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인간의 언어는 또 다른 감옥인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아마도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이 김춘수의 시 ‘꽃’은 ‘이름’이라는 언어를 매개로 인간이 외부 세계의 대상을 어떻게 의미로 바꾸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철학적인 시다. 내가 언어를 통해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도 이미 ‘몸짓’으로 존재했던 그는 내가 이름을 불러줄 때,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된다.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살아가면서 언어를 매개로 사고를 형성하고, 그 언어를 매개로 외부 세계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언어를 가진 인간의 유일한 특권일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동안 인간에게 언어와 문학이 중요했던 까닭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눈앞에 단지 실체를 가진 대상들의 모음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은 자기가 갖고 있는 언어를 통해 그 대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인지하게 될 때야 비로소 자기 세계를 대하는 주체이자 주인이 될 수 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자기 눈에 들어오는 대상들을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며,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새롭게 이름 붙이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어엿한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미 모든 대상들에 붙여진 이름만을 알게 되는 것이 그러한 과정이 아니다. 인간은 언어를 배우면서 또 언어를 통해 눈앞의 대상을 그 언어 속에 가둔다.다니엘 디포(1660~1731)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는 유럽의 세계 저편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가 알아내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돌아와 여행기를 썼던, 서구인의 세계 인식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영국인인 크루소는 모험을 떠났다가 바다에서 난파되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부근 무인도에서 홀로 살다가 극적으로 구출해 돌아온다. 세계의 전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던 시대, 서구 유럽인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는 바로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을 추동한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든 알아내고, 결국 그 대상에 대해 이름을 붙이지 않고서는 그 공포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식인종에게 먹힐 뻔한 원주민을 구해주고, 그를 만난 날이 금요일이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다니엘 디포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1719년 ‘로빈슨 크루소’를 써서 명성을 얻었다.인간이 언어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대상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그저 단순하고도 당연하며, 절박한 인식의 논리는 그 이름을 붙여준 대상을 언어의 감옥에 가둔다. 로빈슨 크루소가 붙인 ‘프라이데이’는 과연 그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것이었을까. 아니, 맞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가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그를 구속하는 행위는 아닐 것인가.인간이 사회에서 한 명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언어를 통해 대상의 의미를 인식하고, 새롭게 드러나는 대상의 의미를 규정해나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일 터이지만, 모두가 서로를 규정해나가기 시작한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의 언어의 감옥에 갇히게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서로의 언어가 쌓이고 소통하는 공론장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희소한 특권이던 시대에서 이제 모두가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고, 자기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이러한 대상을 규정하는 언어의 윤리는 더욱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린다.디포우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는 분명 흥미로운 모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언어를 가진 인간 주체의 자기 확인의 과정이 자리 잡고 있다. /홍익대 교수

2021-03-22

신라 고분과 가야 고분

지금으로부터 1천600여 년 전후부터 만들기 시작한 신라·가야의 대형 봉토분(또는 고총고분·高塚古墳)은 위치, 모양, 무덤 구조, 시신과 부장품을 놓는 공간, 봉토를 쌓는 방법 등이 달랐다.신라의 수도인 경주시내에는 천마총, 황남대총이 있는 대릉원과 주변 쪽샘유적 등에 넓은 고분군이 조성되어 있다. 신라 왕과 귀족들의 공동묘지인 셈이다. 현재는 평지이지만, 고분을 만들 당시에는 크고 작은 하천과 늪지가 있었고, 이를 피해 봉토분을 만들었다.대구, 경산, 의성, 상주 등 신라권과 부산, 창녕 등 신라·가야의 접경지, 고령, 합천, 함안, 고성, 산청, 남원 등 가야권의 봉토분은, 대체로 구릉이나 산의 능선 위에 만들어져 있다. 무덤 주인공의 신분이 높을수록 능선의 정상이나 끝자락에 커다란 봉분을 쌓았다. 봉분 안을 발굴하면, 주인공이 묻힌 무덤과 주변으로 흙, 돌 등을 여러 방법과 순서로 쌓은 모습이 드러난다. 특히 무덤의 구조와 만든 방식은 고분과 고분군을 만드는 사람들의 장례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경주는 덧널(목곽·木槨)을 2~3중으로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안치한 관을 넣는데, 관이 없이 시신을 안치하기도 한다. 덧널 옆과 위는 셀 수 없이 많은 냇돌(하천에 퇴적된 표면이 둥글둥글한 돌)을 채우는데, 일정 간격으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기둥 사이를 엮은 뒤 돌을 채웠다. 이러한 무덤을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이라 한다. 포항, 울산, 대구, 창녕 등에도 일부 확인되지만 경주가 압도적으로 많아, 신라 최고 지배층 특유의 무덤 구조임을 알 수 있다.신라 주변 지역인 경산 임당고분군은 무덤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바닥에 나무곽을 놓은 뒤 구덩이와 곽 사이를 돌로 채웠다. 구덩이 위는 큰 돌로 덮었다. 의성 금성산고분군은 적석목곽묘와 비슷하지만 무덤 벽을 돌로 차곡차곡 쌓은 듯 정연하여 차이가 있다. 대구 불로동고분군, 성주 성산동고분군은 무덤을 나무곽이 아닌 돌로 쌓은 돌덧널(석곽·石槨)이다. 상주 병성동고분군도 돌덧널이며 길고 좁은 모양이다.가야의 봉토분은 대체로 돌을 차곡차곡 쌓아 면을 맞춘 돌덧널이지만 초기 봉토분인 지산동 73호분의 경우, 덧널을 놓고 무덤 구덩이와 덧널 사이에 돌을 쌓듯이 채웠다. 인근 합천 옥전고분군도 덧널과 돌덧널을 함께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신라·가야 접경의 창녕, 부산 등에도 많은 대형 봉토분이 있다. 창녕은 처음 돌덧널무덤이지만, 천장에는 지산동 73호분, 옥전고분군처럼 나무 뚜껑을 덮었다. 이후 돌 뚜껑으로 바뀌고, 네 벽 중 짧은 한 벽을 틔워 시신과 부장품을 넣는 독특한 방식도 보인다.시신과 부장품을 넣을 때 공간을 마련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경주시내는 주부곽식(主副槨式), 즉 시신을 묻는 곳(주곽·主槨)과 부장품을 넣는 곳(부곽·副槨)을 별도로 만들다가, 나중에는 한 곳에 합쳐(단곽식·單槨式) 안치한다. 주곽에도 그릇 등이 가득 든 나무 궤를 넣기도 한다. 신라 주변부, 가야와의 접경지 및 고령, 합천 등에서도 ‘日’자형, ‘昌’자형, ‘11’자형, ‘凸’자형, ‘ㄱ’자형 등 다양한 배치를 보이는 주부곽식이 있다.무덤을 만든 다음 흙이나 돌로 봉분을 채우고 고분의 형태를 완성한다. 신라의 적석목곽묘는 타원형, 그 외는 대체로 원형을 띤다. 봉분 가장자리에 둘레돌(호석·護石)을 놓기도 하고, 구덩이(주구·周溝)를 파기도 한다. 둘레돌은 경주, 대구, 창녕, 고령 등에 있지만 함안, 고성, 부산, 남원, 의성 등 해안지역과 주변부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주시내 봉토분은 무덤과 적석부를 만든 후 봉분과 둘레돌을 쌓지만, 그 외 지역은 무덤을 만들 때 함께 쌓기도 한다.포클레인, 덤프트럭이 없는 당시에, 거대한 봉분을 쌓기 위해 여러 방법과 기술이 동원되었다. 작업 공간을 나누거나 위치 표시를 위해 돌이나 진흙덩어리 등으로 열을 지어 기준선을 만든 다음 고운 흙, 진흙, 돌이 섞인 흙 등 다양한 재료로 엇갈리거나 맞닿아 쌓아 무너짐을 방지했다.(구획·區劃성토) 고령 지산동고분군 등에서는 한 봉분 안에 주인공 무덤 이외에 순장자의 무덤을 따로 만드는데, 봉분 축조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정인태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또 경산, 고령, 함안 등에서는 도넛 모양으로 봉분 가장자리에 흙둑을 먼저 만든 뒤 안을 채우는 방식(토제·土堤성토)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굴에서 자세하게 관찰하면 방망이로 흙을 다지거나 봉분을 수리한 흔적을 찾기도 한다.마지막에는 봉분의 모양을 다듬고 표면에 진흙을 한 겹 발라 완성하는데, 최근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발굴에서 뚜렷이 확인되었다. 경주, 대구, 창녕, 고성 등에는 먼저 만든 봉토분 옆에, 합천 삼가고분군은 위에 덧붙여 새 고분을 만든다. 고성에서는 다 만든 봉토분을 일부 파고 여러 무덤을 배치하기도 한다.이렇듯 옛날 신라와 가야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많게는 수 백기, 수 천기의 고분이 떼를 이루는 고분군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신라·가야인이 남겨 놓은 봉토분을 통해 그들의 정신세계와 기술력을 느낄 수 있다. 금은보화와는 또 다른 과거와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2021-03-22

