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문화의 정면패션은 아주 미묘하며 미세한 차이 속에서 탄생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에서 앤 해서웨이가 입은 스웨터의 색은 푸른색이지만, 정확히는 ‘세룰리안 블루’다. 푸른색만 해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여기에서 세룰리안이라는 수식어가 왜 블루 앞에 붙은 것일까? 그것은 수백 가지의 다른 블루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즉 세룰리안 블루는 푸른색의 한 부분이다.푸른색이 이렇게 많다 보니 특정한 옷에 어떤 색이 더 나은지를 고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훌륭한 디자이너는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골라내고야 만다. 그것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이 그것을 알아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미적 가치를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서 그것을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디자이너의 안목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곧 대중의 안목이며, 그 사회와 문화의 안목이다. 유명한 디자이너란 대중의 감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며, 학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중의 감각을 하나하나 습득한 사람일 것이다.더 정확히는 한 사람의 디자이너가 가진 탁월한 안목과 감각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속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패션이나 디자인은 단지 옷의 모양, 색감, 질감을 고르는 차원이라고 할 수 없다. 패션은 그 사람의 경험 전체, 나아가 그 사람이 발 딛고 있는 땅의 문화 전체가 녹아들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패션의류산업이 기술적으로 선진국에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패션을 선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와 관련이 깊다.그렇다면 이제 분명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세계 수준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정책’은 불가능하다. 그런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우리나라를 세계인이 호감을 갖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세계인이 호감을 갖는 나라란 쿠웨이트와 같이 국민소득 수준만 높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국가경영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가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나라, 소득수준이 높으며 그에 비견되는 사회 문화수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리하여 세계의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 결국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일 것이다.△국가브랜드가치한 나라의 인지도를 결정하는 호감도, 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총합하여 수치화한 것을 국가브랜드지수 혹은 국가브랜드이미지라고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한 동안 각국의 브랜드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의 내용은 이렇다. 여러 나라가 동일한 제품을 만들었고, 그 소비자 가격이 100달러로 동일하다고 했을 때 얼마를 주고 이 물건을 살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2012년의 경우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 가격인 100달러를 주고 사겠다고 세계인은 응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0% 이상을 할인한 76.6달러에 사겠다고 했다. 2006년에는 66.3달러였던데 비해서 15.5% 상승했지만, 여전히 한국 제품은 다른 나라들보다 저평가받고 있다.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우리의 한복을 생각해보자. 한복은 아름답고 우아하다. 하지만 한복에 대해서 세계인은 문외한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 열린 ‘샤넬2015/16 크루즈 컬렉션’에서 한복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샤넬 크루즈 컬렉션’ 쇼는 2000년부터 매년 열려 왔다. 