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면 가장 먼저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산등성이 너머에서 이제 막 피어오른 듯 하얗게 떠 있는 구름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밀려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변주한다.
구름은 자유롭다. 하늘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를 표류하는 한 척의 돛단배 같다. 바람의 손짓 하나에 몸을 맡기고는 어느 곳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움직인다. 때로는 솜털처럼 가볍게 흩어졌다가도 때로는 거대한 성채를 쌓아 올리며 하늘을 장식한다. 구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길이 하늘에 열려 있는 듯하다.
나는 문득 사람의 삶이 구름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한 조각 구름이 되어 저마다의 하늘을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햇살을 머금은 흰 구름으로 살아가고 어떤 이는 비를 간직한 먹구름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은 구름의 본질을 가르지 못한다. 비가 온 뒤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은 다른 모습이 되어 있다.
세상을 적시던 먹구름은 사라지고 눈부신 흰 구름이 떠 있다. 그러니 흰 구름도 언젠가는 비를 품을 수 있고 먹구름도 끝내는 햇빛 속에서 흩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슬픔도 기쁨도 영원하지 않다고 말해 주는 것 같다. 사람 또한 기쁨과 슬픔을 품고 살아가지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보다 무엇을 품고 살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구름은 높은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넓은 바다를 만나면 바다를 건넌다. 국경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나는 구름을 보면 묘한 부러움이 생긴다. 우리네 인생은 늘 어딘가에 머물러야 하고 무엇인가를 지켜야 하지만 구름은 막힘없이 떠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구름의 자유는 허공의 가벼움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구름은 바다의 푸른 숨결을 품고 떠나온 존재다. 강물이 햇살 속에서 증발하며 남긴 그리움과 숲이 새벽마다 내뿜는 촉촉한 생명의 기운을 가슴에 안고 먼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자신을 아낌없이 빗줄기로 풀어 놓는다. 메마른 들판을 적시고 목마른 나무의 뿌리를 깨우며 이름 없는 풀잎 하나까지 살려낸다. 그런 연유로 구름의 자유는 가벼운 방랑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조용한 헌신에 가깝다.
구름은 변화하는 법을 안다. 아침의 구름이 저녁까지 같은 얼굴로 남아 있지 않듯 세상에 영원히 머무는 것은 없다. 바람이 불면 흩어지고 햇살이 비치면 옅어지며 비가 되면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는다. 구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도 그러하지 않은가. 젊음은 세월로 변하고 만남은 추억으로 남으며 눈물은 어느 순간 마음의 강이 되어 흐른다.
나는 지금껏 변화를 두려워한 적이 많았다. 익숙한 자리를 떠나거나 낯선 도시를 걷는 것이 불안했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내 삶도 구름처럼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스며들 수 있으리라.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은 떠남과 머묾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며 수필가다. 붙잡을 수 없는 존재지만 하늘에 머물면서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구름을 그리워하며 좋아한다.
/정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