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충만 사이에서 피어난 아우라··· 중진작가 권유미의 제44회 개인전 5월 12~17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자개 빛으로 빚어낸 달항아리의 깊은 울림. 중진 권유미(53) 작가가 신작들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으로 마련된 권유미 제44회 개인전 ‘빛을 담다(The Moon Jar of Light)’가 오는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 대작을 포함한 3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오랜 시간 탐구해온 ‘빛의 회화’와 달항아리 연작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권유미는 꽃을 매개로 인간 내면의 감성과 존재의 시간을 탐색해온 작가다. 초기에는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 조형성이 두드러졌다면, 2016년 이후부터는 자개와 금박 등 재료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조선 백자의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작업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빛’으로 완성된 달항아리가 놓여 있다. 화면 속 항아리는 단순한 백자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수천 개의 자개 조각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반사와 결은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며 화면 전체에 살아 있는 호흡처럼 번져간다. 평면 회화이면서도 공간감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권유미의 달항아리는 독특한 감각을 드러낸다.
작가는 손톱보다 작은 자개 조각들을 화면 위에 하나씩 붙이며 긴 시간 반복의 과정을 이어간다. 단순한 장식 효과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을 견디며 화면 안에 고요한 밀도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화려한 빛을 품고 있으면서도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함께 지닌다. 달항아리가 상징하는 비움과 충만의 의미 역시 이러한 작업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전시에 출품되는 ‘상원(上元)’ 연작은 정월대보름 달빛에서 출발했다.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번지는 달빛처럼, 작가는 작품 안에 위로와 회복의 감정을 담아낸다. 무수한 자개의 빛이 하나의 둥근 형상으로 응집되는 순간, 달항아리는 단순한 사물을 넘어 생명과 재생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계명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권유미는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청년작가상, 한국현대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울화랑미술제, 아트부산, 대구아트페어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구시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유미 작가는 “달항아리는 오래전부터 온기와 포용, 비움과 충만을 상징해온 존재”라며 “무수한 자개의 빛이 하나의 달항아리로 완성되는 순간, 생명과 희망, 재탄생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에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오히려 작품으로부터 다시 힘을 돌려받는 느낌이 있다”며 “그 순환의 감각이 지금까지 이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