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공사장 앞 버스정류장에 정차돼 있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그로 인해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버스에 있던 승객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던 시민이었다. 거리는 극단적인 위험의 모습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어느 평범한 오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 이러한 참극을 단지 ‘운이 나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경기 평택항에서는 이선호 씨가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졌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으로 원래 업무와는 무관하게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를 위한 안전교육이나 장비도 없었고 사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조차 없었다.어째서 우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접해야 하는 걸까. 건물과 다리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죽어나는 사건들. 안전을 위한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면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재난들. 그 끔찍한 일을 기어코 마주하고 나서야 시스템의 개선을 말하는 사람들.우리는 우리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여러 사고를 경험해왔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참극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담해지는 것이다.우리의 일상은 안전하지 않다. 그것은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계속해서 같은 결과가 변주될 뿐이다. 어느 누가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내버스를 타고 노동 현장으로 투입될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안전하다는 가정에 얽매인 채 그 환상 안에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우리 사회는 그렇다. 어디서든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생산성 향상을 요구한다. 회사에서는 ‘빨리빨리’ 완벽한 결과물을 내어놓기를 바라며 개인이 가진 에너지를 남김없이 다 소진하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빨리 허물고 새롭게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 언제든지 다른 인력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불안함. 이러한 사회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늘 뒤로 물러나기 마련이다.번듯하게 만들어진 건물을 바라보며 무너짐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늘 높이 치솟은 휘황찬란한 모습에 감탄하는 것으로 끝내기 마련이다. 그것을 위해 희생당한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잊힌다. 공고한 세계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동시에 끊임없이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다. 묵묵하게 일하며 지반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의 발화는 너무나도 쉽게 흩어지기 마련이다.그렇다면 이토록 끔찍한 사건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실상 어느 누구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문한 음식이 약속된 시간에서 조금만 늦어져도 배달원을 탓하며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수에 엄격하게 반응하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도 빈번하지 않은가. 일상에서 노동자의 희생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참극을 ‘운이 나쁜’ 어느 사고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에게는 일말의 책임도 없는가. 그 괴로운 질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쉽게 잊어버리고는 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마크 피셔는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일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떠올리는 것보다 더 쉽다”고 말했다. 자본의 논리 안에서는 한 푼의 돈이 한 사람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전언은 그저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하다.한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부조리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의 참극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분명한 우리의 책임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 안타까움을 상기하며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동시에 사회적 책무도 물어야 한다.비극적인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 한 사람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건물을 짓고 그러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누구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와야 한다는, 너무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를 외쳐본다.
