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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증언·사랑의 특수성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의 장편소설`환상통`(문학동네)은 수상 소식이 발표된 순간부터 아이돌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화제의 작품이다.소설은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사랑하는 이십대 여성 m과 만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목소리로 이뤄져 있다. m과 만옥처럼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어린 여성들을 사회에서는 `빠순이`라는 다분히 경멸적이고 비하적인 단어로 지칭한다. 물론`팬`이라는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단어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감정 상태와 존재 양식은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은 아마도`팬`보다는 `빠순이`라는 단어로 훨씬 더 자주 호명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언어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위치하는 곳, 그리고 그 거리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한계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빠순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일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환상통`이 무엇보다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빠순이`인 당사자의 시선과 목소리로 이뤄진 소설이라는 점에 있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희주는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라고 작가로서의 임무를 선언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그 사랑의 특수성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만날 수 있게 됐다.“당신은 평생 이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지 못할 거야.”1부는 휴학생 m이 서술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m은 N 그룹의 멤버 M을 사랑해 사인회, 공개방송, 행사 등을 열성적으로 찾아다닌다. m은 자신의 체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소유하고자 하는데 그녀에게 그 수단은 문장이다.2부는 m이 공개방송을 기다리는 도중에 만난 `만옥`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m이 사랑에 빠진 동시에 그 사랑을 객관화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인물이라면, 만옥은 그저 그 사랑에 온몸을 내던지고 열렬히 앓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3부는 만옥을 짝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열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미성년자일뿐더러, 현실세계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아이돌 M을 사랑하는 만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19

한국 현대사의 이면과 가슴 묵직한 질문들

`이상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작가인 중견 작가 최수철(58)씨가 여섯번째 소설집 `포로들의 춤`(문학과지성사)을 출간했다.우리 시대 가장 지적인 소설가 중 하나인 최씨는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맹점`이 당선돼 등단한 이래, `의식을 추적하는 집요한 언어`와 무수하고 치밀한 감각의 연쇄가 낳은 `감각의 무정부 상태`를 그린 작품 세계로 현대 한국 소설사에 뚜렷한 족적을 새겨왔다.`포로들의 춤`은 작가가 2014년 여름부터 지난해 겨울까지 발표한 중편소설 3편을 묶은 연작소설집으로,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비극을 소재로 하고 있다.스위스 출신의 사진작가 베르너 비숍(1916~1954)이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찍은 `유엔 재교육 캠프에서의 스퀘어댄스`에서 출발한 이번 연작은 피로 얼룩진 50년대 포로수용소 광장에서 회백색 최루탄 연기가 난무하는 70~80년대 대학가 시위 현장으로, 다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붉은 악마`의 물결로 넘쳐났던 시청 앞 광장으로 한국 현대사의 시계추를 종횡무진으로 옮겨놓고 있다.실재하는 역사 속에 틈입한 의식과 상상력의 소설 언어가 낱낱으로 있던 사건과 의혹, 구멍과 관계들을 퍼즐처럼 꿰맞춰가는 치밀한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연작 `포로들의 춤`은 영혼까지 빼앗겨버릴 만큼 공포와 치욕으로 참혹했던 공간의 인물들을 형상화하고 역사의 이면을 추적해가는 한편, 가슴 묵직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사진에 봉인된 과거의 역사가 소설 속에서 어떻게 현재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는가. 과연 우리는 역사의 리얼리티를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가`.`거절당한 죽음`은 포로수용소의 비극이 대를 걸쳐 포로였던 남자의 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이 대학 시절 사랑한 여자 `한수영`은 인민군 출신으로 거제에서 포로생활을 하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아버지의 상처를 온몸에 아로새기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임진강을 건너 월북을 시도하다 초병들에게 들켜 사살당했다. 한수영은 대학에 들어와 군사정권의 프락치로 활동하는 남자와 사귀게 되고, 그 옛날 아버지를 구하려 애썼던 것처럼 위기에 빠진 그 남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최수철 소설가`줄무늬 옷을 입은 남자`는 거제 포로수용소의 참상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전역을 뒤덮던 2002년, 시청 앞 광장에 운집한 `붉은악마`들이 외치는 한목소리의 구호 위로, 50년 전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철조망에 옷을 모두 벗어 걸어놓고 빨간 알몸으로 수십 명씩 스크럼을 짜서 구호를 외치며 광장을 온통 핏물로 물들이던 포로들의 목소리가 겹치며 독자를 압도한다. 소설은 홀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오로지 줄무늬 옷만을 입고 자란 광고기획사 직원 `나(최하람)`와 심리상담센터 색채심리사이자 `붉은악마`의 중앙사무국 운영위원인 `윤서강`의 만남으로 시작한다.수록작 중 마지막 작품인 `거제, 포로들의 춤`은 작가가 소설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베르너 비숍의 사진을 우연히 접하고 호기심을 갖는 과정과 실재한 역사적 사실을 다큐멘터리처럼 설명해 놓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12

밤에 대한 옛 사람들 생각이 궁금하세요

로저 에커치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가 쓴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교유서가)는 산업혁명 이전의 밤에 대해 저자가 일기나 여행기 등 개인의 기록부터 잡지, 그리고 철학, 인류학 관련 학술연구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20여년간 집필했다.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매우 광범위하다. 지리적으로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의 자료와 미국 초기의 역사를 함께 다룬다. 시대적으로는 근대 초기를 주로 다루지만, 비교를 위해 중세와 고대의 관습이나 신앙도 함께 다룬다. 시공간이 무척 광범위하지만 옛 사람들의 밤에 대한 생각과 일상을 매우 촘촘하게 복원하고 있다.책은 총 4부 12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1부 `죽음의 그림자`는 밤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춘다. 육체와 영혼에 대한 위협은 어둠이 깔리고 나서 확대되고 강화된다. 저녁이 서양의 역사에서는 근대 초기에 가장 위험시됐다. 제2부 `자연의 법칙`은 밤시간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과 민간의 대응을 다룬다. 밤 활동을 제한하려는 교회나 국가의 다양한 억압적 조치, 그리고 어둠에 맞서기 위한 민중의 관행과 신앙을 다룬다. 제3부 `밤의 영토`에서는 사람들이 일하며 놀며 드나들던 장소를 탐색한다. 귀족과 평민 등 계급에 따른 밤시간의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4부 `사적인 세계`는 낮 생활의 고통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안식처인 잠, 잠의 유형과 침실 의식, 수면장애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인 `닭이 울 때`에서는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도시와 큰 마을에서 진행됐던 어둠의 탈신비화를 분석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12

