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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황발작은 병이 아니라 경보다

공황장애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공황, 공황발작, 공황장애를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막연한 두려움은 구체적인 이해로 바뀌고 치료의 출발점이 만들어진다. 먼저 공황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급성 공포와 불안의 반응이다. 밤길을 혼자 걷다가 갑자기 맹수를 마주쳤다고 상상해 보자. 심장이 거칠게 뛰고 숨이 가빠지며 진땀이 흐른다. 순간적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강한 공포가 밀려온다. 이 반응은 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정상적인 작동이다. 불안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지키는 감정이다. 반면 공황발작은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경보기가 울리는 것과 같다. 이때 ‘발작’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공황발작은 지속되지 않는다. 밀려오지만 결국 지나간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공포는 줄어든다. 흥미로운 점은 공황발작의 증상이 ‘죽을 것 같다’는 생각 같은 마음의 반응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쁘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몸의 증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처음에는 심장이나 폐의 문제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때로는 응급실까지 가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환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장면이 있다. 병원에 도착해 안정을 취하는 순간, 그토록 심하던 증상이 거짓말처럼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다. 몸이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다. ‘이제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신경계를 잠시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공황의 본질이 신체의 이상이 아니라,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보 반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황발작이 한 번 있었다고 모두 공황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또 오면 어쩌지”라는 예기불안이 생기고, 몸의 감각을 위험 신호로 해석하며, 상황을 피하기 시작할 때 공황발작은 반복되고 굳어진다. 증상 자체보다 두려움의 해석과 회피가 이어질 때 공황발작은 공황장애가 된다. 결국 공황장애를 키우는 것은 공황발작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공황장애에서 말하는 disorder(장애)는 신체나 정신 기능에 지속적인 결함이 있어 일상 기능으로의 회복이 어려운 상태를 뜻하는 disability(장애)와 다르다. disorder(장애)는 질서가 잠시 흐트러진 상태를 뜻한다. 균형이 깨졌다는 의미이지, 기능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즉, 핵심은 기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균형이 흔들린 상태다. 치료는 증상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균형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공황장애를 정확히 이해하면 공황발작은 더 이상 재앙이 아니다. 그것은 뇌의 경보 체계가 과도하게 작동한 결과다. 경보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다. 신호는 삶을 망가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를 돌아보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 울리고 있는 경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 신호를 억누르기보다 차분히 이해하려는 순간, 두려움은 줄어들고 삶은 다시 넓어진다. 공황장애는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3-31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인가요?

최근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며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상 환자 수는 4년간 40% 이상 증가해 2021년 20만 명에 달했으며, 특정 직업군을 넘어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동국대 사공정규 교수의 공황장애 원인부터 치료법, 일상 전략을 체계적으로 다룬 5회 연재 칼럼을 게재한다. 증상 완화가 아닌 일상 회복에 초점을 맞춰, 환자와 가족에게는 위로와 실용 정보를, 일반 독자에게는 마음 건강을 지키는 법을 전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2010년 즈음부터 여러 유명 연예인이 공황장애 경험을 공개하면서 이 질환은 비로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공황장애는 한동안 특정 직업과 연결된 병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분명하다. 공황장애는 일부 사람의 병이 아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10여 년 전 진료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치료 후 많이 좋아진 한 중년 여성이 딸에게 말했다. “엄마가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어.” 딸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엄마가 무슨 연예인이야?” 그 시절 공황장애를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황장애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긴장과 스트레스를 견뎌온 몸이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몸은 긴장하고 심장은 빨라진다. 이 반응 자체는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그 활성화가 과도하게 치솟는 순간, 공황발작이 나타난다. 이때 사람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히며 “이러다 죽는 것 아닐까” 하는 공포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 감각은 실제 위험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의 경보 시스템이 과하게 울린 상태일 뿐이다. 잠시 과열된 반응이 만들어낸 신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경험을 한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약 3%로 보고된다. 100명 중 3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약 150만 명이 일생에 한 번은 공황장애를 경험한다는 뜻이다.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도 있다. 공황장애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연예인은 남성이 많았지만 실제 환자는 여성에게 더 흔하다. 일반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두 배 많다. 평균 발병 연령은 약 25세이며, 치료받는 환자의 상당수는 30~50대에 집중되어 있다. 삶의 책임이 가장 무거운 시기와 겹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고백은 또 다른 사람에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안도와 용기를 준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공개적인 경험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치료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실제 치료 환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약 5만 명에서 2023년 약 24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다. 당뇨나 고혈압이 그렇듯 공황장애 역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숨겨야 할 병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치료를 경험한 환자들은 공통된 변화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되면 질문이 달라진다. “왜 이제야 이해했을까.”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공황장애는 삶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았을 때만 삶을 멈추게 한다.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 회복은 이미 시작되고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