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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시장 선거, 이젠 국힘 ‘독무대’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일정이 본격 시작됐다. 예비후보 6명의 역량을 평가하는 1차 토론회도 그저께(30일) TBC 대구방송에서 열렸다. 마침 이날은 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날이어서, 대구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김 전 총리와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역량을 비교하면서 토론회를 지켜봤을 것이다. 토론회에서 6명의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위기의 대구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다. 하지만 대부분 공약이 이미 여러 차례 거론됐거나, 대구시 재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어서 유권자들은 실현 가능성을 자세히 따져보면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2차 토론회는 오는 13일 열린다. 토론회에서 각 후보가 지적했다시피, 현재 대구가 처한 정치·경제적 현실은 어둡기 짝이 없다. 대구경제는 3년 연속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러니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김부겸 전 총리는 30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가 점점 더 나빠지는 이유는 대구의 정치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유권자가 표를 찍어 주니까 경제가 엉망이라는 소리다. 아마 공감하는 대구시민이 많을 것이다. 이번 대구시장 공천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직도 대구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인 줄 알고 있다. 대구 민심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공개된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재산 신고 내역을 보고,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냐 서울 강남의 힘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대구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집권한 이후 주요 현안이 대부분 스톱된 상태다. 행정통합은 호남만 됐고, TK신공항 건설은 재원이 없어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이전도 행정통합이 된 호남지역에 우선 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대구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은 언제 또 오염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민주당의 경우, 중량감 있는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핵심 공약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재추진, 민군 통합공항 이전 완수, 2차 공공기관 유치(IBK기업은행 등) 등을 제시하며, “제가 책임지고 완수하겠다. 당 대표도 약속했다”고 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김 전 총리를 만나 “‘무엇이든 다해드림’ 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도 얼마 전 GRDP(지역내 총생산) 최하위권인 대구 경제를 거론하며 “공항·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해 대통령, 중앙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김 전 총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대구현안을 해결하려면 ‘김부겸 카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유권자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여당 프리미엄’에 대응해 민심을 얻으려면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구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구 현안과 관련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3-31

‘김부겸 카드’, 대구 보수정서 흔들 수 있을까

민주당이 6·3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낙점할 것 같다. 국민의힘이 당내 계파 갈등과 공천 잡음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는 와중에 ‘보수텃밭’까지 넘보며 지방권력 싹쓸이를 하겠다는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이 김 전 총리를 차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난 2005년 치러진 10·26 대구 동구을 재선거가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동구을 10·26 재선거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선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공천됐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10명이 넘는 공천 신청자가 있었지만 유승민 당 대표비서실장이 전략공천됐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유 의원은 당시 박근혜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공천됐다. 유 의원은 민정당과 민자당 의원을 지낸 대구의 거물 정치인인 유수호씨의 아들이다. 대구에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온 이강철 수석은 2003년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나의 오랜 동지이자 친구”로 소개할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대구에 있는 집까지 팔아 선거캠프를 지원할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자연히 재선거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이 주 이슈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지하철 3호선 건설이다. 선거열기가 한창 뜨거워질 때 이강철 후보는 당시 조해녕 대구시장을 만나 지하철 3호선 건설 설계비가 국비에 반영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물론 언론에서도 이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하지만 ‘여당 프리미엄’은 ‘박근혜 정서’를 이기지 못했다. 선거결과는 유 의원이 52%를 득표하며 승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 전 총리가 등판할 경우 대구시민들은 ‘보수정서’와 ‘여당 프리미엄’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이미 민주당에선 김 전 총리 차출 과정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이 되면 낙후된 대구의 발전을 이끌어 낼 강력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승래 당 사무총장도 GRDP 최하위권인 대구 경제를 거론하며 “공항·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해 대통령, 중앙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김 전 총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적극 나서서 대구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김부겸 카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유권자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구 국회의원들도 최근 김 전 총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내놓을 ‘선거용 보따리’를 잔뜩 경계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대구의원 전원 명의로 “민주당이 TK통합법안을 김 전 총리의 선거공약용으로 남겨놓기 위해 처리를 지연시켜 왔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되는 TK지역 정당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일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구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등판하게 되면, 대구시장 선거판세가 요동칠 수 있는 정치환경이 이미 조성돼 있는 것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3-24