2021-06-21
몇 년 전 어느 텔레비전 강연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한 이후, 가끔 기업이나 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한 대학에서 특강 강사로 초청을 해 주어서 다녀왔다. 강연 내용은 별 것 아니다. 그냥 내가 여태까지 음악을 하고 글을 쓰면서 느낀 것들을 늘어놓을 뿐이었는데 학생들이 눈을 빛내며 경청해주어서 나도 행복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강연 시간보다 더 즐거운 시간은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다. 요즘 친구들은 이런 고민들을 하고 사는구나 싶을 때도 있고, 예전에 내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애틋해질 때도 있다. 그 날도 몇몇 학생들이 질문을 해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이런 거였다.“강사님. 저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것은 나도 꽤 오랫동안 했던 고민이었다. 나도 오랫동안 자기소개서의 ‘특기’란을 채우기를 힘겨워했다. 남 얘기 같지가 않아서 되도록 도움이 될 만 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정말 없을까요? 하나도요?”“네. 진짜 많이 고민을 해봤는데요, 없어요.”“혹시 재능이라는 단어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분명히 어떤 장점이 있는데 ‘이까짓 게 무슨 재능이야’ 하면서 넘겨버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재능이라는 것의 기준을 좀 낮춰 보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친구들과 축구게임을 하며 쓸데없이 ‘박지성은 축구 천재인가’에 대한 논쟁을 하다가 나온 것이었다. 누군가는 박지성이야말로 노력의 표본이라고 외쳤고, 누군가는 그가 타고난 실력이 없었다면 그 위치에 갈 수 있겠냐며 핏대를 세웠다.그런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축구를 잘 하는 재능’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재능이라는 것은 선천적으로 무언가를 잘 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축구는 결국 사람이 발명한 것이다. 축구가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닌데, 그것을 잘 하는 능력이라는 것이 자연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축구를 잘 하는 재능이라는 것은 허구인지도 모른다. 다만 폐활량이 좋고, 발이 빠르고, 하체 힘이 좋고, 시야가 넓은 것과 같은 단순한 재능들이 존재할 뿐이다. 박지성은 이러한 재능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축구라는 종목을 선택한 것이다.국민MC, 유느님이라고 불리는 유재석. 그에게는 ‘방송진행을 잘하는 재능’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방송이라는 산업 역시 사람이 발명한 것이다. 유재석에게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능력,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심, 대화의 흐름을 캐치하는 눈치,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파악하는 눈썰미, 그리고 다양한 어휘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언어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방송진행에 있어서 천부적이라고 하는 그의 재능은 어찌 보면 사소하다고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을 훌륭히 조합해 만들어낸 재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이런 식의 재능이라면 누구나 몇 가지는 발견할 수 있다. 누구는 손이 크고, 누구는 손가락이 길다. 누구는 후각이 예민하고, 누구는 손놀림이 야무지다. 누구는 눈치가 빠르고, 누구는 매사에 끈기가 있고, 누구는 붙임성이 좋고, 누구는 조심성이 있다. 어지간한 개성이나 특징은 다 사소한 재능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모아두고 보면 의외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게 발견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목소리가 큰 편이고, 성대가 건강한 편이다. 폐활량이 좋고, 부끄러움을 잘 타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장점들을 긁어모아 가수를 해서 먹고 살고 있는 것이다.“나는 뭘 잘하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사소한 재능들을 한번 샅샅이 찾아보세요. 정말 이런 게 재능일 수 있을까 싶은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아요. 그런 것들을 싸그리 모아 놓고 보면 내가 뭘 하면 좋을지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나의 이야기를 들은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내가 다른 질문들에 대답을 하는 내내 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강단에서 내려올 때까지 나는 그런 그를 슬쩍슬쩍 바라봤다. 그는 어떤 사소한 재능들을 발견했을까. 그렇게 발견한 재능들에 어울리는 진로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주는 약 천년 동안 나라를 이어온 신라(기원전 57년~기원후 935년)의 유일한 수도이다. 곳곳에 천년의 향기가 묻어있으며 당시 찬란했던 역사와 문화가, 남겨진 유적과 유물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주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최고의 역사서이자 관광지이다.