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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육군 아미타이거

새 군가의 중요성을 말한 남영신 육참총장. /연합뉴스“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군가 ‘전선을 간다’다. 이 곡이 ‘최후의 5분’과 함께 군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군가인 이유는 간단하다. 노래가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개척자이자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 작곡가 최창권의 곡에 영화기획자 우용삼이 가사를 붙였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시작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도입부를 지나 야수의 함성으로 포효하는 클라이맥스까지, 기승전결 구조의 선율에 서정적이고 또 격정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명곡이 됐다. 부르다보면 가슴이 벅차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나는 아직도 가끔 군가를 부른다. 특히 중요한 일을 앞뒀을 때, 이를테면 소개팅 가는 차 안에서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멸공의 횃불’이라든가 “높은 산 깊은 물을 박차고 나가는 사나이 진군에는 밤낮이 없다…” ‘진군가’를 목 터져라 부르면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면서 남성성이 극대화된다. 그러면 자신감이 생겨 말도 잘하고, 상대에게 당당한 인상을 준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삶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도 모르게 군가를 흥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군대에서 군가 부르는 게 유쾌할 리는 없지만, 그마저도 멜로디가 후지거나 노랫말이 저질이면 정말 부르기 싫다. 군가는 병사들의 사기와 연대감을 고양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부르는 노래다. 때문에 역동적인 4박자 행진곡풍이 대부분이다. ‘푸른 소나무’, ‘조국이 있다’, ‘육군가’ 등이 명곡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영결식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벌겋게 물든 눈을 섬광처럼 번뜩이며 ‘나가자 해병대’를 합창하는 장면은 피를 끓게 했다.최근 육군이 신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육군, We 육군’이다. 이 곡은 현재 복무중인 장병들에게 부끄러운 ‘흑역사’를 생성해줄 가능성이 높다. 뜬금없이 영어를 넣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노랫말은 더 해괴하다. “육군 아미타이거 육군 육군 육군 Go Warrior Go Victory 육군 육군 육군(…) 워리어 플랫폼 최강의 전사 AI 드론봇 전우와 함께…” 이게 대한민국 육군 군가인지 ‘파워레인저’나 ‘후레쉬맨’ 따위 아동용 액션 영화 주제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가사도 그렇지만 행진곡과는 거리가 먼, 쉼표와 셋잇단음표가 자주 등장하는 지루하고 난해한 멜로디도 괴이하다. 태평소와 꽹과리를 넣은 국악풍 멜로디에 Warrior, Victory 같은 영어 가사가 얹어져 부조화를 이뤘다. 따라 부르기도 어렵고, 따라 부르고 싶지도 않다. 군가는 부르면 기운이 나야 하거늘 ‘육군, We 육군’은 한 소절 부르자마자 자괴감이 밀려온다. 네티즌들은 “있던 애국심도 사라진다”, “전시에 부르면 총 맞아 죽기 전에 웃겨 죽겠다”라며 혹평 일색이다.지난달 22일 육군 최고 지휘부 회의에서 남영신 참모총장은 “새 군가를 기도문처럼 암기하고, 부대마다 가창 점검을 해 잘하는 부대에 포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장병들은 이 노래를 입이 닳도록 불러야만 한다. 배식은 부실하고, 코로나19 대응도 엉성한 마당에 창피한 노래까지 불러야 하는 장병들이 불쌍하다. 사기 떨어지는 소리가 철책을 넘어갈까 걱정이다.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3사관학교에서 장교 임관훈련을 받을 때, 음악을 전공한 동기 김경록 군이 작곡하고 내가 작사한 ‘9중대가’는 힘찬 4박자 행진곡이었다. “우리들 가슴속 불꽃은 팔월의 태양보다 뜨겁고 우리들 외치는 함성은 폭풍 속 천둥보다 우렁차. 폼생폼사 최강 9중대! 날개를 펼쳐라. 너와 난 혼자가 아니야. 우린 영원히 함께야. 폼생폼사 최강 9중대! 더 크게 외쳐라. 우린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나가자 최강 9중대. 강하자 최강 9중대!” 일개 사관후보생 둘이 만든 이 군가를 모든 중대원이 즐겨 불렀다. 부르면 전우애가 솟았다. 국방부는 저작권료를 내고 정식 군가로 채택하는 게 어떨까. ‘9중대’를 ‘해병대’라든가 ‘수색대’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육군 아미타이거”보다는 훨씬 낫고, 박목월이 작사한 ‘전우’에 이어 또 한 곡 시인의 명군가가 될지 모른다.

2021-05-17

보고 듣고 만지는 요즘 장난감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팝잇 푸시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팝잇 푸시팝은 실리콘 틀 위의 튀어나온 반구를 손가락으로 눌러 반복적인 동작을 하며 즐기는 손 장난감이다. 외형 또한 실리콘 얼음 틀 같은 단순한 모양인 데다 누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놀이 기능도 없음에도 힘을 주어 구멍을 누르는 촉감과 소리는 특유의 쾌감과 묘한 중독성을 이끌어 낸다. 멍하니 포장용 에어캡을 터뜨린다거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손바닥 안에서 호두 알을 굴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팝잇 푸시팝은 색깔이나 모양, 크기도 다양하다. 휴대하여 플레이 할 수 있는 미니 버전부터, 가방에 달 수 있는 열쇠고리 버전, 기존 사이즈보다 2~3배의 몸집을 자랑하는 빅 버전도 있다. 구매처도 학교 근처 완구점이나 인터넷 문구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천 원에서 만원 안쪽으로 저렴하다.현재 팝잇 푸시팝은 유명 인터넷 문구 쇼핑몰에서 전체 장난감 베스트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라니 말 다 했다. 유튜브에선 팝잇 푸시팝으로 재밌게 노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의 조회 수가 272만 회가 넘을 정도다. 여기에 단순 구매 후기나 플레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선이나 종이박스, 물감을 이용해서 직접 만들어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 팝잇 푸시팝을 직접 DIY 해서 만드는 영상은 조회 수 250만 회를 자랑한다.이런 종류의 장난감을 ‘피젯 토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피젯 토이는 성인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피젯 토이는 fidget(꼼지락거리다)+toy(장난감)의 합성어로 손장난하는 장난감을 뜻한다. 단순 행동 반복으로 인해 안정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인데, 그도 그럴 것이 피젯 토이는 처음 1990년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위해 만들어졌다. 한 자리에 앉아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ADHD 환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손가락으로 튕기면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조이스틱을 돌리거나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워 돌리는 피젯 링, 말랑한 재질의 스트레스 볼 등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피젯 큐브는 주사위 모양으로, 볼펜의 딸깍 소리가 나는 버튼이나 돌릴 수 있는 롤러, 조이스틱, 회전판, 스위치 등이 각 면에 달려 있다. 이걸 무의식적으로 반복 행동하며 일정 클릭음에 안정감을 느끼고, 정교하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며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피젯펜은 공부하거나 회의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펜을 돌리거나 손을 끊임없이 만지고 움직이는 등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펜 전체를 구부리거나 뚜껑에 달린 동그란 볼을 떼는 등 손을 계속해서 움직이는 동안 창의적인 생각을 고안해낼 수 있다고 한다.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심지어 antsy labs에서 나오는 피젯 큐브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 피젯 토이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페이크 제품이 만들어졌는데, 국내 또한 페이크 제품을 파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정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해외 배송이나 중고 거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빠르게 품절 되어 쉽지 않다.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집중하기까지 힘겨운 사람, 손톱을 자주 깨물거나 입술을 뜯는 사람, 정적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피젯 토이는 단순한 장난감만은 아닐 것이다. 직접적인 촉감과 소리로 인해 스트레스와 강박을 풀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며, 스마트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소하고도 새로운 재미가 되어준다. 피젯 토이는 처음 초중고 학생을 위주로 유행했지만 나아가 취업준비생, 수험생, 회사원들의 인기 장난감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의 자리에서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괴로움 등 누군가의 삶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1-05-17

