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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 단순 노는 날인가

등록일 2026-06-04 17:45 게재일 2026-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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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선거가 끝나고 나니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한 듯 후련함이 더한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진탕 술이나 마시려고 했더니 현충일이다. 연세가 좀 있는 분들 기억에는 일 년 중 술집이 문 닫는 유일한 날로 알고 있는 현충일이다. 사실 이런 법규는 없다. 그동안 유교적 정서로 인해 ‘죽은 이를 기리는 날에는 흥청망청 놀지 않는다’라는 문화와 국가적 추모 분위기를 존중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애도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 날이기에 자제해 왔을 뿐이다. 거리에는 이미 조기가 게양되고, 오전 10시가 되면 전국에 사이렌이 울린다.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을 올린다. 하지만 마음에는 단순한 기념일이자 연휴라는 개념이 앞선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소위 말하는 충효 정신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나라를 위해 내 소중한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삶이 있으며,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놓았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중 나라를 위해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놓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될까? 아니, 요즘 부모 중 나라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바치려 하는 자식에게 응원할 수 있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들,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선 군인들 후손들의 삶을 우린 보았다. 일제에 협력한 이들은 지금까지 그 자손들이 정치계나 법조계에 자리 잡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호의호식하고 살고 있는데 이에 반해 국가유공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우리 교육 현장의 물을 흐려놓고 말았고 독립운동을 객기 정도로 취급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아연실색할 뻔했다.


그래서 현충일은 단순히 묘역을 참배하거나 묵념을 하면서 과거를 추모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쟁과 가난의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국가와 공동체의 소중함은 때로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사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이 크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린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 제대로 교육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 정의를 위한 희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며 그들의 용기와 헌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해야 한다.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죄업으로 인해 친일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득실거리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지라고 강요할 수 없다. 강요한 들 들을 리도 만무하다. 우리만 억대의 성과금에 집착해 나라가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회사를 멈추겠다는 대기업 노조의 작태에서 우린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았나 말이다. 무너지는 호국정신이 안타까울 뿐이다. 제발 이번에는 현충일의 정신이 무엇인지 제발 제대로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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