휴양지 옷차림과 간절기 패션을 선보이며 이듬해 봄·여름 패션 트렌드를 미리 점쳐볼 수 있어서 세계 패션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 쇼는 파리, 로스앤젤레스, 베니스, 베르사이유 등의 도시를 돌았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두바이를 거쳐 한국에서 세 번째로 열렸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직접 참여한 이 패션쇼에 300명이 넘는 기자가 초대되었다. 라거펠트는 한복의 전통미와 서구적 세련미를 접목시켜 이제까지와는 다른 한복을 탄생시켰다.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한복은 우리 것인데도 불구하고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은 외국 유명 디자이너를 통해서 소개되어야 비로소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브랜드가치는 이 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라거펠트가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한국의 전통 옷을 대상으로 디자인했다는 것, 그것이 곧 한국의 브랜드가치가 향상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집중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경제적 수준이나 군사적 수준과 같은 하드파워 뿐 아니라 문화나 사회제도, 국민의식과 같은 소프트파워도 함께 갖추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 부와 국민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군사력이 갖춰지는 것은 물론 높은 문화수준을 바탕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때 세계인은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모방하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어할 때 우리나라가 세계인의 가슴속에 새겨질 것이다. 여기에서 세계인을 끌어올 수 있는 그런 창조적 문화의 힘이 생성될 것이고, 그때 우리나라의 패션이 세계를 리드하게 될 것이다.
2019-11-05
90세 인구가 20세 인구보다 많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지금은 아마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통계청이 추정한 2050년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90세 노인의 인구가 20세 인구보다 많을 뿐 아니라 65세 이상 노인층의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무려 40%를 차지한다. 14세 이하 유소년의 인구 비율이 8.9%에 그친다는 추정이다. 가히 놀라운 인구 수의 변화다. 정상적 연령별 인구 구조인 피라미드형이 사라지고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며 14세 이하의 유소년은 눈 닦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우리나라의 저 출산율은 세계 최고이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명 이하(0.98명)로 떨어졌다. 두 사람이 한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1970년대 초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1개국 중 74번째였다. 40여년 사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것이다.인류가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생률은 최소 2.1명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인구의 연령별 분포는 나이가 낮을수록 많고 높을수록 적어지는 피라미드형이 정상이다. 그러나 사회적 요인에 의해 인위적 인구 제한이 이뤄지면서 피라미드형 구조가 깨지고 있다. 2050년의 우리나라는 재앙에 가까울 만큼 역피라미드형이 만들어진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아직 실감을 못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박준섭 변호사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결론짓고 기소를 하였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타다를 비롯한 플랫폼 업계 및 택시 업계 사이에, 나아가 신산업과 기존의 산업 사이에 경쟁과 출동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하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에 대한 법적 쟁점은 타다가 운전기사를 관리·감독하는 주체로서 여객운수사업법상의 사업자에 해당하여 면허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인지, 아니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은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상의 예외규정에 따라 면허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느냐이다.검찰은 ‘타다’가 승객과 운전기사를 단순히 연결만 하는 사업이 아니고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로 본다. 