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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승원 방언학연구소장 48년 방언 연구

방언학연구소 소장 신승원 박사를 만나기 위해 최근 그의 연구소를 찾았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신 소장이 평생 수집한 책과 자료들이 입구 현관부터 집안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본가에도 이와 비슷한 양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언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루지만, 문학 서적, 군지·읍지·고지도, 한시 및 한문 서적, 미술품·서예 작품·골동품 등도 소장하고 있었다. 신 소장은 1977년부터 48년간 방언을 연구해왔으며, 앞으로의 꿈은 “한국 방언박물관을 설립해 전 세계에 한국 방언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방언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일반인에게 방언을 전파할 방법이 부족하다고 느껴 박물관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속담처럼, 방언 연구는 그 지역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라 시대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경상도 방언을 먼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중심 언어는 경주 지역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통시방언학의 권위자인 오종갑 교수에게 박사 학위를 받으며 큰 영향을 입었다. 통시방언학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언어 변화, 즉 역사적 발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박물관 설립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무 연수도 이수했다. 현재까지 수집한 방언 어휘는 13만 5389단어에 달한다고 한다. 이 모든 단어는 기존의 방언연구자들이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다. 신 소장은 “사투리는 조상의 얼이 담긴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이라며 2016년 사투리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향후 인간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도 열둔 셈이라 했다. ”판소리나 민속놀이처럼 사투리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K팝, K영화, K푸드가 세계를 이끄는 지금, 한국 방언 역시 글로벌 문화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09-28

한국전선문화관, ‘2025 전선에서Ⅱ’ 첫 무대 성황

전쟁의 기억은 때로 노래로 되살아난다. 한국전선문화관이 주관·기획한 ‘2025 전선에서Ⅱ’ 첫 무대인 전선의 노래가 지난 24일 오후 3시 대구시 향촌동 한국전선문화관 2층에서 열렸다. 방종현 달구벌 하모니아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하모니카 선율과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달구벌 하모니아는 ‘전선의 노래’를 주제로 합주와 독주를 선보였고, 한대곤·김임백씨의 노래가 더해져 공연의 무게감을 높였다. 여기에 김윤숙·김명자·최윤화씨의 하모니카 연주가 흐르며 무대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예술혼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관람객들은 “전쟁 시절의 노래가 그 시대의 기억을 소환했다”, “자유를 지켜낸 선열들의 희생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공연장에는 하청호 대구문학관장, 허화열 서라벌정가단 단장, 권정태 전 한국사진가협회장, 신재천 영화감독, 문성희 죽순문학회 회장, 신승원 방언연구소장, 시인 손수여·고영애·전영귀, 수필가 김황태·정영태·유무근 등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와 문인, 시민 40여 명이 함께했다. 전선문화(戰線文化)란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피란 예술인들이 붓과 악기를 놓지 않고 이어온 문화예술 활동을 뜻한다. 삶의 터전을 잃고 피란길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래하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렸다. 예술은 전쟁보다 강했고, 그것은 대구라는 공간 안에서 활짝 꽃피었다. 이러한 유산을 기리고자 한국전선문화관은 2024년 3월, 대구 중구 북성로 옛 ‘대지바’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전쟁기 피란 예술인들의 기록과 작품을 수집·보존하며, 국내 유일의 전선문화 전문 문화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 전선에서Ⅱ’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연속 프로그램이다. 전선문화를 단순히 기록에 두지 않고 오늘의 무대로 다시 불러내는 시도다. 이번 시리즈는 달구벌 하모니아의 하모니카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22일 어쿠스틱 듀오 ‘오늘 하루’의 포크 공연 Antiwar, 11월 26일 (사)영남문학예술인협회의 시극·악극·시낭송 무대 구상과 이중섭으로 이어진다. 한국전선문화관 관계자는 “전선문화는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자산이자 한국전쟁이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이라며 “그 기억을 오늘의 예술로 재해석해 지역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밝히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9-28

녹향 음악 감상실, 낭송과 클래식의 만남

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과 도심재생문화재단(대표 안상호)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문학 유유(悠悠)하게’가 녹향 음악 감상실에서 지난 25일 오후 3시에 열렸다. 프리마베라 낭송회와 클래식이 만나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시민에게 ‘심미적 위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행사였다. 낭송회와 클래식이 결합한 연회는 가을의 문턱에서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향연이었고, 예술이 삶을 재생시키는 힘을 지녔음을 증명했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자리에서, 박영선 글로벌 시낭송회장은 송수권 시인의 ‘여승’을, 이은정은 카루소 가사의 ‘번역 시’를, 정선영은 김남조 시인의 ‘태양의 각문’을, 이연희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이경숙은 ‘네루다의 시’를, 이은희는 나태주의 ‘내 안의 사람’을 각각 낭송했다. 각 시인은 저마다의 호흡으로 생명과 언어의 떨림을 시민 앞에 펼쳐 보였다. 낭송은 청중의 귀에만 머물지 않고, 가을 하늘을 닮은 정취와 함께 시민들의 가슴속에 스몄다. 고전과 현재를 잇는 녹향이 이날의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녹향 음악 감상실의 역사적 맥락이다. 1946년 향촌동 자택 지하에서 시작된 작은 공간이 오늘날까지 80여 년에 이르는 뿌리 깊은 문화적 흔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구가 음악과 문학의 숨결을 오롯이 품은 도시임을 증명한다. 파바로티의 생애와 음악적 공헌을 설명하며, 이해와 공감을 동시에 열어 준 이정춘 실장의 해설 또한 녹향의 예술 정신을 대변하는 순간이었다. 클래식 ‘네순도르마’, 여자의 마음을 낭송 사이사이에 감상하는 고요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시민이 원하는 음악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는 녹향의 운영 방식은, 음악을 단순히 ‘전시되는 예술’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점은 문화 향유의 민주성과 참여성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대하다. 예술은 삶을 치유한다는 말. “역사 깊은 장소에서 시와 클래식을 함께 들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는 방청객의 소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 소음에 갇힌 현대인에게 낭송과 음악은 내면에 심호흡을 가능케 하는 시간이었다. 또 다른 중년 신사가 느낀 매력 역시, 삶이 지칠수록 사람들은 ‘나만을 위한 음악’, ‘나만을 위한 언어’를 찾게 된다는 사실이다. 녹향은 바로 그런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다가올 가을의 길목에서 다음 달 29일 오후 3시 베토벤에 이어 11월 27일 오후 3시는 바흐가 시민을 기다린다. 단순히 세계적 거장의 음악을 듣는 자리를 넘어, 시와 함께 어우러지며 새로운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연회의 성취가 이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예술은 삶을 꾸며주는 사치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낭송과 클래식이 함께한 녹향의 가을은 시민에게 ‘예술적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다. 바쁜 도심 속에서도 문화가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시민의 영혼을 정화 시킨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술의 장을 더욱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9-28

다양한 옷과 같은 스피치

‘스피치 시대’가 우리 앞에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력만 있으면 되겠지, 필기시험만 잘 치면 되겠지 하는 시대 의식은 본인 스스로 패배자로 인식되는 시대다. 본인의 능력을 나타내고 남에게 인식시키는 방법으로서 서로 서로 자격이 비슷한 요즈음 시대에 스피치가 단기간에 상대방에게 설득력과 재질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스피치도 이제 다양성을 갖추고 때와 장소에 맞게 해야만 상대방에게 좋은 인식을 줄 수 있다. 등산을 하려면 등산복을 입어야 하는 것과 같다. 기능성 등산복이 더 편리함을 주고 비록 값이 비싸지만 등산에 제일 효과가 좋고 편안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야유회를 갈 때 캐주얼을 입어야 주위 사람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대화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직장 근무 시 같은 동료와 함께 회사 유니폼을 입고 근무함으로써 동지감과 의무감을 함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턱시도와 예쁜 드레스를 입고하는 결혼식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갈 수 없는 것처럼 스피치의 원리도 같다고 보아야 한다. 웃어른과의 대화에서는 짧고 쉽게 예의바르게 표현하는 하는 것이 요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당당하고 명쾌하게 발표해야 자신의 신분과 직책에 맞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유머와 정이 넘치는 대화를 한다면 친근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인간적인 폭도 넓혀 자기 자신에 대한 호감을 상대방에게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제 이렇게 스피치는 때와 장소에 따라 세분화, 전문화, 인격화되어 가는 시대다. 자기 자신의 인격과 목표에 맞는 세분화 전문화된 스피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재질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앞서 나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스피치는 나와 나의 스피치, 나와 타인의 스피치, 나와 소수의 스피치, 나와 다수의 스피치로 구분된다. 나와 나의 스피치는 독백과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와 타인의 스피치는 대화, 상담 등 1:1의 대화법이며, 나와 소수의 스피치는 면접, 프리젠테이션, 회의 등이고, 나와 다수의 스피치는 연설, 강연 등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스피치를 의미한다. 이렇듯 옷도 그 상황에 맞게 사전에 준비를 하여 갖추어 입듯이, 스피치 또한 옷과 같이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함은 물론이고, 옷을 갖추어 입는 것보다 더욱더 많은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는 본인 스스로 스피치에 대한 작은 철학을 세워 철저한 전문성으로 남과 대화할 수 있는 능동적이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 스피치에서 이기는 자 다른 곳에서도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이 가장 많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병욱 시민기자

