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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집들이 무너진다”…4월 포항 경매시장, 고유가까지 덮친 ‘복합 붕괴’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6-04-15 17:42 게재일 2026-04-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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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중인 아파트 전경 조감도./임창희 선임기자


4월 포항 부동산 경매시장은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복합 붕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금리와 공급 과잉, 지역 경기 둔화라는 기존 악재에 더해, 최근 중동발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까지 겹치며 시장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실수요마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변화는 숫자가 아닌 ‘물건의 성격’에서 먼저 드러난다. 과거에는 외곽 노후주택이나 소액 투자 물건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도심 아파트, 상가, 토지까지 전방위적으로 경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특히 ‘살 만한 물건’조차 팔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체력이 급격히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실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경매 사례를 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하다. 북구 장성동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 약 3억2천만 원에서 1회 유찰 후 최저가가 2억2천만 원 수준으로 하락하며 70% 선이 무너졌다. 남구 대잠동의 한 아파트는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거주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도 ‘반값 경매’가 현실화된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더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구룡포읍의 한 상가 건물은 감정가 4억6천만 원에서 수차례 유찰 끝에 2억 원 초반대까지 하락했고, 도심 상권의 중소형 상가들 역시 공실 부담 속에 30~50% 수준에서야 매수세가 붙는 흐름이다.

토지는 사실상 거래 기능이 멈췄다. 북구 신광면 일대 농지는 감정가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응찰이 없고, 구룡포 임야는 5~6차례 유찰을 거치며 10%대 초반까지 내려가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나타난다. 이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수요 자체의 실종’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유찰 → 가격 하락 → 추가 유찰’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다. 경매 물건은 늘어나지만 응찰자는 줄어드는 전형적인 수요 붕괴 국면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 고유가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단순한 생활비 부담 증가를 넘어 부동산 시장의 매수 여력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 가처분소득 감소는 곧 주택 구매 포기로 이어지고, 이는 경매시장에서는 입찰 감소로 직결된다. 특히 차량 이동 의존도가 높은 포항의 도시 구조상 유류비 상승 충격은 더욱 크게 체감된다.

더 큰 문제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연쇄 효과다.철강과 건설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에서 고유가는 물류비·원가 상승을 통해 기업 수익성을 압박하고, 이는 고용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버틸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적 충격으로 나타난다.

현장에서는 이미 그 징후가 뚜렷하다.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물, 장기 공실 상태에 빠진 상가, 자금 경색으로 멈춰선 개발 사업지들이 경매로 넘어오고 있지만, 반복 유찰 속에 가격만 떨어지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다.

공급 과잉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과 기존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 물건까지 쏟아지며 시장은 ‘초과 공급 구조’에 고착됐다. 이는 가격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기존 자산 가치까지 끌어내리는 도미노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일부 ‘버티는 자산’은 존재한다.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입지나 선호도 높은 아파트는 제한적이나마 경쟁 입찰이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높은 낙찰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시장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전반적인 흐름은 명확한 하락 국면이다.

결국 4월 포항 경매시장은 금리, 공급, 유가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위기 상황이다.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시장 체질이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지역의 한 부동산 경매 전문가는  “지금 포항 경매시장은 가격이 싸서 안 팔리는 게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해서 안 사는 구조다. 바닥은 가격이 아니라 ‘수요가 돌아오는 시점’에서 확인된다. 지금은 아직 그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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