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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록일 2026-05-25 18:00 게재일 2026-05-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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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학 변호사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 아홉 번째에서, 우리의 삶에 대하여, “한 번/ 단 한 번/ 우리도 한 번뿐이다/그리고 다시는 없을 이 한 번”이라고 노래한다. 그는,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삶을 그대는 충분히 사랑했는가”라고 이 노래를 통해서 묻고 있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우리의 삶에 대하여,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이 삶을/너는 다시 한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악마의 입을 통해 속삭인다. 그는,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단 한 번뿐이라면 삶은 그리 무거울 이유가 없을 것이요, 영원히 반복된다면 삶은 그리 가벼운 그 무엇이 아닐 것이다. 릴케에 의하여 깃털처럼 가벼워진 삶과 니체에 의하여 바위처럼 무거워진 삶 사이에서 고민한 책이 전 세계인의 애독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쿤데라에게 있어서 ‘존재의 가벼움’이란 그저 단순히 가볍고 자유로운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허무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인간의 삶이 단 한 번뿐이라면, 삶을 다시 살아 볼 수는 없다. 

한번 선택하면 끝이다. 다시 실험해 볼 수도 없고, 비교해 볼 수도 없다. 쿤데라는, ‘단 한 번뿐인 삶이 과연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리허설 없는 연극이자,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인생. 그렇다면 무거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쿤데라는, 책의 시작에서 느닷없이 존재의 무거움, 니체의 ‘영원 회귀’를 소환하여 ‘단 한 번의 존재’와 대비시킨다. 책의 구절은 대충 이러하다. 
 

“한번 생각해 보자/모든 것이 우리가 경험했던 그대로 반복되어야 하고, 그 반복 자체도 끝없이 반복되어야 한다면?/ 영원 회귀의 사상이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우리의 삶은 그 무거운 짐 위에서 비로소 충만을 얻는다/ 그러나 무거움은 정말로 끔찍한 것이며, 가벼움은 찬란한 것인가?/ 한번은 없는 것과 같다/ 단 한 반만 존재하는 것은 전혀 존재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영원 회귀와 삶의 일회성을 대비한 것이다. 한 번뿐인 삶은 반복 되지 않으며, 절대적 의미도 확실하지 않다. 불확실하고 덧없으며, 그러므로 깃털처럼 가볍다. 가벼움은 불안이다. 불안은 견딜 수 없는 것,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존재의 가벼움을 견딜 수 있는가. 그렇다고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그것도 견딜 수 있는가. 하지만 어쩌랴. 삶은 가벼움이라는 날줄과 무거움이라는 씨줄로 짠 옷인 것을. 꽃이 슬픈 이유도 다시 피지 못할지 모르기 떄문이고, 사랑이 눈부신 이유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기 떄문이다. 이 덧없음 때문에 삶은 찬란한 것이다. 지금의 슬픔, 실패, 수치, 사랑, 병든 몸, 외로웠던 새벽들이 끝없이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삶을 긍정해야 된다. 다만, 가벼움을 견디지 못해 현실을 감상으로 덮어버리는 의식의 마취 상태 속으로 도망쳐서는 안된다. 순수한 사랑, 정의로운 혁명, 고귀한 인생 따위의 가짜 무거움 “키치(쿤데라가 가벼움을 견디지 못한 인간이 만들어 낸 가짜 무거움’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용어)를 조심하자!

/공봉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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