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이사 세계 최초 대량 생산 공정 구축 머리카락 10만분의 1 신소재 ‘그래핀’, 신문지처럼 찍어낸다
“손 한번 대보세요. 고기 뒤집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버튼을 누르자 투명 유리 커버 너머로 삼겹살이 삽시간에 익어갔다. 머리카락 10만분의 1보다 얇은 투명 필름 전체가 균일하게 열을 내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 멀티쿠커 조리 시연 모습이다.
중적외선 복사열이 식재료 속까지 침투해 겉은 태우지 않고 속부터 빠르게 익혀낸다.
상용화가 어려웠던 그래핀이 세계 최초 대량 생산 공정 구축에 성공하며 산업화 시대를 맞았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이사는 “일회성 배치(Batch) 방식을 연속 공정으로 탈바꿈시킨 완성도 덕분”이라며 “포항 공장은 그래핀 상용화를 이끄는 최초 전초기지”라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얇은 막이 어떻게 불꽃 없이 엄청난 열을 내는 걸까. 비밀은 그래핀의 압도적 ‘전자 이동성’과 ‘면상 발열’ 구조에 있다.
그래핀은 연필심 재료인 흑연에서 한 층만 벗겨낸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1나노미터 미만의 얇은 막이다. 이곳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전자들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격자 사이를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열로 변환시킨다.
일반 금속 열선은 달궈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극도로 얇은 그래핀은 열 정체성이 제로(0)에 가깝다.
전기가 통하는 즉시 필름 전체가 단 2~3분 만에 200~300°C까지 수직 상승한다. 중적외선 형태로 열이 뿜어져 나와 식재료 내부에 직접 에너지를 꽂아 넣는다.
과거엔 오븐에 빵을 굽듯 가마에 구리판을 넣고 가열과 냉각을 일일이 반복해야 해 대량 생산이 원천적으로 불가했다.
그래핀스퀘어는 메탄가스를 반응시켜 그래핀을 합성한 뒤, 열전사 테이프로 스티커처럼 붙여 분리하는 화학 기상 증착법을 고도화했다. 이를 신문지 인쇄처럼 끊기지 않고 찍어내는 롤투롤(Roll-to-Roll) 장비로 구현해 대량 생산의 문을 열었다.
생산 전초기지로 포항을 택한 배경에는 포스코, 리스트, 포스텍이 쌓아 올린 탄탄한 연구 인프라와 지자체의 과감한 지원이 있었다.
첫 결실이 올 하반기 출시될 가전 ‘그래핀 멀티쿠커’다. 전력 소비량이 기존 가전의 절반 이하로 줄어 세계 최초 배터리만으로 구동 가능한 무선 쿠커를 구현했다.
과정을 직접 보는 투명 디자인으로 미국 CES 혁신상, TIME지 최고 발명품 등 3관왕을 달성했다. 사진을 찍으면 AI가 최적 조리법을 세팅하는 기능도 탑재된다.
연간 2만 대 파일럿 라인은 8월 전 포항 블루밸리 신공장으로 이전한다. 1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며 향후 2·3공장 증설 시 최대 200만 대 분량까지 커버하는 대단지로 확장된다.
그래핀스퀘어는 우주항공 등 타 분야로도 영역을 넓힌다. 그래핀은 엄청난 발열로 골머리를 앓는 데이터센터 CPU 등을 식히는 ‘냉각 효율’도 뛰어난 소재다.
홍 대표는 “제철 보국 역사를 이어받아 전 세계 기업이 포항으로 모이게 만들겠다”며 “10~20년 뒤 세계 1위의 그래핀 보국 도시로 성장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