검찰은 ‘타다’와 ‘타다’운영사 ‘쏘카’가 드라이버를 지정된 시각에 출근시키거나, 앱을 통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한 뒤 앱에 저장된 승객의 신용카드 정보로 결제되도록 한 것은 운전기사를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있는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은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에 따라 사업을 적법하게 해온 것으로 주장한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독일의 해석학 이론서에 의하면 예외 조항이라고 해서 항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 규정도 확대해석을 하거나 유추적용 등 의미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예외조항에 근거를 둔 사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불가능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이라는 죄형법정주의원칙이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우리는 이 사건이 법적용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넘어 이번‘타다’사건으로부터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미래를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는 인식이다. 우리는 식민지 시대에 독일 등 서구로부터 일본이 배워온 법체계를 거의 그대로 계수하면서 근현대를 만들어 왔다. 이 법체계는 인간의 자연적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규율하고자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를 한 뒤 예외적으로 이를 해제하여 허가하거나 아예 특별한 권리를 만들어 특허를 주는 방식으로 규율해 왔다. 이제 새로운 문명의 시대인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법적 규율을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지는 과거와 달리 이제 배워올 곳이 없다. 아직 우리보다 이 분야에 약간 앞선 나라가 있어서 참고할 법률이나 법적 규율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세계도 아직 실험적 법률을 만들면서 탐색 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신산업에서 규율하는 입법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영역이고, 이것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미래와 함께 세계의 미래도 책임진다는 새로운 지혜와 사명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번 ‘타다’사건이 신산업과 구산업의 이해충돌, 플랫폼 사업자와 택시운전면허 사업자, 택시운전자들의 이해충돌을 넘어 대한민국이 이제 선도자로서 세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상징적 사건이 되기를 바란다.
읽기 쉬운 글이 가장 쓰기 어려운 글입니다. 헤밍웨이 친구들이 단어 6개만 사용해서 자신들을 울릴 만한 소설을 써 볼 수 있느냐고 장난삼아 내기를 걸었습니다. 그러자 헤밍웨이는 타자기를 두드립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아기 신발 팝니다.)이 여섯 단어 소설은 독자들의 두뇌에 상상을 모락모락 피어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여자 아이가 태어납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뽀얀 피부, 귀여운 옹알이를 하며 건강하게 자랍니다. 남편은 야간 근무도 자청합니다. 엄마는 젖을 물리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꿈을 꾸는 듯합니다. 하루는 수당을 듬뿍 받은 남편이 예쁜 신발을 사옵니다. 부부는 아기가 어서 자라 신발을 신고 공원에 함께 산책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아이가 이상합니다.”독자는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여섯 단어입니다. 헤밍웨이는 말합니다. “작가가 충분히 진실하게 글을 쓰고 있다면 독자는 그것들을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렬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빙산의 위엄은 오직 팔 분의 일에 해당하는 부분만이 물 위에 떠 있다는 데 있다.”헤밍웨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빙산이론(Iceberg theory)입니다. 그는 팔분의 일, 즉 물 위에 노출되어 있는 부분만을 간결하게 서술합니다. 팔분의 칠은 물속에 감춥니다. 행간에서 독자들이 읽어내야 합니다. 헤밍웨이 단편은 빛나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짧지만 울림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느끼려면 함께 토론하면서 그 맛을 느껴야 합니다. 팔분의 칠을 행간에서 각자 찾아오고 이 퍼즐을 서로 맞춰 가며 전체 그림을 그리면 여섯 글자 소설의 슬픔처럼, 헤밍웨이 작품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며칠 전의 일이다. 늘 생글생글 웃으며 밝음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후배 한 명이, 다짜고짜 전화 와서는 팔공산 단풍 구경이나 가자고 했다. 