행복의 메아리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산에는 메아리가 산다. 골이 깊거나 뫼가 높으면 메아리가 더 많이 울린다. 산림이 울창할수록 메아리가 더욱 짙푸르고 계곡물이 맑을수록 메아리가 한결 청아하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잎새 소리도 어쩌면 산의 울림, 자연의 메아리가 아닐까 싶다. 자연은 시시때때 빛깔과 향기로 무언의 형체를 드러내고 소리와 울림으로 묵언의 수행을 일삼는 듯하다. 메아리를 머금은 산은 천년만년 무덤덤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만물의 변화무쌍함을 품으며 내밀한 울림으로 웅숭깊음을 채워가고 있다.사람에게는 행복의 메아리가 있다. 감사와 기쁨과 만족에서 비롯되는 행복의 메아리는 늘 가까운 곳에서 피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행복의 메아리를 듣거나 울리지 못하고 엄벙덤벙 살아가는 듯하다. 작은 만족이나 배려와 존중, 이해와 공감, 도덕과 윤리, 사유와 교감, 역할과 기여, 노력과 성취 등 행복의 원천은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듣거나 느끼고 만들어가는데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색하기만 한 것 같다. 자연과 멀어져서 부자연스러움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행복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모든 일들은 마음먹기에 달렸듯이,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생각이 결정되고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같은 일이나 현상을 두고도 생각이나 관점에 따라 인지하고 판단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은 각자의 마음자리나 마음씀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一切唯心造)는 말처럼, 행복이나 불행도 결국 자신의 마음자락에서 결정되고 생겨나는 것이다.즉 마음의 밭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행복을 가꾸고 환희로 키워내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코로나19의 터널이 행복의 메아리를 멎게 한지 2년째, 언제 끝날지도 모를 환난에 여전히 일상을 잠식 당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메말라가는 코로나블루에 단비 같은 백신접종이 시작된지 수개월 째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각자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마음 챙김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마음 챙김’이란 현실에 처해진 자기연민으로 마음을 다잡아 어렵고 불편하고 힘겨움에도 차분하고 신중하게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여 긍정과 능동의 마음근육을 키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고통과 괴로움을 구분하여 참고 줄일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로 희망을 싹틔워 활로를 모색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평온한 마음과 자기확신의 샘에서 행복의 물방울이 샘솟아 날 수 있다. 조급하고 불안함, 시기나 짜증에서는 살핌의 여유도 챙김의 따스함도 스미기 어렵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밝은 표정과 따뜻한 말 한 마디, 진심 어린 가슴과 다정한 손길로 다독이고 격려하는 마음결에서 행복의 여울이 잔잔하게 흐를 것이다.산에 옷을 입히듯 나무를 심고 가꾸면 메아리가 살아나듯이, 사람에게도 긍정과 배려의 몸짓, 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켜켜이 쌓아가면 속속들이 행복의 메아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행복도 결국은 자신이 하기에 달린 미지의 선물꾸러미다.

2021-05-17

부부로 사는 참인생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부부(夫婦)란 결혼한 남녀로 남편과 아내를 말한다. 순수한 한국어로 가시버시라는 말로 부부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따뜻한 마음, 진실한 마음, 아껴 주는 마음, 서로 보듬어주고, 나에게만 잘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 좋은 음식을 당신 앞으로 밀어 놓는 것, 이것이 부부이다. 부부로 살다 보면 미움, 아픔, 사랑을 함께하는 것이 부부의 정이다.부부 사이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 필자도 지금보다 젊은 시절에 부부 싸움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필자보다 아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면서 부부 싸움은 없다. 그래서 아내와 일상생활 중에 규칙적으로 같이 하는 취미활동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함께 걷는 운동을 한다. 전국 지도를 펼쳐 놓고 함께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아 걷고 온다. 너무 행복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아주 작은 것 핫도그를 먹고 온다. 작은 행복은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너무 심각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유머있게 대처하고 건강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내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공감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한다. 역지사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욕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도 필요하다.부부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을 담아 이날이 지정되었다. 세계 최초로 경남 창원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 되어서 2003년 민간단체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되면서 2007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둘이 만나 하나처럼 산다고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아직 부부의 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부부의 날을 통해 배우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앞으로도 건강한 가족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갈등은 사소한 데서 연유한다. 사소한 말투나 행동을 통해 사이가 틀어지는 부부는 상호 배려를 통해 풀어나가는 게 좋다. 함께 서로 사랑하는 날 사랑하는 부부가 되자.요즘은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 하나처럼 사는 방법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체적인 각자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상호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존중하고 사는 것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여인처럼, 때로는 부부처럼, 때로는 절친처럼 살아가는 새로운 부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답은 없다. 존중하고 신뢰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이번 5월 21일 부부의 날은 아주 작은 것 하나씩 원하는 것을 들어 주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퇴근할 때 언제 집에 들어가는지 알리는 전화 한 통이 더 좋은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된다. 작은 일이 큰 기쁨을 가지고 온다. 마지막으로 늘 서로를 유혹하는 태도를 가지고 살자. 여보 사랑해요. 부부로 사는 참 인생을 느끼며 살자.

2021-05-17

도지코인 열풍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12월 6일, IBM 출신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다. 도지 코인이란 이름이나 로고는 Shibe doge 밈에서 따왔다.도지 코인은 원래 비트 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난식 화폐다. 그래서 도지코인은 실험성과 재미를 위해서 운영되는 측면이 강했다. 이 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 정책이 무제한이란 점이다. 이에 따라 출시하고 약 2년이 흐른 2015년엔 1천억번째 코인이 발행됐고, 4년이 흐른 2019년도엔 그 규모가 달에 닿을 정도가 됐다. 그렇기에 도지코인의 가격은 매우 낮게 책정됐다. 일례로 대다수의 암호화폐가 거품이 꺼지고, 유일하게 30일 동안 가격이 160%나 오른 2018년 하반기에 5원, 2년이 지난 2020년 1월엔 약 3원으로 거래됐다.도지코인의 가치가 껑충 뛰어오른 것은 일론 머스크의 발언 때문이다. 올 4월초까지만 해도 100원도 안됐던 도지코인이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에 힘을 실어주는 말을 계속하자 800원까지 올랐다가 방송에서 부정적인 말을 하자 400원대로 추락했고, 그후 도지 코인을 스페이스X 계획에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700원대로 올랐다가 현재는 600원대에 머물고 있다.국내에 도지코인 열풍이 분 것은 삼성전자에 다니던 사람이 도지코인에 투자해 400억이 넘는 돈을 갑자기 벌면서 퇴사했다는 놀라운 뉴스가 전해지면서부터다.급기야 영끌대출을 해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이들의 소식이 들리고 있다. 가상화폐로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꿈은 도박으로 부자가 되겠다는 얘기다.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욕심은 반드시 화를 부르기 마련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5-17

2030세대의 반란에 응답하라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그것은 반란이었다. 정부 여당의 무능과 실정, 오만과 위선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2030세대의 분노가 4·7 보선에서 무섭게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멘붕’이 된 문재인 정권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청년들의 ‘이유 있는 반란’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세대가 가장 큰 비토(veto)그룹으로 돌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대답은 명쾌하다. 경제정책의 실패로 집값은 폭등했고, 부의 양극화를 구조화시킴으로써 ‘미래세대의 미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딸은 ‘용’을 만들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지르면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에게는 ‘가재·개구리·붕어’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 위선에 참을 수가 없었다. 3포·5포·7포로 좌절된 청춘들을 위해 본질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돈 몇 푼 던져주고 결혼과 출산을 지원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미래에 희망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것이 아닌가?이처럼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권에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청년들은 ‘고위험·고수익’의 주식과 가상화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춘들이 ‘폭탄 돌리기’와 같이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투기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도박판에 ‘빚투’하는 이중적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위험한줄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계층 사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항변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군 병영에서도 주식·코인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니 상황이 심각하다.정치권은 2030세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들은 상황과 이슈에 따라서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들이다. 정권이 잘못하면 돌아서는 속도가 부모세대보다 훨씬 빠르다.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현실적으로 판단한다. 사고는 매우 유연할 뿐만 아니라 정치성향도 다양해서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따라서 노회(老獪)한 기득권의 시선으로 이들을 가르치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역사 변화의 추동력은 맑고 깨끗한 청년들에게 있기 때문이다.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할 차례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정부 여당이 진솔하게 응답해야 한다. 그 전제는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다. 이번에도 ‘영혼 없는 반성’으로 넘어가려고 한다면 내년 대선에서는 정권이 넘어가게 될 것이다. 투전판에 뛰어든 청년들을 비난하기 전에 그렇게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미래가 있는 삶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2030은 취업·주거·결혼·육아·교육 등의 문제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3년 사이에 정신과 병원을 찾은 2030이 6배나 급증했다. 이 심각한 고통에 ‘포퓰리즘 진통제’ 처방을 해서는 안 되며,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교한 수술법이 시급히 개발, 적용되어야 한다.