불편해도 이제는…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봄이 오는 길목에 인근의 산을 찾았다. 개나리꽃이 샛노란 인사를 건네고 참꽃이 발그스레 상기된 얼굴로 반긴다. 가녀린 풀잎들이 땅을 밟고 일어서며 소생의 몸짓을 보이는가 하면, 나뭇가지엔 부푼 망울들이 앙증스레 연둣빛 손짓을 하는 듯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난맥상에 미세먼지와 황사가 가세해도 주저없이 봄날은 오고 만물은 일제히 생동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움직이고 마중하는 손길, 발길에서 봄은 더 빨리 오고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리라.봄이 다가와선지 최근 산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더구나 포스트 코로나의 비대면 시기라서 나 홀로 산행하는 ‘혼산’이 눈에 띄게 많아짐을 볼 수 있다.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 사이에서 나 홀로 산행과 캠핑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SNS에 ‘혼산’ ‘혼캠핑’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늘어나고 있다.실제 최근 전국적으로 입산자 수가 전년 대비 40~50% 정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누구나 산을 찾으면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계곡물에서 한결 신선함과 산뜻함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산행을 하며 일상의 갑갑함을 털어내고 시원한 계류에 번잡한 마음을 씻어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을 오르고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마음의 때를 벗기면서 자신의 양심마저 벗겨서야 되겠는가? 전국의 산과 계곡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지 한참이나 됐다. 등산로나 산책로, 쉼터, 전망대 주변에는 일회용품, 비닐봉지, 폐캔, 플라스틱병 등이 곳곳에 널브러진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쓰레기와 함께 슬그머니 도덕심마저 버린 것이다.등산객이 많아지니 쓰레기도 늘어나서 국, 도립공원관리소에서는 쓰레기 수거 처리에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비용까지 들여 국가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산이나 계곡에서 발생되는 온갖 쓰레기의 대부분은 음식물 용기로, 그 중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언제부터 편리함에 익숙해져 일회용품을 자주 쓰고 포장용기를 가까이하게 됐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쓰면 쓸수록 환경이 신음하고 국토가 멍들어 감을 왜 모르는 것일까?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더 늦기 전에 이제는, 다소 불편해도 집에서 쓰던 물병과 찬통, 컵 등을 산에서도 사용하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동참하는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 쓰레기를 줍거나 버리기 이전에 쓰레기가 발생치 않도록 리필용기나 에코 백, 텀블러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슬기롭고 효과적인 환경 지킴이가 아닐까?폭포수가 봄의 선율처럼 쏟아지는 바위틈에서 소풍 채비하듯 싸온 도시락을 다 비우고 나니 버릴 것이 거의 없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등산 에코 매너를 지키는 산객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3-22

더 천천히 기다려 주자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안녕하세요. 어머니, 00학생 담임입니다. 학생이 1교시가 끝이 났는데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면 대체로 “아침 일찍 밥 먹고 학교 갔습니다.”라고 한 학생들이 학년을 올라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성장과 성숙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성장은 하나씩 채우는 것이고 성숙은 하나씩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식과 지혜는 어떤 차이가? 지식은 쌓이는 것이고 지혜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지식에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우린 여전히 세상의 많은 것을 탐하며 쌓고 쌓아 가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버리고 낮아지고 그 낮아짐은 엄청난 분량으로 채워짐에 자기 것을 하나하나 버리는 것이다.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지혜로 인해 자신의 지식은 하나하나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우리 모두에게 성숙한 삶이 나날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누구나 감동을 받는다. 가슴 깊이 느껴지는 사랑의 장면을 보았을 때 가슴에 찡한 감동을 받게 된다. 또한 자신이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한 경우를 볼 때 누구나 공감한다. 비록 정상은 아니더라도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최선의 모습을 볼 때 감동이 된다. 심한 자폐증 환자이었던 배형진은 자신의 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마라토너로서 최선의 모습을 나타내었다. ‘말아톤’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진한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심각한 자폐증상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어려움을 최선을 다해 극복하는 그 모습이 CF의 주인공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성장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을 주었다. 학생도 교사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과 성숙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요즘 3학년 학생이 1, 2학년 때 공부에 관심이 없던 학생이 점심시간에 식사 후 조용히 빈 교실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이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년 학생의 1/4 이상이 빈 회의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버리고 비우는 시간이 느리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기다려 주자. 씨앗을 뿌리면 빨리 돋은 싹, 조금 더디게 돋은 싹이 있다.학생을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은 학교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기다리고 기다려 지켜보자.또한 자연의 성장도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가져온다.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은 아름다운 결실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학생이나 자연이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시작은 봄이다. 학교의 시작도 봄이고 새 생명의 싹을 보게 하는 것도 봄이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일어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학생이 성장하고 성숙해서 일어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성장하기 위해 차곡차곡 채우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버리면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장하다. 천천히 일어나길 기대하다. 우리의 미래들이여!!

2021-03-22

니트족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사회학에선 이처럼 학교에 다니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 백수를 니트족으로 분류한다.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며, 무업자(無業者)라고도 한다.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1990년대 경제상황이 나빴던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니트족 숫자를 급격히 불리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지난해 43만6천명으로, 2019년보다 약 8만5천명(24.2%) 증가했다. 2016년(26만2천명)과 비교하면 4년간 1.7배로 늘었다.보고서에선 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미혼이면서 육아·가사, 통학, 심신장애, 취업·진학 준비, 군 입대 대기 등에 해당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을 니트족으로 분류했다. 전체 청년 인구에서 니트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약 2.8%에서 2020년 4.9%로 2.1%포인트 높아졌다.전문가들은 경제 성장 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니트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니트족 증가는 부모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며, 노동투입량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인류적 재앙이 되고 있는 코로나가 니트족 급증이란 사회문제까지 세계 각국에 고민거리로 던져주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2

망국으로 가는 포퓰리즘 경쟁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베네수엘라에서는 굶주린 시민들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위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고, 그리스는 나라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나라에 빚을 구걸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교활한 정치꾼(politician)들이 집권을 위해 포퓰리즘(populism)을 악용했고, 국민들은 그것이 자신을 파멸시키는 마약인지도 모르고 받아먹었다는 사실이다.“죽어봐야 저승 맛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포퓰리즘의 비극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포퓰리즘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정치인(statesman)은 없고, 당장의 권력에 눈먼 정치꾼들이 포퓰리즘 마약을 국민에게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 막장으로 가는 한국정치의 현실이다.선거를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은 매표(買票)행위다. 여당이 포퓰리즘 선거로 재미를 보자, 이제는 야당도 포퓰리즘 공약을 서슴지 않는다. 부산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덕도 앞바다 선상(船上)에서 조속한 입법을 주문하자 민주당은 즉시 ‘가덕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야당은 한 술 더 떠서 가덕 신공항은 물론이고, 부산과 일본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까지 제안하고 나섰다.코로나를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도 치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포퓰리스트(populist)의 전형적 특성인 편가르기·후견주의·내로남불 등으로 장기집권을 도모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있고, 이낙연 전 민주당대표는 아동수당 확대와 상병수당까지 도입하자고 한다. 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상관없으니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현금살포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수장마저 유권자들을 의식해 포퓰리즘을 부추기고 있다.‘개 눈에는 똥’만 보이고 ‘정치꾼 눈에는 권력’만 보이는 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국민에게 마약도 주사하는 것이 그들이다. 결국 국가재정은 거덜 나고 국민은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다. 베네수엘라 차베스(H. Ch00E1vez), 아르헨티나 페론(J. D. Per00F3n)의 포퓰리즘 정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근면·성실했던 한국인들도 일단 포퓰리즘에 중독되면 폐인이 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모는 살지만 자녀는 죽는다.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 정치의 비극이다.그렇다면 누가 포퓰리즘을 막을 것인가? 권력의 심판자인 국민이다. 스위스 국민은 모든 성인에게 매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안을 77%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다. 반대 이유는 “일하지 않으면 스위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선과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추락하느냐 아니면 스위스처럼 비상하느냐는 포퓰리즘에 대한 우리의 각성 여하에 달려있다.

2021-03-22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 운동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세계비만연맹은 2025년 전 세계인구의 3명 중 1명이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비만 인구가 2030년에는 현재 성인비만율 33.7%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비만은 지구촌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운동을 권장한다. 식이요법과 비교해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좋은지 모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적 근거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다이어트의 원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섭취하는 칼로리(IN)보다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더 클 때 체중은 감소한다. 음식의 섭취를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적게하거나,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해 하루 소비되는 칼로리 양을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많게 하는 것이다.운동은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이다. 이론적으로 운동 부하는 약 6주 정도 지나면 몸이 적응해 기능을 상실한다. 평소 하던 것보다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 근력운동도 마찬가지다. 스쿼트를 매번 15회씩 3세트를 했다면 일정기간이 지나서는 20회 3세트를 하거나 다리를 펴고 굽히는 굴신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각각의 세트 간 휴식시간을 줄이는 등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시대와 환경에 따라 과학적 지식도 변한다. 과거에는 몸에 지방을 태우기 위해 저강도로 오래 운동을 해야 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르다. 중강도 이상 고강도로 단시간 운동을 해도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천천히 오래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뛰고 조깅하는 인터벌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이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마친 후에도 몸이 길게는 48시간까지 지방 등 체내 에너지원들을 연소시키는 ‘운동후초과산소섭취(EPOC)’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이상을 종합하면 섭취하는 칼로리(IN)와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같은 등칼로리 균형(isoCalorie balance), 적응기간이 지났음에도 변화가 없는 운동 강도와 전체적인 운동량, 최근 과학적 근거중심의 내용을 담은 보다 효과적인 운동방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그렇다면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법이 궁금해 진다. 현대사회 특성상 바쁜 일상으로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면 간헐적 고강도 운동으로 ‘운동후초과산소섭취’ 현상을 늘리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 이론을 담은 타바타 운동이 좋은 사례이다. 이를테면 고정 자전거, 로잉 머신 등 실내 운동기구 또는 스쿼트, 버피테스트 등 맨몸운동을 활용해서 고강도 20초, 휴식 10초를 8회 반복하여 4~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 형태이다.만약 걷기나 달리기가 좋다면 타바타 운동처럼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내는 ‘인터벌 워킹’이 권장된다. ‘인터벌 워킹’은 최대보행속도의 70%로 3분, 30%로 3분씩 반복하는 걷기운동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주로 엘리트선수들이 수행하는 트레이닝 방법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하지만 인터벌 속보는 워킹운동의 하나로 고강도 트레이닝을 할 수 없는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인터벌트레이닝처럼 워킹강도에 변화를 주어서 효과를 내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인터벌트레이닝은 30~40초 모래걷기를 하고, 15~20초는 모래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 강도는 자신에 맞는 목표심박수를 찾아서 조절해야 할 것이다.이처럼 인터벌트레이닝은 자신에 맞는 운동 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심박수와 운동자각도, 즉 스스로 느끼는 운동 강도를 사례로 들고자 한다.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주로 체내 당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증가하고 일정강도가 올라가면 당의 분해로 발생되는 ‘젖산’으로 인해 “힘들다”라고 느끼는 시점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 강도를 심박수로 계산하면 중장년층 기준 100~120/분으로 운동자각도로는 “좀 힘들다”라고 느끼는 정도가 된다. 자신에게 맞는 보다 정확한 운동 강도는 앞선 칼럼에서 제시한 목표심박수(THR) 계산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인터벌트레이닝도 매일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운동 빈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신체가 회복하고 운동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정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최소 1.5~2일간은 저강도 운동이 적합하다. 이 기간 동안 20~30분간의 스트레칭, 걷기나 가벼운 조깅은 수동적인 휴식보다 피로회복에 더 효과적이다.아무리 운동에 흥미가 있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건강과 체력에 맞는 운동 유형과 강도, 빈도 및 시간을 알아보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1-03-21

