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다. 단일 종목으로 이렇게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행사는 없다. 이번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최초로 3개국(미국, 캐나다, 멕시코)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대회이고, 본선 진출팀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대회다. 그만큼 더 많은 나라에 참가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가국 중 퀴라소와 카보베르데의 첫 도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퀴라소는 인구 15만 명 남짓의 카리브해 섬나라다. 카보베르데도 50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다. 세계 축구의 중심과는 거리가 먼 두 나라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카보베르데는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과 무승부로 기적의 시작을 알렸다. 포항 인구 정도의 작은 나라가 무적함대라고 불리는 축구 강호와 대등한 경기를 한 것만으로도 전 세계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이변이다. 이들 섬나라는 유럽 축구와 오랫동안 연결되어 왔다. 퀴라소는 네덜란드와 카보베르데는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 축구 강국들과 오랫동안 연결되었다. 자국의 유소년들을 축구 선진국인 유럽으로 보냈고, 그들이 성장해 국가대표팀의 체질을 개선한 것이다. 그들은 열린 자세로 밖에서 배웠고, 다시 안으로 돌아와 혁신의 주역이 되었다.
작은 사회는 혼자 성장할 수 없다. 끊임없이 외부로 뻗어나가야 한다. 닫힌 섬은 쪼그라들지만, 열린 섬은 무한히 확장한다. 인구가 적어도 인재들의 역량은 키울 수 있다. 퀴라소와 카보베르데의 축구는 그 원리를 보여준다.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다시 고국의 유니폼을 입었다. 외부의 경험이 내부의 경쟁력이 됐다. 이것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오늘날 지역의 중소 도시들은 익숙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인구는 급감하고, 청년은 떠난다. 대학은 입학생을 걱정하고, 기업은 인력을 걱정한다. 골목 상권은 비어 가고, 지역은 활기를 잃어간다. 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이제 지역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로 말이다.
도시는 사람을 가두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순환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배운 청년이 밖으로 나가고, 밖에서 얻은 경험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누구에게도 열려있는 기회의 공간이어야 한다. 다른 언어, 문화, 생활방식이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되어야 한다. 글로벌 문화에 민감해야 하며, 나와 다른 가치와 생각을 불편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도, 산업도, 문화도 경쟁과 교류 속에 놓여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 매력적인 도시가 형성된다.
월드컵은 축구공 하나로 세계가 만나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작은 섬나라들이 희망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 지역사회도 배워야 한다. 지역을 지키는 길은 담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문을 활짝 여는 것이다. 나를 보내고, 너를 맞이하며, 문화를 융합하고, 산업을 순환시켜야 한다. 지역의 미래는 고립이 아니라 연결에 있다. 우리 지역의 희망도 거기에 있다.
닫힌 지역성은 촌스러움으로 남지만, 열린 지역성은 브랜드가 된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