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원도심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중앙상가를 포함한 구도심 일대는 2017년 이후 1415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이 투입됐음에도 공실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상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단순한 상업 기능 회복에 머문 기존 접근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본질은 특정 상권의 쇠퇴가 아니라, 지난 75년간 축적된 원도심 전체 인프라의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도로와 상·하수도, 공공시설 등 막대한 공적 자원이 이미 투입된 공간임에도 인구와 산업 기능은 외곽으로 분산되며 도시의 중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항의 도시 구조가 ‘팽창형 개발’에 머문 결과라고 진단한다. 신도시와 외곽 택지 개발이 반복되면서 인구와 상권이 분산됐고, 이는 원도심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새로운 택지를 계속 공급하는 한, 기존 도심은 회복될 수 없는 ‘밑 빠진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은 도시개발총량제를 통한 ‘압축도시(Compact City)’ 전략이다. 무분별한 외곽 확장을 억제하고, 기존 도심의 밀도와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도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개발 억제가 아니라, 한정된 도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원도심 회복의 실질적 동력으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도심은 노후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혼재된 구조 속에서 개별 건물 단위의 정비로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결국 일정 규모 이상의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환경과 상업 환경을 동시에 개선하는 ‘면 단위 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업성 부족, 복잡한 인허가 절차,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인해 다수의 정비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아예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원도심은 지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사업 비용은 증가해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는 ‘적극적 유도 전략’이 요구된다. 용적률 상향, 층수 규제 완화, 기반시설 설치비 지원 등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일정 구역에 대해서는 공공이 참여하는 ‘도심 복합개발 모델’을 도입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제와 금융 지원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장기 공실 건축물에 대한 정비사업 참여 시 세제 감면을 제공하거나,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해 저리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과 용도 전환을 촉진하는 유연한 규제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도시재생의 방향 역시 전환이 불가피하다. 과거처럼 외형 개선이나 환경 정비에 그치는 방식이 아니라, 주거·일자리·문화가 결합된 ‘복합 기능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청년과 창업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주거·업무 결합형 공간을 확대해 원도심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원도심 재생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외곽 개발을 지속하는 ‘이중 전략’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회복을 도모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원도심 문제는 개별 사업의 실패가 아니라 도시 성장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처방이 아니라 도시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수준의 전략이다.
포항의 원도심은 낙후된 공간이 아니라, 이미 막대한 자원이 축적된 ‘잠재력의 공간’이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물리적 혁신과, 압축도시 전략을 통한 구조적 전환이 맞물릴 때 비로소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지금의 원도심은 더 이상 소규모 정비나 미관 개선으로 회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이어 “핵심은 속도와 선택이다. 모든 지역을 동시에 살리려 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구역을 선별해 규제 완화와 공공 지원을 집중하고, 민간 참여를 끌어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외곽 개발을 억제하는 정책과 병행하지 않는 재개발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압축도시 전략 속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도시 성장의 축으로 삼을 때만 원도심은 다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