울진·울릉지역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 국가유산 지정을 환영하며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울진·울릉지역에서 돌미역을 채취하는 전통어업 방식인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제9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해양수산부는 앞서 2015년 제1호인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재첩잡이 손틀어업, 통영ㆍ거제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이번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서는 동해안 첫 지정사례이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환경친화적인 전통 방식으로 자연산 돌미역을 마을주민과 공동으로 채취하는 문화자산이다. 역사성, 생태계 보호, 주민참여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평가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오동나무 등 통나무를 엮어 만든 떼배(뗏목)로 미역바위 군락까지 이동, 미역을 채취·운반하는 전통어업을 말한다. 떼배는 원시적인 뗏목배로 울릉도에서는 해안가의 미역 채취와 함께 낚시로 하는 오징어잡이, 손으로 꽁치를 잡는 손꽁치잡이에도 사용됐다.떼배 제작은 몇 달간 미리 건조해 둔 오동나무가 쓰인다. 통상 8개에서 10개의 오동나무 통나무가 떼배의 밑판을 이루며, 통나무의 사각형 구멍에 통상 고로쇠나무로 만든 장쇠로 통나무를 연결한다. 떼배 밑판이 완성되면, 떼배를 젖는 노, 노를 설치하는 노지게, 노를 끼우는 나무못인 노 좆 등을 제작하고, 난간을 붙여 채취한 미역이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울릉도에서는 매년 오징어축전 때면 각 어촌계 계장들이 대표로 나서 떼배경주대회를 열고 있다.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암반이 발달한 지역이며, 또한 돌미역은 암반을 기반으로 서식, 돌미역 채취에 떼배가 매우 효과적이다. 떼배 채취 어업은 암반이 발달한 지형적 특징에 적응한 결과였다.봄철 미역철이 되면 지역 주민들은 연안의 미역바위 혹은 수중 미역짬을 찾아 미역을 채취한다. 이때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바닥면에 유리를 부착, 물속을 들여다보는 수경이라는 사다리꼴 형태의 나무 상자이다.주민들은 수경과 함께 낫대라 불리는 긴 장대에 낫을 부착한 도구로 떼배에서 미역을 채취한다. 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에서 물속 투명도가 가장 깊은 곳으로, 깊게는 20~30m까지도 수경으로 물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떼배와 수경, 낫대를 사용한 돌미역 채취 어업은 이런 울릉도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어업활동이었다. 울릉도의 돌미역 채취는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비록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전에는 조선의 해금정책에 따라 울릉도에 주민 거주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지만 임진왜란 이후부터 울릉도의 각종 산물에 주목, 거문도를 비롯한 남해안 주민들이 울릉도(독도)를 오갈 때 특별히 주목한 것은 바로 울릉도의 나무를 이용한 배 건조와 함께 미역 채취이었다.전라남도 무형문화재 1호인 거문도 뱃노래 가사에도 울릉도 미역이 등장한다. 1700년대 제작된 해동지도에는 울릉도의 대표적 산물로 감곽(미역)을 또한 소개하고 있다.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후에는 오징어와 함께 미역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다.특히 오징어와 달리 미역 채취는 일본인들의 채취가 허락되지 않는 한국인의 독점 어업이었다. 미역 채취는 독도에서도 대표적 어업 활동이었다. 독도 미역 채취는 독도에 정착한 울릉도 주민들과 해방이전부터 독도에 건너온 제주 출신 해녀들에 의해 활발히 이뤄졌다.독도에서 채취된 미역은 미역건조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말려 외지로 판매, 훌륭한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독도는 미역을 통해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이었다.최근 어촌계의 고령화, 어촌계 유입인구의 감소 등 사회적 요인과 함께 겨울철 수온 상승에 따른 미역 생산량의 감소 등으로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 또한 사실이다.이럴 때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소식은 사라져가는 전통어업의 보전 및 어촌 활성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계기로 다양한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먼저는 전통 떼배 건조방식 보존을 위한 배 목수 장인 선정, 떼배 건조 과정 기록화 및 떼배 돌미역 채취 어업에 대한 지역 민속지 발간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기록작업이 필요하다. 해녀, 잠수부에 의한 돌미역 채취방식 등 돌미역 채취의 발전 과정 또한 아우를 필요가 있다.돌미역 생산량 증대를 위한 짬매기(미역바위닦기) 활성화, 돌미역 서식 실태도 작성, 돌미역 브랜드 가치 향상 연구, 돌미역을 활용한 토속 요리의 보전 등도 필요하다. 떼배, 수경 등 전통 어업 도구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 생태체험관광 및 학교 교육과 연계한 돌미역 생태 교육 및 떼배 문화 체험 행사 수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지역 어민의 삶의 역사였으며,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동해의 역사를 보듬고 온 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드리지 못한 명예와 경의를 돌려주는 것이다.

2021-03-21

김치 포비아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 식품이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김치를 내세워도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 C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조상은 한겨울에도 비타민 C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김치 저장법을 개발했고 그것이 발효식품인 김치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한국은 김치 종주국답게 현재 200여종의 김치가 개발돼 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전래음식이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인의 95%가 하루 한번 이상은 김치를 먹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인에게 김치만한 반찬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을 자국 기준으로 만들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정을 받아내면서 마치 김치 종주국이 자기들인 양 떠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쓰찬성에서 유래한 절임채소를 파오차이(泡菜)라 부르는데, 중국 내 유통되는 모든 김치는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김치도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써야 유통이 가능하다. 중국이 김치 종주국처럼 위세를 떠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김치가 국내 소비량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국 현지의 비위생적인 김치 제조과정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둥장한 알몸상태로 배추절임하는 중국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시중 식당에 만연된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1

권력자들의 너무 다른 언론관

심충택논설위원대구에서 재선을 한 모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내려와 기자들을 만날 때면 “기자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최고의 직업인데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전 공직자 감사권과 회기 중 불체포특권 등 보통 국민과 비교해 백 개도 넘는 특권을 가졌으니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데 기자만 만나면 숙제를 안 한 사람처럼 찝찝하다는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면 헌법기관이라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고 국회 본회의장이나 국정감사장, 지역구에서 함부로 자세를 흩트릴 수 없다는 말도 했다.지난 주말(18일) 한국 방문 중 젊은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직자로서 때로는 언론이 고맙지 않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했다는 기사를 읽고 정치부 기자 때 허물없이 지냈던 그 국회의원이 생각났다. 기자에 대해 두 사람 다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건전한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자유 언론은 필수다. 언론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규모 언론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에 ‘기사사용료 부과를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보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호주, 유럽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뉴스에 해당 언론사들이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미국도 법안을 만들어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뉴스 전재로 인한 광고 수입을 언론사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이나 유럽 권력자들의 민주적인 언론관을 대하면 우리 상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가진다.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언론사가 ‘거짓뉴스’를 내 보내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거짓뉴스는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지금은 권력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비판의견이 나오면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아닌가. 국회 상임위의 검토보고서도 “민법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지만, 블링컨과 같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법안을 두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미디어 민생법이자 국민의 권리와 명예,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지난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방지 기자들과 만나 “언론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게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권력자들은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고 선진국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2021-03-21

당신 인생의 우산은 무엇인가요?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길을 나선다.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햇빛 아래 누워 있는 사람을 본다. 파리가 그의 입가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빨아먹고 있다. 그는 슬쩍 눈을 한번 떴다 감을 뿐, 파리를 쫓아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숙자라고 한다.이번에는 지하철 역사다. 쇼핑하는 사람들, 음식을 먹거나 데이트하는 사람들 사이로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초점이 없는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정신병자라고 한다.다시 길을 걸어본다.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구걸하고 있다. 그의 앞의 종이상자에는 사람들이 던져두고 간 동전 몇 개가 나뒹굴고 있다. 사람들을 그들을 거지라고 한다.나는 생각해본다.내가 매일 만나는 노숙자, 정신병자, 거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부모를 잘 못 만나서, 국가를 잘못 만나서, 팔자가 나빠서 이렇게 된 것일까?내가 최근에 만난 그는 ‘간혈성 폭발성장애’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그는 현재 무직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다. 하는 일마다 꼬인 상태에서 심리상담이라도 받으면 자신의 인생이 풀릴까 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그런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언어는 모두 ‘남 탓’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어 있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해서, 아내가 나쁜 여자라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물었다.내담자: 저는 왜 인생이 꼬이고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될까요?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그에게 이렇게 질문했다.상담자: OO님 비가 올 때 당신에게만 내립니까? 바람이 불 때 당신에게만 불어오나요?그때 그는 순간적으로 침묵했다.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부모 탓을 하고, 남 탓을 하고 사회 탓, 국가 탓을 한다. 혹은 팔자 타령에 더하여 귀신 타령까지도 한다. 온갖 변명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변명, 합리화의 좋은 점은 자신이 변화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남 탓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방어기제 중의 하나로 합리화(rationalization)라고 한다. 변화되지 않으므로 시시포스가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렸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리듯이, 어제와 같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펼쳐지면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비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내리며, 바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부는 것이다. 이 비와 바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칠 때 당신의 대처방식은, 인생의 스트레스에 맞닥뜨릴 때 당신의 스트레스 대처방식과 유사할 수 있다. 비와 바람 탓을 하는 사람은 인생의 스트레스에 대해 남 탓을 할 것이고, 비와 바람을 수용하고 우산을 준비하는 사람은 인생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사람일 것이다.심리상담을 마치고 공원 앞을 산책해본다. 마침 한 남자가 빗속의 공원 풍경을 사진 찍고 있었다.

