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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등록일 2026-05-11 17:35 게재일 2026-05-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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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객원기자

5월은 가족을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다. 어린 시절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꼭 한번 들어보길 권하고 싶은 클래식 곡이 있다. 바로 ‘Songs My Mother Taught Me’, 우리말로는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이다. 짧은 곡이지만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애환이 깊게 담겨 있어 어버이날과 특히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곡의 작곡가 드보르작(Antonín Dvořák·1841~1904)은 현재의 체코 프라하 근교 넬라호제베스에서 태어난 체코 국민 작곡가다. 당시 그의 고향은 오스트리아 제국 아래의 보헤미아 지역이었으며, 훗날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기 전의 체코슬로바키아 일부였다. 그는 스메타나(Bedřich Smetana)와 함께 체코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며, 민족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을 통해 고향의 정서와 향수를 음악 안에 담아냈다.

드보르작의 대표작으로는 흔히 ‘신세계 교향곡’이라 불리는 ‘Symphony No. 9’이 있다. 또한 ‘현악사중주 No. 12’ ‘American’역시 널리 사랑받는다. 특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은 한국에서 아이스크림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며 ‘죠스바 테마곡’으로 익숙하게 알려지기도 했다.

드보르작은 미국 체류 시절에도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는 현지 원주민과 흑인들의 민요를 연구하며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었지만, 그 안에서도 늘 보헤미아 특유의 향수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어딘가 그리움과 회상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1880년에 작곡된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역시 그러한 감성이 가장 아름답게 담긴 작품 중 하나다. 이 곡은 체코 시인 아돌프 헤이둑(Adolf Heyduk)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으로, 드보르작의 연가곡집 ‘집시의 노래(Gypsy Songs Op.55)’ 가운데 네 번째 곡이다. 드보르작은 이 곡을 작곡하며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가사는 매우 담백하지만 깊다.

"늙으신 어머니 나에게 그 노래 가르쳐주실 때, 어머니 눈에 눈물이 곱게 맺혔었네. 이제 내 어린 딸에게 그 노래 들려주노라니, 내 그을린 두 뺨 위로 한없이 눈물 흘러내리네."

이 노래가 더욱 애틋하게 들리는 이유는 드보르작 개인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 곡을 쓰기 전 몇 년 사이 세 아이를 어린 나이에 떠나보내야 했다. 그래서인지 곡 전체에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선 깊은 상실감과 슬픔이 배어 있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했던 그의 진심이 음악 안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특히 피아노 반주의 독특한 당김음 리듬과 체코 민요풍 선율은 마치 오래된 자장가처럼 따뜻하게 다가온다. 원래 ‘집시의 노래’ 모음곡의 다른 곡들은 활기차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하지만, 유독 이 곡만은 조용한 회상과 눈물 어린 정서를 품고 있다.

오늘날 이 작품은 성악뿐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는 마음’만큼은 모두에게 같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시간을 내어 이 곡을 들어보길 권한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오래전 어머니가 들려주셨던 따뜻한 목소리가 다시 조용히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

/박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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