최근 KTX 신경주역이 생겨 관광 동선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외버스를 타고 경주터미널에서 내려서부터 여정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유적지를 순환하는 관광버스나 일반 시내버스, 택시를 이용해서 주요 유적을 보고 오는 여행이었다면, 요즘은 전동차,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지금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황리단길’의 맛집, 커피숍 등 핫플레이스를 가는 사람이 많다.이때 보이는 주요 유적지들이 대릉원, 첨성대, 월성, 월정교이고 조금 더 가면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계림 등을 보게 된다. 이들 유적지가 무질서하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굴조사와 옛 지형 연구를 통해 밝혀진 모습을 이해하면 더욱 재미있게 신라의 수도를 둘러볼 수 있다.신라 주요 유적지가 있는 인왕동, 교동, 황성동 일대의 경주 시내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선상지(扇狀地)이다. 선상지란 산에서 흘러내리는 강에 의해 운반된 자갈, 모래 등이 양쪽으로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부채꼴 모양의 지형을 말한다. 지금은 개발로 인해 지형이 바뀌었지만 1천500여 년 전에는 편평한 선상지가 펼쳐지고, 선상지를 동에서 서로 흐르는 북천(北川)과 남천(南川), 그 주변의 이러진 많은 물줄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형성되어 있었다.현재는 볼 수 없는 당시 지형 모습이나 하천의 흔적은 발굴조사를 통해 찾을 수 있다. 발굴조사를 무덤이나 집자리의 흔적과 당시의 유물만 찾는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여러 가지 관찰과 분석을 통해 당시 자연환경과 사람이 활동했던 시간까지도 알 수 있다.이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발굴조사법이 트랜치(trench)법이다. 길쭉한 직사각형의 도랑을 파고, 도랑의 벽에 보이는 흙이 쌓인 층들과 각 층에 있는 무덤, 집자리 같은 유구(遺構), 유물, 동·식물 유체(有體) 등을 분석하여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흙이 쌓인 층에서 모래띠, 곡선형의 퇴적층, 뻘층과 같이 물이 흐르거나 주변으로 퇴적될 때 생기는 흔적을 통해 당시 하천이나 늪 등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발굴을 통해 알려진 경주 시내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선사시대를 거쳐 기원후 약 6세기 중엽경까지는 거미줄처럼 형성된 물줄기와 여러 늪 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 선상지였다. 경주지역 내 청동시시대에 만들어진 고인돌의 위치와 황남대총 등 5세기대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봉토를 가진 무덤의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선상지 내 물줄기와 늪 또는 습지를 피해서 자리잡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무덤이 없는 곳에 물이 흐르고 습지가 있었다고 머릿속에 그려보면 1천500여 년 전 경주의 모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헌에 따르면 101년에 축성했다고 전해지는 신라의 궁성(宮城)인 월성이 반달 모양의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해서 조성된 점도 지석묘, 무덤과 맥을 같이 한다. 정인태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그럼 언제부터 지금의 경주 시내와 같은 모습이 되었을까? 또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전하는 17만호의 집이 있었던 적은 언제일까? 그 비밀은 황룡사(皇龍寺)에 있다. 황룡사는 진흥왕 14년인 553년에 처음 짓기 시작해서 17년 만인 569년에 완성하였다고 전해진다. 원래 새로운 대궐을 지으려고 했으나 황룡이 나타나 절로 지었다는 것에서 국가사찰임을 알 수 있다.이 황룡사의 발굴조사를 통해 물이 흐르고 습지가 있었던 땅을 최대 2m까지 매립하여 절을 지었음이 밝혀졌다. 황룡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도로와 담장, 집 등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면서 당대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경주에서 대규모 도시 조성사업이 벌어진 6세기 중엽은 고구려, 백제를 치고 한강을 차지하면서 최대 영토를 가지게 된 시기이다.옛 안압지(雁鴨池), 지금의 월지(月池)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적지 중 하나로, 밤에는 조명이 켜져 주말이 되면 인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월지는 7세기 후반에 가장자리를 돌로 쌓아 만든 인공 연못이지만 그 이전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만나며, 늪지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아름다운 이 연못이 왕경에서 어떠한 기능을 했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한 발굴조사가 지금 한창 진행 중에 있다. 1천500여 년 전 신라 천년 수도 경주의 모습이 점점 드러나는 걸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샤를 보들레르 서구 현대시의 역사에 있어서 샤를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1867)라는 이름은 하나의 시인을 넘어서는 하나의 현상이자 놀라운 효과였다. 24세 때 살롱을 중심으로 한 미술 현상에 대해 주목하여 비평을 하며 비평가로 출발했던 샤를 보들레르는 서구 낭만주의 예술이 빛을 발하고 있던 무렵인 19세기 중반부터 비평과 번역, 소설, 시 등의 창작을 하다가 36세인 1857년이 되어서야 그간 썼던 시들을 모아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을 출판해 하나의 새로운 예술시대를 열었다.