2025-09-28

신라 금관(金冠) 6점이 한자리에 모이다

찬란한 황금문화가 한 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대 고분에서 발굴된 금관은 총 7점. 이 가운데 6점은 신라, 1점은 대가야 금관이다. 금관(金冠)이란 말 그대로 황금으로 만든 관모를 의미한다. 전 세계 현전하는 금관의 절반 이상이 신라와 가야 등 한반도 고대 문화권에서 나왔다. 이는 한반도의 찬란했던 당시 금속공예와 장례문화를 대변한다. 신라 금관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21년 경주의 ‘금관총’이다. 이후 금령총(1924년), 서봉총(1926년), 천마총(1973), 황남대총북분(1973)에서 잇달아 발굴된다. 교동 금관은(1972년) 도굴로 출토되었다. 현재 황남대총북분, 금령총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순회 전시 중이다. 천마총, 금관총, 교동 금관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으며, 대가야 금관은 서울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라금관 특별전’이 함께 준비 중이다.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아 찬란했던 한민족의 고대 황금문화를 각국 정상들에게 선보인 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2층 상설전시장 내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일반인에게도 12월 14일까지 전시한다. 이 역사적 기회가 무려 무료관람이다. 1921년 금관총 발굴은 우연이었다. 일제강점기, 한 주막의 증축공사 도중 발견된 유물이 무려 4만여 점. 당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본인에 의해 불과 나흘 만에 수습되었지만, 이 사건은 경주 일대 고분군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후 일제는 조선총독부 고적조사과를 설치해 금령총과 서봉총을 잇달아 발굴한다. 해방이후인 1973년에 대규모 발굴조사가 이어졌다. ‘경주155호분’이라고 불리던 고분은, 금관과 함께 ‘천마도(天馬圖)’가 출토되면서 천마총(天馬塚)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같은 해 황남대총의 북분에서는 부인대(婦人帶)라는 명문이 새겨진 금제 허리띠가 금관과 함께 발견되면서 무덤의 주인공이 여성임을 알려준다. 흥미롭게도 남분, 즉 왕의 무덤에서는 금관대신 금동관이 나왔다. 이는 금관이 왕뿐 아니라 왕비와 왕실 일원에게도 사용되었음을 시사한다. 교동 금관은 도굴꾼에 의해 경주시 교동 폐고분에서 도굴되었다가 국가에서 압수한 사례다. 6점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금관이지만 제작시기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금관들은 발굴 당시 피장자의 머리 위가 아니라 얼굴 전체를 덮는 형태로 발견된 점에 주목한 학자들도 있다. 2000년에 방영된 KBS ‘역사스페셜‘에서는 이를 근거로 ’금관은 실제 착용 용도가 아니라 장례의례에 사용된 ‘데스마스크(Death Mask)’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금관을 단순히 권력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고대 신라인들의 사후 세계관과 장례문화를 탐구할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백제도 금관을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실물이 발견된 적은 없다. 신라인들의 미적 감각과 정신세계가 깃든 신라 금관은 그래서 더 귀중하다. 11월에 시작될 특별전시는 경주, 서울, 청주를 번거롭게 오가지 않고도 찬란한 신라금관 6점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다. 한민족(韓民族)의 자긍심이 한층 더 높아질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25

어린이의 시선으로 다시 삶을 바라보게 한 책 한 권 ‘창가의 토토’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계절, 따뜻한 햇살 아래 책 한 권을 펼치기 좋은 시기다.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잔잔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 토토의 엉뚱하고 순수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 주인공 토토의 행동은 낯설게 다가왔다. 수업 시간에 창밖만 바라보거나 길가 아저씨를 불러 세우는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어린이라면 그럴 수 있지”, “그 나이에는 당연한 호기심일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며,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토토가 ‘문제아’로 낙인찍혀 쫓겨난 뒤 들어간 도모에 학원은 독자에게도 놀라움을 준다. 입학 첫날 네 시간 동안 토토의 이야기를 들어준 교장선생님,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수업,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토토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 대목은 교육 현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 ‘공부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싶다’는 교사의 마음과 겹쳐지기도 한다. 물론 제도적 한계 속에서 모든 것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한 아이의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여 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을 덮은 뒤에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원망하거나 감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아이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더 귀 기울이고 싶다는 다짐 또한 남았다. ‘창가의 토토’는 단순한 성장담 그 이상으로서, 우리 모두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시선과 마음을 되살려낸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마음은 어른이 된 지금의 삶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깨달음을 준다.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태도가 작은 일상의 순간들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스스로 마음속 ‘토토’를 만나고, 세상과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25

2025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습관적으로 훝어보던 SNS에 타음조사 공개회 신청 접수폼이 보였다. 막연히 좋을 것 같아서 아이의 이름과 함께 적어냈다. 얼마 뒤 문자가 도착했다. 당첨 문자다. 771명이란 숫자가 많게 느껴지기도 했던 터라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았나 했다. 현장에 가서야 5:1이란 경쟁률을 뚫고 얻은 행운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공개회는 신종의 안전한 타음조사와 적절한 청음환경 조성을 위해 참석인원을 제한하여 운영했다. 내빈과 특별 초대 대상자를 제외한 총 771명을 신청을 통한 추첨으로 뽑았는데 이는 성덕대왕신종이 조성된 연도다. 타음조사는 1996년 이후 4번째며 올해부터는 5년마다 타음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종을 쳐서 음향과 진동을 측정한다. 그 중 맥놀이와 고유 주파수라는 두 가지 항목을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종소리가 주변 100리까지 퍼졌다고 기록되어있다. 타종은 모두 12회로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씨와 서울 보신각 5대 종지기 신철민씨가 맡았다. 1~4회는 1분 30초 간격, 5~12회는 1분 간격으로 진행되었다.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공간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커졌다 줄었다 다시 커지면서 스르르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서양의 종과는 다른 묵직한 깊이감이 느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건용 작곡자는 마음이 실리는 기분이라 소회했다. 타종 이전과 이후에는 이애주 한국전통춤회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새하얀 천자락이 까만 밤하늘 사이로 일렁이자 마치 비천상이 살아 움직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행사는 24일 오후 7시에서 7시 45분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나 실제 종료된 시간은 8시 10여 분이 지나서였다.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22년 만이다. 1993년 이전만 해도 경주시민들은 박물관에 모여 매년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교통편이 불편했던 시민기자는 안타깝게도 제야의 종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 행사가 더 뜻깊다. 게다가 성덕대왕신종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기도 하다. 해마다 박물관에서는 각 학교에서 뽑혀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대회를 치렀다. 2시간에 한 대인 마을 버스를 타고 경주역 부근에 내리면 작은 걸음으로 다시 한참을 걸어 박물관에 도착했다. 크기도 크거니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성덕대왕신종은 2년 동안 목표물이 되었다. 비천상이 어린눈에도 예뻐 보여 열심히도 그렸었다. 그러다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물감이 그림을 뒤덮는 순간 사실주의 그림은 순식간에 추상화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덕에 9살 봄까지 2년간 무관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경주역 앞에서 먹은 자장면은 언제나 맛있었다. 종 앞에 서면 세월이 한참 지나 아이가 그 당시 내 나이가 되어도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하다. 행사가 끝나고 종 앞에서 기념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으나 많은 인파로 다음을 기약했다. 엄마와 아이 모두 첫 종소리다. 훗날 아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오늘의 설레임과 근사했던 종소리를 기억해줬으면 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25