2021-05-17

바이오랩 유치에 거는 포항시민의 기대 크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주말(14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만나 ‘K-바이오 랩센트럴(바이오 랩)’이 포항에 들어서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포항은 이미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점을 일일이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포항을 비롯해 대전과 인천, 청주(오송)가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바이오 랩의 후보지 모집공고를 냈다. 바이오 랩은 실험시설, 사무 공간, 네트워킹 등을 제공해 바이오분야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포항시는 이미 지난달 6일부터 ‘바이오 랩 유치 추진위’를 조직해서 조직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시 유치위 출범식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장상길 경북도 과학산업국장을 비롯해 포항지역 의료기관장, RD기관장, 바이오기업 대표 등이 주요위원으로 참석했다. 추진위는 이와함께 정보의 상호 공유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실무추진단도 구성했다. 실무추진단에는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한동대 생명과학연구소, 포항테크노파크,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바이오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유치위나 실무추진단 구성에서 보듯이 포항에는 산·학·연·병원에 걸쳐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포항의 최대강점은 교육이 연구로 연결되고, 연구가 산업으로 발전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넥신 같은 바이오벤처 40여 개가 활기있게 운영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대형 제약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3천억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준공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는 바이오 랩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랩 센트럴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도 할 수 있다. 바이오 랩이 미래도시의 성장동력과 연결돼 있는 만큼 각 지자체들은 현재 치열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 등 외부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입지 선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2021-05-17

동서교통망 구축에 한 목소리 내는 지자체들

지난 14일 경북도 의회와 전라북도 의회는 양 지역을 연결하는 SOC 사업의 조기 건설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에 서명하고 두 지역은 앞으로도 협력과 상생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경북과 전북을 잇는 전주-김천간 철도사업과 전주-무주-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두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그러나 두 SOC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않거나 비용편익분석의 벽을 넘지 못해 국책사업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대구-광주간 달빛내륙철도 사업처럼 경북과 전북을 잇는 동서교통망 역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지 못하고 십수 년을 허송세월하고 있다.같은 날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경북도와 충북, 충남 등 3개도 12개 시군 시장군수와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경북울진-봉화-영주-청주-서산을 잇는 330km 길이의 철로로 3조7천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이날 엄태항 봉화군수는 “봉화군이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SOC 사업뿐”이라고 말했다. 달빛 내륙철도와 전주-김천간 철도사업, 또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등은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의 절박한 숙원사업이 됐다. 숨이 목 턱까지 찬 사업이다.올해 국가사업에 반영되지 않으면 이 사업은 국가 심사기준에서 영원히 멀어질지도 모른다. 인구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마당에 허약해진 지방의 경제구조로서는 비용편익분석의 벽을 넘기란 불가능하다.대구-광주간 달빛내륙철도가 그러했고 김천-전주간 철도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초라한 현실을 정부는 국토균형개발이라는 안목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기존의 잣대로만 저울질한다. 6월 확정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지방의 단체장들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지방의 사정이 더 참을 수 없이 심각해진 탓이다.수도권 일극체제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자꾸 수도권으로 정책을 집중하는 국가사무의 모순에 허탈감만 커진다. 자치단체가 공동 대응에 나서는 시대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2021-05-17

건강힐링도시 문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고윤환문경시장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며 모든 산업을 비대면, 뉴노멀로 변화시켰다. 교육 현장도 비켜갈 수 없었다. 친구들과 등교해서, 책상에 앉아 선생님과 대화하며, 공부하던 학교생활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고, 학교를 마음대로 갈수 없는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격일제, 격주제로 저마다 온라인상에서 선생님을 만나며 각자의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글로벌로 연결되어 있던 세상은 자국 중심으로 변해가고, 재택근무라는 커다란 근무형태의 변화는 대도시 중심의 세상에서 벗어나 지역중심, 그중에서도 일과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적이고 청정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고 자연스레 답답한 도시공간에서 물리적 공간이동이 가능해지며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게 되었다.이러한 변화 속 나와 가족을 보호 할 수 있는 안전하고 청정한 삶이 가능한 곳! 바로 문경이다. 문경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가 전국 평균 대비 1/7 수준이다. 주흘산, 황장산, 조령산, 희양산, 대야산 등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가 맑으며, 오미자, 사과, 약돌돼지, 약돌한우, 표고, 친환경 쌀 등 몸에 좋은 먹거리 또한 풍부하다.문경에서도 조금 시골에 위치한 용흥, 당포, 희양, 농암 초등학교 등 작은 학교들은 청정한 자연 속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이러한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교사와 학생들 간의 깊은 유대와 관심은 자칫 소홀해 지기 쉬운 정서적인 교류를 높일 수 있도록 가슴 따뜻한 소통을 하고 있다.‘예술 감성 올림 프로그램’과 ‘꿈과 끼를 살리기 위해 특화된 방과 후 수업’ 등 학생들의 소질을 개발하고 지원해 줄 다양한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지원으로 시골학교의 장점을 살리면서 명품 교육 도시 다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문경은 코로나이후 교육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아날로그 감성과 첨단 에듀테크의 강점을 활용해 사회나 지자체가 교육을 위한 하나의 큰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고 있다.문경의 친환경 먹거리와 깨끗한 공기는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도시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중요한 장점으로 부각되었고 특히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전국 어디서나 1~2시간대의 일일 생활권이 가능하다.2023년 개통하는 중부내륙철도는 1시간 19분 만에 서울로 진입이 가능한데, 아이들과 건강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부모들이라면 솔깃한 소식이다.이와 관련 문경시는 다양한 전입과 교육 지원을 아낌없이 추진하고 있다. 문경으로 전입 시 전입이사비용과 주택수리비 최대 200만원, 다자녀 가정 장학금 지원 사업으로 초·중·고생은 물론 대학생 까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문경은 귀농귀촌하기 좋은 도시로 귀농·귀촌인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시작부터 정착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빈집을 리모델링해 일정 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제공하며, 집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문경형 건강기능주택 표준설계안을 제공하고, 농업창업의 경우 3억 원 이내, 주택마련(신축)은 7천500만원 이내 지원해 농가주택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더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건강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문경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문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시길 바란다.

2021-05-16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쌤, 우리 아파트에 라일락이 피었어요. 놀러 오세요~.” 동료로 만나 친구로 지내는 E선생님이 보낸 사진과 인사말이었다. 사진을 클릭해서 보니 라일락이 아니라 등꽃이었다. 내가 보기에 등나무꽃처럼 보인다 하니 몇 년을 잘못 알고 있었다며 웃었다. 보랏빛처럼 맑은 사람이다.‘흰눈’이라는 시가 있다. 공광규 시인이 봄꽃을 노래한 것을 그림책 작가 주리가 콜라보로 만나 시를 그림으로 피어나게 했다. 겨울에 내리다 못 다 내린 눈이 매화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못 다 내린 눈이 벚나무, 이팝나무, 아까시, 산딸나무, 쥐똥나무 울타리와 찔레꽃 위에 앉다가 앉다가 더 앉을 곳이 없을 때 할머니 머리에 가만가만 앉는다는 옛날이야기 같은 시이다.봄이 오면 출발선의 첫 테이프를 하얀 꽃들이 끊는다. 그러다 노랑 개나리가 언듯 고개를 내밀다 5월이 오면 분홍색의 물결이 뜰과 산을 덮는다. 아버님 뜰에는 내가 시집오기 전에 옆집에서 한 뿌리 얻어다 심은 산작약이 뭉싯거리고, 담장마다 얼굴을 내민 미스킴라일락의 볼이 발그레하다.요며칠 등꽃이 피는 계절이라 집 근처 초등학교 마당을 찾아다녔다. 운동장 둘레 콘크리트 벤치에 꽃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는 대개 등나무이다. 수도산 밑에 자리한 포항초등학교의 등꽃은 막 피기 시작했던 날인지 향기가 수도산 등산로까지 따라오더니, 항구초등학교의 넝쿨은 만개해서인지 그 아래에 서 있어도 그닥 많은 향이 나지 않았다. 대신 풍성한 송이들이 바닷바람에 종소리를 보라보라하게 들려 주었다.영주로 출장 가는 길, 영덕에서 시작되는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으레 그렇듯이 산을 깎아 길을 낸 도로다. 그 길을 따라 온통 연보라 꽃등이 내걸렸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등꽃향이 밀려오는 기분이다. 연보라 꽃등 행렬은 영주에 내려설 때까지 이어진다. 저 많은 등나무를 일부러 심었을라나, 산속에 자생하는 것일까? 고속도로가 깊은 산과 산을 뚫고 다리를 놓아 지나가게 해놓았으니 길이 생기기 전부터 토박이로 살던 등나무였을 것이다. 등나무는 아파트 벤치 위에나 학교 교정에만 있는 뜰 안에 꽃인 줄 알았는데, 딱 등꽃의 계절에 이 길을 지나니 등나무의 고향이 산이었단 걸 깨닫는다.영광여중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네를 산책했다. 오래전 영주역이 있던 자리여서인지 골목길 담벼락에 기차 그림과 80년 역사가 그대로 덧입혀진 관사가 아직 기적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영광중학교 운동장에 점심 먹은 배를 꺼치는 소년들의 소란함이 가득했다. 교훈이 크게 보여 읽으며 지나다 보니 운동장 한구석에 보라빛 그늘이 한들거렸다. 등나무 벤치였다. 멋진 그늘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달콤한 향기로 손을 흔들어도, 자신들이 더 빛나는 꽃이라는 듯한 녀석도 등꽃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나가는 과객인 나라도 얼른 사진을 찍어주어 등나무의 절정을 기록했다.문헌의 기록을 보니 등나무의 나이가 상당하다. 영조 41년(1764년)에 신하들이 걷기가 불편한 임금을 위하여 만년 등이라는 등나무 지팡이를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고려도경’에는 종이가 모두 닥나무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등나무 섬유를 써도 된다고 나와 있어 옛날부터 생활용품으로 많이 쓰였다.경주 현곡면 오류리에는 용등이라는 신기하게 생긴 늙은 등나무 두 그루가 애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신라 때 이 마을에 두 자매가 사모한 청년이 전쟁터에 나가 전사했다는 소문에 얼싸안고 연못에 빠져 죽어 그 넋이 한 나무처럼 서로 엉켜 자라 등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청년은 죽지 않고 돌아와 자매의 사연을 듣고 역시 연못에 몸을 던져서 팽나무로 환생해 서로 얼싸안은 듯 휘감고 수백 년을 자라왔다고 한다.사연을 가득 담은 등나무는 이산 저산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궁궐 안까지 자취를 남겼다며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연보라색으로 환하게 웃는다. 분홍분홍하던 봄이 보랏빛으로 깊어간다. /김순희(수필가)