보들레르 이전에, 운율을 중시하여 시인의 입에서 마치 음악과 같이 노래되어 시인의 감정과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켰던 시의 세계는, 파리를 산책하며 보들레르가 하나하나 수집했던 고대와 연결되는 골동품과도 같은 단어들과 그 연결을 통해 반짝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이 보들레르를 자유시의 이념을 최초로 구체화한 시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은 가락과 음률, 인간 내면의 친근성과 천진함으로 연결되어 있던 과거의 낭만주의적 시를 일신하여, 바로 노래하는 시로부터 읽는 시로 바꿨던 최초의 시도였던 까닭일 것이다. 보들레르의 시 속에는 비록 배치와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계적 음향이나 노래는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도시를 횡행하는 우울한 정서 속에 저 먼 고대나 원시의 신화적 국면과 연결되는 풍부한 볼륨의 단어들이 총총히 박혀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고 있어, 단지 그것을 눈으로 훑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각적 충족감을 주었던 것이다.샤를 보들레르는 그 자신이 미국의 가장 독특한 작가 중 하나인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1809~1849)의 예찬자였고, 그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당연히 그의 시집 ‘악의 꽃’ 속에 들어 있는 ‘유령’이나 ‘고양이’, ‘흡혈귀’ 등의 총총한 이미지들은 포우의 시나 소설 속에 들어 있던 환상적 세계의 파편들로부터 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던 당시의 파리 시내를 방황하며, 그는 포우를 비롯해, 서구 사회의 정신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신화를 필터처럼 빌려와 결코 단순하지 않은 풍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발견해낸 파리의 수집품들은 마치 연금술처럼 그의 시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귀중한 무언가로 바뀌었다. 우리가 보들레르를 상징파의 시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바로 그가 자신의 시에 초대한 이러한 귀중한 무언가들이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풍요한 상징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보들레르의 사후인 1869년에 출판된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Le Spleen de Paris)’에는 서문 격으로 보들레르가 자신의 친구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이 서문은 보통 보들레르가 자유시의 이념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것으로 인용되곤 한다. 그 편지 중 몇몇 부분을 인용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그 야심만만한 시절 우리 가운데 시적 산문의 기적을 꿈꾸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나? 음악적이면서 리듬도 압운도 없고, 영혼의 서정적 움직임과 환상의 기복과 의식의 비약에 적용할 만큼 충분히 유연하면서도 충분히 복잡한 그 기적을 말일세.”-박철화역, 동서문화사이 부분은 바로 보들레르가 시적인 산문, 또는 산문시의 기적을 꿈꾸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래로 불리지 않으면서도 리듬을 갖고 있는, 의식의 비약에 버금갈 정도로 독자의 마음에 다가가는 시의 움직임을 그는 ‘상응(correspondances)’이라고 같은 제목의 시에서 지칭하기도 하였다. 요컨대 이는 노래에서 벗어나 읽히는 새로운 자유시의 탄생의 장면이었다. 보들레르는 바로 그러한 새로운 시의 탄생을 의미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던 셈이다. /홍익대 교수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게 만물이 자란다. 고른 햇살에 때맞춰 비가 내리니 식물과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군데군데 연하거나 진하던 잎새들이 일제히 녹색으로 성큼성큼 기세를 뻗어가고 있다. 길섶의 풀이나 들꽃들은 저절로 피고 흔들리며 앙증맞게 손짓하는가 하면, 언덕배기에 뻗은 뽕나무 가지에는 검붉은 오디가 저절로 익어서 떨어지고 있다. 어디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는 한가로움을 노래하는데, 저녁답의 무논 주변에 깔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요란한 듯 정겹기만 하다.현란한 꽃잔치가 끝나자 청산과 들판에는 초목이나 곡식들이 하루가 다를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과실이나 곡식이 자라고 익으면서 주변에는 달갑잖은 잡초도 덩달아 가세한다. 망종(芒種)을 전후해서 텃밭이나 옥답에는 농부들의 발길이 잦아든다. 보리를 수확하고 밭갈이나 모내기철의 들일이 많아서 들로 가는 발걸음이 많기도 하겠지만, 연중 낮길이가 가장 긴 하지 무렵에는 곡식이 자라는 것 못지않게 이틀이 멀다 하고 웃자라는 잡초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논밭에 해를 끼치는 온갖 잡풀을 제초하고 농작물을 잘 건사해야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어릴적 농촌에서의 여름철은 ‘잡초와의 싸움’이기도 했었다. 들마다 고랑마다 농작물의 번성에 방해가 되는 잡초를 뽑고 또 베어내도 얼마나 끈질지게 돋아나고 거세게 뻗어가는지, 비가 잦은 6월 장마철엔 몇 차례 김매기를 해도 제초한 흔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금세 무성해졌다. 심지어 일손이 모자라 한동안 김매기를 놓치기라도 하면, 담배나 고추 작물을 짓누르듯 에워싼 거침없는 잡초더미를 보며 푸념부터 하시던 어머니께선 ‘호랑이가 새끼 쳐도 모를 정도로 우거졌다’는 말씀을 입에 달곤 하셨으니, 잡초의 위력(?)