법은 단 한줄… 평화로운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가 한창훈(52)의 소설 다섯 편을 모은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한겨레출판)는 176페이지밖에 안 되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십 년이 걸려서야 완성된 단단하고 커다란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작가는 20대 후반이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신문 칼럼을 읽게 된다.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단 하나의 법조문만 있는 나라`라는 글이다.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던지 작가는 그 종잇조각을 가위로 오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고 또 읽는다. `어느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는 남대서양 화산섬인 트리스탄 다 쿠냐 섬의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40대 중반이 된 작가는, 어느 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시민사회 구성원의 덕목에 대한 우화풍 소설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처음엔 거절하나 문득 저 가슴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섬 이야기가 떠오른다. 김종철 선생의 칼럼은 그렇게 연작소설의 첫 편인 `그 나라로 간 사람들`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네 편의 소설이 5년 사이에 차례로 발표된다. 소중한 씨앗 하나가 연작소설을 낳게 만든 것이다.`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는 한 평화로운 섬을 배경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섬의 법은 단 한 줄이다. 누구도 다른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는 것. 빈부귀천이 없어서 그곳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말조차 모른다. 순리대로 아무 걱정 없이 산다.화산 폭발 때문에 섬을 떠나 본토인 육지로 이주하게 된 섬 주민들에게 어느 날 기자 한 명이 찾아온다. 휴일에는 쇼핑도 하고 놀러 다니면서 즐기라는 기자의 말에 섬 주민 중 한 명은 지금도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우리는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죠. 그래서 이렇게 쉬고 있습니다. 물고기나 새도 활동을 하고 나면 쉬죠. 이보다 어떻게 더 잘 쉴 수가 있지요?”작가는 다섯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물질과 소유 중심주의`, `소통과 공감의 부재`, `성공 지상주의`, `개성을 무시하는 획일주의`, `독재의 폐해에 시달리는 사회`를 풍자한다. `쿠니의 이야기 들어주는 집`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지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짚고, `그 아이`를 통해 성공과 일등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다시 그곳으로`를 통해 지도자의 독선적인 판단이 모두를 얼마나 위험에 빠지게 하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준비를 해야 행복해진다고” 믿는 우리에게 “진짜 사랑하는 게 뭔지, 진짜 행복한 게 뭔지”를 묻는다.전라남도 여수시 거문도 출신인 한창훈은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단편 소설 `닻`으로 등단해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등 바다를 배경으로 한 변방의 삶을 소설로 써왔다. 대산창작기금, 한겨레문학상, 제비꽃서민소설상, 허균문학작가상, 요산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12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시인 이윤학의 아홉번째 시집`짙은 백야`(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1990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인은 3~5년 주기로 성실하게 시집을 출간해왔고, 그때마다 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애썼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사소한 존재들에 관심을 쏟고 생의 결핍을 성찰적 시선 안으로 끌어들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깊은 아름다움을`발견`하는 이윤학 특유의 방식은,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깊이를 더한다.태어나 살아가고 언젠가 묻히게 될 사적인 공간, 그곳은 `농촌`이자 제이, 제삼의 고향이며 과거의 기억에서 미래의 모습을 읽어내고 현재의 `늙은 시절`을 기록하게 하는 곳이다. `십대의 몸` `칠십의 마음`이었다 어느덧 `칠십의 몸` `십대의 마음`으로 살게 된 시적 자아가 기록하는 `늙은 시절`은 이 시집에서 영원한 삶의 무덤인 동시에 생명과 감각의 터전이 된다. 언뜻 처연해 보이는 사적인 역사를 투영해 바라본 곁의 존재들은 그러나 죽음 근처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생명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나타낸다. 시인은 동물과 식물, 모든 생명들의 원천이자 무덤인 자연에서 개별적 삶들의 운명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삶엔 마치 “짙은 백야”처럼 두터운 안개가 끼어 있다.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지만 어디로 가든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길을 우리는 걷는다. 이윤학의 시에서 시적 자아를 포함한 존재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사월의 눈`) 모를 삶이라는 길을 “필사적으로 걸어”왔다.“가난을 즐기는 게으름뱅이가 되려다 실패한 수천만번째 사례”(`공터의 벽시계`)인 “사내”에게는 이제 사랑조차 서로에 대한 “확대 해석”(`하리 선착장`)이고 “어떤 사랑도 실패한다는(`누옥의 방 한 칸`)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기에 그저 “드러누워 병나발을”(`사일로가 보이는 식탁`) 분다. 이윤학이 응시하는 건 모두 “또 하루를 산 것이 대견해 눈물이”(`서대길`) 날 법한 존재들이다.그러나 이 쇠함에 지극한 슬픔이나 절망은 없다. 소박하고 사소하고 어쩌면 늙거나 낡고 약한 존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지역 이름이나 꽃이름들,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제목들로 꾸려진 이 시집 속 3부 62편의 시들은 어머니들과 고양이, 개, 닭, 물고기, 나무 등 모든 생명들의 “무덤”에 다녀오고 있는 중이다.“푹푹 찌던 지난 세월이” “몰려왔다”. “많은 징검다리를 밟고 여기까지 왔다”(`뒤표지 글`). 갖은 풍경과 생애로 구성되고 조직된 시로써 마침내 마주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벼름박(벽)에 걸어둔 간드레(광산의 카바이드등)와, 폐광된 갱도를 따라간 바닷물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묻힐 그곳에서 `나`는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시인의 말`). “명감도 보고 개암도 보고 정금도 보고 나를 만나지 못한 나도 보았다”.그렇게 이윤학의 시는 현실의 시간을 부정하되 공허에 빠지지 않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깊은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05

短詩, 짧은 울림 긴 여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철없이 킬킬대는구나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신경림 시`농무(農舞)`1975년 신경림의 `농무`를 시작으로 40년 동안 한국시단의 중심을 지켜온 창비시선이 4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창비)를 출간했다.박성우·신용목 시인이 창비시선 301번부터 399번까지 각 시집에서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따라 읽을 수 있는 시 한 편씩을 선정해 엮은 책이다.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의 경우 그 중 한 권만 택해 수록했기에 총 86편의 시가 실렸다.엮은이들은 선정 기준에 대해 “이를 두고 단시(短詩)라고 불러도 좋고 한 뼘 시나 손바닥 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독자들이 가능한 한 여유롭게 시와 마주 앉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짧은 시가 쉽다는 뜻이 아니라 가파른 길을 짧게 나눠서 걸어가면 어떨까 하는 기대 말이다”라고 밝힌다.창비시선은 첫 시집 출간 이래로 인간을 향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정신을 견지해왔다. 창비시선의 시집은 사람과 삶에 대한 것이었으며, 그 어떤 시선보다 독자와 함께하는 소통을 우선시해왔다. 한동안 위축돼 있던 문학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는 지금, 시와 독자가 만나는 지점을 다시 고민하는 것이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의 기획의도다.신경림`농무`, 고은 `새벽길`, 곽재구 `사평역에서`, 김용택 `섬진강`, 조태일 `국토`, 박노해 `참된 시작`,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손택수 `호랑이 발자국`, 문태준 `맨발`,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등 창비시선의 주요 시집은 독자들의 뜨겁고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며, 시대의 목소리를 담보하면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해왔다.`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역시 오늘날 한국 시단을 이끌어가고 있는 다양한 시인들의 면모를 담았다. 고은 신경림 김용택 도종환 김사인 나희덕 장석남 정호승 이영광 함민복 문태준 진은영 송경동 등 각자의 개성과 성취가 뚜렷한 시인들의 절창과 강성은 이제니 김중일 이혜미 주하림 신미나 안주철 박소란 안희연 박희수 등 새로운 감각의 젊은 시인을 소개하는 시편을 고루 포진한 것은 이번 시선집의 특징인 동시에 전세대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온 창비시선의 자랑이다.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짧은 시를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난해하게만 여겨졌던 시에 한결 가깝게 다가가고, 짧기에 전해지는 또다른 울림을 느낄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05