2021-05-16

부부는 일심동체일까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부부는 일심동체’가 맞는 말일까?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지만, 좀 더 다른 의미에서 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도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우리가 흔히 쓸 때는 ‘부부는 한마음이고 한몸’이라는 뜻이다. 부부는 서로 잘 통하기 때문에 항상 서로 마음을 잘 알아서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상대가 몸이 편안한지 아픈지 등 서로 잘 이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이심전심’이 되는 상태이다.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렇지 못하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우리 부부관계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괜히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 하지 마시고 ‘부부는 일심동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배우자를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항상 배우자를 대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부부관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많은 경우에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이고 ‘동상이몽’인 것이 현실이다.부부는 부모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부부란 완전히 타인끼리 만나서 한 팀을 이룬 것이다. 서로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오히려 ‘이심이체’인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부부가 정말로 ‘일심동체’가 되려면,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실 부부관계에서의 불협화음은 배우자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각자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배우자에게도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직 자기중심으로의 ‘일심동체’를 바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로 진료실에 상담하러 오는 부부들이 있다. 상담하러 온 부부들은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부부싸움의 연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 당연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다름’이 서로에게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이다.또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나?”, “너 만나 고생만 했다”는 등 대개 자신만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 부부 싸움의 원인을 너무나 쉽게 배우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심지어 배우자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배우자의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다. 부부 싸움이나 부부 갈등의 원인은 배우자가 아니라 자신과 배우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신의 공감능력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또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같이 살 수 없다”고 서로를 향해 절규한다. 그런데 사랑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배우자가 나에게 얼마나 맞춰 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배우자를 위해 얼마나 맞춰 주느냐’의 문제이다. ‘배우자가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배우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해주느냐’의 문제이다. 사랑은 내가 배우자에게 받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은 내가 배우자에게 주는 능동적인 것이다.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대화이다.그러나 부부간 마음이 소통되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부상담 후에 많은 부부들이 “집에서는 대화만 하면 싸움이 났었다. 오늘 의사 선생님 앞에서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곤 한다.두 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클수록, 특히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대가 많을수록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된다. 아무리 부부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이해의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그리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예를 들면 취미생활도 같이하려고 노력해보고, 만약에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배우자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상담과정에서 서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미처 배우자의 마음에 대해 깨닫지 못한 점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을 들어올 때는 이혼 직전의 상태이고 원수지간인데, 나갈 때는 잉꼬부부처럼 나간다.통계청의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0만7천건, 혼인 건수는 21만4천건으로,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은 50%이다. 결혼이 하나의 선택이듯이 이혼도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다.그러나 법원에 가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서로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법원에 가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찾아왔다는 그 자체가 희망이다.진정한 일심동체, 같은 생각 같은 몸을 가진 것처럼 이상적인 부부가 되고 싶으면 자기중심적 사랑에서 벗어나자. 배우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 먼저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진정한 대화를 나누자. 다가오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2021-05-16

창조도시의 조건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창조도시(creative city)의 개념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문가는 물론이고 정치가와 행정가에게도 여전히 창조도시는 화두(話頭)이다. 그만큼 도시와 지역발전을 논의할 때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key word)이기 때문이다.창조도시의 개념을 창조계층(creative class)의 개념과 접목시켜 설명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도시학자인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창조적 사고를 실천하는 계층을 창조계층이라 명명하고, 이들이 창조도시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특히 그는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3T(talent, technology, tolerance)가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관용 혹은 포용력(tolerance)이 함께 있어야 창조적 사고를 하는 창조계층이 도시와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창조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이제 산업생산체계를 잠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값싸고 부지런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산업은 이미 쇠퇴한지 오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업종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에 근간을 두고 있는 포드주의(Fordism) 산업생산체계는 쇠퇴한지 오래고,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에 근간을 둔 포스트 포드주의(Post Fordism) 산업생산체계가 많은 업종에서 도입됐다.이러한 산업생산체계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인재의 덕목은 역시 창조성이다.리차드 플로리다가 도시와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요소로 본 3T 가운데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관용 혹은 포용력이다.창조계층의 구성원인 창조적 인재는 도시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문화, 쾌적성(amenity)을 중시하며, 그들의 창조성이 편안하고 쾌적한 일상생활과 결합이 가능한 도시나 지역에서 정착하길 원한다.결국 리차드 플로리다가 얘기하는 3T는 상호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것이고, 그 핵심은 관용 혹은 포용력이라고 볼 수 있다. 관용 혹은 포용력은 문화적 다양성과 함께 종교와 정치적 다양성도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생활양식과 공동체가 공존하고, 이들 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이제 세계적인 창조도시의 집합체로 볼 수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어떤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캘리포니아 주의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 있는 명문 스탠포드대학교와 버클리대학교와의 산학협력에 힘입어 성장했다.실리콘밸리는 원래 양질의 포도주 생산지였지만, 이들 두 명문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전자·정보통신·컴퓨터 산업 등을 육성하고 유치해 세계적인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게다가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둥지가 됐다.실리콘밸리의 가장 원천적인 경쟁력은 날씨와 주변 환경에 있다. 태평양 연안에 있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사계절이 모두 따뜻한 것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높지 않은 기후적 특성이 큰 장점이다.이런 기후적 특성과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환경적 특성(amenity)으로 인해 고급 인력들이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지역에 와서 살려고 하는 원초적 욕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지역이 갖고 있는 자유분방한 지역적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성장에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1960년대 중반 기존의 물질문명과 가치관, 제도, 사회적 관습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감 등을 주장하며 자유로운 생활양식을 추구했던 히피(hippie)가 최초로 출현한 곳이며,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 반전(反戰)운동이 시작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 마약규제 등 각종 규제가 가장 느슨한 곳이기도 하다. 리차드 플로리다는 창조도시의 조건으로 관용 혹은 포용력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함으로써 창조적 사고를 하는 창조계층이 정착할 수 있는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그는 도시와 지역발전의 핵심전략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인적 환경(people climate)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단선적 사고와 행동, 지나치게 보수적인 지역분위기만으로는 대구·경북이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이제 우리의 산업구조도 지식산업과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고 문화적 다양성을 고양하는데 정치가, 행정가, 그리고 시도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2021-05-16