이 얼마나 어마무시할까.‘향그런 꽃 져버려 온 산 푸른데/가랑비 오는 속에 뻐꾸기 울음 울다/봄날 시름은 풀처럼 자라거늘/어느 때 낫을 얻어 마음의 뜰 베리오(芳花謝了滿山靑/細雨970F970F布穀聽/春日傷悲如草長/何時得91E4刈心庭)-강성위 한시집 ‘하늘에 두 바퀴의 달이 있다면(1991년)’중 ‘送春’잡초는 논밭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생각과 마음에도 여러가지 잡념 같은 풀들이 얼마든지 생겨나고 자라날 수 있다. 이를테면 부정이나 비리, 과욕이나 무시, 편견이나 오만, 시기나 사악함 등도 어찌 보면 선량하고 진실됨을 갉아먹고 순리와 법도에 구멍을 내며 정의와 평온함에 흠집과 파문을 일으키는 악초악목(惡草惡木)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선현들은 늘 마음을 다스리며 절제와 경계의 낫으로 마음 자락에 웃자라는 잡스러움과 졸렬함의 풀잎을 베어내며 마음공부를 일삼았던 것이리라. 마음은 몸의 주인(心爲身主)이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身爲心器)이니, 주인이 바르면 그릇은 마땅히 바르게 된다(主正則器堂正)고 했다. 평소에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노력과 한결 같은 수양이 따라야 한다. 뽑고 베어내도 속속들이 비집고 드는 잡풀 같은 우환을 멀리하고 사유의 뜰을 넓히며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몸을 저절로 움직이면, 마음결 따라 배이는 지덕과 풍운이 인향만리(人香萬里)로 피어나지 않을까?
강길수 수필가 밖에서는 묵주 반지를 끼고 다닌다. 걸으면서 기도하기 위해서다. 처음 성물(聖物) 판매소에 묵주 반지를 팔면서부터였으니, 강산이 몇 번은 변한 세월이다. 내 것은 은 묵주 반지다. 금 묵주 반지는 비싸서 우리 성당 판매소에는 예나 지금이나 없다.묵주 반지는 간편하게 묵주기도를 바치기 위해 만든 도구다. 묵주 알이 59개나 되는 5단 묵주는, 외출 시엔 불편해서 묵주 반지를 쓰는 신자들이 많다. 김연아 선수가 묵주 반지를 끼고, 성호를 그으며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하는 장면을 볼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었다.묵주 반지 낀 사람을 보면 어디서든 한 가족 같은 느낌을 받는다. 4년 전 봄,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했었다. 집무실에서 일하는 새 대통령이 손에 금 묵주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을 TV에서 처음 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묵주 반지! 그래. 뭔가 제대로 되겠구나!’ 하는 믿음과 희망도 뒤따랐다. 묵주기도 하는 분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묵주기도는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기 위해 바친다. 그것은 이웃을 위한 십자가로 드러나는 사랑의 길이다. 묵주기도의 4가지 주제 곧, 환희·고통·영광·빛의 신비가 모두 예수 그리스도가 간 길을 묵상하도록 한다. 신앙생활이란 무엇인가. 신앙 대상을 믿고, 행하는 삶이 아닌가.우리나라 헌법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제20조 제2항에서 규정한다. 이는 종교와 정치가 서로 간섭하거나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정치인과 종교인의 가치관이나 신념까지 제한하는 내용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의사는 종교나 정치에 상관없이 존중되어야 한다.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어떻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까. ‘하늘나라’일 것이다. 그가 가르친 ‘주님의 기도’의 주제가 바로 땅에 하늘나라가 오기를 빌기 때문이다. 하늘나라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하늘을 사랑하고, 함께 이웃을 사랑하여 서로 한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라’고 복음서들은 가르친다. 다시 말하면, 세상에서의 하늘 사랑은 이웃사랑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한 공동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사실 하늘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이루는 이웃사랑으로 서로 하나가 된 공동체가 바로, 보이는 하늘나라의 모습이란 이 메시지는 얼마나 신선한가. 그렇다면, 정치에서도 이 메시지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 대통령은 참 좋은 기반을 가진 셈이다. 대통령이 지난주 오스트리아 수도원 방문길에,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묵주 반지를 낄 것을 권유하셨다’고 원장에게 말했다는 보도는 내게 잊었던 ‘대통령의 묵주 반지’를 소환했다.그런데 지난 4년 우리 사회는 ‘내로남불’이란 신조어가 대변(代辯)하듯,‘이웃사랑’이 커나가기는커녕 줄어들어 분열과 반목만 늘어나 보인다. 나만의 착각일까. 가슴 뭉클하게 하던 대통령의 묵주 반지가 정치의 희생물로 변해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지금이라도 어려운 이를 보듬고, 아픈 이를 위로하며, 갇힌 이를 풀어주는 사랑의 길, 묵주 반지의 길을 보고 싶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내용의 새 방역 지침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수도권은 사적모임이 8인까지 허용되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도 밤 12시까지 연장된다. 대구와 경북 등 비수도권은 사적모임 인원 제한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아예 없어진다.전국적으로 확진자가 1천명이 안될 경우 2학기부터 모든 학생이 매일 등교한다는 원칙도 세워졌다. 