조상의 지혜·맛·풍류 내림음식·내림술 기행 종가음식 43가지 소개

조선시대에는 김유와 김령처럼 요리책을 쓴 선비가 있는가 하면, 약술을 빚은 사대부`어부사시사`의 윤선도도 있었다. 양반도 소매 걷어붙이게 하는 내림음식, 내림술의 비밀은 무엇일까?`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담앤북스)는 미식가와 애주가를 사로잡는 종가 음식 43가지를 소개하는 음식 책이다. 종가의 고장 안동부터 의정부와 모악산 사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다과상, 제사상, 손님상 차림은 물론 반주 상차림까지, 좋은 재료만 쓰고 아낌없이 베푸는 종가 음식 기행이다. 옛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술상과 밥상 차림에서 식(食)도락, 주(酒)도락을 느껴 보자. 읽다 보면 혀끝에 와 닿는 조상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종가 문화를 지키는 건 종손뿐만이 아니다. 종손, 종부, 남녀와 관계없이 지금도 내림음식과 내림술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딸에서 아들에게, 아들에서 딸에게로, 딸에서 딸에게 등등, 전통은 다양한 갈래로 전해지고 있다.대중에게 내림음식과 내림술을 소개하려는 후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전통 부각`을 판매하는 거창 사증종가와 `죽염장`으로 유명한 담양 양진제 종가처럼, 기업이 된 종가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이제 종가의 문화는 사라져 가는 소중한 것들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동안 종가의 이미지가 전통, 고급 음식에 국한돼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현대적인 종가, 대중 지향적인 종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8-05

“우리는 성인이자 죄인인, 진리의 수호자이자 위선자”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통섭의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존재의 의미`(사이언스북스)는 인류에 대한 통찰과 제언이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개미`로 퓰리처 상을 2회 수상한 바 있는 에드워드 윌슨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은 채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있다.다섯 개의 부로 구성된 이 책은 `지속 가능한 자유와 책임을 위하여`라는 부제로 자연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여정을 통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와 “왜?”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다가간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서 밝히듯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우리 종을 탄생시킨 상황과 과정에 놓여 있다. 인간 조건은 역사의 산물이다.현재의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한 종의 생물학적 진화와 그 종을 선사 시대로 들어서게 한 환경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십만 년에 걸친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탐사한다는 것은 우리 종이 어떻게, 왜 출현하고 살아남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열쇠도 된다.“우리는 모두 성인이자 죄인인, 진리의 수호자이자 위선자인 유전적 키메라다.” 윌슨은 인간이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렇게 정리한 다음,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생물학의 영역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인간의 사회적 행동 역시 일종의 진화론으로 설명한다. 이기적 개인은 이타적 개인을 이기지만, 집단 차원에서는 이타적 집단이 경쟁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와 정반대 입장에 서며 논쟁을 벌인 `다수준 선택` 이론이다.윌슨은 “자그마한 인지 상자에 갇힌 채, 연속체에서 자신들이 아는 자그마한 영역을 끝없이 세세하게 이렇게 저렇게 조합을 하고 또 하면서 찬미한다”며 인문학자들을 비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7-29

여름산사 숲길은 초록을 푼 듯

녹음이 우거진 여름 산사의 숲길은 온통 초록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바라만 봐도 평안하고 즐겁다. 산사의 숲길 걷기는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잔잔한 내적 울림과 여운을 준다.일상에 지칠 때면 조용한 산사로 들어가 그 풍경 속에 고즈넉이 스며드는 하루를 묻으면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에서 비켜나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수 있다. 예불소리, 범종소리, 풍경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를 열어두기만 해도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된다.수필가인 조낭희(53)씨가 산문집 `산사 가는 길`(눈빛출판사)을 펴냈다. 전국 사찰 52곳을 돌아보고 자연과 숨 쉬며 체험한 기록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저자는 경북매일에 지난 2년 여간 `산사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글을 수록했는데 산사의 사계와 풍경을 생생하게 담았다.단순한 사찰 정보나 여행기가 아니라 산사에 들어 자기 자신을 찾아보는 마음의 책이다. 초보승인 줄 모르고 스님에게 불상 설명을 청했다가 오히려 무안을 당한 김천 직지사, 잦은 야근으로 힘들어 하는 직장생활 새내기 딸을 데리고 찾아간 완주 송광사, 삶의 버팀목이 돼준 남편이라는 존재와 그 자리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한 여수 향일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산사를 새롭게 빚어내고 있다.▲ 조낭희 수필가승려들이 모여 불도를 수행하는 곳을 도량(道場)이라고 하듯이 저자에게 산사는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마음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산사의 대웅전과 불상, 불탑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부처님을 만난다. 선암사 무우전 돌담에 핀 홍매화, 통영 비진도 비진암의 동백꽃,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등에서도 불심을 마주하곤 한다. 욕망과 물질에 매달려 삶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하며 산사가 베푸는 가르침에 삼배를 하곤 한다. 천주교 신자인 저자는 묵주와 염주가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산사에서 얻었다고 고백한다.“고찰의 정취와 바람 소리, 풍경 소리만으로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법당에 들어서면 고해실에 들어서듯 존재에 대한 진지함과 자기 점검이 따랐고 감사함으로 충만해지곤 했습니다. 오늘도 번뇌와 탐진치를 쳐내며 마음의 눈으로 산사 어디쯤을 오르고 있을 것입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7-29

영원을 관통하는 것은 오직 사랑뿐

“외로움, 아픔, 슬픔, 고난, 고통, 괴로움, 고뇌 등은 모두 가시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을 거쳐야 영혼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이들을 좋지 않게 여기고 피하려 하지만, 이런 것을 통해야 비로소`선(善)`의 세계에 들어갈 대문을 볼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신비와 감사의 경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이원락 수상집 `가시마저 사랑하라`중) 최근 세번 째 수상집 `가시마저 사랑하라`(청어출판사)를 펴낸 효산요양병원장이자 수필가인 이원락(71)씨는 이 책에서 인생을 제일 굳건하게 사는 방법으로 동물까지도 돌보는 영원성을 가진`사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40여 년간 의사로 살아온 저자는 현대인들이 세상 일에 숙달돼서 부끄러움, 용서의 가치, 정의, 분노, 슬픔 등이 줄어든 채 하루하루의 삶에만 매달리는 세태를 아쉬워 한다. 저자는 인간 두뇌의 움직임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수록 현실을 생각하고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주변이나 환경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랑·생각·인생·일상·행복 등 다섯 가지 주제로 펼쳐지는 50여 편의 단상들은 담백하고 품격있는 저자의 삶을 대변하는 듯 정갈하게 다가온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 다른 이를 돌아보는 이타적 배려, 사랑과 평화 깃든 세상과 여유로운 삶을 향한 관조하는 글들은 읽는 이에게 의미있는 가르침과 평안을 함께 전해준다.▲ 이원락 수필가저자는 사랑 중에서도 남녀 간의 애정과 영원한 사랑인 아가페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더 알차고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이웃이나 동물들, 심지어는 신이 만든 이 땅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세상에 대한 관심이다. 관심이 있으면 결국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세상사에서 무관심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기보다 알찬 오늘을 모아서 영원으로 이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마라톤 마니아로 잘 알려진 저자는 풀코스 35회, 100㎞를 4회 완주했으며, 지난 2003년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200㎞를 27시간 19분에 주파한 기록도 갖고 있다. 대구적십자병원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지원 지역심사평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환경운동에도 헌신해 낙동강살리기운동협의회장 등을 맡았다. 대구YMCA이사장·한국소비자연맹 대구광역시지회 자문위원·대구경북 마라톤클럽연합회장 등 활발한 사회활동도 펼쳤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경북중·고등학교 동문 문집인`경맥문학`을 창간했다. 경북매일 칼럼니스트, 독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7-29

