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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비극인가 처절한 집착인가··· 낭만주의 두 거장이 그린 ‘사랑의 양면성’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5-13 11:21 게재일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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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 제525회 정기연주회, 베를리오즈·차이콥스키 오케스트라 사운드 극치 예고
5월 22일 대구콘서트하우스 ··· 실제 ‘처치벨’ 활용한 파격적 무대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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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교향악단. /대구시향 제공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낭만주의 관현악의 양대 산맥인 베를리오즈와 차이콥스키의 걸작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빚어내는 극적인 드라마를 선보인다. 

오는 5월 2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제525회 정기연주회’는 협연자 없이 오케스트라 본연의 역량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무대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집착과 광기, 그리고 숭고한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정교한 사운드로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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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대구시향 제공

공연의 포문은 차이콥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연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은 절제된 서정성과 격정적인 대조를 통해 보편적인 비극의 미학을 담고 있다. 본래 서곡은 극의 도입부에 연주돼 분위기를 암시하는 역할에 그쳤으나, 19세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연주회용 서곡’으로 발전했다. 차이콥스키의 이 작품은 그 장르적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

이 곡의 탄생 배경에는 러시아 5인조의 수장 밀리 발라키레프의 제안이 있었다. 1869년, 29세의 젊은 교수였던 차이콥스키는 발라키레프와 산책하며 곡의 구상에 대한 상세한 조언을 들었고, 같은 해 말 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였던 차이콥스키는 1870년 초연 이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10여 년간 수정을 거듭했다. 우리가 오늘날 듣는 최종 개정판은 1880년에 완성된 것으로, 비극적인 두 가문의 갈등과 연인의 애절한 사랑이 치밀하게 직조돼 있다.

특이한 점은 이 곡이 대표적인 표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차이콥스키가 별도의 주석을 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서사를 바탕으로 관객들이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거장의 배려이자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메인 프로그램은 낭만주의 표제 음악의 시대를 연 혁명적 걸작,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다. 1827년 영국 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향한 베를리오즈의 지독한 짝사랑과 그로 인한 환각을 바탕으로 작곡된 이 곡은 “한 예술가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작곡가의 자전적 투영이 짙게 깔려 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전 악장을 관통하는 ‘고정악상(Idée fixe)’에 있다. 연인을 상징하는 이 중심 선율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1악장의 열정적인 동경에서 시작해 무도회의 화려함, 전원의 고독을 거쳐, 4악장의 처형 장면과 5악장의 기괴한 마녀 축제에 이르기까지 고정악상은 변주되고 뒤틀리며 극적인 서사를 이끈다. 특히 사랑의 배신감으로 자살을 시도한 주인공이 혼수상태에서 보게 되는 환각을 음악으로 구현한 전개 방식은 당대 음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구시향은 이번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파격적인 시도를 더한다. 5악장 ‘마녀들의 밤의 꿈’에서 울려 퍼지는 장례의 종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2025년 제작된 C조와 G조 ‘처치벨(Church Bell)’ 두 개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 기존의 일반 타악기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실제 종의 깊은 공명과 음산한 공간감을 통해 관객들에게 소름 돋는 현장감을 선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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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교향악단 제525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대구시향 제공

두 거장의 작품은 사랑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으나 그 끝은 사뭇 다르다. 차이콥스키가 비극 이후의 서정적 여운을 남긴다면, 베를리오즈는 사랑이 집착과 광기로 일그러지는 과정을 파격적인 기법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백진현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협연 없이 오케스트라의 역량만으로 표현의 극한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정교한 앙상블과 치밀한 사운드 밸런스를 통해 베를리오즈가 설계한 기악 드라마의 장면들을 선명하게 구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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