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상기후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외신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35)를 설정하고,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새롭게 출범시키며 탄소중립을 향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각 부처 역시 앞다투어 다양한 감축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중앙정부의 정책적 변화만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할까? 실질적인 감축이 일어나는 현장은 결국 지자체이며, 시민들의 일상이 머무는 지역사회다. 탄소중립은 몇몇 개별 사업이나 단기적인 수치 달성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삶의 방식이 바뀌는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탄소중립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탄소중립 거버넌스’란 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구조’에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결정하면 시민은 따르는 방식이었다면, 거버넌스는 행정, 기업, 시민사회, 학계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목표를 세우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협치’의 틀을 의미한다. 마치 마을의 큰일을 결정할 때 주민들이 모여 반상회를 열듯,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운영체계인 셈이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지리적, 산업적 특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타지역과는 차별화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대구의 소비 에너지와 경북의 생산 에너지를 연계한 ‘대구경북 에너지 공동체’ 형성이 그 예다. 이러한 체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역 내 갈등을 조정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지속가능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시사점은 명확하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은 지역 단위의 에너지 협동조합과 거버넌스가 뿌리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당진시나 전주시처럼 시민 참여형 에너지전환 모델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우리 지역에 대입해 본다면 대구광역시는 ‘도시형 맞춤 거버넌스’가 핵심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별 탄소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수성알파시티 중심의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에 시민 참여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면 경상북도는 ‘도농복합 맞춤형 모델’이 적합하다. 농촌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나 산림 자원을 활용한 탄소 흡수원 확충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거버넌스를 도입해야 한다.
결국 ‘탄소중립 거버넌스’의 성공은 대구경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결정짓는 핵심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권한을 시민과 공유하고, 지역민은 수동적인 정책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탄소중립 실천가’로 거듭나야 한다. ‘대구경북 탄소중립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정부의 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손으로 우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우리 동네에서 시작되는 작은 협치가 거대한 기후 위기를 막아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