존재마저 위협받는 남성 …`페미니즘 혁명국` 여행담

환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단편들로 에드거 앨런 포, 보르헤스, 마르셀 에메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 베르나르 키리니의 첫 장편소설 `목마른 여자들`(문학동네)이 출간됐다.키리니는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필치를 선보이며 소설집 `첫 문장 못 쓰는 남자`(2012)와 `육식 이야기`(2010)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사로잡아왔다.그의 장편`목마른 여자들`은 1970년 페미니즘 혁명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여성 제국으로 수십 년 만에 발을 들이게 된 프랑스 지식인들의 여행담으로, 출간한 해에 르노도상, 메디치상, 플로르상 후보에 오를 만큼 문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남성이 존재마저 위협받는 세계, 여성 독재자가 통치하는 세계에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고도 외면하는 눈먼 지식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풍자적이고 익살스럽게 그리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집단주의와 분리주의 문제를 맹렬히 꼬집는다.소설은 여성 제국으로 떠난 프랑스 지식인들이 겪는 여행담과 더불어 제국의 평범한 신민이었지만 운좋게 제국의 심층부까지 오르게 된 아스트리트의 일기로 번갈아 서술된다. 정권 지도층의 비밀스러운 실체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그들의 광기를 목격하는 그녀의 일기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기상천외한 여성 제국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독재자가 통치하는 제국의 현실은 실로 참혹하기만 하다. 남자들은 그곳에서 생존의 위협마저 느낀다. 임신 단계에서부터 선별되는 남자아이들은 태어나더라도 죽임을 당하거나 공동육아소로 보내지고, 성인이 된 남자들 역시 수용소에 들어가 가차없는 재교육을 받는다. 제국의 최종 목표는 남자 없는 여자들의 세상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7-29

시대 지성 5人의 진짜공부

`공부의 시대`시리즈 5권(창비)은 역사학자, 대법관, 정신과 의사 등 이 시대의 멘토들이 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관해 소신을 털어놓은 책이다. 출판사 창비가 계간 `창작과 비평` 50주년을 기념해 올해 초 진행한 특별 강연 `공부의 시대`를 5권의 단행본으로 제작해 펴냈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 정치인에서 전업 작가로 변신한 유시민씨,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씨,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저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에 대한 철학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평생을 진보적 민족사학의 발전에 힘써온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는 자신이 일평생 걸어온 역사 공부의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역사를 공부할 새로운 세대가 지녀야 할 올바른 역사의식을 일깨운다. 일제강점기 소학교에서 낯선 일본사를 배워야 했던 어린 시절과 한국전쟁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역사학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공부에 매진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 일제 식민사학 극복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분단시대 역사학`을 제창하며 민족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현재적 과제를 위해 애써온 선생의 학문적 역정은 곧 우리의 20세기 굴곡진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일과도 통한다.△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온 것이 `쓸모없는 책 읽기`였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독서 편력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탐문한다. 지식 욕구를 채우거나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공부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책에 대한 탐닉은 쓸모있는 공부라고 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것이 그 자체로 자신을 수양하고 나 자신을 찾는 길이었다고 말한다.그는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책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 `쓸모없는` 독서의 여정을 들려준다.△유시민의 `공감필법`정계 은퇴 후 전업 작가로 돌아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작가 유시민은 이 시대의 공부는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그 인생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한다며 “수학 점수, 영어 점수를 따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공존하는 인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의 의미를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두는 그는 독서와 글쓰기를 함께 해나가는 것을 가장 좋은 공부 방법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이든 글쓴이와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지 말고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 `공감`의 독서임을 강조한다.△정혜신의 `사람 공부`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오랫동안 진료실이 아닌 거리에서 고문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사회적 트라우마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왔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산에서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유가족을 치유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이론이나 지식도 결국 `사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일깨운다. “`사람`이 될수록 탁월한 치유자는 절로 된다”고 말하며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부의 중심은 어떤 경우에도 지식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어야 함을 역설하는 귀중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미학자 진중권은 과학기술 및 미디어의 발전과 더불어 인문학이 위기를 맞이한 오늘날 인문학 공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제기되는 인문학적 물음에 대답할 새로운 인문학의 구상을 제안한다. 이는 곧 인문학적 주제에 미디어의 관점을 접목하는 것으로서, 그는 미디어 이론에 기초해 디지털의 존재론을 `파타피직스`의 개념으로, 디지털의 인간학을 `호모 루덴스`의 부활로, 디지털의 사회론을`노동이 유희가 되는 사회`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22

인류 문명을 움직인 거대한 수레바퀴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만년 전, 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1만 년 전 인류는 자연을 다스리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4천년 후에 비로소 도시가 건설되고 최초의 문명이 시작됐다. 인류 문명은 찬란한 흥망과 엄혹한 쇠락을 거듭하면서 발전해왔다. 문명의 역사는 찬란한 문화와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광기와 폭력의 역사를 기록했다. 인류 문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안에서 역사를 추동시키고 지탱해간 그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회주의 역사학자 윌리 톰슨은 `노동, 성, 권력`(문학사상사)에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가 노동, 성 그리고 권력이라는 완전한 구조 안에서 발전한 것이며, 이 세 가지 핵심 동력은`역사의 씨줄과 날줄`에서 상호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톰슨은 역사를 관념이 아닌 물질에서 찾는 유물사관의 입장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과 쇠락의 역사를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한다. 인류 문명의 진화과정을 담고 있는 톰슨의 주장은 논증이 불가능한 가설을 배제하고 역사의 원인과 결과를 객관적이고 적확하게 밝혀내고 있다.△`노동`의 탄생 그리고 문명의 발전톰슨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노동이 어떻게 탄생했고 발전했는지 분석한다. 톰슨의 관점에서 노동은 역사를 통해 탄생된 산물이며 사회와 필연적 관계를 맺고 있다. 톰슨은 노동의 변모 과정을 살펴보며 사회의 발전과 그 성격을 파악한다. 19만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렵과 목축 노동을 하던 인류는 기술 발전과 함께 문명의 창조와 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지난 200여 년 동안의 급격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노동의 모습과 문명을 만들어냈으며 인류 역사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을 하는 자와 그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들의 대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 많이 가져가려는 자와 자기 것을 지키려는 자들의 투쟁이 사회 문명의 발전을 불러일으켰으며, 계급과 집단의 형성과 함께 폭력과 학살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성`과 차별 그리고 사회적 억압과 폭력톰슨은`성`을 권력과 차별의 역사로 규정하고 먼저 그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성의 생식과 종의 문제가 어떻게 인류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관련지어 왔는지 주목한다. 톰슨은 사회적 구조 안에서 다뤄진`성`과 그 차별의 양상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하는데 생물학적 측면에서 불리했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어떻게 종속적인 존재로 규정되었고 차별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설명한다. 나아가 톰슨은 성과 권력, 성과 종교 등을 통해 성 역할에서 비롯된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밝혀낸다.△`권력`과 계급 그리고 불안한 미래톰슨은 권력관계, 즉 계급의 차이에서 발생되는 행위와 폭력이 어떻게 작용하며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왔는지 주목한다. 집단과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권력관계가 진보하는 역사의 원동력으로 또는 폭력과 광기의 역사로 빚어지게 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떤 집단에서든 `권력관계`는 반드시 발생하고 유지되는 역사의 필연적 요소다. 또한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빚어진 현대 사회의 모순들을 지적한다. 노예제와 임금 노동, 진보된 기술에 의한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과 같은 역사적 발전이나 진보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빚어진 불안한 미래에 대한 진단을 빼놓지 않는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22

