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데 의성소방서는 이미 분주하다. 올해부터는 단순히 기온이 오르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최근 5년간의 구급출동 기록과 기상청 폭염 데이터를 분석해 7월 27일부터 8월 10일까지를 ‘폭염 집중관리 기간’으로 지정했다.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던 시기를 미리 특정하고 대응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재난 대응이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 데이터 기반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3년간 의성지역에서 온열질환으로 119구급대가 출동한 건수는 41건, 이 가운데 3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에는 심정지 환자도 2명 발생했다.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특히 의성은 농업 종사자와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논과 밭을 지키는 분들이 많다. 오랜 세월 몸에 밴 근면함은 지역사회의 자산이지만, 폭염 앞에서는 오히려 위험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정도 더위쯤이야”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온열질환은 증상이 시작되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어지럼증과 두통, 탈진 증세를 가볍게 넘겼다가 열사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폭염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안전망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바로 이웃의 관심이다. 평소 자주 보이던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면, 홀로 사는 이웃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한 번쯤 안부를 묻는 일. 그 작은 관심이 생명을 구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소방서가 위험시기를 분석하고 구급 역량을 집중하여 배치하는 동안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가장 더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마시며, 주변의 취약계층을 살피는 것이다. 폭염 사망사고의 상당수는 위험 자체보다 발견이 늦어져 발생한다.
아무리 촘촘한 제도와 장비가 갖춰져 있어도 마지막 한 칸은 사람의 손길로 채워야 한다. 올여름 의성을 지키는 힘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평범한 관심일지 모른다.
더위는 매년 찾아온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를 돌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 더위 또한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