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반도체 투자 어디로…호남 급부상에 구미 ‘반도체 구상’ 비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 신설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경북도와 구미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반도체 대기업 유치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산업 경쟁력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부와 여권이 최근 검토 중인 비수도권 투자 방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생산시설 구축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경북(TK)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후보지로는 광주와 전남 장성 등이 거론된다.
만약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수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가 호남권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구미는 핵심 투자 유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미시는 민선 9기 핵심 공약으로 반도체 팹(Fab) 공장 유치와 국방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산 소부장 특화단지 구축을 내걸었다. 경북도 역시 구미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벨트 조성과 AI·방산 산업 육성을 통해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선거 직후 정부의 투자 논의에서 호남권 반도체 공장 신설안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구미 반도체 전략이 출발선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연계론’까지 다시 주목받으면서 호남권 우선 투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미시 송정동 주민 김종팔(45) 씨는 "경북과 대구에서 시도민 상당수가 야당인 국민의 힘에 표를 몰아준 덕분에 구미 등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라며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사업 승인이 필수적인 대규모 투자유치사업에서 구미는 후순위로 밀릴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구미는 국가산업단지를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고, 공업용수와 전력 공급망 등 생산 인프라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경제계가 대기업 생산시설 유치에 기대를 걸어온 이유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상에서 광주는 패키징,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소재·부품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투자 논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당초 구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반도체 공장 유치는 정치적 지역 안배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와 국가 경쟁력, 균형발전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라며 “구미가 첨단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도 “지역 경제계에서는 반도체 투자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구미가 가진 산업적 강점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부 모두 현재까지 호남권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투자 방향을 둘러싼 지역 선정 논란은 향후 국가 반도체 전략과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류승완 기자 ryus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