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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을 뭐라고 할까요?

등록일 2026-04-15 17:36 게재일 2026-04-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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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학자

며칠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라키비움’이라는 단어가 우리말 다듬기 예시로 나왔다. 
 “책을 읽고 기록을 살펴보고 전시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라키비움(larchiveum)’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 표현은 우리말로 다듬으면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합니다.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기능을 함께 갖춘 공간이나 시설을 뜻하는 말이에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 이제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전해 보세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우리말, 오늘도 하나 더 알아갑니다.” 
 

라키비움(larchiveum)이라니, 도서관학, 기록학, 박물관학 분야의 전문용어라는데 2008년 미국의 기록전문가가 만든 이후 꽤나 널리 퍼져있는 단어인 것 같았다. 상당히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도서관(library)의 첫 글자 엘과 기록보관소(archive)의 아카이브, 박물관(museum)의 뒷글자 움을합성해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바로 이해는 된다. 
 

그러나 라키비움을 쓸 때마다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고,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뮤지엄 등 외국어 자체도 부담인 데다가 각 단어의 알파벳 몇 개를 뽑아서 만들었으니 편하게 받아들이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래전 ‘아카이브’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도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라키비움이라니 나도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인지 3년 전쯤 국립국어원에서 라키비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다듬자고 제안했다는데 잠잠하다가 우리말 다듬기 예시 단어로 나오면서 논란이 촉발된 것이다. 한쪽에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인데 굳이 한글로 번역해서 써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라키비움이라는 단어가 미국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거의 한국에서만 쓴다면서 우리말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내가 맞닥뜨리는 어려움도 번역 또는 말 만들기와 관련이 있어서 이 논쟁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가능하면 관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중적으로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만들자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요즘 노자의 ‘도덕경’을 강의하면서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혼자 공부할 때는 생각지 못했던 난관을 자주 만난다. 한문을 한글 단어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7장에 나오는 ‘要妙’라는 단어를 그냥 요묘라면 무책임해보인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신비로운 요체’라 하고, 어떤 이는 ‘본질적인 요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어느 수강생의 제안대로 우리말 단어로 만들고 싶지만 어렵다. 이런 단어를 우리말 단어로 만드는 것은 전문가들의 중요한 과제이다.
 

 ‘라키비움’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듬어야 할 말로 예시했다는 것은, 그것도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대중적인 단어로 다듬었다는 것은, 이 단어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는 ‘라키비움’ 공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라키비움은 아무래도 과한 것 같다. 이참에 제안해 보자면, ‘기록문화관’은 어떨까?

/유영희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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