직감적으로 또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다. 사연인즉슨, 사내 새 프로젝트를 같이 한 팀원들끼리 언제 회식하기로 한 모양인데, 잘나가던 후배만 쏙 빼놓고 나머지 팀원들끼리 카톡방을 만들어 서로 회식 날짜를 조율하더란 것이다. 한 명이 주도해서 이루어진 일인 데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늦게 초대를 받긴 했지만, 암튼 과정을 다 알고 나니 기분이 매우 더러웠다는 것이다.예전 같으면 선배랍시고 알게 모르게 네가 혹 미운 짓 한 게 없느냐고 다그쳤을 법했다. ‘인(仁)이란, 마치 활쏘기와 같다. 활 쏘는 사람은 자기의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고 활을 쏘는데, 활을 쏘아 적중 못시키면 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 않고, 도리어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을 뿐이다(仁者如射 射者 正己而後發 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라는, 맹자 공손추의 한 구절을 들먹거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가 잘못한 것이 없다 하고, 심지어 얼마 전엔 파격적인 승진과 보너스까지 받아서 멋진 식사까지 팀원들을 대접할 때만 해도 다들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러니 본인이 더 당황스럽다고 했다.그 순간 문득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떠올랐다. ‘남의 고통을 함께 슬퍼해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남의 성공을 진심 축하해 주기 위해서는 남다른 인격이 필요하다’라는. 사실 그렇다.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어느 순간 상대가 저를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거리를 두면 그것은 100% ‘질투’일 가능성이 크다. 질투는 ‘내’가 갖거나 가져야 하는 것을 ‘네’가 갖고 있다는 데 대한 불편함, 곧 결핍의 감성이다. 그렇기에 질투를 하면 할수록 그것은 ‘나’의 결핍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일이 될 뿐이다.이와 관련해 이이가 쓴 김시습전에는 재미난 일화가 하나 전한다. 어느 날, 당시 국사(國士)로 칭송받던 서거정이 조정에 들어가려고 앞길의 잡인들을 물리칠 때였다. 거지같은 차림의 김시습이 갑자기 ‘剛中(서거정의 字)아! 너 요새 편안하구나’하며 백성들 앞에서 어릴 적 친구였던 서거정을 무안케 하였다. 그러자 서거정은 화를 내는 대신 도리어 웃으며, 수레를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니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는 내용이다.5세 신동이라 불리며, 후에 금오신화를 창작해 고소설사의 한 획을 그은 유명한 문인이었건만, 안타깝게도 큰 벼슬길엔 오르지 못한 김시습의 질투도 재미있지만, 이를 분노나 응징이 아닌 웃음으로 응대한 서거정의 모습도 대단히 인상깊다. 그의 이러한 대인배적인 마음이, 아마 세종부터 성종에 이르기까지 무려 여섯 왕을 모시면서 파란만장한 정국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동력은 아니었을까?만일 살면서 질투와 질시의 대상이 된다면, 결핍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감성에, ‘분노’ 대신 서거정처럼 따뜻한 ‘웃음’을 지그시 한번 보내보면 어떨까? 아마 우리네 삶에서 스트레스가 절반은 확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우리는 어떠한 일을 하려고 생각하면 일단 주변부터 살피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언론에 대서특필하는 특정 지역이나 단체의 성공담을 듣게 되면 순간적으로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에 따라 사업을 성공시킨 그 지역이 지닌 장점이나 그 지역의 특수성을 함께 분석하기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춘 벤치마킹을 토대로 ○○형 ××사업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요즈음 각 지역이 주목하는 청년창업도 마찬가지다.지난 9월 미국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사는 올해도 세계 주요 도시별 창업생태계를 조사 분석한 보고서(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19)를 발표했다. 2018년 기준 세계 창업생태계 1, 2위 지역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뉴욕시가 차지한 가운데 중국의 베이징이 한 계단 올라 런던과 공동 3위를, 순위 변동이 없는 상하이는 8위를, 새롭게 추가된 홍콩은 25위를 차지하였다. 세계 30위까지 우리나라의 어떤 도시도 포함되지 못하였다. 이는 사실상 포항시가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치마킹을 할 만한 지역은 국내 어디에도 없음을 의미한다. 청년 창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한 포항만의 아이디어가 절실한 시점이다.