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이 발의한 국회 개헌안이 7일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됐다. 국민의힘이 투표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개헌안에는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10일까지 개헌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계속 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개헌안 내용엔 반대하지 않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여야 논의를 거쳐 개헌안을 표결하자는 입장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개헌안을 상정했으나 개헌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286명)의 3분의 2 이상(191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구속 중인 무소속 강선우 의원을 뺀 179명이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105명은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 및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했고, 이에 투표 불성립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을 떠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로 개헌안을 직접 판단할 기회, 국민투표로 가는 관문을 표결조차 하지 않고 닫아서는 안 된다”며 “개헌안에 반대하는 것과 표결 자체에 참여하지 않은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 의장은 개헌안 표결 무산 직후 “이대로 헌법에 안전장치를 만들지 못한 채로 또다시 12·3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22대 국회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라면서 “그런 일이 만약 생겨나면 이번 투표 불참으로 개헌을 무산시킨 여러분은 불법 비상계엄에 동조·방조한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 오후 2시 본회의를 다시 소집하겠다. 헌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다시 하겠다”면서 “내일은 반드시 표결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 전원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헌을 위한 5대 원칙에서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는 일방적·졸속 개헌이 아닌, 헌법 정신을 고양하고 회복하는 개헌이어야 한다”며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엄밀히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법치주의 파괴 세력의 ‘밀실 개헌’이 아닌, 주권자가 중심이 되는 ‘국민 참여 개헌’이 돼야 한다”며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소취소 특검법 등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하게 된 개헌은 예외 없이 독재와 불행으로 기록됐다”며 “개헌은 정략적 선거 도구가 돼서는 안 되며 선거가 없는 시기에 차분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날 “오늘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키겠다는 개헌안은 ‘이재명 독재 연장’을 위한 정략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개헌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 위헌의 집대성인 ‘공소 취소 특검법’부터 철회하고, 지금까지 통과시킨 위헌 법률들을 스스로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도 “(여당이) 일부 합의될 수 있는 내용만 가지고 개헌을 하겠다는 건 누더기 개헌”이라며 “선거 날짜에 맞춰 국민 투표를 하기 위해 개헌안을 국회에서 표결하는 건 졸속 개헌”이라고 지적했고, 정희용(성주·고령·칠곡) 사무총장 역시 “제대로 된 개헌 논의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여당이) 이제는 개헌 표결 협조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적 합의 절차를 생략한 개헌 시도는 자칫 대통령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이라는 의구심으로 이어질 우려 또한 크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8일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개헌안에 반대하는 것은 불법 계엄 옹호’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개헌안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내란과 극우 선동에 대한 진정한 사죄는커녕 윤 어게인 공천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국민의힘이 개헌이라는 역사와 시대의 책임을 회피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인 7일 “불법 계엄을 더 이상 못하게 하자는데 어떤 국민이 반대하겠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법 계엄 옹호론자라고 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