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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세월을 시로 옮겨 삶이 더 풍요로워져

등록일 2026-05-26 16:15 게재일 2026-05-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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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변노인복지관 어르신의 공동시집 ‘봄날은 간다’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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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변노인복지관 시 쓰기 교육반 과정을 마친 시니어들이 시집출판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일 대구 서변노인복지관 강당에는 잔잔한 설렘과 따뜻한 박수가 가득했다. 이날 복지관에서는 시 쓰기 교육반 수료증 수여식과 함께 어르신 공동시집 ‘봄날은 간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시라는 언어로 길어 올리고 그 결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무대 위에 선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수줍음 그리고 긴 세월을 견뎌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담담한 자부심이 함께 어려 있었다.

서변노인복지관의 특별 프로그램인 시 쓰기 교육반은 지난 1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약 넉 달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됐다. 처음에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며 손사래를 치던 어르신들도 수업을 거듭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자식들을 키우며 겪었던 애환, 병마와 외로움을 견뎌온 이야기들이 한 줄 한 줄 시가 되어 종이 위에 내려 앉았다.

이 수업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위로를 나누는 치유의 과정이었다. 시는 어르신들에게 늦깎이 취미를 넘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희망이 되었다.

이날 정은희 서변노인복지관장은 축사를 통해 “시집에 실린 시어 하나하나에는 어르신들이 지나온 고단한 세월의 흔적과 삶에 대한 희망, 가족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녹아 있다”라며 “투박하지만 진실한 어르신들의 언어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성찰을 선사한다”고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기획과 편집을 맡은 박경한 지도강사 역시 깊은 감회를 전했다. 그는 “한평생 축적된 경험과 기억이 좋은 시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됨을 깨달았다”라며 “어르신들의 작품 속에는 삶을 돌아보는 수오지심과 타인을 향한 측은지심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삶을 오래 견뎌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정성과 절실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가장 큰 박수의 주인공은 시를 직접 쓴 어르신들이었다. 개근하며 열정적으로 참여한 박정서 어르신은 “시는 특별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며 “살아온 일들을 시로 옮기며 큰 위로를 받았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하는 습관도 생겨 삶이 훨씬 풍요롭고 따뜻해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진 자작시 낭송회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서 조용한 탄성과 눈물이 흘러나왔다. 화려한 수사나 기교는 없었지만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세월의 무게와 진솔함이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공동시집 ‘봄날은 간다’는 출판 플랫폼 부크크를 통해 출간됐으며, 축사와 함께 어르신 여덟 명의 자작시 10편 안팎, 그리고 지도강사의 작품 해설로 구성돼 있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과 가족들은“어르신들의 시를 읽으며 오히려 젊은 세대가 깊은 위로를 받았다”며 감동을 전했다.

흔히 사람들은 청춘을 인생의 봄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서변노인복지관에서 피어난 또 다른 봄은 나이와 무관했다. 지나온 세월을 가슴에 품고 자신의 삶을 노래하기 시작한 어르신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찬란한 봄날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표현하려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따뜻한 현재 진행형이었다. 

/방종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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