10년을 한결 같이···뚝배기에 담아 나오는 슴슴한 대왕갈비

10년 이상 한자리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왕갈비(포항시 북구 두호동)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비결이 궁금해서 가족과 함께 가 보았다. 갈비, 특히 돼지갈비 구이를 가족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라 기대가 됐다. 오후 2시 30분~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라 끝나는 시간에 도착했다. 손님들로 붐비기 전에 먹으며 주인장에게 맛의 비결도 물어볼 참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들어서며 바닥과 벽을 자세히 살폈다. 보통 고깃집은 기름때로 미끌거리기 때문이다. 밝은색 바닥이 깔끔해서 평소 관리가 깔끔한 것 같아 안심했다. 5인분을 주문하니, 밑반찬이 먼저 깔리고 양념갈비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주인 내외가 젊은 시절엔 김치까지 모두 담가 사용했는데,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힘이 들어 김치만 국산을 사서 쓰고, 나머지 장아찌 종류는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고 했다. 파김치와 깻잎김치까지 집 반찬처럼 깔끔한 상차림이었다. 고기 굽는 방법을 써서 테이블마다 두었다. 1. 고기를 하나씩 굽지 말고 넉넉히 올린다. 2. 자르지 말고 통째로 굽는다. 3. 자주 뒤집는다. 4. 화력이 세면 스위치를 끄고 중간 불에서 굽는다. 5. 구워진 고기는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가운데 새 고기를 올려 불판이 마르지 않게 한다. 써진 대로 차분히 구웠더니 타지 않고 적절히 맛있게 익었다. 요즘 귀한 상추에 고기를 얹고 파절이를 올려 쌈을 싸서 먹으니 달지도 짜지도 않아 우리 입맛에 맞았다. 양파절임을 추가하면서 고기의 단맛이 싫지 않는데 양념을 어떻게 하는지 여쭈니, 건강에 좋은 재료만 넣는데 비법은 비밀이라고 했다. 그사이 5인분이 순삭이라 3인분 더 추가했다. 돼지갈비는 갈비뼈에 고기가 붙어 나온 채 조리한 고기 요리이다. 한국에서는 갈비뼈 중 앞쪽(1~4번 또는 5번)을 ‘(돼지)갈비’ 또는 ‘쪽갈비’, 갈비뼈 중 앞쪽(갈비)을 제외한 나머지를 ‘등갈비’로 구분하여 부른다. 간혹 갈빗대가 없이 나오는 곳도 있는데, 대왕갈비는 모두 뼈와 함께 있어서 안심이었다. 대왕갈비의 가장 큰 장점은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적당하여 고기의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념 또한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맛이 느껴져, 특히 파김치와 함께 먹으면 조화를 이룬다. 갈빗집에서 밥과 냉면이 후식이다. 나이 들면서 마음에 드는 음식점의 기준이 밥이 맛있는 곳이 될 만큼 밥에 진심이다. 비빔냉면과 된장찌개와 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공깃밥 뚜껑을 열며 살짝 떨렸다. 고기 맛은 합격인데 밥이 부실하면 다시 방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기가 흐르는 맛있는 밥이라 기분이 좋았다. 돼지갈비의 기름기를 심심한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축구선수 이동국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단골이었고, 연예인 전현무의 방문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우리가 먹고 나올 때 손님이 가득 찼다. 영일대 해수욕장 근처라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였다. 30여 년 지켜온 명성을 50년 넘어서도 이어가길 바란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차장이 없었다. 가게 앞 도롯가에 세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월~일요일 오전 11시 50분에 문을 열고, 오후 9시 10분 라스트 오더이다. 휴무일인지 전화해 보는 걸 추천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23

지금은 아빠들도 ‘육아휴직시대’

최근 출생아 수가 반등한 것처럼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위를 보면 아침에 출근 대신 아기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모습을 보거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더운 여름날 아이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빠를 보는 건 낯설지 않다. 육아와 돌봄이라는 영역은 보통 엄마들의 역할로 여기고 있지만 이제는 아빠들도 책임을 함께 나누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일반 회사의 남성 근로자 육아휴직 사용률도 증가 추세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1~6월) 육아 휴직급여 수급자 중 남성 비율은 36.4%로 나타났다. 지난해(31.6%)보다 훨씬 높아진 수치다.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을 하기 쉬운 공무원들의 남성 육아휴직은 2024년 50%로 두 명 중 한 명이 사용했다. 2년 전, 육아휴직을 사용한 김정현(37)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겠다고 했을 때 크게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6개월 쓰고 나니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본다는 건 아빠로서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경북과 포항에서도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에 대해 장려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권장하는 분위기다. 한 예로 포항의 중소기업인 파인스에서 올해 남성 직원 4명이 육아휴직을 하고 1명은 단축 근무를 하게 했다.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면서 육아휴직에 큰 고민 없이 아빠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회사의 적극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이렇게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높아진 이유는 직장에서의 근로 시간 단축과 육아휴직수당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육아휴직을 망설이게 한 경제적인 부분도 지난해보다 지원 금액이 올라 육아휴직 시 최대 450만 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육아휴직수당의 상한액이 올라가고 사후 지급금이 폐지된 이유도 컸다. 하지만 아직은 공무원들과 일반 회사 간의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택한다. 그들은 일과 회사보다는 가족의 행복한 삶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서다. 아이와 하루 종이 같이 있으면 아이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잠을 못 자기도 하고 여러 가지 육아의 어려움이 있다. 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휴직하기 전에는 몰랐던 아내의 육아 고충과 서로의 역할에 대해 소통하고 아빠라는 진짜 정체성과 사랑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빠육아휴직자들은 사회적인 시선이 불편할 때가 있다. 아직은 아이의 주 보호자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아이가 아파서 간 병원에서도 아빠가 있는데도 엄마는 같이 오지 않았냐는 시선을 느끼기도 하고 육아하는 아빠를 기특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현재 육아를 하고 있는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두고 자신의 커리어와 육아휴직 사이에 고민이 있었지만 소중한 지금을 선택했다. 그들은 “ ‘대신 일할 사람은 있지만 대신 할 아빠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돈은 나중에 벌 수 있지만 이 시간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아내 혼자서 육아를 할 수 없다. 서로 부대끼면서 성장해야 가족이다“라고 말하며 아빠 육아휴직을 적극 추천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23

공원에서 만난 그림 같은 노부부

휴일 오후,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덥던 여름이 끝나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절기 처서가 지났다. 걷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집을 나서는 발걸음마다 기분이 상쾌했다. 도심 속에도 여기저기 산책하기 좋은 초록공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길을 따라 걸어가다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환자복을 입은 흰머리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그 곁에 벤치에 앉은 할아버지가 무어라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바람은 초록나무 사이를 스치며 은은하게 불어왔다. 두 분은 오롯이 서로를 바라보며 오가는 얘기 속에 웃고 있었다. 마치 그림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내 발은 걷고 있지만 나의 눈길은 그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이 내 마음에 액자로 남았다. 나는 그 광경이 너무도 인상 깊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저 스쳐 지나기에는 아쉬워, 조심스럽게 사진 두어 장을 몰래 찍었다. 부부는 인생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라는 사실이 두 분의 모습에서 선명하게 다가왔다. 내 핸드폰에 사진을 담고도 그 눈길 떼지 못해, 일부러 그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용기를 내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순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 그 주변을 몇 바퀴나 더 돌았는지 모른다. 짧은 인사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인사를 받은 것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기운이 전해졌다. 나는 그날 공원에서 노부부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두 분은 앉았던 자리를 정리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앉아계신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그곳을 떠났다.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내 마음은 잔잔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배려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사람마다 살아온 시간은 다르지만, 결국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내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삶의 훈훈한 교훈을 남겼다. 진정한 부부의 모습이란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함께 걷고, 함께 웃고, 서로를 지켜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우연히 만났던 두 분의 모습을 행여 또 볼까 싶어 나는 휴일이면 공원을 걷는다. /김영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23