개방형 직위로 뽑은 구미시 경제기획국장, 이대로 괜찮을까

김락현 경북부구미시가 최초로 4급 국장직을 개방형직위로 공모해 뽑은 경제기획국장에 대한 평가가 냉혹하기 그지없다.구미시는 경제기획국장을 개방형직위로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6월 선발 공모를 냈다. 이에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찬성하는 측은 공무원이 아닌 경제 실무를 아는 외부 인사가 국장직을 맡게 되면 기업 유치나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산단 조성과 산단 대개조 사업 등의 주요현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고, 반대하는 측은 경제기획국은 경제 분야 외에도 기획, 예산 등 행정적인 업무도 담당하고 있어 외부인사가 맡을 경우 행정의 연속성과 책임성 결여, 조정력 부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찬반양론에도 구미시는 2차례의 공고를 거쳐 지난해 10월 12일 양기철씨를 경제기획국장을 임명했다. 임기는 2년이다.7개월이 지난 현재 구미시가 4급 경제기획국장을 개방형직위로 공모한 것에 대한 평가는 실패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지난해 12월 14일 제245회 구미시의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장미경 시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양기철 국장의 국적이 캐나다이기 때문일까.솔직히 국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시 구미시의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양 국장은 시의원들의 질문에 대부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임명이 된지 불과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구미시 행정 전반을 파악한다는 것을 불가능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그럼에도 양 국장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지는 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이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구미시가 당초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4급 국장직을 개방형직위로 공모한 이유는 바로 스마트산단, 산단대개조, LG상생형일자리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양 국장은 7개월 동안 이 사업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오는 6월 초 진행 될 구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양 국장이 그동안 구미시의 주요 현안 사업과 관련해 어떠한 일을 했는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만약 개방형직위에 걸맞지 않은 성과를 보였거나, 혹은 당초 공모한 이유와 전혀 다른 사업만을 진행했다면 그 책임을 스스로 져야할 것이다.장미경 시의원을 말을 빌려 말을 하자면 구미시는 국장 견습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kimrh@kbmaeil.com

2021-05-16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유머의 장’이 돼야 한다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서로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장파들이 대거 합류한 당권주자들 간의 신경전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가 얽히면서 막말 퍼레이드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 이에 당내 중진(5선)인 정진석 의원이 지난 13일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 복당을 요구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발언이 거칠다면서 “막말 정당 프레임을 다시 뒤집어쓸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SNS에서 “당의 중진 의원을 아저씨로 불러선 안 된다. 우리 당의 많은 분이 영입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육우, 수입산 소고기로 비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홍 의원을 향해서도 “거센 말 제발 거둬 달라. 검찰총장 지낸 이를 조폭 리더십이라고 하면, 홍 대표님이 몸담았던 대한민국 검찰이 조폭인가”라고 되물었다.정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품격을 떨어뜨리는 독설과 막말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올해 초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사면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고 발언했던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공업용 미싱’을 선물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그 며칠 뒤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향해 ‘후궁’ 발언을 해 후폭풍이 거셌다.막말을 이용한 ‘노이즈마케팅’이 정치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됐다. 국민들 눈에는 소영웅주의로 비칠 뿐이다. 최근 국민의힘 당내에서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친 언사들은 당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자해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외연확장을 위해 대화합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말 퍼레이드를 여기서 그쳐야 한다. 대신 품격이 있는 언사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의 유머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시대정신을 담은 유머러스한 말 한 마디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막말 경연장과 다름없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어느 국민이 귀를 기울이겠나.

2021-05-16

공공기관 이전, 대통령 임기 내 추진돼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 현 정부안에서 반드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항간의 추측을 부인하면서 “대통령 임기 내 추진할 것”을 명확히 했다.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민주당 21대 총선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선포식에서“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그해 9월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것”을 선포하기도 했다.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의지에도 정부는 이와 관련, 그동안 그 어떤 내용도 구체화 한 적이 없다. 여당은 선거 때가 되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약속하곤 했지만 말뿐이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공공기관 이전에 공감하지만 대통령 임기 내 실행은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선거용으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자 이번에도 국정 분위기 반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밝힌 임기 내 이전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듯해 실천 여부가 관심이다.문 정권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상은 아니었다. 문 정부 출범후 수도권은 더 비대해지고 지방의 낙후도는 날이 갈수록 추락했다. 2019년말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사상 처음으로 제쳐 인구비율 50%를 넘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가까운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구로 조사됐다.수도권은 배불러 터지고 비수도권은 배고파 죽을 지경에 도달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이 밝힌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야말로 여당이 할 수 있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최고의 해법이다. 이전기관의 반발이 있다고 하나 노무현 정부 때도 반발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더이상 선거용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지방도 잘 살 권리가 있다는 희망을 꺾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 임기 내 추진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2021-05-16

국민의힘 그릇이 이렇게 작나

심충택논설위원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서울과 대구에서 잇달아 가진 국민의힘 복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나의 복당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국민의힘 지지층 65%이상이 찬성한다”며 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6월 11일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그의 복당문제에 대해 선뜻 결론을 낼 것 같지 않다.전당대회가 임박하자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는 주자들 중 홍 의원의 열성지지층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복당을 지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들은 대구·경북을 비롯해 주로 영남권에서 광범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홍 의원과 우호전선을 구축할 경우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측은 강성이미지를 가진 홍 의원에 대한 반감을 가진 당내 세력이 상당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것이다.대체로 국민의힘 중진들은 그가 당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SNS를 통해 “홍 의원은 오랫동안 당을 위해 헌신한 분이다. 복당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주호영 의원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남북통일도 국민통합도 하자는 정당이다.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 복당에 대해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는 측은 주로 소장파 당권주자들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호남출신 김웅 의원은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남당’, ‘꼰대당’이라는 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세대교체를 원하는 초선의원들의 표를 얻으려는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어쨌든 소장파 당권주자들의 거침없는 공세는 홍 의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초선의원들의 거부감부터 극복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이후 초선의원들과 소장파 당원들의 역동성이 커지면서 당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낡은 정당’이라는 색채를 지우기 위해서는 2030세대가 참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당 안에서 커져야 한다. 홍 의원도 최근까지 젊은 의원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개별적인 만남을 꾸준히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홍 의원이 명심해야 할 것은 젊은 정치인들이 다소 거친 언사를 쓰더라도 맞상대를 해서 막말을 해선 곤란하다. 너그럽게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중진답게 당에 헌신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인상을 후배 정치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맞다.국민의힘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포용력을 가지고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할 때다.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개개인의 이해타산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의 복당을 저울질하는 것은 편협한 행위다. 국민의힘 내에서 특정인이나 특정지역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올 경우 당의 기반인 대구·경북 민심부터 돌아설 수 있다.

2021-05-16

노련함과 패기의 대결

‘노련하다’는 많은 경험으로 하는 일이 익숙하고 능란하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에는 연숙(鍊熟)하다와 동의어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역시 경험과 숙련의 의미를 포함한다. 노련미(老鍊味)란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능수능란한 멋을 일컫는 말이다. 노련은 어떤 일에 상당한 경력이 쌓여 위엄이 생긴 관록과도 비슷한 말이고 프랑스어의 베테랑과도 비슷하다. 백전노장(百戰老將)은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는 뜻이다.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 했다. 그 말의 뉘앙스는 백전노장의 노하우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는 뜻이 함축된 것이다.‘패기’란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굳센 기상을 표현한 말이다. 나이가 젊은이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패기만만(覇氣滿滿)하다는 패기로 가득찬 모습을 일컫는다. 이순신 장군은 “지금 우리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으니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말로 부하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패기란 용기와 같아 이처럼 뜻밖의 무서운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노련함이냐 패기냐 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민의 힘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신구 세대 간 경쟁이 주목받고 있다. 초선의원 중심으로 당 혁신을 위한 당 대표 세대교체 주장이 거세다. 신진세력 다수가 당권 도전에 나서 관록의 중진과 맞장을 뜨는 형국이다. 다선의원의 실패한 경험으론 당 쇄신을 이룰 수 없다는 목소리다. 초선의원의 도전에 중진의원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계파와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관례에서 벗어난 초선의원의 당권 도전은 신선한 느낌이 있어 좋다. 그러나 국민은 경륜과 신예의 대결보다는 시대적 흐름을 이끌 역량있는 정치인의 등장을 더 희망할지도 모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5-16

