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속’이 무너지거나 깨진 세상은 무질서와 혼란을 부른다. 그런 사회는 규범이 지켜지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다수가 합의해 만들어진 제도와 법은 준수돼야 마땅하다.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 요금을 내야 한다는 건 앞서 언급한 사회적 약속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너는 지불해라. 나는 공짜로 타겠다”고 코웃음 치며 이를 어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은 최근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 3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승차권 없이 전철을 이용하거나, 할인 교통카드 등을 발급 취지에서 벗어나 사용한 사례가 1만4681건에 이른다.
단속된 건수가 1만5000여 회에 가깝다면 코레일 직원의 제지 없이 부정 승차를 거듭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추정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분명 도덕적 해이다.
이 자료는 승차권 없이 이용한 사례 7699건, 경로·장애인·유공자 무임 교통카드 부정 사용 사례 4744건, 성인이 어린이·청소년용 할인 교통카드를 쓴 사례 2238건이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담고 있다.
부정 승차가 발각되면 운임의 최대 30배를 물어야 한다. 2025년 부정 승차 부과금은 2억9600만원. 2024년에 비해 51.8%p나 가파르게 증가했다. 600만원이 넘는 부과금 처분을 받은 사람도 있다. 양심을 집에 두고 전철에 오르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신호로 읽힌다.
높은 부과금만이 해결책은 아닐 듯하다. 사회적 약속을 지키겠다는 개개인의 의지가 없다면 앞으로도 전철 부정 승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