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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은 지금 = 경주시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6-05-17 11:49 게재일 2026-05-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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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도시 넘어 ‘미래 에너지 수도’ 꿈꾼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조감도.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i-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강화한 한국형 소형 원자로이다.  정부는 2030년대 초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정부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초도호기 부지 선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전국 지자체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차세대 원전 시장의 주도권은 물론 미래 산업 생태계와 국가 에너지 전략까지 연결된 사업인 만큼 각 지역의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나 정치적 상징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초도호기’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국내 첫 i-SMR은 기술 안정성과 경제성, 주민 수용성, 산업 연계성까지 동시에 검증해야 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어디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상용화를 현실화할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경주는 현재 거론되는 후보지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준비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는 이미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핵심 기반이 집적된 도시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중수로해체기술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SMR 국가산업단지까지 원전 산업 전 주기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감포 일원에서 추진 중인 SMR 국가산업단지는 경주의 미래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다. 

연구와 실증, 제작과 운영이 동시에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경주는 단순한 원전 운영 도시를 넘어 ‘차세대 원전 산업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른 지역들도 원전 유치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연구·실증·제조·운영·해체까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는 ‘원자력 전주기 클러스터’를 현실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경주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경주의 경쟁력은 ‘속도’에 있다. 초도호기는 일반 원전과 달리 상징성과 실증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기술 검증과 상용화 일정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사업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 원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경주는 월성원자력발전소 내 유휴부지와 기존 송·변전망 활용이 가능하다. 신규 원전 사업마다 반복되는 환경영향평가와 송전망 구축, 주민 협의, 기반시설 조성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신규 원전 사업은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 주민 협의까지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경주는 이미 수십 년간 원전을 운영해 온 경험과 기반시설이 축적돼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0년대 초 상용화’ 로드맵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경주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산업적 확장성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단순 전력 생산을 넘어 AI 산업과 탄소중립, 수소경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인 대규모 무탄소 전력 공급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주의 i-SMR은 단순 발전소 건설에 머물 가능성이 낮다. 인근 포항 철강 산업과 연계한 청정수소 생산과 수소환원제철 모델은 대한민국 산업 구조 전환의 실질적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SMR에서 생산된 전기와 열을 활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포항 철강 산업과 연결하는 구상은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 직결된다. 

경주와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원자력·수소 산업벨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SMR 특별법 역시 경주에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원전·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아무리 차세대 원전이라 하더라도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초도호기라는 특성상 더욱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 지속적인 주민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 수용성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경주는 수십 년간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전선에 있었던 도시다. 원전 운영 경험은 물론 방폐장 유치 과정에서 축적된 사회적 합의 경험 역시 다른 지역과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주민 수용성과 산업 기반, 행정 경험을 동시에 갖춘 지역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i-SMR 초도호기 선정은 단순한 지자체 경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미래 방향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선택에 가깝다.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은 가장 준비된 곳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금 경주가 차세대 원전 중심지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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