품고 유유히 사바세계를 바라보는 신선 같았다. 앙증맞게 놓여진 돌다리며 나무다리로 조성된 둘레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은 박연 선생의 업적을 살펴보고 풍광이 아름다운 청정지역 월류봉 둘레길을 마음껏 걸어보고자 했으나 예기치 않았던 관광차 고장으로 시간을 빼앗겨 모두가 아쉬워했다. 하행길에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와 역사자료관을 돌아보았다. 학생들은 그분의 업적을 기리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슬기롭게 잘 성장하기를 기원했다. 이재희 수요반 학생회장은 “이번 현장학습이 난계 박연 선생의 업적을 다시한번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박연 선생의 호와 달도 머물고 간다는 월류봉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산수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뜻깊은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1-30

여성의 내면과 시대 숨결을 잇는 ‘문학의 향연’

제7회 영남가사문학 어울마당이 지난달 20일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영남내방가사연구회(회장 장향규), 대경가사연구회(회장 이홍자), 내방가사문학회(회장 권숙희)가 공동으로 주최해, 영남 지역 여성문학의 정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내방’이라 불리는 안채에서 여성들이 직접 쓰고 노래하던 내방가사는 사대부·중인·부유층 여성들의 일상과 감정, 자애와 근심, 신앙과 교훈을 담아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삶을 생생히 드러낸다. 특히 경상도 지역의 내방가사는 실용적이고 생활 밀착형 주제를 중심으로, 부덕·효·교훈 등 유교적 가치와 도덕적 색채를 강하게 띠며, 지역 특유의 억양과 어휘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성의 내면을 꾸밈없이 노래한 표현에서는 억눌림과 희망이 교차하며, 남성 중심 문단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기표현의 문학’으로 평가된다. 이날 어울마당은 회원들의 자작 가사 낭독으로 진행되어 과거의 전통이 현재의 언어로 되살아나는 순간들을 연출했다. 유경화 선생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안자숙 낭송가의 개회 시 낭독, 정숙 시인의 축시(처용가), 권영숙 시인의 축가가 이어지며 품격 있게 막을 올렸다. 대경가사연구회는 이홍자 회장의 ‘안동 색시 예찬가’를 비롯해 △정순모 ‘안동 고향 사랑가’ △김숙자 ‘이별 애도가’ △김귀자 ‘나의 인생 여정가’ △김귀자 작·윤순연 낭독 ‘신천동로 예찬가’ △권지을 ‘고모 소회가’ △박순임 ‘한밤마을 남천고택 탐방가’, ‘어머니 유월 그날’ 등을 낭독하며 지역 정서와 삶의 울림을 전했다. 영남내방가사회는 장향규 회장의 ‘구순축수연가’를 통해 90세를 맞은 청곡 김동기 선생의 문학적 여정을 기렸다. 이 작품은 2025년 장향규 회장이 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어 조경자 ‘잠설가’(작자 미상), 이기문 ‘칠석가’(작자 미상), 조명자 ‘봄청유가’(작자 미상) 등이 낭독됐다. 내방가사 문학회는 이방익의 ‘표해가’를 회원이 필사 후 교독하며 필사 전통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참여 회원은 최순자, 유정자, 이순오, 곽남숙, 최옥분, 김영옥, 김윤숙, 박송애, 김경옥, 오인경, 홍영주, 김은주, 조애숙, 김복숙, 이윤지 등이다. ‘표해가’는 제주 출신 이방익이 이조년의 후손으로 정조의 호위무사로 봉직했을 때 우도에 있는 모친 산소 이장을 위해 다녀오다가 일행 7명과 함께 풍랑을 만났다. 대만과 복건성 산동성 북경을 거쳐 만주 압록강을 건너 한양까지, 10개월이 걸린 만 이천사백 리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을 한글로 직접 쓴 장편 기행 가사다. 특히 제주 이방익 장군 기념사업회 황요범 대표 외 7명과 대구문인협회 방종현 부회장의 참석은 지역 간 문학 교류를 확대하며 이번 행사의 위상을 높였다. 이번 어울마당은 내방가사가 단순한 옛 노래가 아닌, 여성의 언어로 기록된 소중한 문학 유산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대구가 지닌 이 전통은 시대를 넘어 울림과 공감으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문학의 뿌리이자, 지역 문화의 품격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11-30

