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입었던 팬티 갈아입고 빨래해 널고
가볍게 나서는 시간 오전 11시 30분
목련 진 잎새의 푸르름 바라보면, 목숨이 직업이다
송영철이발관에서 머리를 깎는다
8천 원이었는데, 천 원 올랐다고
물가가 올랐다고, 미장원에 가도 1만5천 원,
군소리 못하고 머리를 맡긴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이익
50년 세월의 테크닉이 현란하고 시원함
점심으로 로빈관에 간다
짜장면 한 그릇 현금으로 4천 원
단무지와 양파까지 싹싹 비운다
그것이 예의다, 음식을 모독하지 마라
각설하고, 고소한 보리차로 양치까지 하면
작설차보다 오히려 향기롭다
시티홀 당구장으로 날름 건너가 킬링 타임
대체로 시니어들이 모이는 곳이라
시중의 절반 값만 받는 곳이다
거기에다 아메리카노를 서비스한다
가끔 고등학생들도 들러 야무지게 야쿠르트를 먹는다
동네 스포츠센터에 들러 마무리 몸풀기를 하고
해가 설핏해지면 생맥주와 막걸리를 파는
위풍당당으로 간다
두부김치 한판이면 저녁이 해결된다
막걸리를 우유처럼 맛있게 마신다
동선(動線)과 시간을 잘 조합하면
유익한 경제생활이 가능한 용흥동 스트리트
쪼잔한 것이 아니라 유능한 테크닉이다
이토록 나의 세계는 드넓고 실용적이며 합리적이다
누가 이기는가 두고 보자.
……….
찌질과 품격은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몇 푼 돈으로 품격을 앞세우는 덜떨어진 인간들이 주위에 너무 많음을 나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세상이다. 나는 나의 무능함을 확실히 인정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를 대어가며 남을 혐오하거나 비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렇게 찌질하게 살려면 죽는 것이 낫다. 나대는 찌질이보다는 착한 쫌생이를 택하겠다. /이우근 시인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