장동혁 따라다니는 ‘야당심판론 프레임’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선장 없는 난파선을 보는 것 같다. 대구·부산·충청 등에서 공천심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당을 산산조각 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리더십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충격적인 것은 국민의힘 공관위가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충북도지사 선거에서는 김수민 전 의원을 공천하기 위해 무리한 컷오프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구시장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유튜버 고성국씨가 이정현 전 의원을 공관위원장에 추천했고, 이진숙 전 위원장이 고씨와 손잡고 대구에서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특정인을 정해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김 지사가 언급한 특정인은 장동혁 대표가 추진한 당명교체 작업 실무를 맡았던 김수민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장 대표와 관련있는 공천잡음이다. 선거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없을 순 없지만, 이렇게 인위적으로 공관위가 현직 도지사까지 컷오프하며 특정인 공천을 시도한다는 의혹을 산 사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모여서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공천갈등을 없애기 위한 선제조치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힘은 지금 당 내분을 촉발시킬 뇌관이 곳곳에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에는 지난달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한 김예지·박정훈·배현진·우재준 의원 등 친한계 인사 8명이 제소돼 있다. 그리고 서울시당 윤리위에서 ‘탈당 권유’ 중징계를 받은 고성국씨의 이의 제기 사건도 윤리위의 재심의 단계에 있다. 장 대표는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모든 징계 사건에 대해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추가적인 징계 논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그의 진의(眞意)는 달리 해석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징계 논의는 보류하되, 이미 집행이 완료된 징계와 당내 인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장 대표가 ‘절윤’의 실천방안인 한 전 대표 제명 철회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나온 윤민우 윤리위원장,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등에 대한 인사 조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근 ‘혁신 선대위’ 출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장 대표가 아닌 새 얼굴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흥행을 위해 장 대표를 보완하면서 유권자에게 쇄신 이미지도 줄 수 있는 인사가 선대위에 영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지금 여권은 친여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와 검찰보완 수사권 거래설’을 제기한 이후 혼란에 빠져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시선이 야당의 내분과 공천잡음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통해 극우세력과의 실질적인 ‘절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야당 심판론’은 6·3 선거일까지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다. 선거일이 이제 80일도 남지 않았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3-17

‘징계정치’ 도구가 된 국민의힘 윤리위

‘친윤 스피커’로 불리는 장예찬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지난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수성하면 장동혁 대표는 2028년 총선까지 연임할 것이다. 그러나 수성에 실패하더라도 휴지기를 가진 뒤 당 대표로 재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국민의힘 당원들 기류를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장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신임이 그만큼 강하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장 대표 임기는 2027년 8월까지이며, 제23대 총선은 2028년 4월 12일 치러진다. 이날은 마침 한국갤럽이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국민의힘 지지율(21%)을 발표한 날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반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지만, 친윤계 내부에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이후에도 장 대표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장 부원장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든 2028년 총선에서 장 대표가 다시 공천권을 쥘 수 있다고 믿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윤민우(54) 윤리위원장이 현재 사분오열된 당 내분 속에서도 비주류에 대한 ‘징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가능해진다. ‘윤민우 윤리위’는 새해들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전격 제명한 데 이어,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배현진 의원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했다. 배 의원에 대한 징계는 법원이 나서서 “윤리위가 재량권을 남용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서, 본안 재판 때까지 징계조치를 정지하라는 판결까지 했다. 당내 비주류인 친한계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가 계속되자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리위가 당권파의 사냥개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일부 의원은 “당 윤리위가 지도부 입맛대로 움직이며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성명서를 냈고, 지난 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윤리위원장 사퇴요구도 나왔다. 현재 국민의힘 윤리위에는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한 의원들과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서울시당 전·현직 당협위원장 24명에 대한 징계안도 상정돼 있는 상태다. 만약 윤민우 위원장이 이들에게 중징계를 내릴 경우 당 내분은 폭발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까지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 공천 신청을 받았지만,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자는 거의 없었다. 별다른 당내 경선 흥행없이 현역 시·도지사들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초라한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지방의원들도 속출하는 모양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앞으로 당 지도부가 ‘징계정치’를 계속하며 당을 늪으로 몰아가면 대구·경북 민심도 민주당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 이미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TK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장동혁 지도부가 TK를 자신들의 안방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3-11