‘스승의 날’ 생각

윤영대수필가스승의 날 40회째 기념행사를 충남 강경고에서 한다기에 ‘50년은 넘을 텐데?’ 하고 보니, 1963년 충남 강경여중고등에서 ‘은사의 날’로 시작한 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졌고 그동안 스승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며 감사해왔는데 73년 국민교육헌장선포로 묶였다가 82년에 ‘옛 스승 찾아뵙기’ 행사로 부활했다고 한다.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사제 간의 존경과 사랑 속에 참된 학풍을 이어온 스승의 날이 요즈음 여러 가지 사회적 풍토 변화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듯하여 안타깝다.스승의 날 행사는 빨간 카네이션 꽃 한 송이를 작은 선물과 함께 드리면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드리는 소박한 것이었는데 난데없이 김영란법이라는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물은 5만 원 이하이고 카네이션도 학생대표만 전달할 수 있으며 종이로 만든 꽃은 되지만 생화는 피하는 추세란다. 촌지 때문에 이날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 교단에서의 사랑도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참된 인간관계를 엮어가야 하는 교실에서 사회부정의 꼬투리를 잡고 사제 간의 윤리를 어둡게 하며 교권이 추락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참된 학풍을 이어가겠는가.‘스승’은 인간의 도리와 이치를 가르쳐서 좋은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다. 또 옛날에는 참으로 인격과 학식이 높고 덕업이 있는 사람을 ‘선생’이라 일컬었으며 임금까지도 어렵게 대했던 인격체들이었다. 그러나 선생이라는 호칭이 일제 강점기에 남용되어 현재로 이어지면서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교사’로서 또 ‘~선생’이라는 세속화된 인칭으로 사용됨으로써 우리는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지식을 가르쳐주는 직업인으로 보게 된 것이리라.스승의 날에 대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자긍심이 떨어진다’ 32.4%, ‘부담스럽다’ 26.2%로 부정적이고, ‘자부심을 느낀다’가 겨우 5.8%로써 이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고 싶다는 반응이 81.6%라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주소가 암울하다. 또 제자에게 연락을 꺼리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하니 교직에 있는 모두 스스로를 돌아봐야겠다.그렇다고 해서 그 사명감을 버려서는 안 된다. 전인(全人)을 만들겠다는 교육관과 교육애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교육 의식을 몸소 실천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가르치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는 듯한 ‘교원노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든다. 교육의 한자를 분석해보면 ‘효자가 되라고 등을 두드려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 제자들이 참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그 행위가 과연 노동으로 여겨지는 걸까. ‘선생은 있지만 스승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참스승을 만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꽃 한 송이, 음료수 한 병을 교탁 위에 올려놓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고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주던 제자들이 다시 보고파진다. 기억나는 선생님에게 짧은 손편지라도 전해드리자. 스승이나 제자 모두 사랑과 존경으로 제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2021-05-16

명함전단지와 풀뿌리 민주주의

강길수수필가출근길마다 사무실 입구에서 하는 일이 있다.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지만 벌써 몇 년째다. 명함전단지(名銜傳單紙)를 한쪽 구석으로 모으는 일이다. 보통 네댓 장, 많은 날은 여남은 장이 될 때가 있다.보기 지저분해 처음엔 투덜대며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일일이 주워 사무실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버려진 명함전단지만 줍는 연로한 분들이 생겨났다. 그 후부터 한쪽 구석진 곳으로 모아둔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어떤 날은 손으로 주워 한곳에 모아두거나 어느 날은 발로 툭툭 차 한곳에 모이게 하기도 한다. 점심때 나가면 명함전단지들은 그사이 누가 다 가져가고 없다.어느 날 광고 내용을 한번 보고 싶었다. 모두가 돈을 급전으로 빌려준다는 광고였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도 여전히 급전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널브러진 전단지들이 거리를 너저분하게 하여 보기 좋지 않고 쌓여 부패하면 위생 등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또,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이 일하는 현장이란 것 역시 사실이다. 흔히 하는 말로 제작자, 광고주, 뿌리는 근로자들의 생존권이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약 반 시간 정도 걸어 출근 시간에 명함전단지를 뿌리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은 위험이 따르는 이 도로 저 도로 가릴 것 없이 내달리며 명함전단지를 뿌렸다. 한 손은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명함전단지를 건물 쪽으로 화살처럼 쏘아대며 달렸다. 꼭 자동기계의 동작 같았다.어떤 날 걷는 내 얼굴 앞으로 휙 소리를 내며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명함전단지를 만나 움찔 놀라기도 했다. 순간 한 손으로 어떻게 던지기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갈까 감탄하는 마음이 들다가 이내 ‘무질서의 현장’이란 생각이 밀려들었다. 또, 작은 마케팅 폭력으로 보이기도 하였다.우리 국민은 소위 생존권이란 명분으로 공공질서가 유린 되고 묵인되는 현상을 사회에서 많이 겪으며 살고 있다. 개인의 생존권은 과연 공동체의 질서에 해를 끼쳐도 되는 것일까. 개인이 없으면 공동체도 없다. 역설적으로 공동체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 가야 할까. 이 문제는 유사 이래 줄곧 인류사회가 직면하고 또, 나름대로 해결하며 살아왔다.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지방자치제도의 꽃이랄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되는 것일까. 올곧은 국가 사회는 하늘이 내리는 것도, 다른 나라가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또, 슬로건이나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닐 터다. 풀뿌리의 주인인 주민들과 그 대표들, 공공기관, 여러 시민모임의 구성원들이 말 그대로 풀뿌리처럼 낮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사회의 낮고 구석진 곳들을 잘 살펴 고칠 것은 고쳐 나아가고 지속할 것은 이어나가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명함전단지만 하더라도 위험할 뿐 아니라 거리를 지저분하게 하는 오토바이 뿌리기 대신 방문 전달로 바꾸어 가는 지혜를 사업주와 지역 의회 등 지역사회가 협동하여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길일 테니까.

2021-05-16

여당이 패한 이유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가 4·7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내주는 참패를 한 원인이 뭘까.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친구들 몇명만 모이면 단골로 나오는 술안주였다. 여야는 물론 사람마다 다른 이유를 드는 바람에 정답을 알 길 없어 답답하던 차였다. 지난 11일 이 질문의 답변으로 가장 정답에 가까울 법한 내용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최근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보고서에서 여당의 참패원인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보고서엔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재보선에서 지지를 철회한 이들이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현 정권의 위선”, “그들만의 리그” 등을 꼬집는 반응이 나왔고, 부동산 문제, LH 사태에 대해선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는 좌절감을 토로한 의견이 이유로 제시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20·30대 여성 유권자들이 이탈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 대해 큰소리치며 약속한 일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신뢰를 잃은 결과다.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아직 꿈을 깨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청와대는 당초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은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3명을 모두 임명강행하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연설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 이유를 하나하나 들며 청문회 제도 자체의 개선을 요구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국민정서와는 맞지않는 발언이었다. 보다못해 민주당 송영길 대표부터 초선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그제야 당청갈등이 조기레임덕으로 이어질 걸 우려해 3인의 거취 문제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듯 싶다. 국민여론도 나쁘다.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물은 결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57.5%, ‘임명해야 한다’는 30.5%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도 친문 강성파 의원들은“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최소 1명은 낙마시켜야 한다는 건 명분이 약하다”고 임명강행을 주문했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점잖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표현으로 나무랐다. 그는 “누가 봐도 장관으로 부적격자인 분들을 꼭 장관으로 임명해야겠나. 대통령의 오기와 불통정치를 보면서 분노를 넘어 이제 지쳤다”면서 “국민을 이기는 국가지도자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호를 띄운 민심이 그 배를 엎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결국 청와대는 박준영 해수부 장관후보자를 자진사퇴시키는 수순으로 이번 인사청문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모양이다. 여당이 패한 이유를 아무리 잘 분석하면 뭘 하나. 분위기 파악 못한 채 민심의 큰 파도에 맞서는 형국이 되어서야 말짱 헛일이다.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자신이 약속한 공직배제원칙을 까맣게 잊은 듯 행동한다. 여당이 패한 이유는 아직도 유효하다.

2021-05-13

정부 공급 공공주택, 대구권 시장 혼란 없어야

사업성이 부족해 자력개발이 어려웠던 대구지역 두 곳이 정부 주도의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국토교통부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3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대구시 남구 봉덕동 미군부대 캠프조지 남쪽 10만2천여㎡와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15만9천여㎡를 선정했다. 이곳은 공공재개발을 통해 모두 6천700여세대 규모 고층아파트 단지로 개발한다. 정부 주도의 공공주택복합사업이 지방에서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두 차례 걸쳐 공공주택개발이 진행됐으나 모두 서울에서 이뤄졌다.정부의 2.4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실시되는 공공주택복합사업은 대도시의 주택공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사업이다. 대상지는 노후주택 밀집지역이나 사업성이 부족해 민간개발이 어려웠던 곳을 골라 선정한다.그러나 국토부가 시행하는 이 사업은 아직까지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본격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사업에 대해 지역 부동산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력개발이 어려운 노후된 주거밀집지역을 개발하면서 생기는 도심개발 촉진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공급과잉 상태인 대구지역 주택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일부 부동산업계는 “수도권은 공급이 부족하지만 대구권은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공공주택개발 사업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서울에 시행되는 공공주택복합사업도 전체 34곳 가운데 10% 이상 주민동의를 얻은 곳은 6곳에 불과하다. 예상보다 사업 진행이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시장의 반응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는 서울과 사정이 또 다르다. 지금 대구지역은 주택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부동산시장 경기위축이 공공주택 개발사업 위축으로 연결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이번 사업이 2.4부동산 대책의 실적을 쌓는 사업으로 비쳐선 안 된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주택 공급이 지방 주택시장의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은 지나친 폭등과 폭락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2021-05-13