50년 역사··· “족보는 책이 아니라 조상”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 골목 한가운데에는 50년 넘게 족보와 문집 제작에만 몰두해온 ‘대보사’가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책으로 가득찬 내부는 마치 도서관을 연상케 하며, 정갈히 정리된 족보와 문집에서 은은한 종이 향이 퍼져 나와 차분한 기운을 준다. 대보사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대표 고(故) 박노택 회장이 ‘서성인쇄사’를 세운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 대구 유지였던 이석기씨가 “내 점포를 빌려줄 테니 인쇄소를 해보라”라고 권유하며 물심양면 지원한 인연이 발판이 됐다. 이후 1981년 ‘대보사’로 상호를 변경하며, 족보와 문집을 위한 국내 최초의 청 타조 판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는 2대 박도규 대표(77)가 가업을 이끌고 있으며, 장남 박종찬 기획실장이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반세기 동안 대보사는 족보와 문집 출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보사가 지켜온 ‘족보’는 단순한 책이 아니다. 가문의 뿌리이자 조상의 발자취를 기록한 소중한 역사다. 예로부터 귀감(龜鑑)이라 불리며, 친족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가풍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보사에서는 족보를 “책이 아니라 조상”이라 여기며, 완성된 족보를 ‘납품’이 아니라 ‘모셔간다’고 표현한다. 일반 인쇄물과 달리 운반비를 따로 받지 않고, 한 장 한 장을 조상으로 대하며 소중히 다룬다. 배부 또한 택배나 우편이 아닌, 문중에서 직접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심지어 족보에는 가격표조차 붙이지 않는다. 성경책처럼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거룩한 정신이 담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족보를 집안의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며 상에 올려놓고 절을 올리기도 했다. 핵가족화와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한때 봉건적 유물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대보사 같은 곳이 있어 조상들의 지혜와 가문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반세기 동안 뿌리 찾는 이들의 곁을 지켜온 대보사. “족보는 곧 조상”이라는 신념은 오늘도 남산동 골목에서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1대 박노택 회장, 2대 박도규 대표, 3대 박종찬 실장까지 3대에 걸쳐 약 50년간 활동하며 대략 4500~5000종의 족보와 문집만을 제작해 왔다. 1999년 자동화 설비 도입, 2004년 자체 개발한 족보 전용 프로그램, 2008년부터 전자족보 발간, 이후 모바일·인터넷족보 서비스를 확대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박도규 대표는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대보사는 족보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일익을 담당하며, 문집 등 전통 서적 발간에 더욱 전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보사는 지금까지 50년의 노력을 통해 5000 여 문중의 족보와 다양한 문집을 제작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시대에 부응하는 전자족보와 다양한 문집 등을 만드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9-21

말없는 역사서 창녕의 제63호 비화고분

비화(非火)는 고대 가야지역으로 현재 경남 창녕이다. 낙동강 동쪽, 신라와 경계를 이루던 곳으로 5세기 이후에는 신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6세기 중엽쯤 신라에 병합된 것으로 보인다. 555년, 신라가 하주(下州)를 설치하면서 창녕의 옛 이름인 ‘비화’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설이 있다. 창녕박물관 인근, 사적 제514호로 지정된 교동·송현동 고분군. 그곳은 땅이 역사를 말하는 자리다. 그 가운데 도굴되지 않은 제63호 고분은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몇 해 전, 크레인을 동원해 무거운 덮개돌을 조심스레 들어 올릴 때, 침묵 속에서 시간을 깨우는 손길이 시작되었다. 석곽 내부에는 질서 있게 놓인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동관, 은반지, 허리띠, 그리고 붉은 칠의 흔적까지. 모든 것이 정제된 듯, 누군가의 마지막을 정성껏 준비했던 흔적이 선연했다. 고분의 구조는 피장자의 신분과 문화를 말없이 드러냈다. 머리를 남쪽으로 향한 채 안치된 시신. 그 곁에는 부장품 공간과 순장을 위한 공간이 함께 나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사람만 아니라 개의 순장 흔적이 함께 발견된 점이다. 고대의 사후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단서였다. 그것은 공주의 무령왕릉에서도 보이는 동물 순장과 닿아 있다. 삼국시대 말기에 이르러서는 토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만, 한때는 죽은 자를 지키는 존재로서 동물이 함께 묻히는 관습이 있었다. 묵묵히 지켜주던 존재, 생을 함께한 그들을 저세상에도 데려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제63호 고분은 비화 지역 최고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무덤 안에서는 남성의 상징인 큰 칼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장신구의 구성과 유골 분석 결과, 키 1m 55cm가량의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성 중심으로만 보아왔던 지배 구조에 대한 통념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이었다. 무엇보다 그 고분은 유물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출토된 비화 지역 최초의 사례였기에, 학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고대인의 삶과 죽음, 그 안에 담긴 가치관과 신념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가야 유물이 도굴로 사라졌다. 그 상처 속에서 제63호 고분의 발굴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창녕박물관에는 금귀걸이, 금동뿔잔, 청동함 등 문화의 꽃을 피웠던 비화의 유물이 많다. 신라 토기에는 한자가 새겨진 것이 많으므로 신라와 교류했던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정(井), 생(生), 대간(大干)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토기가 눈길을 끈다. 가야는 서기 42년에 건국된 깊은 시간을 품은 나라다. 그러나 그 역사가 묻혀 있다. 바른 가야사의 복원을 원한다면, 초기부터 후기까지 전 시기를 아우르는 발굴과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분은 말 없는 역사서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침묵 속에서도 오래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것은 흙과 돌이 들려주는 진실이며, 우리가 반드시 되살려야 할 기억이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9-21

‘배롱나무’

요즘 세상에 무려 100일 동안이나 붉은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가 있다. 이름하여 배롱나무, 혹은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도 불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옛말이 있지만, 이 나무는 그 격언에다 “시끄럽다, 나는 예외다!” 하고 당당히 딴지를 거는 꽃이다. 이 배롱나무는 겉보기부터가 범상치 않다. 줄기가 매끈매끈하다 못해 반질반질하다. 그 덕에 ‘간지럼 나무’라는 별명이 생겼다. 누가 나무를 간질이면 잔가지가 파르르 떤단다. 사람만 간지럼 타는 줄 알았지, 나무까지 간지럼을 탄다니. 세상 참 넓고 신기한 일이다. 또 하나의 별명은 ‘원숭이 미끄럼 나무’다. 이쯤 되면 나무도 정체성 혼란에 빠질 지경이다. 꽃 피운다고 불리더니, 간질인다고 해서 또 다르게 불리고, 이젠 원숭이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배롱나무는 그 생김새도 이쁘지만, 이름부터 남다르다. 보통 나무들은 이름에 풀떼기(草) 하나 붙고 마는데, 얘는 풀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목(木)’ 백일홍이라는 관직까지 달고 다닌다. 마치 “나는 일 년 초가 아니다 나무 백일홍이다!” 하고 선언하는 듯.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 이름부터 꼿꼿하다. 게다가 이 나무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전설도 하나 딸려 있다. 옛날 어느 어촌 마을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았다. 이무기가 해마다 예쁜 처녀 하나씩 잡아가자, 동네 사람들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무기가 점찍은 처녀를 짝사랑하던 청년이 “내가 대신 가겠소!” 하고 나섰다. 청년은 처녀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를 기다리다, 이무기와 격투에서 목을 두 개 베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무기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남은 한 개 목으로 눈물 콧물 쏙 빼며 도망쳤단다. 처녀는 청년에게 청혼했지만, 청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무기 마지막 목까지 베고 오겠소!” 하고 바다로 떠났다. 그가 떠나면서 “이무기를 처치하면 배에 흰 깃발을,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겠소.” 그러고는 자신 만만하게 떠났는데, 100일 후 청년의 배가 돌아왔다. 멀리서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처녀는 그만 가슴이 무너져내려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청년은 이무기를 처치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무기의 피가 배에 튀어 깃발이 붉게 물들었을 뿐이었다. 해피엔딩 될 수도 있었던 사랑 이야기가 깃발 물감 잘못 선택한 바람에 비극으로 끝난 셈이다. 청년은 통곡하며 처녀의 무덤에 꽃을 심었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바로 배롱나무란다. 그러고 보니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우는 것도, 어쩌면 사랑의 기간제 계약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처녀가 매일매일 기다리던 그 100일의 시간. 그 사랑과 기다림이 나무가 되어 피어난 것이 배롱나무란다. 지금도 산사나 서원에 가면 이 배롱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스님들이 수양할 때, 선비들이 학문에 정진할 때, 배롱나무는 조용히 곁에 선다. 100일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그 모습에 뜻이 담겨 있다. “수양도 백일은 해야 정신 좀 든다”는 자연의 충고인지도 모르겠다. 배롱나무는 충절과 지조의 상징으로, 선비 무덤 옆에 곧잘 심긴다. 요즘같이 싹 피었다가 싹 시들어버리는 SNS 사랑, 반짝 떴다 사라지는 유행 속에서 배롱나무는 말한다. "나는 아직도 백일을 기다린다.” 그 말 한마디가 왠지 묵직하다. 꽃보다 사람이 더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이 나무 하나만큼은 100일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으니 말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9-21