2021-03-21

물을 아껴 쓰자

윤영대수필가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로 UN이 제정 선포하였다. 세계적으로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문제를 인식시키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결의이다. 우리는 이보다 먼저 1990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각종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UN의 동참요청으로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연간 1인당 쓸 수 있는 수자원량을 ‘기근-부족-풍요’의 3단계로 분류하면서 우리나라는 1천450m3로 산정되어 ‘물부족 국가’라는 아픈 멍에를 쓴 것이다.2006년 세계물포럼에서 ‘물 빈곤 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7개국 중 43위로 위험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여름에 집중된 강수량으로 인해 물 스트레스 지수는 25~70%로 높아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는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10이며 5년 후에는 물 기근 상태가 된다는 예측도 있어서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이 국민에게 심어진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국민의 하루 물 사용량은 약 280L로 유럽 국가의 두 배이다.왜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었는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아름답고 깨끗한 산과 강이 있고 2,30년 전까지만 해도 계곡의 물을 그대로 퍼마셨다. 삼면이 바다이고 큰 강도 가까이 많은데 물 부족이라니…. 그 원인으로 인구밀도와 기후변화 그리고 산업화와 자연파괴를 들고 있다. 좁은 국토에 여름철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는 산지가 많은 지형적 특수성 때문에 급히 쓸려가 버리고, 또 산업화로 숲을 무작정 개발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정작 물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온갖 생수가 편의점 진열장을 채우고 해양심층수와 지하수, 계곡물 등도 집에서 마실 수 있는 축복받은 나라이다.수자원 관리 기술도 우수하다. 옛날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얘기를 하면서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먹냐?’라고 웃곤 했지만 요즘은 전국 상수도 보급률 98.5%로 건강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값싸게 요금을 내고 때로는 생수도 사 먹으니 그 얘기도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우리는 물을 물 쓰듯 한다. 수세식 변기는 1회 사용량이 대략 8L 정도라니 하루 5회를 사용하면 40L, 큰 생수병 20개 분량이다. 또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줄줄 틀어놓고 면도를 하거나 양치질하는 것을 보면 ‘물을 풍족하게 사용하시되 낭비는 하지 마세요’라는 어느 목욕탕의 글이 머리에 맴돌며 슬그머니 화가 난다. 물은 하늘에서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강을 따라 멀리 흘러서 저수지에 모였다가 깨끗이 소독되어 어둡고 긴 수도관을 거쳐 보일러에서 끓여진 후 샤워기로 나오는데 그냥 버려지다니 안타깝다. 설거지와 세탁 등 일상생활에서도 물 절약은 꼭 필요하다.올해도 봄 가뭄이 계속되고 하천은 메말랐어도 수도꼭지를 틀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아껴 쓰면서 낭비하지는 말자.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 번 더 물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다.

2021-03-21

울진의 내일을 위한 길을 모색하다

전찬걸울진군수지난 1월, 환경부는 2020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도시로 울진군을 꼽았다.2019년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상황에서도 울진군만은 고강도 미세먼지 공습을 피하며 청정한 공기를 유지했다.전국에서 손꼽히는 깨끗한 울진의 공기는 백두대간이라는 위치적 조건과, 울진의 금강소나무숲이 만들어내는 피톤치드, 112km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바닷바람 등의 자연조건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하지만 청정울진은 단순히 자연 요인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군에서는 그동안 미세먼지 개선을 위해 미세먼지 저감 조림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여 사업을 진행해 왔고, 자연이 만들어 준 맑은 공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천혜의 환경 조건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조화를 이루어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가진 울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울진은 울창한 보배라는 이름처럼 보물과 같은 자원이 무궁무진 한 곳이다.현재의 자원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울진은 현재에 만족하거나 멈추지 않고, 오래된 것들에서 미래의 길을 찾으려한다.그 길의 시작은, 보부상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울진의 옛길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새로운 관광과 문화의 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동해안에서 내륙으로 이어져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고갯길이었던 울진의 십이령, 고초령, 구주령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다니던 곳이 아니라, 정보와 문화가 이어지는 길이었으며,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그 옛길을 울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지난달 옛길 관광화 관련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였다.용역기관과 협력하여 기존 보부상길의 장단점과 보완사항을 파악,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된 관광소재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동해안과 내륙의 특산물이 오가며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개척의 길이었던 울진의 옛길이, 차별화 되고 지속가능한 관광지로서 울진의 이름을 알리는 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길로, 새롭게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오래된 것의 변화를 통해 찾는 울진의 또 하나의 모습은, 왕피천생태경관 보전지역과 불영계곡 군립공원의 우수한 생태문화 자원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국립공원 지정이다.현재 환경부 지정건의를 위해 근남면 수곡2리, 구산3리, 금강송면 삼근1·2리, 왕피1·2리, 울진읍 대흥리, 근남면 행곡3리, 금강송면 하원리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 중이다.국립공원지정 대상지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 아무리 귀한 보석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 가치가 알려지지 않으면 보배로서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국립공원 지정 건의는 울진의 자연환경이라는 보석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체계적 보존관리와 함께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효과적인 환경 보존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소득증대까지….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옛길 개발과 국립공원 지정 건의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가야할 길도, 넘어야 할 산도 많겠지만, 긴 시간 하나의 모습으로 멈추어 있던 옛길과, 왕피천, 불영계곡이 울진의 또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옛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보존과 개발이 함께 하는 곳. 울진의 내일을 위한 모습이다.

2021-03-21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사진관에 맡겼다. 큰아이 백일 즈음부터 촬영한 홈비디오 카메라가 어느 날부터 작동이 멈춰버렸다. 20년이 지나니 고장이 난 것이다. 새로운 영상을 찍을 수도 없지만 가장 큰 일이 아기 손바닥만한 8mm 테이프에 담아 둔 큰아이의 추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방송국에서 CD로 구워준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듣고 문의했더니 기간이 끝나버렸고 어쩌나 하며 시간만 더 흘렀다.지난 여름, 자격증 시험을 치는 아들이 증명사진이 필요해 집 주위 사진관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 그 많던 사진관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섯 번째로 내비게이션을 켜서 찾아간 곳이 그나마 아직도 영업 중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아들을 카메라 앞에 보내놓고 한숨을 돌렸다.내가 아들 나이였을 때는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관에 들르는 게 정해진 루틴이었다. 며칠 후에 함께 간 친구들 수만큼 뽑은 사진 한 뭉치를 받아들고 찻집에 모여서 또다시 여행 간 장소로 시간여행을 떠나 깔깔거렸었다. 그 사진을 접착식 앨범에 정리하며 초점이 흐리게 나온 사진도, 여행의 설렘만큼 흔들린 사진도 버리지 못하고 끼워두었다. 이제는 사진을 찍고 기다려서 인화지에 뽑는 일이 자주 없다 보니 사진관이라는 장소도 동네에서 삭제되어 버렸다.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하다가 패스트푸드점에 밀려나 구석으로 몰리다가 그마저도 벅찬 일인지 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증명사진을 찍고 나자 한 시간 정도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찾으면서 혹시나 하고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파일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다. 가능하다고 했다. 맡기러 곧 가겠다고 하고 또 몇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더 있다가는 저 사진관마저 사라질까 싶어 얼른 챙겨다 맡겼다. 일주일 후에 usb에 저장한 것을 찾아왔다. 테이프 4개가 손가락만한 저장함에 옮겨지는 값이 사진값의 열배도 넘는 가격이었지만 영영 못 보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네 식구가 화면 앞에 앉았다. 27년 전의 큰아이가 옹알이를 하며 보행기를 탄 채로 27년 전의 어린 내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다닌다. 흰머리 하나 없는 젊은 남편이 웃는다. 아직은 총각인 시동생이 조카를 어르기도 한다. 몇 년 전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어머님이 밝게 웃으시며 손자와 눈을 맞추신다. “할아버지는 지금이랑 똑같네요. 와~어머니, 저 때는 가늘가늘하네요. 큭큭큭. 같이 근무한 선생님들과 나보다 1년 늦게 결혼한 은주선생님네 집들이 간 날인지 여리디여린 아가씨들이 큰아들과 눈을 맞추려 까꿍까꿍을 외쳤다.백일 즈음부터 네 살까지의 기록이었다. 큰아이의 성장기록만 담겨있으려니 했는데, 아버님 환갑잔치에 오신 고모님과 주름살 하나 없는 시누이, 삼십 대 중반인 조카들이 대여섯쯤으로 어려진 아이가 되어 화면 속을 날아다녔다. 마지막 파일엔 내가 태어나 자란 안동 고향 집에 다니러 간 날도 있었다.어제저녁, 막냇동생 내외가 친정엄마를 모시고 놀러 왔다. 올케에게 스무 살 시절의 동생을 보여주었다. 안동 고향 집에 함께 갔던 것이다. 신작로 저 끝에서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막내를 보고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치매로 정신을 놓은 할머니가 안동포를 가지고 나와 지금 내 나이보다 젊은 친정엄마에게 양쪽에서 잡아당기자고 하셨다. 그러는 사이 백일이던 큰아이는 높은 계단을 혼자서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개구쟁이가 되어있다.등장인물 모두 머리 스타일은 촌스럽고 옷매무새는 어색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배밀이 하다가 기는 걸 배우느라 병치레하며 병원에 입원해 주삿바늘을 꽂은 모습조차도 웃으며 볼 수 있어서 아름다웠다. 머리에 저장된 기억들이 흐려지는 27년 동안에도 영상 속에 우리는 희미해지지 않았다. 무엇을 오래 저장하는 일은 다 아름답다. /김순희(수필가)

