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며 대구·경북(TK)지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부총리·대구시장 권한대행·경북도지사·구미시장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도체 산업과 피지컬AI 등 첨단산업 육성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17일 LG이노텍 구미4공장에서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제5차 기업혁신 지원 민관협의체 간담회’가 열렸다.
정부가 전국 5대 광역권과 3대 특별권역을 직접 방문해 지역별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반도체와 로봇, 피지컬 AI 등 국가 전략산업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지방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TK 반도체 산업 위기감 때문에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김장호 구미시장과 LG이노텍, SK실트론, 두산로보틱스, 원익큐엔씨, DGIST, 경북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반도체·로봇 분야 산·학·연 관계자 19개 기관이 참석했다.
대구시·경북도·구미시는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 육성 전략을 제시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대구시는 이날 AI로봇과 미래모빌리티,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구조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현황을 설명하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비수도권 유일의 팹리스 지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조업 현장에 국산 AI 반도체를 실증·상용화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점을 부각했다.
김정기 권한대행은 “대구는 기계·금속이 전체 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전통 제조업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며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기존 산업구조의 한계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미래 신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주요 현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비수도권 국산 AI 반도체 실증·상용화 거점 조성 △지역거점 AX(인공지능 전환) 혁신 기술개발 사업 추진 △IBK기업은행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공공기관 대구 이전을 건의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관련해 대구시는 지난 15년간 축적한 로봇산업 역량과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이날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AI 시대 국가전략거점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철우 지사는 “AI 기반 생산성 혁신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며 “경북이 그 혁신을 실현하는 국가적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북은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하는 전국 최고 수준의 제조업 중심 지역이다. 철강과 자동차부품, 배터리 산업 등이 집적돼 있어 AI와 로봇, 반도체 기술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되고 검증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도는 이를 기반으로 AI·반도체·로봇을 3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 생산과 학습, 실증이 동시에 이뤄지는 국가전략거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AI 시대가 오히려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 로봇 제조 인프라 구축에는 넓은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수도권은 인구와 산업이 과밀화돼 입지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생산시설 유치와 투자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정부에 반도체 팹(Fab) 유치 지원과 국가산단 규제 완화, 대규모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보조금 확대를 건의했다.
또 구미국가산업단지 5단지 2단계 사업의 조기 추진과 입주업종 규제 완화를 통해 첨단 반도체 기업의 투자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 생산시설의 지방 분산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구미가 반도체 제조와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집적된 최적의 입지라는 점을 정부에 적극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도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용수·교통 등 산업 인프라 확충과 세제 지원 확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지방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방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세제·재정·금융 지원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참석 인사들이 구미를 비롯한 지방에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원칙으로 지방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제·재정·금융 지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 전했다.
/류승완·김락현·피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