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연휴는 급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만들었다. 바쁘게 일정을 세우자니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 ‘안동’이 목적지로 정해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찜닭’과 지난번 방문 때 먹은 크림빵을 다시 먹는 게 목표였다. 출발 당일 이유가 하나 더 덧붙여졌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돌멩이를 하나 주워온 아들은 반려돌이라며 애지중지 중이다. 돌멩이에게 안동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 돌멩이가 여행 내내 복병이 될지 몰랐다. 꼬맹이의 손과 주머니를 오가던 돌멩이는 여행 중간중간 사라졌고 찾는 건 엄마 아빠 몫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봉정사였다.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들어가자 ‘천등산봉정사’란 현판이 보였다. 봉정사의 극락전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시대 건물이지만 삼국시대의 건축양식을 내포하고 있다. 원래는 대장전으로 불렸으나 뒤에 극락전이라 이름을 바꿨다. 기둥의 배흘림, 공포의 단조로운 짜임새, 내부 가구의 고격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극락전 앞 석탑 주위엔 두 손을 합장한 채 탑돌이 중인 관광객들이 보였다. 아이도 그 모습을 따라 탑을 돌았다. 영국 여왕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다. 경내를 어느 정도 둘러보고 나서 기념으로 연등을 달았다. 가족 건강과 여행이 무사히 잘 마칠 수 있길 바람으로 담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절을 뒤로 하고 점심 식사 할 곳을 찾았다. 찜닭만큼 간고등어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 만장일치로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을 방문했다. 두툼한 고등어살을 실컷 발라먹고 나니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힘을 잔뜩 채워 하회마을로 이동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꽤 높을 비율로 전기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부분 도보로 이동 중이다. 주차장에서 하회마을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봄이라 한지 얼마 되지 않은듯한데 벌써 더위가 느껴졌다. 첫 방문은 아니었던 터라 이번엔 조금 설렁설렁 걸어다녔다. 그 사이 오래된 나무에 소원지도 적어 달았다. 나이 많은 부모를 둔 아이의 소원은 언제나 가족 건강이 주를 이룬다. 나무 주변 가득 채운 소원지들이 바람에 가끔씩 날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당일치기 여행이다보니 오래 머무르지 않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안동 구도심에 도착하니 마침 ‘차전장군 노곡공주 축제’가 진행 중이었다. 예상에 없던 계획이었으나 아이는 여행 일정 중 가장 즐거워했다. 몇 가지 체험을 하고 커다란 까투리 인형 앞에서 사진도 몇 컷 찍었다. 열심히 움직인 덕분인지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축제장을 조금 벗어나면 시장이다. 지난번 방문 때 맛있게 먹었던 찜닭집을 다시 찾았다. 2층 계단에서 내려온 줄은 1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2~30분쯤 기다리자 우리 순서가 되었다.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갈색 양념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찜닭이 상 가운데 놓였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큰 접시는 금새 비워졌다. 식사를 마치고 월영교로 이동했다. 연휴답게 늦은 시간임에도 다리 위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커먼 물 위로 배를 타며 즐기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다리는 반쯤 건너다 말다시피하고 빵집으로 향했다. 어딜 가든 줄은 기본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멩이의 무사 여부를 확인한 후 경주로 돌아왔다. 한참을 재잘 되던 아이는 돌멩이를 손에 꼭 쥐고 잠들어 있었다. 돌멩이의 소감은 알 길이 없으나 아이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던 것 같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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