‘문학의 향기’ 대구문인협회 200인 시화전

대구문인협회(회장 안윤하)는 지난 17일 성당못 서편 광장에서 ‘대구 대표문인 200인 시화전’ 개막식을 열고, 가을 정취 속에 문학의 향기를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이번 전시는 대구를 대표하는 문인 200명의 작품을 배너로 제작해 성당못 난간데크를 따라 설치했다. 시화 배너에는 작품과 함께 문인들의 얼굴 사진을 나란히 담아, 이름으로만 접하던 작가들의 면모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협회는 “작품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문학이 생활 속에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막식에서 안윤하 회장은 “문학인의 노래는 철학의 노래이자, 글로 표현되는 예술적 노래”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대구의 예술적 정신을 시민 속에 펼쳐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가을 햇살이 비치는 성당못을 배경으로 시화 배너를 따라 걸으며 작품 속 정서를 감상했다. 한 시민은 “이름만 알던 문인의 얼굴을 보니 작품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며 “가을 산책길에 문학과 함께하니 특별한 여유를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시화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대구 문학의 위상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지역 문단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사를 총괄한 김형범 부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야외와 실내를 아우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야외 전시는 성당못(9월 14~20일)을 시작으로 송해공원(9월 21~10월 3일), 수성못(10월 3~16일)으로 이어진다. 이어 실내 전시는 범어아트웨이에서 9일간 개최된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이번 행사가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시와 산문을 통해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문학의 위안과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200인 시화전’은 문학의 대중화와 지역 예술의 저변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성당못과 송해공원, 수성못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문학을 거리로 끌어내 시민들의 곁으로 다가가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행사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가을 도심 속에 펼쳐지는 특별한 문학 축제로 대구 시민들에게 풍성한 문화적 감수성을 선사할 전망이다. /문성희 시민기자

2025-09-21

봉화 간이역으로 떠나는 감성여행

도시 주변의 기차역을 제외하면 이제 대부분의 역은 옛날의 북적거렸던 때와 사뭇 다르게 변했다. 낮과 밤 구별 없이 번화했던 역 주변은 썰렁하고, 플랫폼마저 정겨움을 잃어가고 있다. 산골이나 오지로 갈수록 폐역이 되고 기차역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 옛날에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던 친지와 가족을 배웅하던 플랫폼, 연인들이 기차를 보고 눈물 흘리던 애틋한 장면은 이제 영화에서도 감상하기 힘들어져 간다. 하지만, 사람은 떠났어도 간이역은 남아 추억 여행, 감성 여행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봉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기차역이 있으며 대부분 두메산골 역으로 감성과 사연의 깊이가 남다르다. 높은 하늘 아래 조용히 내려앉은 산의 능선, 고즈넉한 품성에 시원한 물줄기,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 속을 천천히 달리는 기차는 추억으로 가는 여정이다. 영동선은 영주를 지나 문단역, 봉화역, 거촌역, 봉성역, 법전역, 춘양역, 녹동역, 임기역, 현동역, 분천역, 비동 임시역, 양원역, 승부역, 석포역으로 이어지고 태백 철암역을 지나 동해로 연결된다. 기차역은 옛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간직한 낭만의 장소다. 가난한 시절 시골 젊은 청년들은 무작정 도시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애환 서린 봉화 산간벽지 간이역들은 오래된 이야기들을 품은 체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추억여행도 그만이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한적한 간이역에서 역사와 기찻길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분천역은 자연과 동심을 자극하는 산타클로스를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산타 마을로, 현동역은 시가 있는 역으로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페로 변신한 임기역의 숲터마을은 화려했던 번영은 세월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마을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분천역에서 석포역까지 펼쳐지는 오지협곡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심오한 섭리를 지켜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고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진 양원역은 마을 주민이 직접 삽을 들고 만든 민자역이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승부역은 특히 겨울 눈꽃여행과 세평 하늘길로 세상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낙동강의 최상류에 있는 오지역으로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이라는 시로 유명하다. 봉화역과 춘양역에서 만나는 전통시장은 용마루와 돌담 너머로 겹겹이 즐비한 고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라 정겹기 그지없다. 자연으로 남은 마음의 고향 봉화는 기차를 타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봉화 산골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고 그 속에 삶이 있었기에 더 따스하게 다가오는 간이역에서 여행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보자. 아련한 추억과 삶의 체취가 그리운 날, 봉화 산골 간이역에서 느림과 여유 가득한 추억여행을 떠나 감성 여정을 즐겨보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8

포항제철중학교 학생들의 ‘KAI 에비에이션 캠프’ 체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은 어른들 몫이다. 어떤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며 성장하는가에 따라 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는 곧 한 나라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가정과 학교, 기업과 국가가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 속에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대한민국 교육기부 1호 효시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2012년 경남 사천 본사에 국내 최초의 교육기부 체험 학습관인 KAI 에비에이션 센터를 개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항공기 개발, 생산 과정에 적용되는 기초과학 원리를 현행 교과 과정과 연계해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인 ’KAI 에비에이션 캠프‘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교육기부 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는 ’찾아가는 에비에이션 캠프‘를 시행하기도 하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9월 4일, 포항제철중학교 학생 39명은 김용환 선생님의 인솔 아래 1박 2일 일정으로 KAI 에비에이션 캠프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항공우주 세계를 직접보고 듣고 체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김용환 교사는 “항공우주와 관련된 이론과 실재를 동시에 접할 수 있었던 뜻 깊은 기회였다”며 “현장 엔지니어들의 세심한 지도와 피드백 덕분에 학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예준 학생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전투기와 헬기제작 공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비행 이론과 원리, 랜딩기어 구조, 비행 시뮬레이터 체험까지 하며 과학적 요소를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장연석 학생회장은 “전투기와 헬기 공장의 전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며 “바쁘게 돌아가는 작업라인이 아니라 도면을 보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에서 한 대의 항공기에 들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과학기술이 국방력과 연결되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참여한 모든 학생과 소감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뜻 깊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기업’의 교육 기부는 단순히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자원을 통해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사회 문제 해결의 기반을 다진다. 이렇게 사회에 필요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과정 자체가 기업의 책임이자 사명인 것이다. 고전에서 말하듯,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제 자리를 지킬 때 가정도 나라도 평안하다. 건강한 사회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교육을 지원하고, 교사가 길을 안내하며, 학생들이 도전하는 과정이 서로 맞물릴 때 사회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KAI가 마련한 교육캠프를 통해 포항제철중학교 학생들이 경험한 짧지만 깊은 여정은 그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눈빛 속 설렘과 호기심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8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경주 여행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APEC 정상회의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경주로 주말 여행을 떠났다. 13일부터 14일까지, 예쁜 한옥 펜션을 예약했다. 문제는 출발 당일까지 펜션 예약 외에는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는 것. 결국 대구에서 모인 선발대 5명은 간단히 장을 본 뒤, 경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야 “오늘 뭐 하고 놀지?”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오늘 뭐 하고 놀지?”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MBTI의 P 성향이 강한 네 명 사이에서 유일한 J 친구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미리 조사해 둔 야외 역사 테마 방탈출 게임! 역사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할 수 있는 1석 2조의 기회에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목적지를 정한 우리는 기대감을 잔뜩 안고 경주로 출발했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펜션에 짐만 잠시 두고 나가려던 순간, 뜻밖의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바로 귀여운 고양이 9남매였다. 꼬물꼬물 달려와 애교를 부리는 통에 발걸음이 멈췄다. 잠시 고양이들과 놀며 사진도 많이 찍고 힐링 타임을 즐긴 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방탈출 게임을 즐기러 떠났다. 게임 키트를 받고 설명을 들은 뒤, 기념 사진을 찍고 방탈출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 사용되는 키트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카드와 보자기로 구성되어 있었고, 보자기는 문제를 다 풀면 그 정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빨리 풀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일본에게 빼앗긴 유적들을 찾아다니며 경주 곳곳을 돌아다녔다. 경주의 전통시장인 성동시장부터 야경이 아름다운 경주읍성,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전을 봉안한 집경전, 유럽 양식으로 지어진 야마구치병원, 에밀레종으로 잘 알려진 성덕여왕 신종이 있던 경주문화원, 2006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서경사, 경주 시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봉황대까지. 미션을 해결하고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특히, 어플과 연동된 카드를 활용하는 미션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드디어 봉황대에서 마지막 문제를 풀고, 보자기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대한독립만세!”라는 화면이 뜨자, 우리는 다 함께 만세를 외쳤다. 다시 펜션으로 돌아오니 후발대 2명이 도착해있었다. 야외 방 탈출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친구의 실수로 다 익은 목살이 숯불과 함께 쏟아져 한 점도 먹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고기는 잃었지만, 그 자리에 쌓인 건 진심 어린 대화와 웃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새벽 5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놀다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모두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황리단길로 향했다. 우리가 가려던 맛집은 대기가 길고 주차 공간도 꽉 차 있어서 근처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맛은 아쉬웠지만, 본격적인 관광을 앞두고 설렘이 더 컸다. 식사 후 황리단길을 걸으며 소품가게도 둘러보고, 경주를 대표하는 경주빵과 10원빵도 잊지 않고 사 먹었다. 이번 경주 여행은 경주의 역사와 현재, 일상과 특별함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경주는 천년의 고도라는 전통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세대가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 야외 방 탈출 게임은 현실 공간에서 가상 스토리의 주인공이 돼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이다. 자연, 역사적 장소 등에서 진행되며, 관광지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며 즐기는 신개념 체험형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8

