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여성단체협의회 주관 제104회 어린이날 기념행사 현장 해군 대원부터 민간 단체까지... 온 마을이 키워낸 ‘섬마을의 꿈’
5일 오전, 동해의 외로운 섬 울릉도가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거친 파도와 험한 지형 탓에 육지보다 문화적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는 섬마을이지만, 이날만큼은 전국 어느 대도시보다 뜨겁고 풍성한 ‘어린이 천국’이 펼쳐졌다.
오전 10시, 울릉한마음회관 대공연장. 울릉독도리 난타공연단의 역동적인 북소리가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울릉군 여성단체협의회가 마련한 ‘제104회 어린이날 기념행사’의 시작이다.
어린이 헌장 낭독과 시상식이 이어지는 동안 무대 위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특히 박연수 마술사의 ‘판타스틱 마술쇼’가 펼쳐지자 객석은 탄성과 박수로 뒤덮였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광경에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곁을 지키던 부모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긴장을 내려놓은 미소가 번졌다.
공연장 밖 마당과 다목적홀은 거대한 이동식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눈길을 끈 풍경은 늠름한 제복 차림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해군 제118조기경보전대 대원들이었다. 평소 동해 최전방을 지키던 장병들은 이날만큼은 전동기차와 페달보트의 안전요원을 자처하며 아이들의 든든한 ‘수호천사’가 됐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 송지우(37·울릉읍) 씨는 “우리 아이가 해군 삼촌들이 밀어주는 기차를 타며 너무 즐거워한다”라며 “군 장병들이 직접 챙겨주니 안심도 되고, 섬 아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하고 든든한 추억이 될 것 같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행사장에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준비한 ‘특별 도시락’이 공개된 것. 엄마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꾸려진 도시락을 받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무료로 배부된 이 도시락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섬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가족애’의 상징이었다. 학부모 이한성(42·울릉읍) 씨는 “섬 특성상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외식 장소가 부족해 늘 미안했는데, 오늘 이렇게 온 마을이 함께 소풍 나온 기분으로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니 가슴이 뭉클하다”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지역 사회의 온정도 뜨거웠다. 울릉-독도 라이온스클럽 회원 18명은 ‘더 나은 울릉을 위해, 오로지 봉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쇠고리 만들기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고사리손으로 자신만의 기념품을 빚어내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실내 다목적홀에 설치된 대형 에어바운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이들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마음껏 뛰어놀며 섬마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이날 행사는 울릉 독도 해양 연구기지, 울릉경찰서, 울릉군 가족센터, 미니민공방 등 지역 내 민·관 기관들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지리적 고립을 공동체의 결속력으로 이겨낸 셈이다.
행사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울릉도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처럼 아이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오후가 되어서도 행사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파도를 넘어 전달된 따뜻한 온기 속에서 울릉도의 미래인 어린이들은 오늘, 자신들이 이 섬의 가장 소중한 주인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26년 5월 5일, 울릉도의 하루는 아이들의 맑은 ‘함박웃음’으로 채워진 채 기분 좋게 깊어져 가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