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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만드는 방식의 대전환··· 포스코의‘ESG 전환’이 지역경제의 미래다

등록일 2026-04-15 17:58 게재일 2026-04-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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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

포스코가 최근 보여준 행보들이 심상치 않다. 수조 원의 비용이 예상되는 협력사 직원 7000여 명의 직접 고용 발표에 이어, 2050 탄소중립의 핵심 병기인 ‘수소환원제철(HyREX)’부지 조성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 승인까지 받아냈다. 누군가는 이를 과도한 비용 지출이라 비판하고, 누군가는 실현 불가능한 기술에 대한 집착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ESG 관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ESG 전환’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을 지키기 위한 지속가능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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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ESG 전환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서득수 제공

먼저 포스코의 이번 ‘협력사 직원 7000명 직접 고용’ 발표는 국내 산업계의 고질적인 과제였던 ‘위험의 외주화’와 ‘불법 파견’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결단이다. ESG의 S(Social)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가장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제철소는 고온·고압의 위험 공정이 상존하여 그동안 사고가 하청 업체에 집중된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직접 고용을 통해 포스코가 안전 보건 관리 책임을 완전히 짊어지겠다는 결단이다. 그동안 제철소 현장에서 동일한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신분에 따라 처우가 달랐던 관행을 끊어내고자 하는 결정은, 동일 노동을 하면서도 신분과 처우가 달랐던‘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하는 상징적 조치이다. 단순히 법적 리스크(불법 파견 소송)를 해소한 것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내부 결속력’을 확보한 조치이다. 이번 직고용을 통해 포스코는 현장의 안전 보건 책임을 온전히 짊어짐으로써 국제적인 인권 경영 표준을 충족하게 되었다. 이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 실사법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누릴‘무형의 프리미엄’으로 엄청난‘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G(Governance) 관점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온 경영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5년 가까이 이어 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불법 파견 소송)에서 법원이 연이어 하청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현실 속에 더 이상의 소송 비용과 갈등의 소모보다 선제적 수용을 통해 거버넌스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공급망 실사법(CSDDD) 등 강화되는 국제기준은 협력사 근로자의 인권까지 원청의 책임으로 간주하는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 속에서 포스코의 공급망 관리 투명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HyREX)’은 단순히 공정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철강산업의 존재 이유와 방식을 통째로 재정의하는 ‘대전환‘이 될 것이다. 환경(E) 측면에서 수소환원제철(HyREX)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철강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8%를 차지하는 기후 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거대한 ‘탄소감옥’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이 오명을 벗기 위한 핵심 열쇠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규제는 ‘탄소를 배출하며 만든 철’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포스코 고유의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계승한 HyREX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원료 가공단계(소결 등)를 생략함으로써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오염 물질 발생을 최소화한다. 이는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을 내뿜는 혁명을 가능케 한다. 포항 제철소 앞바다를 메워 이 거대한 실증 플랜트를 짓겠다는 것은, 포항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단순 건설업 부양을 넘어, 수소 인프라와 관련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일자리를 창출하는‘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S(Social) 측면의 성과를 동반하게 된다.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의‘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재도약하겠다는 강력한 거버넌스(G)적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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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환원제철로 여는 그린보국, 포스코 미래상 AI 이미지. /서득수 제공

이 거대한 청사진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은 ‘에너지’다. 수소환원제철은 탄소를 뿜어내던 고로(용광로)가 사라지는 대신, 거대한 전기로와 수전해 설비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하지만 필요한 전력을 화력발전소에서 끌어온다면 수소환원제철의 환경적 가치는 퇴색될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이 진정한 ESG 성과를 내려면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그린 수소’가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ESG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전력 조달 방향은‘무탄소 에너지(CFE) 믹스’의 구축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철강 공정의 거대한 기저부하를 감당하기 어렵기에 대규모 전기로 운영을 위한 무탄소 전력(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공급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이를 산업단지와 직접 연결하는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나아가 해외 재생에너지 강국에서 생산된 그린 수소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글로벌 수소 공급망’확보를 포스코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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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에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되는 미래상 AI 생성 이미지. /서득수 제공

포스코의 이번 변화는 포항 지역사회에도 거대한 기회다. 7000명의 정규직화와 대규모 HyREX 부지 조성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 것이다. 포스코가 1970년대 ‘제철보국’의 정신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면, 이제는 ‘그린보국’의 정신으로 탄소중립 시대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쇠를 만드는 방식의 대전환. 이 험난한 여정이 성공할 때, 대한민국은 전 세계 ESG 경영을 주도하는 선진국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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