40년 그 맛 그대로···잡내 없이 담백하고 깔끔

더운 여름을 지나며 기력이 떨어졌다. 이럴 때 보양식으로 돼지국밥이 좋다고 한다. 면역력을 올리고, 간 기능을 높여 해독작용에 좋다. 피로회복이 빨라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에 즐기는 음식이다. 산악회 회원들의 오랜 단골집이라며 추천받아 찾아간 국밥집이다. 양학시장 안에 자리한 강원식당은 점심시간마다 줄이 길다고 해서 점심이 지나 찾아 갔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고 해서 오후 4시에 가도 되겠냐고 미리 전화하니, 재료가 끝나면 오후 3시에 문을 닫으려 하니 오후 2시 30분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주변을 한 바퀴 돌다 겨우 주차했다. 입구 문부터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맞는다. 테이블 다섯 개의 아담한 실내에 마침 아무도 없어서 앉고 싶은 곳에 앉으라고 했다. 낮은 천장, 메뉴판을 훑었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따로국밥, 술국, 수육, 두부김치 중에 순대국밥과 돼지국밥,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상이 내왔다. 공깃밥은 어디 있나 찾으니 함께 간 일행이 국물을 한 숟가락 푹 떠서 보여준다. 밥알이 가득하다. 국밥이라 밥이 미리 말아져 나온다. 식당을 처음 시작할 그때부터 국밥이었지만 손님 중에 밥과 국 따로 먹고 싶다고 해서 메뉴에 따로국밥이 생겼다고 한다. 수육도 주문하려고 하니, 토요일엔 수육이 없다며 평일 오후 3시 이후에 오면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주인장에게 이런 질문하는 사이 테이블이 꽉 찬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밖에서 기다릴 뻔했다. 일단 국물부터 한 술 맛보았다. 잡내가 전혀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돼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게 하려고 어떤 특별한 방법을 쓰냐고 여쭈니, 그냥 별거 없다고 했다. 수능 만점 맞은 학생 인터뷰에 과외 학원 없이 기본인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대답을 듣는 것 같았다. 돼지 도가니가 국물이 잘 우러나 그날그날 싱싱한 재료 가져와서 푹 고아서 준비할 뿐이란 대답이었다. 한약재는 어떤 것을 넣냐고 하니, 아무것도 안 넣는단다. 40년 전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잡냄새가 하나도 없다니 신기하다고 하니 생강을 넣어서 그런가 하셨다. 국물은 일단 합격! 순대와 고기가 가득한 탕에 상에 같이 내온 부추 겉절이를 올리고 간은 새우젓으로 맞췄다. 양념장과 후추도 입맛에 맞춰 넣으라고 탁자에 미리 세팅해 놨다. 양념장 없이 그대로 맑게 먹는 걸 좋아해 넣지 않았다. 마지막 국물까지 맑았다. 양학시장 안에 가게 이름은 대부분 자식의 이름이 아니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이름을 달고 평생을 그곳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다. 강원식당도 고향이 강원도라서 붙였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 며느리가 함께 참여해 도왔다. 곁에서 제대로 배웠고 어르신이 은퇴하며 며느님이 물려받았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가게를 넓히고 싶어도 옆 가게와 딱 붙어있어 마음뿐이라고. 40년 전 그대로인 모습이라 맛도 그대로인가 싶었다. 돼지국밥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는 설, 고려시대 왕이 백성에게 돼지고기를 나눠준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6·25 전쟁 당시 부산 등지로 피난 온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 돼지 뼈와 부속물을 활용해 설렁탕과 유사한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 돼지국밥의 시작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다. 강원식당은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하지만,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으니 전화 문의 후 찾아가는 게 좋다. 일요일에는 쉰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6

고물가 시대, 현명한 소비 하기

“장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최근 장을 보러 간 주부 김은경(48)씨가 가격이 오른 계란값과 배춧값을 보고 월급에 비해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한 말이다. 지난주 내연산 등산을 갔던 정희연(45)씨도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산채비빔밥 가격이 1만3000이라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오랜만에 식당을 이용했는데 그사이 이렇게 오른 줄 몰랐다고 다시 말했다. 폭염과 폭우라는 기후의 영향도 있겠지만 끝없이 치솟는 물가, 고물가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식탁 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활비 부담이 늘어가는 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요노족(YONO, You Only Need One)이 등장하는 등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똑똑한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고물가 시대를 대처하기 위한 소비 생활 중 하나가 요즘 뜨고 있는 소분(小分) 모임이다. 1인 가구의 증가나 신혼부부 등 가성비 있는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먼저 SNS를 통해 같은 지역의 사람들끼리 익명으로 구입할 물건에 대해 의견을 묻고 물건을 구매한 후 나누는 형식이다. 소분 모임을 이용하면 대용량 제품을 확실히 더 저렴한 비용에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실용적이어서 여기에 공감하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분 모임 할 수 있는 품목들은 다양하다. 고기나 음식도 있고 세제, 두루마리 휴지와 꽃도 함께 사서 나눈다. 대구에서 자취를 하는 1인 가구 이지선(28)씨도 “혼자 사는 자취생이라 양이 많아서 사고 싶어도 고민될 때가 많았다. 소분 모임을 이용해 보니 정말 좋다. 이런 혁명적인 문화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분 모임을 하는 것 외에도 알뜰 소비를 하기도 한다. 반값이나 떨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에서 소비 기한 마감이 임박한 상품을 구입하거나 빵이나 반찬가게의 ‘마감 할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반값이거나 그보다 싼 경우가 많아 소비자는 물론이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할인이다.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버리느니 반값에 파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매일 반값에 살 수 있는 음식이 달라서 좋다. 마트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떨이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원 플러스 원 같은 단순 할인 서비스보다 만족도가 높다. 겉모습이나 신선도가 좀 떨어진 상품을 저렴하게 팔아 농산물 폐기량을 줄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을 넘어 환경 보호와 농가 지원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소비로 이어진다. 알뜰 소비가 결국 가치소비로 이어지는데 이런 소비는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나에게 좋으려고 한 소비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도 기여해 착한 소비가 되는 것이다.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쓰레기와 재활용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할인이라고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지 않고 정말 필요한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인다. 충분한 정보와 가치 판단, 환경과 미래까지 생각하며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때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6

