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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난 뒤

등록일 2026-06-10 17:45 게재일 2026-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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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기고 지고 모두 끝을 보았다. 현수막도 사라지고 현란하던 율동도 보이지 않으며 확성기 소리도 멎었다. 일주일쯤 지났으니 이제는 열기가 가라앉았을까. 승리한 쪽은 기쁨의 시간을 지나 시민들을 위해 일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패배한 쪽은 냉정한 평가와 분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까. 선거의 끝은 단지 당선자와 낙선자가 결정되었다는 것만은 아니다. 공동체가 잠시 겪었던 정치적 긴장을 풀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표현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겨루고 다투며, 시민들이 자신의 판단을 투표로 표현하고, 그 결과를 모두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선거가 언제나 이상적일 수는 없다. 후보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지지자들은 때로 지나치게 흥분한다. 가짜뉴스와 과장된 주장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선거는 우리가 가진 가장 평화로운 권력 교체 방식이다. 이번에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관리 기관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민의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한 장의 투표용지라도 부족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곧바로 총체적 부정선거나 전면 재선거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선거 과정의 ‘실수와 부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잘못이 있었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개선해야 하지만, 충분한 근거 없이 선거 전체의 정당성을 부정하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민주주의는 완벽함 위에 서 있는 제도가 아니라, 실수를 고쳐 나가면서 유지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다.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까지 대표해야 한다. 낙선자는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이어가야 한다. 유권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 기간에는 서로 다른 편에 섰더라도 선거가 끝난 뒤에는 다시 같은 마을의 주민이고 같은 도시의 시민이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가 계속되면 선거는 끝나도 갈등은 멈추지 않는다. 여전히 상대 진영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만 찾는다. 승자는 상대를 조롱하고 패자는 결과 자체를 부정하려 한다. 시민들의 삶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물가는 오르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걱정하고, 지역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데도 정치적 분노와 적대감만 구름처럼 번져간다.

정치는 원래 무엇이었을까. 정치란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이 달라도 공동체 안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길을 찾는 일이 아니었을까. 민주주의는 상대를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누가 이기고 졌느냐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당선자는 책임을 다해야 하고, 시민은 감시해야 하며, 패배한 쪽은 좋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힘은 그런 게 아닐까.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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