위의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적인 창업생태계가 조성된 지역의 결정요인 가운데 정책적인 분야는 사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요인만 꼽는다면 역시 ‘자금’이다.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에서 일반 기업이 100이라면 불과 5 정도로 불리하다. 때문에 창업생태계의 핵심은 스타트업에 대한 ‘펀드’의 활성화 여부다. 따라서 포항이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의 꿈을 지닌 청년들의 ‘꿈의 도시’가 되려면 ‘펀드’문제를 우선 해결해야만 한다. 포항은 창의적이고도 독자적인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창업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다.지금도 포항에는 수많은 은퇴자들이 창업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점, 편의점, 선술집 등에 눈을 빼앗겨 5천만 원 이하의 소자본으로 용감하게 창업하였다가 폐업하는 악순환에 가세할 뿐이다. 이들의 실패는 도심의 빈상가 숫자를 보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부(富)를 축소시킨다. 만약 은퇴자금을 무계획적인 창업과 폐업으로 소비하지 않고 십시일반으로 모아 ‘펀드’를 조성하여 지역에서 창업을 꿈꾸는 자들의 ‘꿈의 펀드’로 만들면 어떨까. 이를 위한 신뢰성은 포항의 행정이나 정책기관이 나서면 된다.만일 이와 같은 시민들이 조성한 ‘창업펀드’가 제 기능을 한다면 은퇴자들의 귀중한 자본소비를 억제함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만 거친다면 이 펀드에서 창업지원이 가능한 포항형 창업생태계가 절로 조성될 수 있다. 단 한건이라도 성공사례가 나타나게 되면 유니콘을 꿈꾸는 우수한 청년인재들의 포항유입도 가능하다. 창업공간도 차고 넘친다. 행정이 나서 구도심의 빈 점포를 우선 제공하면 된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지역에 눈을 돌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다른 지역에서 찾아와 벤치마킹할 수 있는 포항만의 창업생태계를 만들자.
강희룡 서예가지난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 발가벗은 어린이가 주요 부위를 식판으로 가리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무상급식 광고포스터를 만들어 논란이 됐다. 당시 서울시에서 만든 이 포스터는 전면무상급식을 강행하면 학교보건시설 확충, 저소득층 급식비지원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현장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어린이 모델을 나체로 기용한 것에 문제가 일자 해명에 나섰고, 해당 사진은 얼굴과 몸이 합성 사진이었음이 드러났다. 당시 무상급식에 찬동하는 네티즌들은 해당 포스터 얼굴에 오세훈 시장 얼굴을 합성해 풍자했다. 논란이 일자 ‘시장을 나체로 만들어 올린 무상급식 지지 포스터는 문제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공인의 경우 비판, 야유, 풍자의 대상이 되므로 이러한 포스터는 민형사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각 언론의 만평만화를 생각해보시면 될 듯,’이라는 글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냈다. 2017년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주최한 시국풍자 전시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풍자 누드화가 국회에 전시됐다.이 그림은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하여 이구영 작가가 세월호가 침몰되는데 나체로 잠을 자고 있는 박 대통령과 옆에 꽃을 들고 있는 최순실의 모습을 그린 풍자화로 ‘더러운 잠’이란 제목으로 걸려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10월 28일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계정인 ‘오른소리’에 ‘양치기 소년 조국과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애니메이션 두 편이 업로드 됐다. 내용 구성은 안데르센이 쓴 동명의 원작과 비슷하다. 벌거벗은 임금님 편에는 문 대통령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벌거벗은 채 간신들이 가져온 안보자켓, 경제바지, 인사넥타이를 매고 즉위식에 섰지만 실제로는 벌거벗은 상태다. 대통령을 닮은 캐릭터가 속옷만 입고 등장하는데다 특히 인사넥타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경찰차 앞에서 수갑을 차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일부 막말에 가까운 대사들이 영상에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극에 달한 천인공노할 내용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국당이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 모친 상 중인 점을 감안해 영상을 일시 비공개 조치했지만 한국당 내에서도 품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총장 명의 위조의혹이 있는 표창장과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공은 우리끼리’라는 느낌을 주는 조국 장관 사퇴에 공이 있는 전·현직의원들에게 준 자화자찬의 나경원 표창장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가치 없는 표창일 것이다. 