작가들, 신라예술제를 즐기다

작가로 산다는 건 하나의 섬에 사는 것과 같다. 작업실이란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그리고 쓰고 조각하며 산다. 그렇게 각자의 섬으로 살다 전시나 행사가 있으면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13일 저녁. 신라예술제를 핑계 삼아 뭍으로 나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왔다. 이번 2025년 신라예술제엔 경주미술협회 소속으로 참여했다. 2025년 신라예술제는 한국예총 경주지회 주최 주관으로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 경주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열렸다. 경주 미술협회에서는 ‘아트빛, 머무르는 시간 : 종이컵을 이용한 설치물 제작’을 준비했다. 37명의 작가가 1인당 7개씩을 담당해 그림을 그려 넣어 종이 등을 만들었다. 오픈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이라 30여 분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만난 반가운 얼굴들로 인사하기 바쁘다. 등은 행사장 안쪽 나무들이 있는 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빛을 머금은 작은 등 위엔 꽃, 곤충, 사람 등 저마다 다른 색을 품은 이야기가 빼곡이 담겨있었다. 행사 전날 비가 제법 내린데다 당일에도 조금씩 뿌린 탓에 조금 번진 그림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것대로 작품이 됐다. 등이 각각 나눠져 전시중이다보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소소한 재미를 즐기는 사이 오랜만에 만난 동료 작가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짧은 안부를 전했다. 오후 7시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일본 오이타현의 교류 공연 및 주제 공연 ‘신라의 빛’이 이어졌다. 주제공연인 ‘신라의 빛’은 국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관현악 연주에 연극과 마임을 결합한 ‘국페라타(국악+오페라+연극)’형식으로 선보였다. 공연은 13, 14일 이틀간 저녁 7시에 진행됐다. 그리고 이번 신라예술제엔 프리마켓과 푸드트럭이 함께 했는데 공연을 보며 잔잔한 먹거리도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친한 작가 몇이 모여 서로 한 품목씩 골라 모이니 포트럭 파티가 따로 없다. 조금씩 뿌리는 비를 피해 정자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어둠을 적당히 밝혀주는 종이등을 배경으로 그간 못 나눈 수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진짜 잔칫집에 온 기분이었다. 첫날 식이 끝나자 다시금 세찬 비가 한차례 쏟아졌다. 날씨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작은 등들은 굳센 주인들을 닮아 이틀간 잘 버텨주었다. 전시되었던 등은 희망하는 작가들 한정으로 행사 종료 이후 무상으로 관람객에게 나눠졌다. 좀 더 온전한 상태로 전달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즐겁게 시작된 작업이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했다. 모처럼의 잔칫날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다시 섬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외로움과 불안함을 한 몸처럼 한껏 껴안은 채 전쟁을 치를 것이다. 저마다의 섬에서 다들 안녕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6

맛깔나게 풀어낸 옛 선인들의 풍류·멋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은 최근 복지관 평생대학에서 350여 명의 수강생이 함께한 가운데 방종현 수필가를 초청해 특별 인문학 강연을 열었다. 강연장에는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어르신들의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고, 무대 위에서는 곧바로 역사의 장면과 문학의 숨결, 음악의 선율과 철학의 향기가 어우러진 한 편의 종합예술이 펼쳐졌다. 이날 방 강사는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 조선시대 문장가 송순, 재치 넘치는 백호 임제, 풍류의 대명사 김삿갓, 그리고 ‘천하의 명기’ 황진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인물을 불러냈다. 그는 인물들의 삶과 일화를 해학적이고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며 청중을 웃기고 감동시키기를 거듭했다. 이야기에 빠져든 어르신들은 마치 옛 선비들과 기생이 노래하고 시를 읊던 시절로 여행을 떠난 듯,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였다. 강연의 흐름은 더욱 다채로웠다. 이날 이현정 낭송가는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송하며, 시대의 아픔과 민족의 희망을 함께 느끼게 했다. 이어 방 강사는 하모니카를 꺼내 들어 방랑시인 김삿갓을 정겨운 멜로디로 연주하자 강연장은 금세 화합의 무대로 변했다. 시조창이 울려 퍼지고, 청중과 함께 부르는 합창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어르신들은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고, 강연장은 어느새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판으로 변했다. 한 수강생은 “옛 사람들의 풍류와 멋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내는 강의는 처음”이라며 “노래하고 웃고 배우다 보니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강연이 끝났지만 마음이 한참 동안 따뜻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방종현 수필가는 달구벌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대구수필가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담수회와 운경대학, 대한노인회 대구시 각 지회, 지역 노인복지관 등 여러 시니어 대학에서 인문학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역사와 지리, 문학과 음악을 ‘풍류(風流)’라는 우리 전통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엮어내며,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아 ‘풍류 인문학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이날 강연을 지켜본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평생대학 총동창회 이단 회장은 “방 강사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하모니카 연주와 시조창까지 더해져 시청각이 살아 있는 명품 강의였다”며 “시니어 대학의 새로운 문화적 사건”이라고 극찬했다. 김진홍 관장은 “우리 복지관의 바람은 언제나 ‘건강한 백세 노년의 행복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며 “칸트가 말한 행복의 세 가지 원칙처럼, 꾸준히 배우고 움직이며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복지관은 어르신들이 웃고 배우며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9-14

사라지는 숭조사상을 안타까워 하며

곧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을 맞아 예로부터 자손들은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하고, 집에서는 차례를 지내며 조상을 기려왔다. 그러나 최근 세태는 이러한 전통 의식이 점점 간소화되거나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에는 자손들이 직접 낫과 예초기를 들고 묘소를 단정히 정리한 뒤, 성묘 후 술잔을 올리고 추석에 정성껏 차례를 모시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벌초 과정에서 술잔만 올리고 추석 차례는 생략하는 가정이 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벌초조차 전문 대행업체에 의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시향도 예전에는 평일에 모시다 보니 참여 자손이 적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각 문중에서 많은 종인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음력 시월 일요일로 날자를 변경하였다. 처음에는 전국의 종인들이 많이 참석하고 점심을 대접하려는 분들이 많아 축제 분위기였으나,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2년 쉬면서 참석 종인이 급격하게 줄었다. 일부 문중은 벌초 후에 윗대 조상님들에게 술잔을 올리고 추석과 시향을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제사 역시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매년 돌아오는 기일마다 제사를 지냈으나, 최근에는 그해 첫 제사에 함께 지내거나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한 차례 같이 모시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추석 차례를 지내는 비율을 자료로 살펴보니 이렇다. 2024년 기준,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낼 예정인 사람은 약 41%, 지내지 않을 예정인 사람은 59%였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인용)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민족 고유의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낸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39%였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65.9%)보다 많이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화와 핵가족화, 바쁜 생활 패턴으로 인한 변화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조상 공경과 가문 계승의 숭조 사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의례가 간소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례문화도 매장에서 화장하여 매장하거나 납골당에 모셨으나, 문제점이 많아 부지를 다듬어 선대 조상님 산소를 한곳으로 모시는 종중이 늘어났다. 산이 없는 분은 수목장을 한다. 2025년 1월 24일 장사법 시행령 일부개정으로 화장한 유골의 분골을 산(자연장지), 묘지, 화장시설, 봉안시설 내 지정 장소, 바다(해안선 5Km 이상 떨어진 곳)에 뿌리는 산 분장이 제도화되었다. 산 분장이 활성화되면 묘지나 수목장도 없어질 것이다. 숭조사상(崇祖思想)이란 조상을 높이 섬기고 소중히 여기는 사상이다. 세태가 바뀌더라도 조상을 기억하는 숭조사상의 정신만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9-14

나무결 위에 아로새긴 ‘시의 향연’

영남대학교 출신 문인들로 구성된 천마문인협회(회장 김종근)가 목각 시 작품전을 개최 중이다. 목각 시는 회원들이 직접 쓴 작품을 목판에 새겨 전시하는 형식으로,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드문 특별한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회원 40여 명의 작품 50여 편이 20일까지 대구아트웨이 오픈갤러리(B 큐브)에서 선보인다. 오픈갤러리는 지하철 2호선 범어역 11번 출구 지하에 위치한 공간으로 접근성이 뛰어나 관람객들의 편의를 더하고 있다. 천마문인협회 목각 시 작품전 개막식에서는 김종근 회장의 인사말과 이상일 사무국장의 목각 시 추진 경과 보고가 차례로 진행된 뒤, 김옥희, 조영린, 이지희 시인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이날 특별히 충남 공주에서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는 나태주 시인이 전시회에 참석해 자신의 대표작 ‘풀꽃’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시어로 개막식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개막식 종료 후에는 장소를 옮겨 임시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협회지 창간호 발간을 위한 제호 선정, 편집위원 위촉, 편집 방향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오는 11월 6일 통영 청마 유치환 문학관 탐방과 거제도의 노자산·저도 문학기행 일정을 확정했다. 천마문인협회는 2025년 9월 10일 현재 회원 수가 63명에 이르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종근 회장은 “천마문인협회 협회지 창간호 발간에 이어 매년 정기적으로 연간지를 발행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의 글을 전하겠다”고 밝히며 “해마다 문학기행을 기획해 회원들의 창작활동에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권영시 시민기자