TK 정치권 ‘영남당배제’ 논란에 주눅들었나

국민의힘 소속 초선의원들이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거 당권도전에 나섰지만 대구·경북(TK) 의원들은 방관모드에 들어갔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최고위원 선거에 적극 나서는 의원도 없다. ‘영남당’ 논란에 대해서도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어 수도권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영남당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현재 TK 의원 중에는 당 지도부 선거에 주 의원 외에는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재선급 이상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의원들도 모두 출마를 접었다. 3선의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을 비롯해 추경호(대구 달성)·김정재(포항 북) 의원은 전당대회 준비위 또는 선대위 부위원장과 선대위원으로 차출됨에 따라 사실상 출마가 불가능하다. 3선의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임이자(상주·문경) 의원은 차기 경북도당위원장을 노리고 있고, 현재 경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만희(영천·청도) 의원과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 역시 최고위원 도전 의사가 없다.이 지역 정치권이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영남당 이미지를 지우려는 당내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지만, 큰 실익이 없다는 손익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지도부는 대선승패와 직결되는 상황이어서 구태여 몇 개월짜리 최고위원에 정치생명을 걸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국민의힘 내에서는 김웅 의원에 이어 초선의원들이 대거 당권 도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당에 활력을 주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윤희숙(서울 서초갑) 의원은 “당의 쇄신을 위해 초선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변분들의 권유에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했다. MBC앵커와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경기 분당갑) 의원도 출마를 검토중이다. 이처럼 수도권 초선의원들도 대거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힘 지지기반인 TK출신 의원들이 대부분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2021-05-13

중국의 산아제한 철폐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인 중국에서 최근 인구절벽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발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총 인구가 14억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그러나 최근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천만명으로 14억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인구 증가율은 0.53%에 그쳐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최근 중국 내 관영매체 등도 2022년부터 중국 내 실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 보도해 인구 대국 중국도 드디어 인구감소가 국가적 이슈로 등장할 기세다. 중국은 2016년부터 두 자녀 정책을 허용했으나 인구증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자녀 양육문제는 우리와 비슷하다. 부동산값, 교육비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두 자녀 정책을 풀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의 노동인구 비율이 역전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산아제한 제도를 즉시 철폐하지 않는다면 인구감소는 물론 고령화와 더불어 경제적 후퇴도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중국의 인구감소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세계국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동안 인구에 의해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이른바 인구보너스 효과를 누렸으나 이제 더이상 보너스 효과를 기대키 어렵다는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자리를 인도에게 내줄 날도 멀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인구가 곧 경제력이다. 인구절벽 위기에 대처하는 중국이 산아제한 철폐라는 극한 처방까지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5-13

자격부터 갖추라고 말해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중요할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4·27 선언 3주년을 맞아 “북한과 다시 대화할 시간”이라고 했다. 회견을 할 때마다 “평화를 위한 협의를 하자. 다시 시작하자”라고 외친다. 문제는 그들이 대화를 할 자격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어떤 욕을 퍼부어도 웃는 낯으로 “우리 잘 사귀어 봅시다”라고 말한다.북한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 믿고 있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북한이 싫어하니 거론하지 말자고 한다.한 깡패 같은 친구가 힘이 없는 친구를 매일 괴롭힌다. 때리기도 하고 돈을 뺏기도 한다. 힘이 없는 친구는 평화를 위해 돈도 가져다주고 그 깡패 같은 친구가 때려도 참고 웃음을 지으면서 기다린다. 평화가 오길 기다려 본다. 그러나 평화는 오지 않고 괴롭힘은 계속된다.북한과 평화가 가능할까? 우리는 서독이 동독을 대한 태도에서 배워야 한다. 30년 전 서독의 통일 접근법은 달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 정권은 서독에 화폐와 경제 통합을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콜은 이를 거절했다.동독 정권의 정통성 결여를 지적하면서 “민주화부터 먼저 하라”고 압박했다. 동독 독재자들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은 동·서독 양쪽 주민의 동의를 받아 민주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동독 독재 정권은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콜은 이듬해 3월 자유 총선으로 동독에 들어선 민주 정권을 파트너 삼아 그해 10월 통일을 완성했다.우리의 대화 상대는 북한 독재 정권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먼저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국민을 재판 없이 고사포로 쏴 죽이는 정권은 정통성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평화를 외쳐 보아야 돌아오는 건 폭력과 조롱뿐이다. 그들과 헛된 협상에 매달릴 게 아니라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도록 지원해야 한다.그렇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 같은 협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전단을 남한에 보내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전단 살포 금지에 매달리는 것이다.협력은 평화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협력은 열린 사회 간의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상호가 민주화된 정권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어느 날 힘없는 친구가 주머니에 짱돌을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깡패를 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고 힘없는 친구는 크게 다쳤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부터 그 깡패가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끝났다. 그리고 그 깡패는 얌전해 졌다. 그리고 평화가 찾아왔다.북한에게 ‘평화’를 외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강한 힘을 갖추고 그들에게 “자격을 갖추라”고 외쳐야 한다.

2021-05-13

생명예찬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비록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신록의 오월이면 떠올리게 되는 이양하의 ‘신록예찬’ 한 대목이다. 민태원의 ‘청춘예찬’과 함께 교과서에 실리는 바람에 널리 알려진 수필이다. 그렇다. 오월은 온 땅에 신록의 광휘와 함성이 가득한 계절이다. 눈을 돌려 어디를 봐도 길이나 건물 따위 인공구조물을 빼 놓고는 모두가 신록이다. 신생의 신록이 산과 들을 뒤덮고 생기를 뿜어내고 있다. 절망도 좌절도 회한도 비애도 모두 신생의 기운에 묻혀버렸다. 이따금 내리는 빗물과 눈부신 햇빛, 방향을 바꾸어 부는 바람이 신록과 더불어 천지에 가득 생기의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다.높은 산 위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초록 피부에 돋아난 부스럼딱지에 불과하다. 큰 도시라 한들 조금 더 큰 종양일 뿐이다. 그렇듯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란 대부분이 자연이다. 자연생태계야말로 우리 삶의 절대적 조건이고 부와 권세, 명예 따위 인위적인 조건이란 사소한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인위적 조건을 마치 인생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때문에 일희일비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우리나라는 옛날에 비해 엄청나게 경제사정이 좋아졌는데도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고 자살률은 높아졌다는 통계다. 하루 세 끼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던 시절과는 생각이 너무 달라진 것이다. 아마도 자신보다 형편이 더 나은 남들과 비교를 해서 생긴 상대적인 결핍감이나 열등의식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조건에서 비롯되는 행불행이란 대부분 그런 것이다. 목숨이 걸린 절대적인 조건이기보다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들이 훨씬 많다는 말이다.생명을 경시하는 현상도 도처에 불거지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사람의 목숨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행태가 자행된다. 부모형제나 제 자식까지 해치는 일도 적지 않으며 제 목숨을 쉽사리 내던지기도 한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문명 예속적이다. 인류가 만든 문명에 인류가 갇혀버린 형국이다. 루소의 말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세상과 우주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오월은 생명의 계절이다. 생명의 에너지로 충만한 오월의 신록 앞에서는 좌절이나 비관 따위가 침입할 여지가 없다. 우리 생명의 조건 대부분이 자연일진대,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되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오월이다. 천지 가득 폭죽처럼 터지는 생명의 예찬이다.

