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알아차림

등록일 2026-04-13 17:20 게재일 2026-04-14 18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요즘 들어 ‘알아차림’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기억하다, 놓치지 않다, 마음에 새기다’라는 뜻을 가진 팔리어 ‘사띠(sati)’에 근거해서 만든 용어인데, 불교 수행의 전통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분명히 의식하고 놓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서구권에서는 ‘Mindfulness(마음챙김)’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심리학이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정의하는 알아차림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는 자신에게 지금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감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런 생각 · 감정 · 오감에 대한 일체의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화가 날 때는 “아, 지금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하고 관찰하는 태도를 가지고 현상을 사실대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빠지지 않고, 오직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한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진실한 태도라는 것이다.

현재 알아차림은 승려들의 수행뿐 아니라 심리치료나 일상생활 등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참선이나 위빠사나(Vipassanā)수행에서 번뇌를 줄이고 집착을 끊는 방법으로 쓰이고, 심리치료에서는 MBSR(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 ACT(수용전념치료) 등 우울증과 불안 장애 치료의 핵심 도구로 쓰인다. 일상생활에서는 감정조절능력을 높여 대인관계를 개선하거나, 집중력 향상으로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 용어가 부쩍 유행하는 것은 첫째, 정보의 과부하와 연결의 피로감 때문이다.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외부 세계의 소식을 쏟아낸다. 뇌가 쉴 새 없이 자극에 노출되면서 현대인의 정신은 ‘주의력 결핍’ 상태에 빠졌다. 밖으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면의 고요를 찾으려는 본능적인 갈망이 알아차림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통제 불가능한 환경에 대한 실존적 대처다. 잦은 자연재해나 경제적 불안정, 인공지능의 공포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담론들이 삶을 압도할 때, 인간은 무력감을 느낀다. 이때 유일하게 내가 다스릴 수 있는 영역, 즉 ‘나의 마음’에 집중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외부 세계가 혼란스러울수록 내면의 질서를 잡으려는 노력은 필연적이다. 또한 알아차림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번아웃(Burnout)’에 대한 처방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극심한 심신의 피로감, 무기력증과 우울감, 신체적 이상, 감정조절의 어려움 등의 증상에도 알아차림 명상이 도움이 된다.

알아차림의 유행은 우리가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채 달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고유성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의식’에 있을 것이다. 길이 막막할 때,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보자. 그리고 내 마음의 풍경이 어떠한지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 작은 알아차림의 순간이 활로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삶의 발견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