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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촌문화회관에 꽈리 튼 사띠스쿨에 관하여

등록일 2026-05-13 16:49 게재일 2026-05-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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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봉숭아 꽃물 손톱 끝에서 사라질 가을이 두려워,
지난 여름에 한껏 치열했다
내 존재와 삶의 방향에 대해,
짝다리로 껌을 씹으며 모퉁이라도 지키자는
거들먹거리던 시린 마음, 고운 달빛 스미는 마을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정말 배가 고팠다
때론 절망할 때가 희망의 시간이라 말하지만
그건 개소리에 불과하다
정말이지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를 선택한다
인간의 중세(中世)를 지나
지금도 여전한 야만의 시대를 살면서
자멸에 접어들었음을 지극히 자각할 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깃털을 돋는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지성은 다시 싹튼다고 하지만
나는 다만 모르겠다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도시락처럼 반드시 지참해야 할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 필요하다
이익이 없는 몰두에 집중하는 것은
혹은 미친 짓일지라도, 인문학의 이름으로
하염없이 부질없는 미친 짓을 강행하더라도,
무작위(無作爲)의 공부의 대열의 끝에서
진리 하나의 그 끄트머리를
불끈 잡으려 총총 길을 나서겠다고,
분연히 잠수함의 토끼, 광산의 카나리아가 되어,
개새끼들에게 공부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우리라도 조금 넓어지면 더 무얼 바랄까.

……

삶을 지탱하는 소소한 내재적(內在的) 힘은 거대한 권력보다 훨씬 낫다. 자생(自生)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를 지배하는 절대권력은 오직 나에게서만 나온다. 헌법보다 인권, 좁쌀만한 나의 인성으로 나를 지배하지 않으면 늘 남에게 휘둘리는 것은 물론 존재 자체가 없다. 그래서 사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화요일, 사띠스쿨 가는 길은 괴롭고 외롭고 귀찮고 성가시고 무겁다. 그래서 잘 놀려고 한다. 어떤 계산도 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만, 극진하게, 좀 핍진적(逼眞的)으로, 나아가자 한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은 포항이란 도시엔 축복이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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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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