현실정치에서 부딪치는 위기 그 해법 찾기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까지 정치철학자 45명의 사상을 다룬 `정치 철학`1·2(민음사)가 출간됐다.저자 정치철학자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는 중국이 특히 철학 분야에서 국가중점대학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산대학교에서 외국인 교수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며, 세계적 학술 출판사인 영국 루틀리지 출판사에서 동아시아 정치철학 책임편집자로도 동양인으로서는 최초의 학자다.정치철학자로서 지난 20여 년간`갈등 조정 메커니즘`과 `정치적 리더십`을 고민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현실정치에서 맞닥뜨리는 위기들의 해법을 고민하기 위해`정치사상사`의 형식을 빌려 그 근원들을 찾아 나선다. 이탈리아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와 라틴어 텍스트와 같은 1차 자료를 직접 찾아 정치사상사를 설계했다. 또한 챕터마다 현실에서 절실한 질문들로 시작해 정치철학이 이데아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학문임을 입증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정치철학 다시보기`의 논점들을 확대해 2권으로 묶어낸 이번 책을 통해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국 사회의 문제를 푸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정치와 도덕은 화해할 수 있나, 지배 없는 권력은 가능한가 등 10가지의 주제를 씨줄로 놓고 45명의 사상가들을 날줄로 엮어 나간다. 고대 그리스는 소포클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고대 로마는 키케로에서 타키투스까지, 중세는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단테까지, 르네상스는 마키아벨리에서 루터까지, 근대는 보댕에서 니체까지, 그리고 현대 학자로는 토마 피케티와 조르주 아감벤 등을 소개한다.궁극적으로 이 책은 공화주의자가 공화가 아니라 자유에 주목하고, 민족주의자가 영광이 아니라 공존을 열망하고, 급진주의자가 혁명이 아니라 절차에서 해답을 찾고, 자유주의자가 경쟁이 아니라 재분배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또한 갈등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립되고 상충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대결이 폭력적 대치로 귀결되지는 방법을 고민하는 관찰자의 신중함을 제공해 주길 원한다. 만약 이 모두가 우리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진지하게 경험될 수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가능하게 만들 정치적 상상력이 편견과 현실이라는 장벽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정치철학의 생명력은 삶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세상을 바꾸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비록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폭력과 사회공학으로 전락한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정치철학의 존재 이유는 `교조적 이념의 재생산`을 피해 `가능한 최선의 실현`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철학의 올바른 역할은 명백히 비이상적인 현실에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방도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정치철학자의 비판적 사고는 자유와 평등을 비롯한 정치적 가치를 설득하려는 노력과 어떤 형태의 자의적 정치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리를 이야기하려는 태도에서 빛을 발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22

정면은 전부가 아니다 반드시 존재하는 이면

2005년`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선향 시인이 12년 만에 첫 시집`여자의 정면`(실천문학)을 펴냈다. 시인의 첫 시집은 `여성의 시에서는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편견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가 다뤄왔던 현실의 영역이 누구의 세계였는가를 되묻고 있다. 한나 아렌트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여성적 주체의식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을`아무나`가 아닌 구체적인 실존을 거느린 상황 속의 얼굴로 되살려낸다.여성 정체성 범주에 문학을 얽매이지 않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유대를 이룰 수 있는 풍요로운 교감의 세계를 창조하면서도 여성의 근본적 존재 조건으로서의 신체에 대한, 그 근본적인 고통으로 점철된 사색 속에서 시인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 근시안적 관심에 갇히지 않고 보통명사로서의 여성의 삶과 현실과 고난과 사랑에 대해 새로운 삶의 단계를 노래하고 있다.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 문학사에는 중요한 여성 시인들이 있었다. 시인은 최승자, 김혜순으로 대표되는 여성시의 계보를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자리를 확보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고통스러운 신체를 예술로, 절망을 연꽃으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이 떠오른다고 평한다. 그만큼 시인의 시는 문제적이며 일상 속에 내재된 고통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너도 똑같아, 반쪽만 보여주는 것들!화가 정수리까지 치민 나는 과도로 물고기 배를 갈라양변기에 패대기치고는물을 쏴아, 내려버렸지 그런데 글쎄빨려 들어가는 구피 눈동자에 그녀의 정면이 박혀있었던 것 같아허겁지겁 손을 양변기 속으로 집어넣고야 말았는데그녀의 정면은 정말 무엇이었을까”―`그녀의 정면`부분`내`가 끝내 알 수 없는 이면은 언제나 존재한다. “반쪽만 보여주는 것들”이 기만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웃음의 이면에는 슬픔이, 사랑의 이면에는 증오가 있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게 중요하다. 시인은 자신의 정면을 보여준다거나 다른 이의 정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면은 정말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사물이나 일상 속에서 현실의 비밀을 찾는다. 이를테면, 집 밖으로 `떠돈다`고 여겨지나 실상은 매 순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숱한 여성들을 한 명씩 꼽아보고(`여자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의 안부를 살피며(`소금 호수`),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중년 남자에게 어린 여인의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을 포착하고(`손등`), 수술한 남편 대신에 혼자서 생선 장사를 하는 “프엉 씨”의 “발개진 얼굴”에서 “하노이의 오월을 붉게 물들이는 꽃”(`붉은 꽃, 흰 꽃`)의 기운을 발견한다. 독자는 시인의 시를 통해 독자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소외시키기 일쑤인 우리 현실을 새삼스레 바라보게 된다.▲ 김선향 시인시인은 시라는 `외줄`에 끈질기게 매달린다.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버금가는 일”이다. “오랜 인후염으로 목소리는 갇혀버렸고 결막의 혈관이 터져 한쪽 눈엔 피가 그득 고여 있고 아이들은 울며 매달리다가 마침내 깨물기까지”하는 상황에서 시인은`시`를 포기하지 않는다. 외면하지 않는다, 가난한 자들을, 소외된 자들을, 슬픈 자들, 그 속에서 분명하고도 입체적으로 “여자의 정면”이 드러난다.이 시집은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또 다른 가능성을 집요하게 묻는다. 시인은 시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당위를 따라나서지 않고 시가 무엇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묻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김선향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수원시다문화센터에서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월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15