2021-03-21

‘줌’(zoom)으로 사람 만나기

요즘에는 개강을 했어도 직접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없다. 수업을 세 개를 해도 학생들을 한 번도 제대로 만나본 일은 없다고 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맞추어 ‘줌’ 회의를 개설하는 예약을 해두고, 인터넷으로 학생들에게 회의 주소를 알려주는 문자를 보내고, 수업 시간이 가까우면 줌 회의를 열어두고 학생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학생들 수업만 그런 게 아니라 각종 회의도 직접 만나서 하는 일은 손꼽을 정도다. 학생들과 같이 하는 개강 모임은 처음부터 문제가 생길까 아예 ‘비대면’으로 전환해서 화상으로 학생들을 만나도록 한다.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뭔가 의논을 할 때도 한 번도 직접 모여서 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학교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따질 것 없이 ‘줌’ 회의에 접속만 되어 있으면 만나 오케이다.하루 이틀 아닌 코로나 시절이다 보니 이제는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대면’은 아주 이상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집밖이 무서워져서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어느새 사람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건지, 아니면 사람 관계에 대해 어느새 서먹해져 불편함을 느끼는 건지, 외출하는 일이 무슨 큰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약속을 만들려면, 바깥나들이를 하려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렇게 나가도 되는 건가 하는 두려운 기분이 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화장실 벽에 걸린 장에 수건을 넣다가 그만 조그만 샴푸 병이 변기로 또르륵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불러 고쳐야 할 일이 생겼다. 내 손으로 손수 건져낼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아래로 숨어버린 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 전화 저쪽 사람은 ‘석션’이라는 것을 하면 나오는 수가 있다 한다. 밤에 약속을 정하고 아침이 되어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어디서 솟아나는 불안감인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은 낯선 사람을 너무 오래 안 만나서인가?그러다 이것은 분명 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가까운 사람도 제대로 만나 시간을 보낸 적이 별로 없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나누지만 돌아서고 나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이런 식으로 또 한 학기가 가면 이제는 정말 마음이 병들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마음이 든다. 나는 원래 낙천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 꽉 죄어들어오는 갑갑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은, 아니면 모레라도 꼭 산에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세상을 다른 기분으로 살아보고 싶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3-18

학교폭력 - 맞아야 잘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한 TV 방송은 최근 스포츠계 학교폭력 사태를 조명했다. 프로 야구,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태를 다루었다.현재 매우 유명한 프로야구의 두 선수는 후배들에게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도록 시켜 아파하는 걸 웃으면서 바라보았다는 충격적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누구나 아는 축구계의 스타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을 시켰다는 뉴스가 귀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보도되었다.위의 두 개의 리포트는 당사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방송은 승자 독식의 체육계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지금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성적을 내기 위해선 폭행조차 넘어가고 있는 이 체육계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참담한 마음이다.오래전부터 중고교 체육에서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 코치한테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주니어 스포츠의 체벌과 욕설은 오랜 관습이 되어 있었다얼마 전 이로 인해 철인 3종 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 차례 관련 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그런데 이번 사건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선배선수들의 폭력 상황을 보여준다. 결국 선수들은 코치에게 맞고 선배에게 맞고 선수생활을 해나간다. 이 배경에는 “맞아야 성적이 난다”와 “우리도 맞고 커왔다”는 잘못된 관습이 도사리고 있다.실제로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맞아야 성적이 난다”라고 한다.물론, 이 주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런데 동료선수 또는 선배선수의 폭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코치에게 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그러나 동료 또는 선배에게 맞는 선수는 분한 마음과 좌절로 경기력과 상관없이 심신을 망쳐갈 것이다.코치에 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동료나 선배에 맞으면서 성장한 선수는 기가 죽은 선수가 되고 분노로 가득찬 왜곡된 성격을 형성한다. 이는 결국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학교폭력’, 정말 이제는 멈춰야 한다.

2021-03-18

승자독식(勝者獨食)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들 중에는 가장 강한 수컷이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코끼리나 엘크사슴 수컷들이 번식을 위해 벌이는 싸움은 치열하다. 심하게 상처를 입고 패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죽음을 무릅쓴 경쟁인 셈이다. 가장 우수한 유전자로 번식을 해서 종의 진화를 꾀하려는 본능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동물들이 무슨 생각이나 의지로 하는 일은 아닐 터이니 자연이 섭리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원앙이나 기러기처럼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동물도 없지 않다.문명화된 인류사회는 지금 대다수가 일부일처제를 택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의 승자독식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형국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와 문화의 영역까지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차지하는 구조가 일반화 되어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에서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불균형이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현실이다.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 승자독식은 당연한 일이 된다. 스타급의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에게 많은 것을 몰아줄수록 더 상업적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들은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쥐는 반면에 2군으로 밀려난 선수들이나 무명의 연예인들은 생계조차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심지어 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학계나 예술계까지 승자독식의 상업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거액을 건 현상모집에서 오로지 일등에게만 전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그 예다. 사실 일등과 이등의 차이는 거의 없거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순서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런 사정쯤은 무시하는 게 상업적 마인드다.정치권의 승자독식은 곧 독재를 부른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전횡은 바로 그 승자독식의 폐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석인 정보위원장 자리를 빼고 국회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것에서부터 야당의 비토권마저 빼앗고 공수처법을 가결한 것,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역시 야권의 반발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것,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의 권한을 높여주는 검·경수사권조정에 이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법, 심지어는 판검사는 선거 일 년 전에 사퇴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속칭 ‘윤석열출마제한법’까지 발의를 해 놓고 있다. 이 모두가 적폐청산이니 검찰개혁이니 허울 좋은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오로지 권력의 안위와 정권 연장을 위한 입법농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짓들이다. 승자독식은 결국 문명사회를 위협하는 야만이요 재앙일 수밖에 없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고 상업주의 속성 또한 그런 것은 우리의 뇌리에 승자독식을 용인하거나 미화하는 사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긴 자들에게 박수치고 환호하는 심리가 그런 사회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일말의 책임은 있는 것이고.

2021-03-18

과학과 정치 사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 과연 맞아도 괜찮을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EU(유럽연합) 4대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지난 15일 AZ 코로나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루마니아·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으로 20개국이 넘는 나라가 접종을 중단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 사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AZ 백신 접종 중단은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을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Z 백신을 홍보하던 로베르토 스페란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독일 측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 이탈리아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장려하는 상황이었고, 불과 며칠 전에도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AZ 백신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이 접종을 중단했을 당시에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 백신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15일 독일이 접종 중단을 결정한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이 접종 중단에 합류했다. NYT는 백신 자체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를 둘러싼 AZ와 EU의 갈등이 접종 중단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이 국가들은 AZ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며 혈전을 발생시킨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해 온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어떻든 AZ 백신에 대한 접종 중단 사태가 번지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마당이었다.설령 유럽국가들의 AZ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이 과학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 안전이 최우선’이란 기조 아래 결정된 게 분명하다.더구나 이들 국가들은 일찌감치 백신확보 전쟁에 뛰어들어 화이자, 모더나 등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충분히 구비해둔 덕택에 AZ 백신 접종 중단이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4월에 AZ와 화이자 일부 물량외에 공급이 확정된 다른 백신이 없으니 어쩔 것인가.오는 11월 집단면역 계획을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로 AZ 백신 접종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을 확보하느라 아귀다툼을 벌이는 동안 K방역의 우수성을 홍보하느라 한 눈 판 결과다.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모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가 아닌 과학적 판단에 따라 AZ 백신 접종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다. 백신정책에 관한 한 국민 생명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돼야 한다.

