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적부 1만5132건 조사···학도병 참전 추정 기록 615건 발굴
경북교육청이 10일 6·25전쟁 당시 학업을 중단하고 전장에 나섰던 학도병들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추진 중인 중·고등학교 학적부 전수조사의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전쟁 속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했지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학도병들의 존재를 공식 기록으로 확인하고, 잊힌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진행됐다. 특히, 75년 동안 학적부 속에 잠들어 있던 무명 학도병들의 흔적을 찾아내 공식 역사로 되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교육청은 2022년부터 학적부 전산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950년 전후 제적생 다수가 확인되고, 일부 학적부에서 ‘학병’이라는 기록을 발견한 데 주목했다. 이후 실제 참전 사실이 기록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개인 기억에 의존해 온 학도병 역사를 공식 기록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대상은 1951년 이전 개교한 중학교와 1953년 이전 개교한 고등학교 등 총 121개교다. 현재까지 경북 지역 32개 고등학교 학적부 1만5132건을 조사한 결과, 학도병 참전으로 추정되는 기록 615건을 발굴했다.
기록물 관리 전문가들은 학적부를 한 장 한 장 확인하며 전쟁 당시 학생들의 삶을 보여주는 기록을 추적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징집으로 입대 △응소 △학병 △학도병 △학도의용대원 △종군 △상이제대 △명예제대 △종군 중 복교 졸업 등 다양한 기록이 확인됐다.
또한, 단순한 참전 사실을 넘어 학생들이 수행했던 다양한 역할도 드러났다. 한 학적부에는 ‘미군 제7사단 31연대 소속 콜롬비아 통변’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어 당시 학생들이 외국군과의 연락과 문서 전달, 현장 의사소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포항고등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출정 시 복부관통’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어 전쟁터에서 감당해야 했던 희생을 짐작하게 했다.
여학생들의 종군 기록도 확인됐다. 김천여자중학교 학적부에는 ‘현역군인으로 복무’, ‘군에 입대’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으며, 상주여자중학교 학적부에는 ‘종군’이라는 문구가 발견돼 여성 학도병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임종식 교육감은 “학적부에 적힌 짧은 단어들은 75년 전 멈춰버린 소년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라며 “남겨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다시 불러줌으로써 잊혀졌던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교육청은 앞으로도 학도병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구술 자료와 사진, 생활 기록 등 다양한 사료를 연계해 경북 학도병의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