흔들리는 TK민심···여권 러브콜 통할까

보수진영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던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폭락하자 여권의 전방위 공략이 시작됐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를 장동혁 체제로 치르면 잘해야 경북지사 한 사람 당선될 것”이라며 “대구도 우리가 먹는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28민주운동 기념식에서 “알고 보니 대구가 이 땅의 내란을 막아냈던 빛들의 뿌리였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구·경북 지역이 대한민국의 선도 지역으로 발전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을 진보진영의 상징인 ‘빛’의 뿌리로 네이밍한 것이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3·15 선거를 앞두고 이승만 정권이 야당 부통령 후보의 대구 수성천변 선거유세에 학생들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일요등교 지시를 내리자 이에 반발한 대구 고교생들의 시위사건이다. 김 총리 대구방문 하루전인 27일에는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대구 중구 2·28기념회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젠 대구시민들이 민주당에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정 대표는 이날 TK신공항 건설 등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대로 대구를 AI 로봇 수도로 우뚝 세우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윤 어게인’ 늪에 빠져 맥을 못 추는 틈을 타 민주당이 보수텃밭의 안방까지 치고 들어온 것이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최근 지역 밀착 공약을 쏟아내면서 공격적인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3~25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45%로 국민의힘(17%)을 2배 이상 앞질렀다. 특히 TK지역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동률(28%)을 기록했다. 그동안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보수정당 후보 대부분이 TK지역에서 70~80%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이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대구 최고위원 회의에서 “28%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변화의 신호탄이다. 민주당의 전국정당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현재 대구시장 후보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총리는 출마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유력 인사들이 김 전 총리를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 전 총리가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60%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대구시장 후보로 누굴 공천하느냐에 따라, 정권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민주당 후보의 파급력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 여당에서 정치적 비중이 큰 후보를 공천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힘도 이제 ‘TK지역은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심과 지역발전을 토대로 한 후보를 공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3-03

지방선거에서 장동혁과 국힘이 사는 길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이 바쁘게 움직임이고 있다. 워밍업 단계라서 그런지 여야 모두 우선은 선거기간 내내 상대 약점을 공략할 프레임 짜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보통 대통령 임기 초반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이 모든 정책과 이슈를 압도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특이하게 ‘야당 심판론’이 힘을 얻는 것 같다. 초반 ‘프레임 전’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형국이다. ‘야당심판론’은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대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하면서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면서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항소심에 대해 여운을 남긴 장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장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내란 세력들과 함께 국민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면서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위헌정당 심판 청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 비쳤다. 그리고 조승래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때 당선된 8개 지역(인천, 대전, 충남, 충북, 세종, 강원, 경남, 울산) 광역단체장들을 콕 집어 ‘윤석열 키즈’라고 명명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해당 지역 시·도지사 선거 이슈를 ‘윤석열 키즈’ 심판론으로 몰아가겠다는 계산이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전략대로 ‘야당심판론’이 모든 이슈를 삼킬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2018년 지방선거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여 뒤에 치러진 2018년 6·13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을 제외하곤 민주당에 전패했다. 그 당시와 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은 TK를 빼곤 전 지역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상태다. 보수정당에 우호적인 PK(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도를 누른 지 오래됐고, TK에서조차 두 정당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오는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지지율이 낮은 국민의힘 후보는 여권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로지 개인역량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재로선 장 대표의 ‘윤 어게인’ 기조는 변할 것 같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 총선공천 때까지 당권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큰 착각이다. 지금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 주류세력이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를 의식해 곁에 붙어 있지만, 선거에 지면 그날부터 돌아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장 대표가 이러한 ‘배신의 시간’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강성지지층과 거리를 두고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이게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사는 길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2-24