또 코로나 백신접종 대상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곧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극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관람석, 공연장 등에는 백신접종 완료자만 입장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고 음식물을 섭취토록 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신규 확진자 추이나 백신 접종률 등을 고려했고 지자체의 건의도 감안한 것이다. 특히 경북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거리두기 완화조치 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측면도 있다.오랫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지금 국민은 심한 피로감에 빠져 있다. 이번 조치가 민생이나 자영업자의 생업 문제 해소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대폭의 완화조치를 시행하기에는 아직 불안한 구석이 많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강화한다지만 완전한 커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현재 30% 선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달부터 여름 휴가가 본격 시작된다. 전국의 해수욕장이 개장되고 국민의 이동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거리두기 완화조치와 더불어 백신 접종에 따른 국민적 긴장감이 크게 느슨해질 수도 있다.국민의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한 영국이나 이스라엘이 긴장감을 늦추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마스크 쓰기 등 개인방역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특히 영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하루 1천명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가 1만명으로 늘어나는 혼란을 겪고 있다. 보건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침투나 확산 방지에 긴장감을 높여야 한다. 개인도 자신이 방역 최후 보류자라는 생각으로 방역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기대하던 거리두기 완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총력을 모아야 할 때다.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늦은 저녁, 동네 산책길에서 지인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김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외로운 건 인문학적으로 어떤 해결책이 있어요? 겪을 수밖에 없다는 말 말고 좋은 대안 좀 연구해봐요. 자원봉사 같은 건 권하지 말구요, 짜증나.”그 지인과는 이상하게 길거리에서 가끔 만나는 인연이 있다. 언젠가도 길에 서서 외로움을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하기에 걸어보라고 했더니 걷는 것도 하루이틀이지요 하기에 그것도 그렇네요, 하면서 깔깔거린 적이 있다. 그런 지가 한참 전인데 산책길에서 또 만난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자원봉사는 짜증난다고 손사레를 친다. 긴 말을 안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듯하다. 자원봉사가 필요한 곳은 대부분 상황이 어려운 곳이다. 그런 곳에 가서 ‘그래, 저렇게 힘든 사람도 있는데’하면서 나를 위로하는 것도 편하지 않고, 봉사 대상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마음이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자원봉사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외로운데 이런 무거운 의문 앞에 서게 되는 것이 짜증이 나는 것이다.자원봉사뿐 아니라 무료로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든다. 큰애가 4살이던 1994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쉬지 않고 동네에서 무료 독서모임을 했다.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하던 1990년대에는 전공을 살려 동네 주민센터에서 1년간 무료로 논어 강의도 했다. 요즘에는 도서관의 문화 강좌가 많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별로 없었다.그러다가 얼마 전,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 ‘현타’란 현자타임의 줄임말이다. 무언가에 몰두하여 열심히 하다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성찰을 하게 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무료 독서모임을 하는 나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온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에 불씨를 지핀 책이 있다. 노구치 마사코의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는 책에는 빨간 코트를 입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하이힐을 신는 80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만날 수도 있을 사랑을 위해 언제나 화려한 속옷도 잊지 않는다. 그 프랑스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알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쉽고 간결해서 신선했다. 