이 표창장을 받으며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희희낙락하던 그들의 모습은 교만의 극치를 보는듯 했다. 조국 사퇴는 고위직 인사 참사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국민들에 의해 밑바닥에서부터 만들어진 여론이 부정적인 것이 원인이 되어 낙마한 것인데 그들만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외면한 이런 품격 잃은 정치행태를 많이 자행하는 정당에 대해 국민들은 차기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보여 줄 것이다.
2019-11-04
1899년 7월 21일. 부유한 가정에 남자아이가 태어납니다. 엄마는 음악가 출신으로 진취적이고 호방한 성격이지요. 의사였던 아빠와 달리 엄마는 거침없습니다. 딸을 갖고 싶었던 엄마는 아들에게 자꾸만 여자아이 옷을 입힙니다.아들은 엄마와 담을 쌓기 시작합니다. 남성적인 아빠에게 빠져들고 아빠를 평생의 롤 모델로 삼습니다.가정의 주도권은 엄마가 쥐고 있었고 아빠는 사냥, 낚시 등을 하며 집 밖으로 나돌았지요. 미국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소설가 헤밍웨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헤밍웨이와 어머니의 악연은 끈질깁니다. 한 번은 헤밍웨이 생일에 어머니가 선물을 보냈는데, 권총 한 자루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자살할 때 사용한 총입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헤밍웨이는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지만,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난 글을 마저 써야 한다. 돈을 부치면 가족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했습니다. 슬픈 가족의 이야기입니다.헤밍웨이의 문체를 하드보일드(Hard-Boiled Style)라고 합니다. 잡다한 수식이 없고 간결합니다. 관찰자 시점으로 무덤덤하게 감정의 개입이 없이 나열합니다. 예컨대 이렇습니다.“캐서린은 계속해서 출혈을 하는 모양이었다. 의사는 그것을 멎게 하지 못했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캐서린이 죽을 때까지 같이 있었다. 캐서린은 줄곧 의식이 없었고, 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헤밍웨이의 문장들은 쉽고 간결해서 읽기 편안합니다. 왜 대 작가가 이렇게 간결한 문장을 사용한 것일까요? 윌리엄 포크너가 한 번은 헤밍웨이의 문체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그의 책에는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나오질 않지요.”헤밍웨이는 반박합니다. “어려운 단어를 써야만 감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언어와 절제된 묘사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계속)/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현명 시인흔히 학교에서 진로상담은 전문상담과 같은 범주의 상담일 것이라고 오해를 받는다. 상담이란 단어 때문에 같은 것이 아닐까 치부되기도 한다.그러나 먼저 상담의 대상부터 다르다. 전문상담은 불안과 우울 혹은 정서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내담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로상담은 아직도 진로를 정하지 못했거나 정했어도 성숙하지 못한 내담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게다가 출발점도 미묘하게 다르다. 전문상담은 내담자에게 말을 많이 하게 유도해서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밖으로 내어놓게 하는 게 출발점이다. 그것으로 자신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진로상담은 역시 자기 이해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자기이해는 깨달음과 성숙이라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라 오랜 기다림과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내담자의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준다 해도 그 시간동안 깨달음과 성숙이 일어나기 힘들므로 별 진전이 없는 상담이기 쉽다.성숙하지 못한 학생에게 계속 진로상담을 하는 일은 전문상담보다 훨씬 뜬구름을 잡는 일이다. 그 학생이 직업을 가지는 때가 되어야 비로소 무언가 깨닫고 성숙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자욱한 먼지 같은 안개 속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직업을 가지더라도 깨달음과 성숙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있을 텐데 결과를 후회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진로상담은 ‘내담자에게 언젠가 다가올 깨달음과 성숙을 기다리며 같이 고민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요즈음 학교에서 진로상담은 진학상담에 더 치중하고 있다. 