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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

등록일 2026-06-21 18:58 게재일 2026-06-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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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또같이 대표

지역에서 문화예술 기획 일을 하다 보면 청년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은 늘 비슷하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 차이가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보면 일자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가 들린다.
“퇴근하고 갈 곳이 없어요.”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요.”
 

이 말들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사람은 일만 하며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지만, 나머지 시간은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다. 퇴근 후의 일상이 공허하다면 아무리 직장이 있어도 그 도시에 대한 애정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요즘 청년들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도시를 찾고, 독립서점이나 전시 공간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그 안에서 느끼는 감성에 가치를 두는 세대다. 흔히 이들을 ‘아트슈머(Artsumer)’라고 부른다. 문화예술을 소비하며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그래서 지역이 청년을 붙잡기 위해서는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의 문화정책은 여전히 대형 축제 중심인 경우가 많다. 유명 가수를 초청하고 대규모 행사를 열면 많은 사람이 모인다. 물론 축제도 필요하다. 도시를 알리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축제가 끝난 뒤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1년에 한 번의 화려한 이벤트보다 매달 열리는 작은 공연, 정기 전시, 북토크, 독립영화 상영회 같은 일상 속 문화다. “이 도시에 가면 늘 무언가가 열리고 있다”는 감각이다. 청년들은 이벤트보다 도시의 분위기를 기억한다. 문화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을 때, 그 도시는 비로소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된다.
 

문화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관계를 만든다. 공연장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치고, 전시와 강연을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는 외로움과 단절감이다. 문화는 이러한 단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청년 정착은 일자리와 문화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하다. 좋은 일자리는 청년을 지역으로 오게 만들 수 있지만, 지속적인 문화와 관계의 경험은 청년이 그곳에 머물게 만든다. 지역이 청년에게 단순히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요하다. 문화는 사치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도시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내는 삶의 기반이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한다는 것은 그 도시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상상은 일자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퇴근 후에도 머물고 싶은 공간, 함께 취향을 나눌 사람들, 꾸준히 문화가 흐르는 일상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래서 청년 정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일자리만큼 문화예술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을 붙잡는 것은 월급만이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감각이기 때문이다.
 

/손철호 지역문화포럼 따로또같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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