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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함정수사

등록일 2026-05-28 17:57 게재일 2026-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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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영화 ‘신세계’에서 경찰 잠입요원인 이자성은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 과장의 지시로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다. 원래는 단기간 작전이었지만, 무려 8년 동안 조직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실상 범죄조직의 핵심 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잠입수사 기법은 실제 수사에서 사용되며 함정수사라고 한다. 함정수사의 위법성에 대해 우리 법원은 본래 범죄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유도하거나 범죄 실행의 기회를 적극 제공해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와, 이미 범의를 가진 범죄자에게 신분을 숨긴 채 접근해 범행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의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를 나누어 전자는 위법한 수사로, 후자는 적법한 수사로 본다. 적법한 함정수사를 위장수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법률에 의해 위장수사가 허용되기도 한다. 위장수사 방식이 처음 법률로 도입된 분야가 아동·청소년 성범죄 분야이다. 2021년 n번방·박사방 사건 이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다. 수사기관은 온라인상에서 신분을 숨긴 채 범죄 현장에 잠입하거나 피의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필요한 경우 위장 신분을 위한 문서 작성과 거래 행위도 허용되었다. 이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2025년 6월부터는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도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다. 이런 위장수사는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간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를 통해 총 2450명의 피의자가 검거되었고, 이 가운데 143명이 구속됐다. 검거자 수도 2022년 374명에서 지난해 92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온라인 기반 범죄의 특성상 일반적인 수사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를 위장수사가 효과적으로 파고든 셈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하던 피의자가 단체대화방에서 잠입 중이던 경찰관에게 합성 음란물을 전송했다가 검거되었고, 잠입한 경찰관에게 상품권을 받은 뒤 음란 영상 링크를 전달했다가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마약수사에도 합법적으로 위장수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마약 범죄 역시 SNS·텔레그램 등을 통해 비대면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 기존 수사기법만으로는 공급 조직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경찰은 위장수사의 법제화로 단순 투약자를 넘어 공급책과 유통망 핵심 조직까지 효과적으로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위장 신분을 통해 마약류 소지·매매·광고·수수·운반·수입을 할 수 있고, 신분을 숨기기 위한 위조 신분증과 위조등본 등을 작성·변경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위장수사는 언제나 남용의 위험성이 있다. 수사권의 남용은 위법한 수사를 초래하고, 위법한 수사는 또 하나의 범죄가 될 뿐이다. 영화처럼 위장 신분과 위조 문서까지 허용되는 강력한 수사방식이 법제화된 만큼 엄격한 통제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수사기관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 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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