‘댁 한 바퀴’ 그 때 그 시절로의 도심여행 함께 떠나 보아요

대구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대구시티 투어는 처음 경험했다. 지난달 9일 일행과 함께 대구시티에 올랐다. 오전 10시30분 우리 일행은 청라역에 만나서 버스를 탔고, 일부 승객은 동대구역 앞 시티투어 정류장에서 오전 11시에 합류했다. 대형 투어버스 비용은 6000원이다. 대전과 부산에서도 몇 분 오셨고, 대부분이 대구에 계신 분이었다. 신청자는 모두 18명이었다. 대구시 관광협회에서 대구시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는 시티투어는 가이드의 간단한 투어 코스 설명이 있고, 맨처음 하중도로 향했다. 하중도는 매년 대구정원 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다. 10월 달에 열리는 대구정원박람회는 대구의 대표적인 가을 꽃축제장이다. 올해도 4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화려한 꽃축제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며칠 전까지 꽃축제 행사가 열렸으나 이날은 거의 철수해버려 설렁한 분위기속에 하중도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다음 코스로 구 제일모직으로 이동하였다. 고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서 섬유산업을 시작했던 곳이다. 오늘날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주다. 이병철 회장의 동상 앞에서 모두 사진을 찍었다. “이 회장 동상의 발등을 만지면 행운이 있다”는 말에 우리 일행은 동상 발등을 만지면서 사진도 찍었다. 다음 코스는 금호강이 있는 동촌으로 갔다. 금호강 개발사업으로 진행 중인 카누장이 내년 개장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이었다.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아 무료 카누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관계자는 내년 봄부터는 새롭게 단장해 개장을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마지막 코스로 고모역 복합문화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해설가의 설명으로 고모역에 얽힌 얘기를 전해들었다. 고모역은 1925년 경부선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역사 깊은 역이다. 1949년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1957년에 현재의 역사를 복원했다. 2006년 기차역 운영이 종료되고 2018년부터는 고모역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모역은 1970년대엔 연간 이용객이 5만4000명에 달할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용객이 점차 줄어들면서 결국 2006년에 폐역되었다. 고모의 지명은 돌아볼 ‘고(顧)’와 어미 ‘모(母)’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인근 만촌동에 있는 ‘고모령(顧母嶺)’과 관련이 있고, 특히 가요 ‘비내리는 고모령’에 얽힌 설화로 유명하다. 현인과 함께 콤비를 이루었던 작사가 유호와 작곡가 박시춘의 작품이다. ‘비 내리는 고모령’ 에 등장한 고모령은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끌려가는 아들과 어머니가 생이별하던 장소다. 당시 증기기관차가 경사진 고모령을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더디게 넘어갈 때 아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 모여든 어머니들로 이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비내리는 고모령’을 작곡한 박시춘 선생님은 3000여 곡을 만드신 우리나라 가요계의 거목이다. 특히 6·25 전쟁 시기에는 대구의 오리엔트 레코드사에서 활동한 적이 있으며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음반도 이 시기에 녹음했다. 영화 ‘비나리는 고모령’은 1969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인해 고모령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여행객 모두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대구에 있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된 것에 대해 흐뭇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참가자들은 대구시티투어와 함께한 시간에 만족해하며 귀가 길에 올랐다. 시티투어버스는 역순으로 돌면서 승차한 자리로 되돌아왔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11-30

정삼일 시인, 2025 영동예술상 수상

지난달 27일 열린 제6회 영동예술제에서 정삼일 시인이 2025 영동예술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행사는 영동예술인연합회(회장 김명동) 주최, 영동군 후원으로 영동 아모르아트에서 다채롭게 펼쳐졌다. 이날 예술제는 지역 예술인들의 열정을 담은 공연으로 시작됐다. 시 낭송, 대금 연주, 가요 무대에 이어 풍물놀이, 전자해금, 색소폰, 트럼펫 연주 등 폭넓은 장르가 어우러진 축하 공연이 마련돼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영동예술상을 수상한 정삼일 시인은 시낭송가로도 유명하다. 대한민국 제3호 공식 낭송인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그동안 문학과 낭송 예술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는 ▲한국농민문학상 ▲다산문학상 대상 ▲한국예초문학상 대상 ▲불교문학상 대상 ▲송강문학예술상 본상 ▲매헌 윤봉길 문학상 대상 ▲제22회 대구펜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예계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 문학인 발굴과 예술 홍보에도 앞장서 왔으며, 현재 국제펜 대구지역위원회 회장을 역임하며 창작과 낭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조용한 다리입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로로 닿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영동에서 받은 이 상은 제 문학 인생에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 발전과 후배 예술인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그는 “농촌에서 시작된 제 삶이 시로 이어졌고, 낭송으로 확장되며 더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게 되었다”며, “예술은 삶을 밝혀주는 등불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남은 생도 예술인으로 살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영동예술인연합회 김명동 회장은 “정삼일 시인은 창작 활동은 물론 지역과 전국을 무대로 시낭송의 저변을 넓힌 예술인”이라며 “이번 수상이 영동 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