2021-03-18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 사람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전생의 악업을 끊기 위한 속죄의 고행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나 은행에 돈을 많이 맡겨둔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다음 생애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은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행을 하였으며, 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였는지가 중요하다.티베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성지 라싸까지 오체투지하면서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2천㎞가 넘는 순례 길을 오체투지로 걸어가며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2015년 제작된 ‘영혼의 순례길’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티베트인들의 종교 속 삶을 잘 그려내 꽤 많은 반응을 얻었다.오체투지는 불교 신자가 삼보(三寶)에게 올리는 큰 절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인도에서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의식인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우리에게도 오체투지는 낯선 수행법이 아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와 함께 여러 번 소개된 바가 있다. 불교의 이색 수행법이기는 하나 간혹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져 환경파괴 등에 항의할 때 이 방법이 등장한다.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미얀마 시위대 학살 중단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스님들의 오체투지 행렬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스님들의 간절한 오체투지 기도가 미얀마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8

꽃샘바람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삼월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꽃샘바람이 있다. 봄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겨울을 밀어내니 물러나는 겨울이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여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일으킨다하여 꽃샘바람이라 한다. 하지만 이 바람은 반드시 불어야 하는 자연의 순리이고 섭리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봄이 오면 녹기 시작하고 잠자던 뿌리가 제일 먼저 깨어나 수분을 빨아들인다. 눈은 순을 틔워야 하는데 줄기와 가지가 아직 녹지 않고 얼어있어 공급로가 차단되니 꽃을 피우지 못한다. 수분을 줄기와 가지로 끌어올리려면 나무를 흔들어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람이 필요하다. 바람이 가지와 줄기를 흔들면 뿌리의 수분이 가지 끝마디까지 공급되고 눈은 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된다. 식물의 성장과 결실에는 반드시 꽃샘바람이 불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환법칙이다.역사는 발생과 성장과 쇠퇴와 해체가 반복적으로 순환한다고 토인비가 말했다. 그 모든 과정에 도전의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역사발전이 있다고 했다. 헤겔도 역사는 변증법적 발전순환이라 하면서 正(정)이 있으면 反(반)의 도전이 있고 정과 반이 잘 융합하여 合(합)이 되는 반복순환을 통해 발전한다고 했다. 응전에 실패하거나 합에 도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역사는 나아가지 못하고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역사이든 인간역사이든 역사는 순환의 그 과정마다 물러남과 다가옴의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고 존재냐 비존재냐가 결정된다. 자연과 역사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이 과정을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에 불어오는 바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따라 존재와 가치가 달라진다.이스라엘이 바빌론에 의해 파괴되자 에스겔은 그 상황을 마른 뼈들의 무덤으로 표현했다. 그는 절망에 빠진 백성들에게 비전을 제시한다. “내가 너희 속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너희가 살아날 것이다. 그 바람이 마른 뼈에 힘줄을 뻗치게 하고, 살을 입히고, 살갗으로 덮고,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되리라. 바람아 사방에서 불어라” 이스라엘은 그 바람을 맞고 되살아나서 이스라엘은 재건하였다.이해인 시인은 ‘꽃샘바람’이라는 시에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했다. 그러기에 꽃샘바람은 시샘의 바람이 아니라 샘물의 바람이다. 순간 순간 우리에게 불어오는 꽃샘바람을 피하지 말고 온몸으로 맞아들일 때에 비로소 온 몸이 생명의 에너지로 꽃을 피우고, 이 사회가 활력이 넘치게 되고, 죽었던 모든 것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바람아 사방에서 불어라!”

2021-03-17

기술의 진보, 인성의 퇴보

장규열한동대 교수세상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세상이 되어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발달은 세월과 함께 가히 눈부시다 하리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재촉하듯 움직여 간다. 디지털환경과 인공지능은 그 적용 범위를 날로 넓히며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낸다. 세상을 두고 떠나기가 아까울 만큼 앞으로 만나게 될 내일 세상이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어제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물이 희귀할 정도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어 간다. 사람은 어떤가.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만큼 사람도 보다 선하고 좋은 모습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목격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리 좋아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우리가 발견하는 사람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향기가 나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모습을 가지기 일쑤가 아닌가. 날마다 들려오는 정치권 뉴스는 나은 세상을 당겨오는 방법과 정책을 다루기보다 서로 흠집을 내고 헐뜯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 어느 가닥에도 시민을 위한 배려와 공감어린 고뇌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 후보의 약점에만 집중하고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시민의 삶을 숙고하고 도시의 내일을 신중하게 설계한 흔적이 도무지 없다. 도대체 무엇으로 세상을 바꾸고 어떻게 시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후보단일화와 세력대결에 마음을 쏟은 나머지 시민의 삶은 후보들의 관심 밖으로 한참 멀어져 있다. 선거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는 정치풍토는 과연 시민의 투표로 바꿀 수 있을까.학교폭력과 아동학대는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그리 새로운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혐오범죄와 성범죄도 이 땅에서 사라질 줄 모른다. 기술은 나날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데 인성은 어찌하여 좀처럼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문명과 인성이 함께 발전해 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상이 제아무리 발전하여 좋아진다 해도 사람들 간에 갈등과 반목, 폭력과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면, 그 모든 긍정의 에너지는 부정의 늪을 헤매고 말 것이 아닌가. 하드웨어가 발전하는 만큼 소프트파워가 균형있게 자리를 잡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날이 갈수록 교육의 책임이 무겁고 인문학적 소양이 맡아야 할 자리가 넓지 않은가.기술과 문명의 발달만으로는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겉으로만 그럴듯할 뿐 자칫 인간의 속성과 세상의 모습을 오히려 그르칠 확률마저 보인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이웃을 생각하고 함께 호흡하는 공동체성을 길러야 한다. 나만 행복한 멋진 세상이 아니라 함께 누리는 즐거운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부유한 선진국을 향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착한 나라’를 만들 욕심도 부려야 한다. 예전의 어른들은 어째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을까. 오늘 우리는 ‘돈 잘 버는 사람이 되라’고만 가르치지 않는가. 인성도 기술과 함께 균형있게 길러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2021-03-17

더기빙플레지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사후나 생전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약속하는 운동을 말한다.이 기구의 목표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그들 순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일생 동안이나 사후에 기부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 기부 서약이 가진 특징은 법률적인 계약이 아니라 도덕적 헌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제성을 띤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또한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개인 또는 커플 서명자들이 왜 기부를 하기로 선택했는지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며 시작됐다.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 부부가 지난 달 219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현재 주식가치만 약 11조원에 이르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픈 이들을 돕고,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고, 미래 교육시스템에 기여하는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일부 재벌가 구성원들이 탐욕스런 부의 독점과 갑질행태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 아니던가. 볼썽 사나온 재벌가 행태와 달리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부를 쌓은 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더기빙플레지를 크게 환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증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7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이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체제 하의 노동당 8차 대회는 1월 평양에서 끝났다. 연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새로운 각료를 인준했다.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경제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自力更生)’원칙을 선포했다. 이 원칙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북한 선대 지도자들도 외쳤던 구호일 뿐이다. 김일성도 주체사상에서 경제의 ‘자립’을 강조했고, 김정일 역시 경제 강국 건설을 인민들의 자주적 역량에 두었다. 북한 경제가 외세에 의존치 않고 자력으로 살아나겠다는 포부는 좋지만 그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우선 북한 경제는 자력으로 소생하기 힘들 정도로 침체해 있다. 과거 어느 시기 북한 여러 곳곳을 돌아본 본 적이 있다. 경제의 토대인 사회 간접자본(SOC)은 어느 곳이나 보잘 것 없었다. 북한의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이고 비포장 도로에는 소달구지가 다녔다. 집단 농장의 옥수수는 메말라 버렸고, 공장 굴뚝에는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국내 총생산(GDP)은 세계 20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 지속되는 것 만해도 이상한 일이다. 북한에서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때 경제의 자력갱생은 사실상 어렵다.북한 당국은 이를 타파하려 대외 개방을 시도했다. 김정은 등장 이후 19개의 국가 경제 특구가 설치됐다. 함경도에서부터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해안을 따라 경제특구를 선포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 특구에는 외국의 투자가 있어야 개발이 보장된다. 그러나 외국의 투자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투자할 여유가 없고 소수의 중국 자본이 라진 선봉에 투입되었을 뿐이다. 북한이 선포한 항금평 특구에도 중국의 투자는 없다. 한국 등 서방의 투자가 없는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그렇다고 북한이 자력으로 내수 경제를 일으킬 수도 없다. 북한 폐쇄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감한 경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김정은은 취임 후 집단 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인의 가족 영농까지 허용하고 소토지의 개인 불하도 단행했다. 불 꺼진 국영 공장을 개인에게 임대하기도 했다. 북한의 농공업의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 땅에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관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에서 자연 재해는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다.북한 당국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개혁·개방을 시도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의 중앙 집권적 통제경제만으로 현상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로부터의 개혁·개방에는 성장과 체제 붕괴라는 모순적인 딜레마가 따른다. 한편 북한은 시장 경제의 확대에 따라 주민들의 의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탈북 주민 3만5천여명은 이미 남한에 정착해 있다. 북한 당국은 소련의 개방·개혁 과정의 체제 붕괴 현상을 여실히 보았다. 이것이 김정은이 과감히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자력갱생은 하나의 선전 구호일 뿐이다.

2021-03-17

교육 지우기 4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평가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봄꽃들이 겨울을 지낸 성적순으로 꽃 축포를 터트린다. 이때 성적은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이 나라 학교의 해괴망측한 성적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자연은 모두가 1등이다. 매화도, 목련도 자신이 1등이라고 우기지 않는다. 봄꽃을 응원하는 봄비가 지난 들판은 말 그대로 봄꽃 잔치다. 큰봄까치꽃, 냉이꽃, 꽃다지 등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봄을 그린다. 그들이 있기에 봄은 다양한 생명으로 넘친다.자연이 생명의 원천이 되는 방법은 인정이다. 나와 서로를 인정하는 힘, 그것이 자연의 힘이다. 그 힘은 주입된 것이 아니라 시간 위에서 오롯이 혼자 터득한 것이다. 인정은 평가와 연결되며 평가의 방향을 내 안으로 돌린다. 그러기에 자연에는 보여주기 위한, 또 줄세우기식 평가는 없다. 평가의 결과는 진화다. 이런 평가가 자연을 무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었다.그럼 학교의 평가는 어떤가? 다음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성취평가제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평가제로 서열 위주의 평가 방법을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평가제도입니다.”성취평가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과연 성취평가제도는 목표를 달성했을까? 학생들은 서열 위주의 평가 지옥에서 벗어나 “글로벌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을까? 거친 욕밖에 안 나온다.“창의·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 및 수준별·맞춤형 교육 여건 조성과 함께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최대한 발현시켜줄 수 있는 교수·학습과 평가제도의 확립이 긴요”이는 성취평가제도의 추진 배경이다. 이 글을 인용하다 중간에 끊었다. 왜냐면 교육부의 화려한 말 잔치에 속아 너무도 아름다운 청소년기를 잃어버린 학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한 정부 정책에 대한 책임, 누군가는 져야 한다.”라는 글을 생각했다. 생각의 결론은 이 나라 정부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정부라는 것이다. “내 삶을 책임지는 사람 중심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이 또한 책임지지 못 할 말에 불과한 허언이었다. 무책임한 정부 허언(虛言)의 정점엔 땅 투기꾼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난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하는 대표 거짓말은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인재 양성”이다. 모든 정책은 이상(理想)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쁜 정책은 없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이상이 강할수록 현실과는 멀어진다.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 닫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요즘이다. 추가모집으로도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시점에 지금과 같은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나? 봄꽃 피기 전에 교육이 망하지 않으려면 학교를 거부하게 만드는 줄세우기식 시험부터 없애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평가의 공정성이 아니라 평가의 필요성이다.