2021-05-13

바른 선택으로 운명을 바꾸어라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삶에서 우리에게 일어난 외적 사태가 해결하기 힘든 커다란 고통을 야기할 때 우리는 그 사태를 역경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사태가 왜 우리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그 사태로 인한 고통의 이유와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을 때 역경은 우리의 정신을 약화시키고 삶을 파괴하는 ‘삶의 총체적 위기’로 지각된다.사전에서 역경(逆境)은 일이 순조롭지 않아 매우 어렵게 된 처지나 환경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사전적 정의를 통해 역경을 살펴보면, 첫째, 역경은 고통과 결부된 사태로, 고통을 촉발한 사건뿐만 아니라 그 사건으로부터 촉발되어 일어나는 일련의 고통스러운 경험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역경은 순경(順境)의 상대어로 현 사태가 순조롭지 않다는 사고에 근거한다.아프리카에 가면 결혼을 앞둔 처녀들에게 행하는 한가지 행사가 있다고 한다.그것은 많은 처녀들이 옥수수밭에 한고랑씩 맡아 그 고랑에서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 한 개씩을 따는 일인데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를 딴 처녀가 그날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규칙이 있는데 한번 지나친 것은 다시 돌아볼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앞만 보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옥수수 하나만을 따야한다. 한 번 땄으면 도중에 좋은 것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버리고 다시 딸 수도 없었다.그런데 기이한 일은 제일 좋은 옥수수를 따러 들어간 처녀들은 한결같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제일 못나고 형편없는 옥수수를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왜 그럴까?이것이다 싶으면 저 앞에 더 좋은 것이 눈에 띠고, 저거다 싶으면 그 앞에 더 좋아보이는 것이 눈에 띠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고랑에 이르게 되고, 그제서야 비로소 “아까 마음에 드는 것 그냥 그것 다 가지고 나올 걸”하는 마음 때문에 속이 상하고, 할 수 없이 아무 것이나 따가지고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시집갈 처녀들의 마음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교훈하기 위한 행사이다.제나라에 시집갈 딸을 두고 고민하는 아버지가 계셨다. 사윗감 둘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아버지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딸이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버지 무슨 고민을 그리하십니까?”아버지 대답이 “너의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데, 동쪽에 사는 총각은 부자이긴 하지만 인물이 볼품없고, 서쪽에 사는 총각은 인물은 훌륭한데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단다.”고 대답하자, 딸이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동쪽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에 가서 잔다)하면 되지요”라고 하였다.여러분은 어떤 사람을 선택하셨습니까? 아니면 어떤 사람을 선택하시겠습니까?

2021-05-12

영호남의원 의기투합, 달빛철도로 이어지길

지난 11일 대구와 광주지역 국회의원 16명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적 사업인 대구-광주간 달빛내륙철도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지난달 28일 대구와 경남북, 전남북, 광주 등 6개 광역시도지사가 거창에서 만나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데 이어 정치권까지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대구와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해 한목소리를 내기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은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의 청와대 및 국토부 방문 건의에 이어 6개 광역자치단체장의 호소문 발표, 광역의회 의장단 성명발표 등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정치적 의사표시는 모두 다 쏟아냈다.사업비 4조8천억원이 소요되는 달빛내륙철도는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부터 제4차 철도망 구축계획에 이르기까지 매번 의제로 올랐으나 그때마다 배제됐다. 미반영 추가사업으로 4회 연속 지정됐지만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거나 마찬가지여서 20년간 희망고문만 해온 셈이다.정부는 달빛내륙철도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지방의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경제성 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본란에서 여러 번 지적했지만 이 문제만큼은 국토균형발전에서 바라보아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국토균형발전을 크게 표방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국토균형 발전은 고사하고 수도권 독식체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 인구와 일자리, 생산활동 등 주요 경제지표는 수도권이 비수도권 14개 시도를 압도하고 있다.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도 국토균형발전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현실에 대한 무관심이라 밖에 볼 수 없다. 달빛내륙철도는 영호남의 정서적 단절을 해소하고 지역의 광역경제권을 회복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경제성보다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영호남 의원이 지적한대로 선공급을 통한 수요창출의 시각에서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 대통령이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다면 더 좋은 일이다.

2021-05-12

방사능오염수 불안감… 때아닌 소금 사재기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소금 사재기 특수(特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니 충격적이다. 하나로마트 포항점 관계자는 “최근들어 20㎏ 용량의 소금을 사들일만한 시기도 아닌데 매장에 들여놓는 대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기존에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물론 젊은 층과 업체에서도 많이 구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금소비 과열현상이 김장철도 아닌 5월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대구권 이마트 7개점의 소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7% 상승했다. 최근 천일염을 구입했다는 최모(43·포항시 북구 장성동)씨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바닷물로 정제하는 소금이 떠올라 미리 구입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최근 경북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이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얼마 전 본보에 보도됐다. 본지 기자가 현장을 취재한 결과, 고객들이 해산물을 가리키며 “이거 일본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커요?” 등의 질문을 하며 구매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방사성 물질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체내에 축적되면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공포감은 클 수밖에 없다.청정이미지를 갖고 있는 동해안 수산업계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수산물 소비 위축이다. 일본과 접해있는 동해안의 각종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수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문제까지 겹칠 경우, 수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국제사회와 공조를 더욱 강화해 오염수 해양방류 저지를 위해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발표 당시에만 대응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에 수산업계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2021-05-12

조각 투자

‘푼돈’으로 미술품과 명품, 나아가 건물 등 고가의 상품들에 투자를 해 수익을 올리는 조각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 한 미술작품 투자 플랫폼에서 인기 현대미술작가 작품이 천 원 단위로 소분돼 18만3천개의 지분으로 나뉘어 거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럴 경우 1천 원부터 투자를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소유권을 인정받고, 나중에 다시 되팔 때 얻는 수익을 비율대로 나눠받는 방식이다. 미술품 외에도 ‘슈테크’로 불리는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시계 등도 조각 투자 대상이다.지난 3월말 론칭된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 역시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조각내 원하는 만큼 투자하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투자과정은 이렇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내·외부적으로 정품 확인을 하고, 펀딩을 열어 투자자를 모은 뒤 판매플랫폼인 ‘모노리치’로 이관해 판매하고, 투자이익금을 정산해 배분하면 프로젝트가 끝난다.첫번째 포트 폴리오로 롤렉스 시계를 대상으로 한 펀딩에는 투자자들이 몰려 30분만에 100% 완판됐다고 한다. 피스에서 제시한 예상수익률은 6개월에 25~27%였다. 조각 투자는 명품, 미술품이나 건물 등 구입할 꿈도 못꾸는 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경제력 수준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또 추후에 가격이 올라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주의할 것은 금융당국에서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회사가 개발한 상품에 투자할 경우 당연히 원금을 보호받을 길 없다는 점이다. 한 번 투자하고 나면 주식과는 달리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모든 투자의 결과는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게 변치않는 진실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5-12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기적이 아닌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기적이었다. 돌아보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길지 않았던 직장생활 끝에 뜻을 정하여 떠나기는 했었다. 준비가 없었기에 매사가 서툴렀다. 그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오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지도교수로 만난 미라클(Gordon E. Miracle) 교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낯선 외국인 학생에게 주었다. 직장을 잡아 학교를 떠나기 전날, 교수님과 마지막 마주 앉은 만찬 자리에서 나름 대담한 제의를 던졌다. ‘교수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나 깊으므로 오늘은 무엇이라도 한 자락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뜻밖의 제안이었을까.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하였다. 그는 ‘자네를 위해 내가 선생으로 뭘 그렇게 했는지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그래도 자네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제 여길 떠나 만나는 학생들에게 딱 그렇게만 하게나.’충격이었다. 받은 생각을 새기며 돌아서 살아온 삼십 년이지만, 내가 그 말씀을 실천하였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스승과 제자. 그는 선생이라는 내색을 한 적도 없었다. 일상과 일과 가운데 선생이자 동료로서 온 힘을 다해 함께 하였고 모든 가능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그리 하고 있는가. 어느 한순간 받은 큰 도움이 아니라 칠 년을 건너며 날마다 받았던 스승의 은혜는 갚을 길이 없다. 나를 기억하는 제자들에게 나는 흉내라도 내어보았는가. 아내가 새 일을 한다니까, 놀랍게도 구순을 넘기신 선생께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선생이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끝날 줄 모른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는 어떠한가. 진심과 배려로 가득했던 선생이 그리워진다.스승의 날. 빛바랜 현수막처럼 글자만 성가시다. 마음에 짐이 되어 슬며시 돌아가는 날이 되어버렸다. 어느 한 날을 잡아 어색하게 챙길 일이 아니다. 교육의 마당에서 날마다 만나는 선생과 학생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삶을 나누고 믿음을 쌓으며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에 끈끈해 져야 하는 게 스승과 제자의 사귐이다. 선생이 교권을 주장하고 학생이 인권을 외치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성토와 규탄의 장소라면 모를까 교육과 성장이 일어나는 곳일 수가 없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가르침의 의미를 새롭게 살려야 하며 배움의 큰 뜻을 들어올려야 한다. 받을 것을 챙기기보다 나눌 것을 고심해야 한다.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내일을 품은 게 아닌가. 내가 가르쳐 내일이 열린다는 가슴 벅찬 흥분으로 살아야 한다.진심은 통한다. 학생들과 부모들이 인정하고 따라와 주는 일도 선생에게 달리지 않았을까. 온 정성을 들이면 식물도 반응한다는데, 온 마음을 쏟으며 만나는 아이들이 바뀌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스승은 그래서 ‘가르치는 일이 정신적 업무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육체적 노동이었더라’고 하였다. 마음과 몸을 던져 세상을 바꾸시는 선생님들이 저렇게나 많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당신은 기적입니다.

202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