이 80세 프랑스 여자가 느닷없이 다가온 것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행동에 숨김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그에 비해 자원봉사 같은 일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어서 의도와 결과가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애당초 대상을 위하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열등감을 감추고 싶어서 시작할 가능성도 있고, 선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초심을 잃기도 한다. 봉사한다면서 모인 사람들끼리 자리와 명예를 가지고 다투기도 한다.자신의 실존적 문제를 아는 것은 정말 긴급하다. 다행히도 그것을 알았다면 괜히 에둘러 갈 필요도 없다. 자신의 욕망에 당당하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 그것은 80세가 되어도 멈출 수 없는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11개 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주)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가 발굴한 스타트업 7개사가 중기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발됐다. 대학의 우수기술을 활용한 기술창업활성화가 대경기술지주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팁스는 중기부가 마련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이다. 우수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발해 연구개발과 사업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이번에 선정된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우주라컴퍼니(주)다. 이 회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동물행동의학을 전공한 심용주 대표가 창업했으며, 고양이 행동패턴과 질병예측이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해 반려동물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계명대 의대 출신 박은빈 대표가 창업한 (주)인셉션랩은 LED를 통해 뇌의 해마가 활성화되는 원리를 활용한 치료법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스타트업은 ‘신생 창업기업’을 의미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보통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외부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터넷에 기반한 기업이기 때문에 고위험·고수익·고성장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전국적으로 청년 창업기업만 매년 40만 개 이상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49만 개로 집계됐다. 20대 창업기업 수도 17만5천 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정부에서 청년 창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경기술지주의 경우처럼 청년 창업 열기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스타트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파트너를 참여시켜 △체계적인 창업교육 △정책자금·기술 지원 △초기투자 △판로확대 및 글로벌 진출 등 전 주기에 걸쳐 창업지원을 해줘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서 역량을 발휘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백신보험은 코로나19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 진단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말한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인‘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한 진단비를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음식물, 독소, 백신 등 특정 물질에 반응하는 전신 중증 알레르기 질환을 뜻한다.보험사들은 아나필락시스를 제외한 다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보험 가운데 현재 팔리고 있는 백신 부작용 보험은 지난 3월말 출시된 삼성화재 건강보험의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특약과 라이나생명의 미니보험 ‘(무)안심되는 아나필락시스쇼크진단보험’뿐이다.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으면 연간 1회에 한해 200만 원을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삼성화재는 해당 특약의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해 이달 28일까지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기간, 즉 이달 말까지는 다른 보험사가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후발 보험사들은 이달 말 삼성화재의 배타적 사용권이 종료되자마자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처럼 건강보험의 특약으로, DB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미니보험 형태의 단독 상품으로 각각 개발했다. 금융 플랫폼은 이벤트 방식으로 백신 보험 시장에 편승했다. 뱅크샐러드는 20∼70세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에게 라이나생명 상품 보험료를 대신 부담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토스는 지난달 DB손해보험과 제휴해 ‘무료 코로나 백신 보험’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백신의 부작용을 겁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보험이 백신 부작용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