2021-03-17

징검다리

정미영수필가대학 2학년 때였다. 스쳐가는 바람에도 마음이 들뜨는 어느 봄날, 단짝과 교정을 걷다가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났다. 재수를 하여 나보다 일 년 뒤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다.살랑거리는 봄바람 탓이었다. 동창생과 인사말을 주고받는데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 한 올이 내 입술에 얹혔다. 그 순간 그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치웠다. 허물없는 사이라 짜릿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단짝은 그 행동이 참 자상해 보였다고 했다.자상한 손길에서 애틋함을 느꼈을까. 단짝의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꽃을 보면 선물하고 싶고, 차를 마시면 찻잔 너머로 미소를 건네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내 동창생은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사랑은 사치라고 했다. 그때 그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부모님의 갈등으로 혼란스러워 했고, 군대 문제로도 고민하던 중이었다. 대학 새내기로서의 발랄함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얼굴이었다.그래도 나는 단짝의 사랑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어느 새 스며든 사랑은 온몸을 적셔 친구는 힘든 가슴앓이를 했다. 슬픈 시만 골라 읽고 떨어지는 꽃잎에도 눈물을 흘리는, 그 아픔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친구가 밤새워 쓴 편지를 전해주기도 하고, 일부러 동창생과 자리를 마련해 함께 밥을 먹었다.대학축제 기간이었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가 흥겨운 듯 보였는데 문득 친구가 바다 이야기를 했다. 밤바다가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듣고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갈매기를 보면 가슴이 좀 트일 것 같다고 했다.무작정 부산행 열차를 타고 광안리로 갔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모래밭에 앉았다. 별 말 없이 앉아 있던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친구의 작은 몸집 어디에 그토록 많은 눈물이 숨어 있었는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큰 눈물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바다에 다녀온 뒤였다. 동창생을 만나면 때때로 모진 말들이 내 목까지 차올랐다. 네가 그렇게 잘 났냐는 둥 사람 마음 아프게 하면 벌 받는다는 둥…. 그러나 입 안에서 맴돌 뿐 내뱉지 못했다. 그도 소중한 내 친구였으므로.나는 둘 사이의 징검다리였다. 동창생은 친구인 내가 가운데 있어 단짝에게 매몰차게 거절 못했다. 단짝 또한 본심을 직접 전하지 않고 대부분 나를 통했다. 둘 사이의 연결이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음의 강을 사이에 두고 쉽게 건너지 못했다.어렸을 때 강에 드문드문 놓인 징검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다. 반쯤 건넜는데 가운데 징검돌 두세 개가 없어서 난처했다. 무리를 해서 뛰기에는 돌 사이가 넓었다. 물에 빠질 것 같았다. 건너지 못하고 뒤돌아 나와 멀리 에둘러갔다. 길을 잇는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이어 주는 일임에랴. 그때 나는 징검다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양쪽을 연결하지 못하면 징검다리는 소용없다.얼마 전 어린 조카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었다. 북두칠성이 된 일곱 형제 이야기다. 홀어머니가 일곱 형제와 살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어머니는 매일 밤 집을 나서 이웃집에 놀러갔다. 형제는 어머니가 차가운 강물을 건너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징검돌을 놓아 다리를 만들었다. 아들이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것을 모르는 어머니는 기도했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을 하늘의 별이 되게 해달라고. 일곱 아들은 나중에 별이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북두칠성이라 했다.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연락이 뜸한 친구와 친구를 연결해 주고, 어쩌다 소원해진 가족과 가족을 손잡게 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싶다. 물이 좀 깊어도 징검돌이 있으면 누구라도 건너볼만한 용기가 생긴다. 아쉬운 자리마다 든든하고 판판한 징검돌로 놓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 또한 밤하늘의 별빛을 닮을 수 있지 않을까.

2021-03-17

삶을 자작하는 숲에 들다

봄은 소리 없이 온다. 겨우내 사납게 휘몰아치던 바람이 제풀에 지칠 즈음, 때를 노려 땅속에서 생명이 꿈틀거린다. 무포산 나무들도 하나씩 깨어나 물기를 빨아올린다. 청송군 피나무재의 자작나무 숲에는 벌써 봄이 와 있다.마음이 가고 소리가 나는 데로 걷다 보니 어느새 자작나무 숲에 들었다. 새하얀 수피를 찢고 나온 나뭇가지가 손을 내민다. 손가락 하나 정도의 굵기와 서너 개를 합쳐 놓은 굵기가 서로 어긋나게 자라고 있다. 찢어지고 해진 수피에 손을 대자 바스락거리며 껍질 하나가 떨어진다. 숲에는 생각하는 것도 소리로 들린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자작자작 소리가 들려온다.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와 경쟁하는 것도 싫은가보다. 그네들만 쭉쭉 뻗어 키를 자랑한다. 자작나무는 싹을 틔운 후 10년까지 1년에 1m 이상씩 자란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는 채찍으로 변해 경쟁하는 나무의 수관을 때린다. 그러면 주변의 나무는 머리 부분이 날아가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독불장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참 이기적이다. 그런데 자작나무는 어미나무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제 키를 키운다. 나무껍질에 하얗게 파인 상처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햇빛을 좋아하는 자작나무는 다 자란 성목이 되면 그제야 밝은 그늘이 되어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저돌적인 자작나무는 짧은 생을 사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지난 겨울의 추위도 견딘 자작나무는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새하얀 껍질로 잘도 견디었다. 껍질은 종이처럼 겹겹이 쌓여있다. 몸피를 두른 하얀색을 만지면 하얀 가루가 포르르 날려 이 마을 저 마을의 궁금한 소식을 알려 줄 것 같다. 겹겹이 두른 껍질에는 풍부한 기름 성분까지 보관하며 자작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얀 껍질은 시인의 종이가 되어 고향의 골목을 서성이고 화가의 도화지가 되어 산을 그리고 강을 담기도 한다.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당부를, 때로는 다짐을 쓰는 것으로 쓰인다.발 앞에 떨어진 수피 한 조각을 들었다. 낡고 흐트러져 볼품이 없다. 비뚤비뚤 모양이 흐트러진 것은 삼십 년 전 기억의 한 조각과 마주한다. 결혼을 앞둔 며칠 전, 어머니는 내게 편지 한 장을 건넸다. 까만 줄이 선명한 종이에 또박또박 눌러 쓴 편지는 시집가는 딸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이었다. 어머니는 평소에 아버지에게 무뚝뚝한 아내였고 딸에게도 살가운 엄마가 아니었다. 그런 어머니가 쓴 편지를 나는 잽싸게 한 번 읽고 금방 잊어버렸다. 콩깍지를 뒤집어쓴 딸은 제 갈 길이 바빠 편지의 행간에 숨어 있는 정을 찾지 못했다. 제대로 읽지 않았던 나는 지금껏 어머니의 사랑과 당부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결혼식 올리는 것을 ‘화촉(樺燭)을 밝힌다’라고 한다. 한자를 가만히 보면 화촉의 ‘樺’ 자는 자작나무이며 ‘燭’은 등불을 말한다.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 가정의 앞날을 밝힌다는 뜻이다. 또한 1천500년 전 신라 사람들이 그린 천마도도 자작나무의 껍질에 그린 것이고. 팔만대장경 판의 일부도 자작나무 껍질로 새겼다고 하니, 기록문화를 꽃피운 나무라 할 수 있다.자작나무는 추위에도 강하다. 영하 20∼30도의 혹한을, 새하얀 껍질 하나로 견딘다. 보온을 위해 껍질을 겹겹으로 만든다. 나무의 근원인 부름켜가 얼지 않도록 지켜가며 원통 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견디다 수피 하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나무껍질은 광택이 나는 흰색이다. 종이같이 얇게 옆으로 벗겨져 옛날에는 종이 대용으로도 썼다고 한다. 이렇게 자작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껍질은 종이가 되어 앞서간 시인의 편지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시인의 생각을 깨우고 내일을 살아갈 시인의 무채색 글감이 될 것이다.이순혜 수필가백석 시인의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에는 모든 게 자작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산골 집의 대들보도 자작나무요. 기둥도. 문살도. 심지어 메밀국수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였다. 시인은 자작나무를 보며 시어를 다듬고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청송군 피나무재에서 자작나무를 마주했는데, 자작나무처럼 자작자작 시를 읊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피나무재를 떠나는 걸음에 함께 하는 것들이 좋다. 한 걸음 먼저 나선 봄바람이 마음의 온도를 데워주고, 춥다고 움츠렸던 몸이 숲에서 기지개를 켤 수 있게 해 주었다. 새하얀 몸통의 나무를 만나 나의 생을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오래전 잊어버렸던 어머니의 그리움 한 가닥 불러와 주었다. 나를 사람 되게 한다. 자작나무 숲이.

