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싱그러움이 더욱 짙어지는 6월이다.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습도도 높아진다. 번잡한 일상에서 도심을 벗어나 지친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은 어디며, 독특한 풍경과 테마로 지역의 감성 여행지로 자리 잡은 곳은 또 어딜까. 그러한 요건만 갖추어진다면, 그곳이 바로 우리가 찾는 진정한 힐링의 공간이 아닐까.
전국에는 내로라하는 유명 명소들이 많다. 전남 고흥의 쑥섬, 지리산 자락의 쌍산재, 칠곡의 가산수피아, 경남 고성의 만화방초, 익산의 아가페정원, 춘천의 남이섬, 제주의 동백포레스트 등이다. 그렇다면 방금 열거한 이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민간정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정원의 개념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3월부터다. 순천에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정원은 202개다. 국가정원 2개, 지방정원 16개소, 그리고 민간정원 184개소다. 그중에서도 민간정원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정성을 다해 가꿔온 정원을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한 정원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많다. 그래서일까. 2024년 산림청에서는, 국민이 뽑은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여행지는 최근에 뜨고 있는 두 곳의 민간정원이다. 충북 괴산의 괴산 트리하우스와 충주의 우림정원이다. 부부가 힘을 합쳐 만든 정원이라는 공통점에다 분위기도 비슷해, 하루에 두 곳을 교차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두 정원은 거리상으로 39km, 자가용을 이용하면 40분 남짓 떨어져 있다. 등록일 기준으로 괴산 트리하우스는 민간정원 제44호, 충주 우림정원은 제45호다.
괴산 트리하우스는 괴산군 불정면 한불로 1216번지에 있다. 마치 동화 속 풍경을 마주하듯 아름다운 꽃들과 초록의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설립자는 임철오·홍정의 부부로, 정원을 가꾼 세월이 벌써 21년이다. 지난 2024년에는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도 뽑힐 정도로 그 지명도가 나날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정원이다.
한 해 한 해 농사지어서 번 돈으로 묘목을 사고 땅을 샀다고 한다. 형편이 되는대로 매년 300주부터 1500주까지 묘목을 심었다고 한다. 이곳 정원을 방문해 보면 나무들의 잎과 색상이 유난히 아름답다. 정원의 대표가 은청색을 좋아해 은청가문비, 블루엔젤, 에메랄드그린, 스카이로켓, 황금누릅, 황금회화, 청단풍, 홍단풍, 괴불나무 등을 일부러 심은 결과다.
남편이 포크레인으로 직접 산을 정리하고 나무를 심으며 식물을 담당했다면, 아내는 손끝이 야물어 꼬마정원사, 원예치료사, 플로리스트 등의 자격증을 보유해 정원교육으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마음치유농장’으로도 선정돼 정서적·심리적 치유의 공간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숲의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전망이 탁 트이는 곳이 많다. 발아래로는 황금 눈향나무가 융단을 깔고, 황금 회화나무들은 곳곳에서 노란 잎사귀들을 뽐내고 있다. 동쪽으로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 아래 충주시와 괴산군의 군계를 지나는 가섭지맥의 상봉과 고양봉, 앞산의 능선이 넘실거리며 산그리메를 그려내기도 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T-Garden(까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후 이용이 가능하다.
충주의 우림정원은 충북 충주시 엄정면에 자리한다. 최근 뜨고 있는 민간정원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아늑한 쉼터로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정원의 명칭은, 정원을 개장한 설립자 부부의 성씨에서 따왔다. 2005년 3월에 단양 우(정희)씨와 풍천 임(문혁)씨가 귀촌하여 꿈에 그리던 정원을 가꾸고 부부의 성씨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부지의 면적은 4만3000m², 부부 두 사람이 직접 가꾸어 온 민간 정원치고는 이례적으로 넓은 규모다. 메타세쿼이아, 소나무, 불두화 등 150종의 수목과 함박꽃, 작약꽃, 마거릿 등 100종 이상의 초본류가 정원의 공간 안에 가득 심어졌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산책로, 돌탑, 연못, 솟대, 공연장, 예술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곳곳에 설치된 조각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원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장승이다. 설립자가 직접 만든 장승이 정원 곳곳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1년 중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건 5월, 흰색∙핑크색, 붉은색 등 세 가지 색상의 작약꽃들이 빼곡하게 피어나면서 파도처럼 일렁이는 장면을 연출해 내서다. 그렇지만 우림정원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다. 길고 높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정원 전체를 두루두루 돌아보는 데 약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곳 정원 역시 방문객들은 입장료에 포함한 음료를 마시면서 두 부부가 가꾼 나무와 꽃을 즐길 수 있다. 금액은 5000원 정도이고, 4월부터 11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3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명상 산책 코스, 걷기 운동 코스, 데이트 코스 등 다양한 산책 코스가 갖춰져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식물원과 수목원 위주로 관리를 했다. 그러다가 줄기가 곧고 굵은 큰 나무인 교목(喬木)에 지친 사람들이,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아 밑동에서 가지를 치는 관목(灌木)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관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초본류가 많은 정원으로 눈길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때맞춰 정부도 ‘수목원·정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사유 정원을 민간정원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었다. 지극히 사적인 취미가, 정식 절차를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민간정원으로 등록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입장료 수익이나 음료나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정원과 시설을 유지하는 것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러니 방문객들은 차와 음료수 금액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지친 마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을 충분히 제공받았지 않은가.
글·사진/지홍석 수필가·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