`더욱 지독한 혼자만의 세계` 무인도

지도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디작은 섬들, 무인도.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니 말로만 들어서는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정글을 찾아들어가 며칠 밤을 보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얼핏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 그러나 단언컨대, 무인도에 간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생존`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 날아가는 새를 잡아 목을 비틀고,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꺼내 손질해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이 섬에 데려다준 뱃사람이 다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도저히 뭍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 곳. 사방이 바다지만 마실 물이 없어 목말라 죽을 수도 있는 곳. 그야말로 냉혹한 `생존`의 장소다.산문집`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달)의 작가 윤승철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대원들을 모아 무인도에 들어가기를 벌써 몇 해째 계속해오고 있다. 함께도 가지만 혼자도 간다. 아직 서른이 채 안 된 나이에,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의 도전정신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살면서 체득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몸에 새겨진 유전자 같다.`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에는 그가 무수히 다녔던 무인도 중에서 해외 3곳, 국내 3곳, 총 6곳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크로네시아의 온낭, 뉴칼레도니아의 쁘띠 테니아, 팔라완의 해적섬, 그리고 우리나라 경남 통영의 가왕도, 인천시 옹진의 사승봉도, 전남 완도의 지초도가 바로 그곳이다.사람이란 본디 육지에서도 철저히 홀로 존재하지만 무인도에 입성하는 순간 더욱 지독하게 혼자가 된다. 그것이 윤승철 작가가 무인도를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무인도를 벗어나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과연 책에서 저자가 무인도에 갈 때 당신에게 꼭 가지고 가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15

100% 타인일때 열리는 이해의 가능성

2013년`작가세계`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돼 등단, 그 작품으로 다음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다가갔던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쇼코의 미소`(문학동네)가 출간됐다.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쇼코의 미소`는 저마다의 날카로운 감식안을 지닌 소설가와 평론가들로부터 공통의 감상을 이끌어냈다.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 정통적인 방식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쇼코의 미소`가 지닌 특별함이 담겨 있다.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표제작`쇼코의 미소`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정직하게 마주한 최은영의 질문으로도 읽힌다.지방 소읍의 고등학교 일학년생 소유는 교환학생 자격으로 오게 된 일본인 쇼코와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다고. 실제 어떤 마음 상태로 쇼코가 웃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알 수 없는 이질감 탓에 소유는 쇼코의 미소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다.오해를 거쳐 서로에 대한 이해를 향해 소설이 진행돼 갈 때, 우리는 산뜻한 뒷맛을 남기며 이야기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게 된다. 어떤 상큼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가 끝나기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쇼코는 그 예의바른 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라는 문장이다. 기나긴 시간을 돌아 간신히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게 됐다고 생각했을 때 목도하게 되는 이 서늘함. 바로 여기에 타인을 대하는 최은영의 태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타인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타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을 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100퍼센트의 타인으로 마주서 있을 때, 그 순간 이해의 가능성도 열린다는 것을 말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15

몸과 마음의 통합 에너지 순환 `차크라 명상법`으로 활력 찾기

우리 몸의 에너지 중심점인 차크라 에너지를 알아차리고 누구나 손쉽게 계발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차크라의 힘`(판미동)이 출간됐다.바퀴라는 뜻을 가진 차크라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주요 에너지 센터다. 척주를 따라 늘어선 일곱 가지 차크라 중 어디에서라도 에너지 균형이 깨지거나 막히면, 육체적 심리적 건강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나 금전적인 부분 등에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세계적인 요가지도자로서 전작인`호흡의 힘`에서 가슴을 반만 열고 얕은 호흡을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정통 요가의 호흡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던 저자 스와미 사라다난다는 이 책에서 전체적인 생기 에너지를 정돈한 후 구체적으로 각 에너지 센터에 집중하는 방법으로서 요가와 명상법을 제시한다.차크라 에너지를 강화하고 균형을 잡는 데 특히 효과적인 호흡법과 요가 자세들은 물론이고, 오감을 활용한 명상, 감정 다스리기, 함께하면 좋은 음식과 보석 등 다양한 방식들은 차크라 에너지를 일깨우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해를 돕는 다양한 그림과 컬러풀한 사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명상법으로 차크라를 정화하고 인도철학의 핵심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부록에는 각 차크라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카드 형식으로 수록해,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차크라:힌두교·탄트라 불교의 개념으로 인간신체의 여러 곳에 있는 정신적 힘의 중심점 가운데 하나.

2016-07-08

매순간의 死線…긴박한 생과 사의 넘나듦

긴박한 죽음을 마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순간 “선택”에 직면하고, 수없이 많은 “만약”이 가슴을 옥죈다. 순간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지병만 없었더라면, 수술방만 있었더라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곁을 지키던 나를 봐서 환자가 좀더 버텨주었다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일들….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33)씨가 그간의 글을 모은 책 `만약은 없다`(문학동네)는 그런 만약의 순간에 대한`글쓰는 의사`의 기록이다.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손보거나 새로 쓴 에세이 38편이 실렸다. 마지막 순간 그의 손을 잡고 생의 길로 돌아왔거나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사람들, 그리고 의사로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아이러니와 유머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숨결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해낸 글들은 `기록의 경이를 넘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인간극장`이다.24시간 불을 밝히는 응급실. 수만 명의 환자와, 수천 명의 자살자와, 수백 구의 시신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이곳. 한때 죽으려고 했으나 곧 죽음에 맞서 제 손으로 죽음을 받아내기도 놓치기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응급의학과를 평생의 길로 선택한 한 의사가 있다.그는 하루 한 편, 혹은 일주일에 두세 편씩 마치 독백하듯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페이스북에 써내려갔다.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이들의 이야기와 생사의 길목에서 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 편의 희극과도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그의 페이스북을 방문하는 이들은 그가 써내려간 긴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1부는 응급실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응급실은 복통이나 열상과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찾기도 하지만, 긴박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이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의 대화는 긴장감이 넘치고, 상황에 대한 묘사는 피를 솟구치게 하고 울음을 쏟게 만들며, 때로는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을 멈추게 한다. 그것이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고통을 마주하는 고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죽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한 50대의 남성(`죽고자 하는 열망`), 1개월 시한부를 앞둔 담도암 말기 환자의 교통사고(`죽음에 관하여`36쪽)처럼 우연이라기엔 잔인한 죽음의 진실을 비롯해 의사에게 메스가 지닌 의미(`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와 소방대 구급대원이나 응급상황관리사의 상담을 수치로 평가하는 일(`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에 이르기까지 1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겪은 죽음의 편린들이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2부는 알지 못하는 세계는 의사로서 직업적으로 겪은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응급실에서 만난 재미난 사건들까지 유머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글들로 구성돼 있다. 모텔 가운을 입고 나타난 성기골절 환자(`어떤 골절`),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이불이 배가 아프다고 주장해요`), 2010년 월드컵 당시 응급실의 분위기(`월드컵 16강`)와 군부대 진료실의 이야기(`기묘한 진료실`) 등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응급실이란 곳이 희로애락이 담긴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8