2021-03-17

포항에 무형문화재가 필요하다

박창원수필가포항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금석문인 중성리신라비를 비롯한 국보 2점, 보물 7점, 중요민속자료(모포줄) 1점, 사적 2곳, 천연기념물 3곳, 국가명승(덕동) 1곳 등의 국가지정 문화재가 있다. 또 오어사대웅전을 비롯한 다수의 도지정 문화재가 있다.하지만 국가지정이든 도지정이든 무형문화재는 한 점도 없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문화유산이 하나도 없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무관심과 의지 부족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란 말 그대로 무형의 문화재이기에 관심이 소홀한 사이에 사라지기 쉽다. 그러기에 소멸되기 전에 발굴하여 가치가 높은 것은 정책적으로 보존해야 한다.포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자산 중 무형문화재가 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산간지방의 민속놀이인 지게상여놀이, 여성들의 줄다리기 놀이인 앉은줄다리기, 흥해지역의 농요, 여성민속놀이인 월월이청청이 그것이다. 죽장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게상여놀이는 옛날 가난한 산간 지방에서 행해지던 장례풍속이 놀이로 변한 사례다. 여러 개의 지게로 상여를 만들어 운구하는 풍습을 흉내 낸 놀이인데, 놀이의 유래나 방식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현재도 잘 전승되고 있어서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송라면 해안 지역에 지금도 전해오는 앉은줄다리기는 정월대보름날 앉아서 줄을 당기는 민속놀이이다. 줄 모양이 게 모양이라는 점, 여성들만 참가한다는 점, 앉은 채 당긴다는 점, 이긴 쪽에서 비녀목을 메고 춤을 추면서 행진한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민속놀이이다.들이 넓고 논농사가 발달한 흥해읍 지역의 농요도 주목할 만한 무형문화유산이다. 흥해농요는 모심는소리나 논매는소리를 비롯해 장르별로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전승하고 있는데, 최근에 흥해농요보존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승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월월이청청은 달밤에 여성들이 모여 즐기는 원무 형태의 달놀이로 남해안의 강강술래에 비견되는 동해안의 민속놀이이다. 포항에 2개 단체에서 전승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영덕의 월월이청청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포항의 월월이청청이 추가로 지정받기는 어렵게 됐다.무형문화재로 지정되려면 그 분야의 맥을 잇는 우수한 기능과 문화재적인 가치, 전승 노력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과 고증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보존·전승을 위한 자체 노력이 필요하며, 학술 세미나 등을 통한 가치 입증이 뒤따라야 한다.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하고 있는 농어촌의 주민들이나 기능보유자들은 그러한 방법이나 절차를 잘 모른다. 행정 당국에서 숨어 있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전승노력을 지원함으로써 자칫 소멸될 수도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포항도 무형문화재를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다.

2021-03-16

주거니 받거니

박상영​​​​​​​대구가톨릭대 교수우리말 표현 중에 ‘주거니 받거니’라는 게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서로가 물건이나 말을 계속 주고받는 모양을 이르는 말인데, 그 표현이 참 재미있다.주거나 받거나 받거나 주거나 사실 그게 그것인데, 우리는 보통 ‘받거니 주거니’ 하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하는 말을 쓰니 말이다.하지만 사실 이 표현 속에는 인간관계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담겨 있다. 다름 아닌 베푸는 삶의 철학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인간관계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그런데 그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손해 본다는 생각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손해 보는 느낌’이란, 계산적인 관계에서 준 만큼 못 받았다고 느낄 때 생기는 불편한 감정이다.줌-받음이 저울 재듯 일대일 대응이 되면 참 좋겠지만, 인간관계가 어디 그러랴. 그래서 많은 이들이 손해 안 보려고, ‘줌’보다는 ‘받음’을 먼저 생각하고, 설사 ‘줌’을 먼저 행한 후에는 악착같이 ‘받음’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데 ‘주거니 받거니’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줌-받음의 일대일 대응 관계보다는, ‘줌’과 ‘받음’의 선후 문제이다.사실 먼저 ‘주거니’ 하면 얼핏 손해일 법하지만, 오히려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왜냐하면 퍼주는 과정에서 타인들의 기쁨, 행복, 감사함이 빈자리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반면 먼저 ‘받거니’ 하려 하면, 주변 사람이 거리를 두고 나아가 그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되어 결국 외로운 삶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자선은 아무리 베풀어도 지나치지 않는다.”라고 했고 달라이 라마도 우리가 받는 따뜻함/애정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는 따뜻함/애정”이라고 설파한 바 있는 것이다.주는 게 오히려 얻는 것이라는 삶의 철학을 깊이 깨친 사람들은 늘 스스로도 행복할 뿐 아니라 타인의 존경도 함께 얻는 법이다. “재산을 갖고 죽는다는 건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록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가방끈도 짧았지만 평생 번 돈을 사회에 아낌없이 환원한 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 무려 99칸의 집채와 800석의 쌀 보관이 가능했던 곳간을 지닌 만석꾼이었지만 흉년에 누구나 쌀을 가져가도록 아예 곳간 문을 열어 놓은 경주 최씨나 ‘타인능해(他人能解·누구나 열 수 있다)’라는 글씨를 새긴 큰 쌀독을 고택에 두고, 흉년 시 누구든 쌀을 가져가게 한 조선 후기 낙안군수 유이주, 전 재산을 털어 쌀 500석을 사서는 기근 시, 관덕정에 솥을 걸고 죽을 쒀서 제주도민 3분의 2를 먹여 살린 여성 김만덕 등등….이처럼 먼저 베푸는 이들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도 우리는 타인에게 먼저 받기를 원한다. 계속 받기만 원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받으면 받은 만큼만 딱주는 사람도 있고, 받지 않으면 아예 먼저 주는 법이 없는 사람도 있다. 꼭 무언가를 가져야만 타인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것에서부터 충분히 ‘주거니’ 하는 삶을 살 수가 있다.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것이 채워지고 삶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고금의 진리, 바야흐로 다가오는 4월에는 다들 한번 이를 깊이 새겨보는 시간이면 좋겠다.

2021-03-16

백신도시 안동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한국문화의 전통적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곳을 찾았던 이유도 한국적이라는 데 있다. 그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도 20년 뒤인 2019년 안동을 찾았다.우리는 안동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부른다. 특허청은 2006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브랜드를 인정하고 등록해 주었다. 누가 봐도 안동은 한국 전통문화의 본거지라 해도 틀리지 않다는 의미의 부여다. 이곳에는 특별히 유교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래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고도 불린다.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노나라, 추나라와 같은 정신적 고향이라는 뜻이다.안동은 2006년 세계문화유산도시에 가입했고 2010년에는 안동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을 가지고 있는 봉정사와 한국의 서원인 병산서원과 도산서원도 유네스코 문회유산으로 각각 지정됐다. 봉정사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안동에는 오랜 기간 전승된 하회탈춤놀이를 무대로 한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린다. 문화부가 선정하는 전국 대표축제에 3년 연속 뽑혔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장이다. 임시정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 363명의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전국에 이런 도시는 없다.지난달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SK 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출하되면서 안동이 전국적 이목을 끌었다. 가장 고전적인 이미지의 안동이 바이오산업으로 또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고전의 도시 안동이 이제 첨단산업이 겸비된 백신 메카로 뜨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6

교육부를 생각한다!

김규종 경북대 교수종잡기 어려울 만큼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겨울이 마침내 봄에게 자리를 내준 교정에 개나리 노란 물결 넘실거린다. 성질 급한 홍매와 백매 시들어가고, 산수유와 살구꽃이 여기저기 화사한 자태 뽐낸다. 키 작은 큰개불알풀과 민들레, 냉이와 꽃다지가 앞다투어 봄을 맞이한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보는 계절이다. 산야에 넘쳐나는 형형색색의 장관(壯觀)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기막힌 계절이 왔다.그러나 봄을 완상하기에는 마뜩잖은 소식도 있다. 대학입시가 끝난 지금 경향 각처의 신문에 오르내리는 ‘지방대 소멸위기’가 그중 하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입시에서 적어도 1만 명 정도의 미달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200명 이상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한 대학이 위치한 시도는 다음과 같다. 경북 (2), 전북 (3), 강원 (2), 충북 (2), 부산 (2), 경남 (3), 충남 (2), 대전 (2), 전남 (1), 제주 (1). 그야말로 전방위적(全方位的)이다.이런 상황에서 대구대학교는 총장이 사퇴를 선언했고, 원광대학교는 교수협의회 의장이 총장사퇴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 총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방대 소멸문제는 일과성 문제가 아니라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지점에 사태의 본질이 있다. 그 하나는 서울과 경기 공화국의 가공할 흡입력이고, 그 둘은 지방에 없는 양질의 일자리다.이 둘은 총장 개인의 능력과 무관한 구조적인 문제다. 가뜩이나 힘겨운 판인데, 안에서 총질하는 것은 사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칼자루는 누가 뭐래도 교육부가 쥐고 있다. 대학정원이 지원자 숫자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10여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교육부는 이런저런 제도적인 방책을 제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에 지나지 않는 미봉책으로 드러났다.아파트 투기를 제어하지 못해 오늘의 부동산 문제를 불러온 국토부의 무능과 다를 바 없다. 교육부의 대학정책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 나라에 대학정책이란 게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치원부터 초중등 교육은 일선 교육청에 실권을 모두 이양하고, 교육부는 대학정책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아직도 교육부 장관이 초중등생 등교와 대학입시에 몰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그동안 국공립대학교 연합방안,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방안 같은 여러 대안이 제시되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런 현안을 여러 각도에서 살피고,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물론 2007년에 누더기가 되어버린 ‘사립학교법’이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되, 180석 국회는 무엇 하러 존재하는가?! 악법은 개정해야 마땅하고, 국공립대학은 나름대로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사정이 이럴진대, 교육부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제적으로 대학정책을 제시하고, 여론을 수렴하여 이제라도 국리민복과 100년의 미래를 당당하게 기획-실천해야 할 것이다.

202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