그러니까 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춘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생의 깨달음과 성숙에 맞추어지는 순수한 진로상담은 찾아보기 어렵다.왜냐하면 내담자가 그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내담자의 부모나 주변 또한 그런 것은 상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학입시설명회에 몰리는 학부모 학생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특별한 정보나 학습방법들이 진로상담의 주 내용이 되었으면 바라고 있다.최근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시작해서 교육부가 대학입시에서 정시전형을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확보하는 방안 등을 11월 중 발표하기로 예정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입시가 바뀌게 되면 진로상담과 진학상담 부문은 다시 요동친다.그러면 나는? 내 아이는? 이것이 학생과 학부모가 요구하는 진로 진학상담의 내용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내 자녀에게 어떤 깨달음이 있는지? 그건 어떻게 올 수 있는지? 깨달음이 찾아온 사례가 어떤 게 있는지? 진로성숙도는 어느 정도인지? 진로성숙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한 진로상담의 중요한 핵심의 필요성은 사라져버린다.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의 깨달음과 성숙을 관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로를 설계하게 한다는 학교 진로상담의 목표는 허상이다. 전문상담과의 오해와 잦은 입시정책변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풍토에서 학교 진로상담과 그것을 담당하는 진로전담교사 제도는 결국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청어, 꽁치 이야기를 썼다. 정확하게는 ‘관목’ ‘관목어’ ‘과메기’ 이야기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청어 과메기가 원형’ 혹은 ‘원래는 청어 과메기인데 청어가 잡히지 않으니 꽁치 과메기로 대체했다’라고 말한다. 그간 잡히지 않던 청어가 슬슬 나타나고 있다. 왜 청어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어린 새끼 솔치를 너무 많이 잡아서 개체가 사라지고 있는 걸까? 혹은 남획으로? 중국 배의 불법적인 노략질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류의 영향? 수온? 도대체 어떤 이유로 청어는 사라진 것일까?청어는 오리무중이다. 청어 새끼는, 흔히, 솔치라고 부른다. 솔치는 대중적이지 않다. 솔치가 남획되어서 청어가 사라졌다고 말할 바는 아니다. 중국 배가 불법 어획? 조선 시대에 더 심했다. 청어는 조선 시대에도 오리무중이었다. 많이 잡혔다가 사라지고, 때로는 서해안에 나타났다가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일이 반복되었다.조선 후기, 중국 배의 노략질이 지금보다 더 심했다. 평안도, 황해도 앞바다에 무시로 나타났다. 일부는 내륙까지 침범, 약탈, 부녀자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배라고 해서 ‘당선’이라고 불렀고, 정체불명의 배라고 해서 ‘황당선(荒唐船)’이라고도 불렀다.힘이 약한 조선은 속수무책이었다. ‘대국’인 중국과의 외교 분쟁이 두려웠다. 정부가 확실한 방침을 정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사이, 지방 관리들도 손을 놓고 있었다. 청어 등 수산물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있었다.‘승정원일기’ 고종 10년(1873년) 5월17일의 기록이다.(전략) 상이 이르기를, “물고기는 어느 곳에서 많이 나는가?” 하니, 서원보가 아뢰기를, “청어(靑魚)는 장연(長淵), 풍천(豆川), 옹진(甕津), 강령(康翎), 초도(椒島) 등지에서 많이 나고 석어(石魚, 조기)는 해주(海州)와 연평(延坪) 바다에서 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당선(唐船)이 바다에 들어와 고기를 잡는 곳이 어느 지역인가?” 하니, 서원보가 아뢰기를, “당선은 오로지 고기를 잡기 위해 오기 때문에 매양 장연 등 다섯 곳의 해양입니다.” 하였다. (중략) 상이 이르기를, “당선이 바다에 들어와 석어를 잡는가?” 하니, 서원보가 아뢰기를, “석어는 연평에서 나는데 당선은 본래 이곳에 와서 잡는 일은 없습니다.” 하였다. (후략)이때 참찬관 서원보(1807년~?)는 67세, 정3품 당상관으로 황해도 관찰사 직을 거쳤다. 노신하와 갓 스무 살을 넘긴 젊은 국왕은 태평스럽게 “(황해도, 평안도 앞바다에서) 중국 배들이 청어잡이를 한다”고 말을 나눈다. 중국 등주(登州), 발해만 등에서 출발한 불법 중국 배들의 침탈은 심했다. 평안도와 황해도 해역은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다. 중국 배들은 주로 청어를 챙겼다.불과 9년 후인 1882년 11월27일(음력 10월17일).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우리와 중국 사이에 이른바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이 맺어진다. 