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원장 “127년 전 ‘제중원’의 헌신, 이젠 지역 밀착형 ‘스마트 2차 병원’으로 피어납니다” 의료 전달 체계의 ‘허리’ 역할 자임⋯성서 본원과 ‘연계 진료’로 공백 해소 소아과 야간·휴일 진료 확대로 ‘중구 부활’ 견인, 공공 의료 가치 실현
대구 중구 동산동, 서문시장 맞은편에 자리 잡은 대구동산병원은 대구 근대 의료의 산증인이다. 1899년 ‘제중원’으로 시작해 127년간 이 터를 지켜온 병원은 지난 2019년 성서에 새 병원(계명대 동산병원)을 개원하며 ‘대구동산병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상현 대구동산병원장(류마티스내과 교수)을 만나 병원의 미래 설계와 지역 사회를 향한 비전을 들었다. 김 원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고향 같은 이곳에서 병원장을 맡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2차 병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운을 뗐다.
◇ “3차 병원 수준의 진료를 문턱 낮은 2차 병원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편의 핵심은 ‘의료 전달 체계’의 확립이다.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구조다. 김 원장은 그 중심에 있는 ‘2차 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증상이 중증인지 경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대구동산병원은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숙련된 전문의들이 직접 진료하면서도, 3차 병원에서 필요한 복잡한 절차나 오랜 대기 시간 없이 즉각적인 진단을 제공한다. 이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안심할 수 있는 지역 거점 병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구동산병원은 성서 본원과 차트 및 영상 데이터를 완벽히 공유하는 ‘연계 진료 시스템’을 자랑한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검진 중 암이나 급성 심뇌혈관 질환이 발견되면 즉시 성서 본원의 교수팀과 연결돼 수술 스케줄을 잡는다. 수술 후 안정기에 접어들면 다시 우리 병원으로 전원해 추적 관찰을 받는 완벽한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소아 진료의 메카, 야간·휴일 진료로 ‘중구 부활’ 뒷받침
최근 대구 중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로 인구가 유입되며 ‘젊은 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김 원장은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 소아 진료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오는 5월 4일부터 대구동산병원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도 오후 1시까지 소아과 진료를 확대한다. 평일에도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소아과 대란으로 아이가 아플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은 1953년 국내 최초로 아동병원을 세웠던 소아 진료의 뿌리가 깊은 곳"이라며 "고위험 신생아를 살려내는 성서 본원의 인프라와,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는 발달 장애를 치료하는 이곳의 ‘공공 어린이 재활센터’가 결합해 소아 진료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고 있다. 수익성을 따지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역민의 고충을 해결하는 것이 병원의 존재 이유라 생각했다”고 했다.
◇ 구도심 개발과 맞물린 신관 건립, ‘유보’이지 ‘취소’ 아냐
지역 의료계의 관심사인 신관 건립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 원장은 “현재 성서 본원의 암 센터 건립과 양성자 치료기 도입 등 시급한 대규모 투자가 우선 진행 중이라 잠시 유보된 상태일 뿐”이라며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이 유럽의 도시들처럼 다시 번성하고 있기에, 신관 건립을 위한 설계와 부지는 언제든 가동할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규모를 키우는 경쟁보다,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진료 특성화’가 먼저”라며 “안과, 신장(투석), 소화기 센터 등 노년층과 지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근차근 빌드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환자가 1등인 병원, 신앙과 헌신이 만든 기적”
김상현 원장은 인터뷰 내내 대구동산병원 직원들의 ‘진심’을 자랑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전국 환자 경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의료계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50대, 60대 나이에도 밤샘 당직을 서며 환자 곁을 지킨 것은 직업윤리를 넘어선 ‘신앙적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127년 전 미국 선교사들이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인술을 펼쳤던 그 정신이 지금 우리 직원들의 유전자에도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병이든, 대구 시민들이 ‘일단 대구동산병원에 가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화려한 새 건물보다 더 따뜻하고 실력 있는 의술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