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점심관에서 만난 김연대 시인.안동시 길안면 대곡리 한실마을에는 ‘김연대 문학점심관’이 있다. 점심은 낮 끼니를 일컫는 말이지만, 불교 용어로 점 ‘點’에 마음 ‘心’이라 하여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님들이 수행 중 마음에 흔들림을 주지 않으려고 공복에 점을 찍듯이 적게 먹어 마음을 점검하는 일을 일컫는다.김연대 시인(81)은 젊은 날 대구에 거주하다 2003년 안동으로 귀향했다. 쉰이 다 되어 등단한 그는 대구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사무기기 사업체를 꾸려오다가 사세가 더 확장될 무렵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바쁜 사업을 정리하고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후회 없이 모시고 싶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고향 땅 모교 귀퉁이에 기와집을 짓고 정착해 텃밭을 일구고 시도 쓰고 기록물도 정리하며 자신의 삶을 점검했다. 말년에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소박한 행복을 누리다 돌아가셨다.시인은 마당에서 고개 들어 보이는 맞은편 산 중턱에 부모님 산소를 모셔 매일 안부를 챙기고 있다.이후 그는 부모님의 유품과 함께 자신의 기록물을 오롯이 담아낸 ‘김연대 문학점심관’을 2014년 개관했다.버스도 하루에 한두 번 드나드는 오지마을에 지인과 문인들이 가끔씩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유품인 나무지게, 괘종시계, 망건, 갓, 호롱불 등과 어머니의 유품인 다듬이돌, 라디오, 가위, 돋보기, 인두 그리고 어머니의 필체가 고스란히 담긴 내방가사까지….사업체를 운영할 때 쓰던 시인의 전동타자기, 고무인, 주산, 통장, 사장, 신분증, 연하장 등등 ‘김연대 문학점심관’은 인간 김연대의 연혁을 담아낸 생활사 박물관이다.“시지부리한 거 모아놨죠, 뭐.”별거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시지부리하지 않은’ 기록물은 그의 인생기록관이자 마음의 점을 찍는 쉼표와도 같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형형한 눈빛을 한 은발의 시인은 어지럼증에 관절염에 이젠 어쩔 수 없이 세월에 지는 노인으로 늙어가지만, 어눌한 구름이라는 뜻의 당호 ‘눌운세(訥雲世)’처럼 천천히 그러나 구름처럼 유유자적 걷고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