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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가문과 가문의 만남

등록일 2026-05-05 17:10 게재일 2026-05-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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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

‘삶은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며, 자기 창조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배우자 선택’이다. 인연은 하늘에서 내리고 그 관계는 사람이 만든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보다 가문과 가문의 만남이다. 한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온다는 것은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가문,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일종의 ‘문화 결합’에 가깝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이 결합을 ‘며느리의 일방적 적응’이라는 방식으로 풀어왔다.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기성세대와 MZ세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가 나타난다. 삶의 가치관 차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갈등 등 세대 변이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 이 시대의 결혼 문화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과거의 좋은 며느리는 묵묵히 참고, 시댁의 질서에 순응하고, 자신의 생활 방식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정의되곤 했다. 이러한 기준은 현대의 가족 구조와 충돌한다. 맞벌이, 개인의 자율성, 사회적 여성 지위, 관계의 평등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지금, 일방적인 희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해법이 아니다. 오늘날 좋은 며느리 상은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관계를 참는 것이 아니라 조율한다. 첫째, 시부모와의 관계에서 기대와 한계를 분명히 하고, 원칙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갈등 구조를 정리하는 적극성이 중요해졌다. 둘째, 균형 감각을 지닌다. 친정과 시댁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가족 전체의 안정과 조화를 고려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단순 중립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셋째, 배우자와 팀워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시댁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공동의 문제로 바라보고, 중요한 결정은 함께 내린다. 며느리는 홀로 버티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시스템 안에서 협력하는 구성원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가정의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명절 노동을 둘러싼 갈등을 가족 회의를 통해 역할 분담으로 나뉜다. 시부모의 육아 개입을 지원자 역할로 재정의 하고, 제사와 가족 모임을 간소화하며, 새로운 가족 문화를 만들어 가는 등의 공통점은 하나다. 갈등을 개인의 인내로 해결하지 않고, 구조의 문제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질문은 ‘좋은 며느리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좋은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며느리 한 사람의 덕목만으로 건강한 가정이 유지되던 시대는 지났다. 시부모의 태도, 배우자의 책임, 가족 전체의 문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며느리는 그 안에서 희생자가 아니라 설계자의 역할을 맡는다.
  

가정은 더 이상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작은 사회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적응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율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좋은 며느리’란 좋은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정의되는 이름인 것이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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