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신문이 23일 창간 36주년을 맞았다. 지방의회가 태동하기 한 해 전인 1990년 6월 23일 ‘맑고 정직한 신문’을 사시(社是)로 창간한 본지는 그동안 대구·경북(TK)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발전과 지방자치 정착에 열성을 쏟아왔다.
오늘 본지는 생일이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그 어느 때보다 TK지역이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기댈 언덕이 별로 없는 환경에 처해 있어서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는 6·3 지방선거 이후 노골적인 호남편중 정책에 힘을 가하고 있다. 호남지역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알짜배기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겠다는 방침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한 정치를 하겠다고 줄곧 밝혔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호남 퍼스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영호남 문제에 있어서 호남에 조금 더 균형을 맞춰야 하겠다. 비중을 호남에 조금 더 두겠다”고 했다. 누가 들어도 지역 차별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이재명 정부의 호남 특혜는 더불어민주당이 TK행정통합을 무산시킬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처럼 TK지역도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안고 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TK는 이제 전남광주통합시가 통합 전제조건으로 4년간 20조원 국비를 지원받는 광경만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반도체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대통령이 오는 29일 기업 총수 간담회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호남·충청권으로 신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사업을 학수고대한 대구경북으로서는 기막힌 일이다.
9월쯤에는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2차 공공기관 추가 이전도 TK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듯하다. 이는 최근 호남지역을 방문한 김윤덕 국토부 장관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김 장관은“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에 맞게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초안을 잡았다. 늦어도 9월 안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정확히 반영된 공공기관 이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호남 우선론’을 공공기관 배정에 적용하겠다는 것을 못 박은 것이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이처럼 편중된 정치 논리를 펴며 공개적으로 지역차별을 하는 것은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다.
지금 TK지역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가버려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군이 하나 둘씩 증가하고 있다.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이 떠나가니까 당연히 기업 투자와 산업 활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중도사퇴 이후 TK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이 될 통합신공항 건설을 비롯해 모든 현안 또한 사실상 올 스톱 된 상태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누차 밝혔듯이, 이러한 경제적 침체와 심리적 위축상태는 지역의 성장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시·도민이 정부의 ‘TK패싱’을 탓하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추경호 당선인은 취임 직후 시장 직속의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하고 기업 유치 조직을 확대해 대구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올인 하겠다고 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방선거 후 도정에 복귀하자마자 “지금부터의 4년은 경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라며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AI(인공지능)시대에 대구경북이 정부 지원과 협조 없이 나아가기란 쉽지가 않을 터다. 더욱이 지금 TK지역은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나 다름없다.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정치권이 주도해 긴급현안에 대한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우리는 지방소멸이 속수무책으로 진행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수도권으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7월 새 출발하는 TK 지방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민선 9기 시대를 맞아 본지 임직원들도 이번에 당선된 대구시장·경북도지사와 기초단체장, 지방의원들과 함께 지역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본지 임직원들이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심충택 정치에디터겸 논설위원 simct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