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외국인 주민 30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전체 인구의 5%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증가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와 경제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탄이다. 이제 외국인 주민은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닌,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명실상부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농·어촌과 산업 현장에서 이들의 존재 없는 생산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력이 없다면 공장 라인은 멈추고 농작물 수확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머지않아 외국인이 농장주나 사업체의 주축이 되는 모습도 낯선 풍경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뒷받침해야 할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들을 ‘함께 살아갈 이웃’이 아닌 필요할 때 쓰고 돌려보내는 ‘노동력’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농·어촌 계절근로자 유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브로커의 개입은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 부재와 교육 인프라 부족, 사각지대에 놓인 인권 문제는 결국 사회적 비용 증가와 생산성 저하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제는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닌,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시급하다.
첫째, 정책 컨트롤타워인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여러 부처로 분산된 기능을 일원화하여 현장 중심의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때 비로소 행정의 효율성과 정책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법무부 주관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은 단순한 적응을 넘어 산업 현장의 안전 및 소통과 직결되는 필수 요소다. 이는 외국인 개인의 복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셋째, 현장 밀착형 관리 체계와 공정한 송출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다문화 사회 전문가’ 배치를 의무화하여 갈등을 예방하는 가교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한, 계절근로자 배정 과정에서의 브로커 개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철저한 단속과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아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다문화 가족의 정착은 단순히 경제적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가로막혀 의료, 교육, 법률 서비스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행정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외국인 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다. 이제 우리는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양적 논의를 넘어,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라는 질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다문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준비된 제도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난다면, 이 변화는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우리가 이들을 ‘이방인’이 아닌 ‘동반자’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정봉영 경북글로벌공동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