종주국 행세를 하는 청나라와 이미 무너진 조선 사이의 불평등 조약이었다.조선은 1876년 일본과 이미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다급한 청나라가 임오군란(1882년 6월)을 빌미로 조선에 진출, 종주권을 행사했다. 청어와 관련하여, 기가 막히지도 않는 조항이 있다.(전략) 조선의 평안도, 황해도와 청나라의 산동, 봉천 등 성(省)의 연해 지방에서는 양국의 어선들이 내왕하면서 고기를 잡을 수 있고, 아울러 해안에 올라가 음식물과 식수를 살 수 있으나, 사적으로 화물을 무역할 수 없다. (후략)우리는 청나라 산동, 봉천 일대에서 물고기잡이를 할 수 있고, 청나라 어선은 한반도 평안도, 황해도 앞바다에서 생선잡이를 할 수 있다. 철저한 불평등이다. 불법을 합법으로 바꿨다. 발해만 일대나 중국 해안에서는 애당초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중국 배들이 한반도 서해안까지 온 것은 청나라 바다에서 생선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조선 후기, 중국인들이 청어를 탐욕스럽게 대한 이유가 있다. 이 무렵 중국인들은 청어를 처음 만났다. ‘성호사설 제6권_만물문_청어(靑魚)’의 내용이다.(전략) 지금 생산되는 청어는 옛날에도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함경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형체가 아주 크게 생겼다./추운 겨울이 되면 경상도에서 생산되고 봄이 되면 차츰 전라도와 충청도로 옮겨 간다. 봄과 여름 사이에는 황해도에서 생산되는데, 차츰 서쪽으로 옮겨짐에 따라 점점 잘아져서 천해지기 때문에 사람마다 먹지 않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징비록(懲毖錄)》에, “해주(海州)에서 나던 청어는 요즈음 와서 10년이 넘도록 근절되어 생산되지 않고 요동(遼東) 바다로 옮겨 가서 생산되는바, 요동 사람은 이 청어를 신어(新魚)라고 한다.”고 하였다./이로써 본다면 그 당시에는 오직 해주에서만 청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이 물고기 따위는 매양 시대의 풍토와 기후를 따라 다니기 때문에 요즈음 와서는 이 청어가 서해에서 아주 많이 난다고 하니, 또 저 요동에도 이 청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후략)청어에 대해서,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표현한다. 서애 류성룡(1542~1607년)의 ‘징비록’은 임진왜란 시기인 1592년부터 1598년 사이를 기록했다. 1601년부터 썼다. ‘징비록’을 따르자면 16세기 말에는, 그동안 많이 잡혔던 청어가 황해도 해주 일대의 앞바다에서 사라졌다. 대신 청어가 전혀 잡히지 않았던 요동반도 앞바다에 나타났다. 중국인들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생선이 나타나니 이름을 ‘새로운 물고기’ ‘신어(新魚)’라고 불렀다. 청나라 사람들은 ‘신어’를 잡으러 한반도 바다를 불법 침범한다.성호 이익(1681~1763년)이 쓴 ‘성호사설’은 18세기 초반의 상황을 기록했다. ‘징비록’과는 약 120년 이상이 차이 난다. 이때도 성호 이익은 “(요즘은) 청어가 서해에서 많이 나는데, 요동반도에서도 아직 청어가 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청어는, 혼란스럽지만, 요긴한 생선이었다. 흔히 ‘조선의 4대 생선’으로 ‘청어, 멸치, 조기(석수어), 명태’를 손꼽는다. 청어를 두고 ‘종묘(宗廟)에 천신(薦新)한 귀한 물고기’라고 표현한다. 조선의 가장 귀한 곳이 왕실 조상을 모신 종묘다. 천신은 계절마다 새롭게 생산되는 산물들을 제단에 바치는 것이다. 그래서 귀하다? 틀렸다. 계절마다 새롭게 나오는 생산물들은 죄다 올렸다. 종묘에 천신한 것은 귀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흔했기 때문이다.우리보다 더 청어가 흔했던 유럽 각국은 청어를 빌미로 전쟁도 일으켰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영국과 ‘청어전쟁’을 일으킨다. 영국 트롤선이 네덜란드 해역을 침범, 불법 청어잡이를 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부흥은, 북해에 나타났던 청어가 남하하여, 네덜란드 해역에서 많이 잡혔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냄새가 고약하기로 악명 높은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surstr·mming)’은 청어 절임, 청어 발효식품이다. 염장 청어를 통조림으로 만든다. 통조림 상태에서 끊임없이 발효, 숙성한다. 깡통이 부풀어 오르고 간혹 폭발하기도 한다. 스웨덴에서도 오래 묵은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은 폭발물로 여긴다.‘홀란서 뉴어 하링(Hollandse nieuwe haring)’은 네덜란드 전통음식이다. 매년 5월에서 7월 사이, 북해에서 잡은 햇청어로 만든다. ‘홀란서 뉴어 하링’ 중에서도 지방 함량이 가장 높은 6월 중순의 청어는 ‘코닝이네하링(Koningi nneharing)’이다. 청어 음식 중 최상급. ‘코닝이네’는 여왕을 의미한다.지금도 청어는 네덜란드의 주요 산물이다. 매년 약 200억 마리의 청어가 ‘홀란서 뉴어 하링’으로 가공되며, 이중 약 8천500만 마리는 네덜란드에서 소비된다(두산백과).동해안, 포항으로 청어가 돌아온다. 청어, 꽁치 따지지 않고, 과메기를 포함, 새로운 청어 요리, 꽁치 음식을 기대한다. /맛칼럼니스트 황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