이동기 교수 `퇴계의 인성교육` 우수도서에

▲ 이동기 영남대 교수 이동기 영남대 교수(교양학부)의 저서 `퇴계의 인성교육(영남대학교출판부)`이 2016년 문화관광부 세종도서(우수도서)에 선정됐다. `퇴계의 인성교육`은 퇴계의 삶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인성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해법을 고민한 성과물이다. 퇴계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학문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가 평생 동안 추구했던 앎과 삶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술하고 있다.이 교수는 퇴계가 인성교육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구인성성(求仁成聖) 지경공부(持敬工夫) 지행병진(知行竝進)의 원리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다뤘다.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을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했고 실천했는지 다각도로 찾아보고 있다.나아가 퇴계의 교육철학에는 무엇이 담겨있으며, 어떻게 후대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각종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이동기 교수는 “퇴계를 성인이나 학자로서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퇴계`로 드러내어 일상인으로서의 삶을 인성교육적인 측면에서 오늘날 접목시킬 수 없는지를 모색했다”며 “`퇴계선생연보`와`퇴계선생언행록`의 옛 기록들을 바탕으로 그가 삶속에서 인성교육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살펴보고 퇴계의 사상과 삶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8

`詩` 너를 향한 한없는 설렘

지금껏 13권의 시집과 1권의 시선집을 출간하고 24년간 제27회 만해문학상, 제6회 백석문학상, 제4회 지훈문학상 수상자로 새로운 시와 시인의 발굴에 힘써온 이시영 시인의 `시 읽기의 즐거움―나의 한국 현대시 읽기`(창비)가 출간됐다.1996년 무렵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긴 시차를 두고 쓰인 글들을 묶어낸 이 책은 1995년에 펴낸 산문집`곧 수풀은 베어지리라`이래 21년 만에 펴내는 시 산문집이다.오랜 시간 시를 써오고 또 읽어온 그이지만 시에 대한 애정을 산문으로 적은 것은 지극히 드물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맹렬한 독서인, 예리한 판단력으로 정확한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드문 문인-편집자로 이름을 날린 이시영 시인은 시에 대해서만은 한없는 설렘과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 `시 읽기의 즐거움―나의 한국 현대시 읽기`는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선후배 시인들의 시를 읽고 벗해온 시인이 진솔하고 다정하게 써내려간 시와 사람에 대한 사랑의 기록이다.1부는 시인이 열과 성을 다해 배우고 즐겨온 선배 세대의 시를 깊이 읽어낸 글들이 주류를 이룬다. 멀리는 백석에서 청록파의 박목월 조지훈을 거쳐 신경림 고은 김지하 김수영 김종삼까지 시인과 함께 따라 읽다보면 시를 즐기는 다채로운 방식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2부는 200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서 청중과 함께 읽은 시집들이 주를 이룬다. 장철문 안도현 나희덕 박형준 김행숙 등 모두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들의 신작시집 가운데 한두편을 골라 어떤 면이 놀라운지, 그 시가 왜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다. 때로는 리듬에, 때로는 시어에, 때로는 풍경과 대상을 구현하는 상상력에 감응하면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분석하기보다 그저 “감각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에서 시인이 생각하는`좋은 시`를 그려볼 수 있다.3부에는 또한 1970, 80년대의 격동기 한국문학운동에 앞장서 참여해온 문인-편집자의 한 사람으로서 증언하는 험난한 여정, 그 시절을 함께 견뎌온 선후배·동료 문인들에 대한 정겨운 뒷얘기를 적은 글들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24년간 남의 시를 가려 읽고 선택해야 하는 `창비시선` 편집자로서 지녔던 고뇌와 자부심, 고교 은사의 시를 돌려드려야 했던 곤혹, 김지하 시집과 관련해 군부독재 시절 겪은 수난의 역사가 오롯하다.이처럼 문단사의 산 증인이자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로서 시인은 2015년 한국문학판을 뒤흔든 표절 논란과 그로 인해 촉발된 문학권력 논쟁의 와중에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진지한 예술가는 늘 비주류`외 4편의 글은 극단적 비난과 비현실적 쇄신안이 난무하던 가운데 객관적 시선과 독보적인 균형감각으로 표절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함께 진정한 문학의 쇄신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글들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8

`폼페이`의 화려하지 않은 일상

신간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글항아리)은 전문적인 역사서이자 실용적인 안내서이며 역사 속에 생명이 깃든 생생한 이야기다. 저자 메리 비어드는 그리스 로마의 언어와 문학, 역사를 연구하는 고전학자다. 남성 위주의 학문이었던 고전학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비어드의 장점은 무엇보다 학문적인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글, 독자를 배려한 글을 쓴다는 점이다.2008년 울프슨 역사상을 수상한`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도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 기조에서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화려하지 않은 일상적인 것을 다루는 방향`을 지향했던 비어드답게 폼페이 사람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서기 79년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사라졌던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 도로에도 마차가 달리는 일방통행로가 있었다는 이야기, 부촌과 달동네 구분 없이 대갓집과 서민 주택이 뒤섞여 있었다는 이야기, 실내장식 취향, 빵집 주인, 금융업자, 가룸 제조업자 등의 먹고사는 이야기, 로마 하면 떠오르는 음식, 포도주, 목욕, 오락, 게임 이야기 등.때로는 지금 우리와 비슷해서 공감이 가고, 때로는 많이 달라서 신기한 고대인의 일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윤희정기자

2016-07-01

잠든 자에겐 반드시 꿈이 찾아온다 `꿈의 뿌리`

신간 `꿈 이야기`(민음사)는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들려주는 꿈과 상상동물에 관한 이야기다.도서관 사서로 오랫동안 일하고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보르헤스는 방대한 독서량과 그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저작으로 `20세기의 도서관`으로 불린다.그는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에서 만난 이야기를 뽑아 하나의 주제로 묶는 작업을 즐겼는데, 특히 인간의 꿈에 큰 관심을 가진 그는 `꿈 이야기` 서문에서 “조지프 애디슨은 잠이 든 인간의 영혼은 육체를 벗어나 극장이자 배우이며 동시에 관객으로서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즉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은 우화 작가의 역할을 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이 책에는 수메르 신화에서부터 창세기, 북유럽 전승 설화, 중국의 `홍루몽`까지 꿈에 관한 이야기들이 망라됐다.세상에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잠든 자에게는 반드시 꿈이 찾아온다. 불면에 시달리는 예민한 자아가 만나는 강렬한 악몽이든, 숙면의 끝에 찾아오는 행복하고 푸근한 꿈이든, 깜빡 잠든 한낮에 본 의미심장한 백일몽이든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의 일부는 뇌리 깊숙이 영상으로 각인된다.현실을 뒤바꾸는 허구와 허구 속에 잠재한 현실을 묘사하며 20세기 문학의 새로운 명제를 예지한 세계적 거장 보르헤스는 인류가 공유한 원형에 내재된 꿈의 역사를 펼쳐 보이며 그 연원을 되짚어 올라간다. 그가 바라보는 꿈이란 바로 다른 삶이자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각보의 일부이다.이 작품은 동서양의 고전에서부터 중세적 상상, 종교적 상징에서부터 현대의 악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꿈의 지도를 누비며 인간에게 꿈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돌아보게 해 준다. 영생을 바로 눈앞에 두고 허망하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길가메시의 좌절, 꿈의 사람 요셉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신의 계시, 카프리 섬에서 만년의 카이사르를 사로잡은 미망의 꿈, 자신의 죽음을 직시한 공자의 환상, 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상념에 이르기까지…./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1

