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투표용지 부족 사태 보다 중요한 일 없다” 사퇴 거부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사퇴론 요구가 지도부 회의에서 처음 터져나왔다. 장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을 명분으로 앞세워 ‘사퇴 거부’ 의사를 드러내자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친한계인 우재준(대구 북갑) 최고위원이 ‘장동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당내 소장파 모임으로 불리는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도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우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지도부는 지금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를 제안했다.
우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너무나도 오랫동안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자행한 수많은 악법을 되돌리려면 다음 총선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다음 지도부가 잘 들어와 총선을 준비할 수 있게 우리 지도부는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 대표를 좋아하는 당원들이 많다는 것 알고 있다”며 “차라리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출마해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장 대표와 가까운 조광한 최고위원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미숙한 철없는 소리”라고 했고, 김민수 최고위원도 “당이 아니라 개인의 계파를 위해 뛰려고 하냐”며 우 최고위원에게 면박을 줬다.
최고위원들 간 공방을 듣던 장 대표는 우 최고위원의 공개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중대한 시기에 지금 당내에서 분출되는 여러 목소리를 담아서 그 이슈로 간다면 우리는 정기국회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결국 당내 문제에 매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이 뽑아준 당 지도부는 당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언제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당 지도부에 어떤 선택을 요구하거나 그 길을 열려면 110명의 의원님께서 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답을 먼저 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9시 개의한 최고위 회의는 오전 9시 44분 비공개로 전환된 지 2분만에 종료됐다. 장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등이 자리를 비운 비공개 회의에서는 짧은 고성이 오간 가운데 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의견을 떠나 (장동혁 지도부가) 1년 더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사퇴 요구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최고위에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가 사실상 파행되는 와중에 국회 소통관에서는 ‘대안과 미래’ 의원들이 장 대표 사퇴 촉구 입장문을 내놨다. 기자회견에는 TK에 지역구를 둔 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 등이 참석했다. 모임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교체를 주문하셨다”며 “보수는 늘 ‘책임’을 중시해왔다. 장 대표가 진정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권영진 의원은 “(장 대표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연계해 전국적인 재선거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선거에 지고도 원인도 제대로 모르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대 정치적으로 연명하는 정당이란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
향후 국민의힘 내에서는 장 대표를 향한 사퇴 촉구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인 정점식 원내대표가 비당권파인 김도읍 의원에게 7표차 신승을 거둬, 당내 기류가 장 대표에게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당내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퇴’, ‘재신임’ 등의 카드를 꺼낼 지, 아니면 버티기를 계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