2025-09-14

수성구 만촌2동 ‘달빛 경로당’ 주민염원 결실

대구 수성구 만촌2동에 새로운 어르신들의 사랑방, ‘달빛 경로당’이 문을 열었다. 단순한 건물이 아닌, 지역 공동체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숙원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8일 열린 개소식에는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과 조규화 수성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시·구 의원, 대한노인회 수성구지회 임원, 지역 단체장과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해 경로당의 첫걸음을 함께 축하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설이 제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주민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빛났다. 달빛 경로당은 노인 여가 복지시설이 부족한 만촌2동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국비와 구비를 합쳐 19억원이 투입된 사업으로, 2022년 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23년 설계를 거쳐 2024년 4월 착공, 올해 9월에 준공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시설 건립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한마음으로 추진해 온 염원의 기록이다. 수성구 만촌동 975-20번지에 새로 문을 연 경로당은 지상 2층, 연면적 199.88㎡ 규모의 아담하면서도 기능적인 공간으로 조성됐다. 1층에 ‘할아버지 쉼터’, 2층에 ‘할머니 쉼터’를 나란히 마련한 구상은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으며, 옥상 텃밭은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동시에 작은 기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로당의 이름 ‘달빛’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옛 명나라 장군 두사충이 달빛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와 ‘달빛 동네’라 불리며 이어져 온 역사적·지리적 정체성이 함께 녹아 있다. 이는 경로당이 지역 전통과 어르신 삶을 잇는 상징적 공간임을 일깨운다. 개소식에서 보여진 한빛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공연은 이날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르신들의 미소와 어우러지며, 경로당이 단지 노인만의 공간을 넘어 세대를 잇는 공존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했다. 김대권 구청장이 “달빛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여가와 소통의 중심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 어르신들의 삶의 질은 곧 지역사회의 품격과 직결된다. 달빛 경로당은 노인 복지의 한 축이자 더 나아가 공동체가 얼마나 따뜻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달빛 경로당의 개소는 작은 시작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역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어르신에게는 쉼과 교류의 장을, 지역에는 세대 화합의 상징을 제공하는 이 공간이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9-14

‘봉사 MOU’···지역사회 소외된 이웃 위한 나눔 실천

지난 8월 30일,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우리지역 포항에서 있었다. ‘소외된 이웃돕기 일일 소맥데이’ 행사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포항시학생회가 주관한 이 자리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학우와 동문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 등 300여 명이 뜻을 모아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된 나눔의 자리였다. 학생회는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라는 2025년도 슬로건을 내걸고 올해도 열정적으로 전통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서의 성과는 방송대 포항시학생회가 민간 봉사단체 ‘한봉우리 봉사단’과 봉사를 위한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한 것이다. 두 단체는 이 협약으로 지역사회 나눔 실천을 약속한다. 한봉우리 봉사단은 지난 5월 해병대 가족모임과 포항지역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민간 봉사단체로 재난 대응, 소외계층 지원 및 크고 작은 지역 행사들의 안전을 위한 자원봉사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시학생회 소속 학우들은 봉사단과 함께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두 단체의 협약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학우와 동문은 물론 지역 소상공인들의 후원까지 이어지면서 행사는, 결실을 맺어 추수에 공들이는 가을만큼이나 풍성했다. 이삼배 한봉우리 봉사단 단장은 “이번 MOU 체결은 두 단체가 협력해 더 큰 봉사의 길을 열어가는 출발점”이라며 “상호협력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재민 학생회장 역시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된 소맥데이 행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용기를 전해준다. 앞으로도 방송대 학생회는 함께 나누고 연대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에서는 작은 즐거움도 함께했다. 진행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미니 가요제에서는 수상자에게 2학기 장학증서가 주어져 학업에 힘을 보탰다. 웃음과 화합이 함께한 순간은 학우들에게도 또 다른 격려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출석수업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포항시학습관이 아닌 대구지역대학에서 수업이 진행되면서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우들, 특히 연세 많은 학우들에게는 수업을 위한 장거리 이동이 학업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봉사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업 스트레스 완화가 절실하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는 팍팍한 일정에도 틈틈이 봉사에 나서는 학우들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과 활력이 느껴진다. 그들이 일상에서 만나지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지역 봉사단체와 함께 작은 도움의 손길을 보낼 때 지역 사회의 어두운 구석까지도 밝아진다. 이번 행사 수익금은 소외된 조손가정 아이들의 학원비 지원과 어른들 무료급식소 후원에 쓰일 예정이다. 작은 손길이 모여 큰 등불이 되는 것이다. MOU 협약으로 이루어지는 사랑과 나눔이 깃든 봉사활동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1

광복절 밤, 대구를 물들인 트롯 열기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대구의 무더위는 유별났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대구를 ‘대프리카’라 부른다.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은 공연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열기로 들끓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대구 출신 가수 김용빈이 대구시가 마련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 음악회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수많은 시민이 몰려든 것이다. 혼자 공연장을 찾은 시민기자는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찾았다. 두어 시간 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넓은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관객들로 가득했다. 아이 손을 잡은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은 청년들, 그리고 시민기자처럼 혼자 온 관객들까지. 모두의 표정에는 같은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무대 위에 김용빈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의 목소리는 힘차면서도 따뜻했고, 노래 한 소절마다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더위는 이미 잊혔다. 시민들은 하나 되어 박수를 치고 함께 노래하며 여름밤의 축제를 즐겼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 공연 시작 전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김용빈은 올해로 현역 22년 차 가수다. 무려 일곱 살 때부터 트롯을 불러왔다. 또래들이 동요를 즐겨 부를 나이에 그는 트롯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서며 주목을 받았지만, 성장하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그를 짓눌렀다. 결국 극심한 불안과 공황장애로 이어졌다. 그는 7년간 가수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팬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응원과 격려가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었다. 무대에 돌아온 김용빈은 한층 깊어진 목소리와 단단해진 내면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진(眞)’의 자리에 오르며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른 것은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최근 그는 ‘미스터트롯 TOP7’ 멤버들과 함께 미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짧은 시간 안에 티켓이 매진될 만큼 해외 팬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또한 전국을 다니며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직접 만나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이는 김용빈이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대구 공연은 그의 고향 시민들과 함께한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무대 위에서 그는 노래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대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보이는 듯했다. 관객들은 그의 노래에 환호하며,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진한 위로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오래 남았다. 귀에는 여전히 그의 노랫소리가 맴돌았고, 가슴은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이날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시민들에게는 광복절을 더욱 특별나게 만든 문화의 장이었고, 시민기자에게는 첫 단독 공연 관람의 설렘과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앞으로 무대 위에서 더욱 활약할 김용빈 가수의 행보가 기대된다. /김영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1

나의 이야기가 영화가 된다면

나는 책을 좋아한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환경, 다른 경험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영화 같은 일상’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여겼다. 하지만 수필 모임에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나의 일상을 돌아보고 작은 사건에 의미를 더해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을 겪으며 과거 경험에 특별함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글로 풀어낸 작은 일상이 제법 읽을 만한 글이 되었다. 영화 같은 화려함은 없어도, 눈앞에 그려지는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일본의 소설이나 영화에는 평범한 일상적인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소소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더 깊은 여운과 따뜻한 감동을 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보다, 실제 연애를 다룬 ‘연애의 참견’이나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SNL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추석,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기 힘들어 한참을 걷다가 어렵게 한 대를 탔다. 기사님은 “이 시간엔 사람들이 몰려 당연히 택시 잡기가 어렵다”며 카카오 택시 콜을 꺼놓는 이유까지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덕분에 지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목적지로 가던 중,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사람을 보았다. 놀란 나와 달리 기사님은 “이런 일은 흔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거칠게 운전하는 기사와 오토바이 운전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짧지만 흥미롭고 의미 있는 대화였다. 택시를 타다 보면 아무 말 없이 목적지까지만 가는 기사님도 있고, 묻지 않았는데 삶의 신념과 가족 이야기를 풀어놓는 기사님도 있다. 때론 재미있고, 때론 지루하고,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또 때론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인상 깊게 보았던 일본 영화 중, 시골 카페를 배경으로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있었다. 단골 손님 몇 명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모여 하나의 서사가 되고 결국 영화가 된다. 평범하지만 내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해 몰입해서 보았다. 택시 기사님들과 나눈 대화도 그렇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각색해 영화로 만든다면, 소소한 일상을 담은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이 영화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가 가장 큰 울림을 전해줄지도 모른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