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국익’이 지배하는 국제정치는 냉혹하다. 미국의 ‘힘의 정치’와 이란의 ‘신정정치(theocracy)’가 격돌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고, 이란의 주변국 공격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전쟁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중동전쟁이 주는 국제정치적 함의(implication)를 알아야 합리적 안보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까닭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세계 최강의 힘’을 앞세운 전쟁은 오히려 미국의 한계를 드러내었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NATO·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들에게 협력을 요구했으나 그들 역시 자신의 국익을 고려하여 거절했다. 명분 없는 힘의 정치로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자 트럼프는 NATO 탈퇴와 미군철수를 협박하는 등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배치된 무기를 이란전쟁에 투입함으로써 미국이 과연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쟁이 한국에 주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자주국방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자기중심적 행태를 지켜본 동맹국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고 있다. 주한 미군의 전략무기를 중동으로 빼내고 파병까지 요구한 것은 한미동맹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핵 위협과 한미동맹의 변화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갖는 것이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힘’이다. 힘이 없으면 북핵의 인질이 되거나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전에서 핵심전력으로 등장한 저비용·고효율의 드론전력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 북한의 강점인 전자기 공격, 집속탄을 활용한 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호르무즈 봉쇄로 그 취약성이 드러난 우리의 에너지안보, 즉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나 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캐나다·호주·아프리카 등 원유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한편,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석유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동맹의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리’이다. 이제 동맹의 의무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과 거래의 대상이 되었으며, 미국은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는데, 정작 한국은 우리를 돕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핵 관련 발언에 대한 미국의 비판, 쿠팡 사태를 둘러싼 이해충돌 등 도처에서 한미동맹의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동맹국 간에도 이견과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핵확산 억제력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한미동맹을 잘 관리해야 한다. 동맹에 불필요한 갈등유발을 삼가하고 협력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상호의존관계를 심화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동맹은 약속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