“묻혀 있는 좋은 시 발굴에 최선 다할 것”

“좋은 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 외롭게 좋은 시를 쓰고도 빛을 못 본 시인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시대`가 창간됐다.`시인시대`는 울릉도 출신 의사로 기부천사이자 시인 겸 수필가로 활동하는 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 원장이 발간을 추진해온 문학잡지 2016년 여름 창간호다. 계절마다 연 4회 발간된다.창간을 주도한 박언휘 원장은 “문예지는 많이 나온다. 특히 시 전문지는 더 많다. 하지만 시 전문 계간지는 아직 부족하다. 특히 시의 도시라는 대구는 예나 지금도 많은 시인을 배출했고 활동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시 전문 문예지가 없다는 아쉬움으로 창간하게 됐다”고 말했다,박 원장은 “나는 의료인이면서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는 시인이다. 시인으로서 시를 쓰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시를 쓰는 일 외에 지역 시단 발전에 작은 역할을 할 수 없을까를 고민을 해 왔고 그 결과가 `시인시대`를 창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시인시대` 창간호는 내실 있는 여러 콘텐츠로 꾸몄다. 도광의 시인을 비롯한 시인 28인의 신작 시를 담았다. 기획 특집`시, 소통을 말하다`에서는 이건청, 송종규, 류인서, 장옥관, 송재학 시인이 직접 고른 시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첫 회에서는 정호승 시인이 직접 고른 시들을 소개하고 정 시인의 작품론을 게재한다. 문학평론가 문혜원 교수는 `시인 깊이 읽기`를 연재한다.시 전문 월간지 `현대시학` 주간을 맡아 현대시학을 한국 대표 시 문예지로 성장시킨 정진규 시인은`자전 시력 60년`을 연재하고 한국 현대 시사를 엮어나갈 계획이다. 박찬일 시인은 철학 에세이를 수록했다.울릉/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16-07-01

인간존재에 대한 `평행우주`의 이론적 근거

2009년 소설집`인형의 마을`(2008)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직후부터 깊디깊은 침묵과 수련의 시간을 걸어온 작가 박상우가 8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비밀 문장`(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이 작품은 한 소설가의 영혼을 끝 간 데까지 밀어붙여, 실재 너머-의식 너머의 세계를 한국문학에 끌어온 기념비적 소설이라 할 만하다. “강렬하게 원하는 것은 언젠가 자살의 근거가 된다”는 소설의 첫 문장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유전자에 이식된 수정 불가능한 프로그램”(12쪽)처럼 오로지 `소설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온 스물아홉 살 문필우. 하지만 그는`등단`이라는 제도적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로 서른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소설은 그가 스물아홉에서 서른을 향해 가던 한 시기, 인생의 항로를 뒤바꿔놓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는, “생로병사의 틀 안에서 인간이 저마다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처럼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입자 단위도 모두 스토리를 지닌”(322쪽)다고 보았다. 이 말은 곧, 자그마한 한 알의 사과 씨앗 속에 온 우주의 바람과 햇볕과 인간의 땀이 들어 있듯, 인간 역시 타인과 나뉘어서는 설명될 수 없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작가가 간절하게 알고자 갈구한 모든 것들은, 결국 타인과 나누기 위해서였던 것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1

모든 인간고난에 대한 단하나의 열쇠는 사랑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20세기 사회심리학의 거장 에리히 프롬(1900~1980년)의 평전 `에리히 프롬 평전 - 사랑의 예언자 프롬의 생애`(글항아리)가 출간됐다.에리히 프롬은 독일 출신의 유태인으로 나치즘이 대두하자 1933년 미국으로 망명해 활동했다. 1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의 광기어린 집단 히스테리를 목격한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문 속에서 청년기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자유의 의미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대중이 파시즘의 선풍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근대인에게서의 자유의 의미`를 탐구했다. 사회심리학의 개척자로서 현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내는 뛰어난 저작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작가인 동시에,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혼란한 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한 정치활동가이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자였던 그는 젊은 시절 비판이론을 발전시킨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몸담기도 했으나 퇴출당했고, 학▲ 에리히 프롬자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프롬은 인간의 폭력성과 군중의 소외, 잔혹한 국수주의에 대해 강연하고,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상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면서 대중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가치는 `자유`와 `사랑`이었다.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사랑을 발현하는 것만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봤다. 평전은 프롬이 숨을 거둔 뒤 여러 언론이 부고 기사에서 인용한 그의 말로 끝을 맺는다.“인간 실존의 모든 고난에 단 하나의 만족할 만한 해답은 바로 사랑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1

“꿈을 어루만지는 기상천외한 상상자극”

리엄 니슨 주연 영화 `언노운`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데뷔 이래 서른 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해온 그는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각본과 각색 작업을 통해 대중적인 필력을 널리 인정받은 작가다. `언노운`외에도 여러 작품이 해외 유명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 됐으며, 그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각색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민정책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 `편도 승차권`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평단으로부터 문학성도 인정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빛의 집`(문학동네)은 초현실주의 화가 그네 마그리트의 명화 속으로 들어간 인물의 특별한 모험을 그린, 반 코뵐라르트의 기발한 상상이 빛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화자는 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속 주황색 불빛이 켜진 집 안에서 마그리트의 옛 애인을 만나고,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화가의 그림 한 점을 발견하며, 헤어진 여자친구와 재회해 꿈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그가 겪은 것은 사 분 삼십 초 동안의 사망 상태! 그는 현실보다 더 매력적인 그림 속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아마존 주술사를 만나고, 뇌 과학 연구소를 찾아가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등 초현실적인 모험을 이어간다. 작가는 따뜻한 감성, 유머, 판타지, 풍자를 뒤섞어 평범한 한 인물이 예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르 피가로는 `빛의 집`에 대해 “현실의 경계에 위치한 형이상학적 보드빌. 기묘하면서도 치밀한 자료를 토대로 한, 재기 발랄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노트르 탕은 “작가는 따뜻한 감성, 유머, 판타지, 풍자를 적절히 뒤섞어 우리의 꿈을 어루만지고, 기상천외한 상상을 자극한다”고 평가했다.디디에 반 코뵐라르트는 196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으며 1982년 첫 소설`스무 살과 사소한 것들`로 델 뒤카 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사랑의 물고기`와`유령의 바캉스`로 각각 로제 니미에 상과 구텐베르크 상을 받았다. 1994년, 불법 이민자와 외무부 강제송환 담당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민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린 `편도 승차권`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소설 외에도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뮤지컬로 각색해 1997년 몰리에르 상 최우수 뮤지컬 부문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희곡 대상을 수상한`천문학자`등 여러 편의 희곡과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리엄 니슨 주연의 영화`언노운`등 여러 편의 소설이 영화화 됐다. 그 밖의 작품으로`언노운` `어느 나무의 일기` `금지된 삶` `반(半) 기숙생` `양아버지``우리 인생의 여자``쥘`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을 통해 페미나 에브도 상, 마르셀 파뇰 상, 메사르디에르 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