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대나 공직 사회를 바라볼 때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번지르르한 외양, 그리고 이력서 한 줄을 가득 채운 화려한 경력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훌륭한 공직자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지역 정가와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에는 깊은 회의감이 묻어난다.
“머리에 기름 바르고 옷 잘 입는다고 의원 활동 잘하는 것 아니다.”
한 시민의 이 일침은 비단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연출과 이미지 메이킹에만 몰두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알맹이 없는 의정 활동을 정조준하고 있다. 단정한 용모와 세련된 태도가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의 기본 매너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의정 활동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진짜 의원 활동은 카메라 앞이 아니라, 민생의 현장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조율하는 고단한 과정에서 증명되는 법이다. 껍데기만 화려하고 알맹이가 비어 있는 ‘기름진 의원’에게서 지역의 미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행정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 경력 30년이 넘어도 인성과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다는 이른바 ‘행정 달인’들의 뼈를 때린다. 30년의 세월은 분명 존중받아야 할 경험의 자산이다. 하지만 오랜 경력이 곧 훌륭한 인성과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긴 세월이 관료주의적 타성이나 권위주의, ‘내가 해봐서 안다’는 독선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아무리 행정 시스템을 꿰뚫고 있어도, 시민을 향한 공감 능력이 없고 도덕적 자질이 부족하다면 그 경력은 한낱 권력을 쥐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철밥통의 관성이 아니라, 시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공익을 위해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공직자로서의 인성’이다.
결국 본질은 ‘사람’이다. 화려하게 치장한 외모도, 30년이라는 숫자의 무게도 결국 ‘인성과 자질’이라는 기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주민의 대표로 나서겠다는 이들이나, 행정의 수장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 모두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나는 지금 겉모습과 과거의 이력 뒤에 숨어 있는가, 아니면 진정성 있는 인성과 자질로 시민 앞에 서 있는가. 시민들의 눈은 생각보다 매섭고, 껍데기를 벗겨내는 안목은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