집콕 ‘은둔청년’ 54만명, 정상사회 아니다

청년 취업난 문제가 해당가족 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정부 자료를 보면, 2024년말 기준 6개월이상 밖에 나오지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은둔 청년’이 53만7863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청년(19∼34세)의 5.2%에 해당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에겐 이번 주 시작되는 설연휴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어 마음이 무겁다. 대기업 직원들이 억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동안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집안에서 은둔의 시간을 보내며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지난주에는 ‘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한국경제인협회)도 나왔다. 주목할 점은 ‘쉬었음’ 상태의 청년이 은둔으로 이행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쉬었음 청년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 중 지난주 활동상태를 묻는 말에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을 가리킨다. 이들을 만나보면, 쉬는 이유가 ‘배부른 투정’이 아니라 취직할 곳을 찾지 못해 우울한 삶을 사는 청년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은 71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이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이 48%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로인해 청년들 사이에서는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 ‘전업 자녀’(취업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라는 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70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급여 양극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억대연봉이나 성과급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청년들이 놀면 놀았지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들이 공채보다 수시·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의 구직 문은 더 좁아지는 추세다. 지금은 더 큰 격차가 나겠지만, 2023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93만원으로 중소기업(298만원)의 2배 정도에 달했다. 식대·교통비·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 부분까지 고려하면 실질 소득 격차는 통계 조사보다 훨씬 클 것이다. 한국경영자 총협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과 대만보다도 약 40%가량 높다고 한다. 대기업의 고임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데다 강성 노조의 과격한 임금 투쟁으로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 인상이 매년 지속돼 온 결과다. 이재명 정부도 최근 강조하고 있지만, 최고의 청년 대책은 역시 일자리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지역균형발전이나 사회 역동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정부는 어떤 수단을 쓰든 대기업과 중소기업(또는 하청기업)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강성노조가 무서워 임금체계 부조리에 입 다물고 있다가는 급여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유럽의 경우에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보다 오히려 높은 나라도 있다. 정부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임금체계에 적극 개입하기 때문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2-10

한동훈, 대구에서 정치할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발목이 잡혀 당적을 잃었지만,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대구시민이 많다. 대구에서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리가 생기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친한계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구 국회의원 중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분이 있으면 의석이 비게 된다. 그 자리에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신지호 전 의원도 3일 오전 K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진짜 보수가 누구인지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4월 치러진 22대 총선 때도 한 전 대표의 대구 출마설이 나돈 적이 있다.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2023년 11월 그가 업무 차 대구를 방문했을 때, 그를 가까이서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총선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었다. 그는 이날 대구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느라 미리 예약해 둔 저녁 7시 표를 취소하고 세 시간이나 늦게 열차를 타기도 했다. 당시 한 장관이 “대구는 처참한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전쟁의 폐허 이후 산업화를 처음 시작했다”면서 “평소 대구시민을 깊이 존경해왔다”고 한 말을 기억하는 시민이 많다. 지금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에 얽혀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그 당시 대구시민은 대구의 정체성을 높게 평가해준 그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 전 대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 같다. 그가 당선돼서 대구의 정치적 색채를 ‘보수꼴통’에서 ‘합리적 보수’로 바꿔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배신자 이미지’로는 당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한계 인사들 중에서도 그가 대구에 출마해 낙선하고 대신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면 정치 은퇴까지 해야 될 정도의 충격파가 올 수 있다며 출마를 말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사가(好事家)들 사이에서는 한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공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이다. 이른바 ‘자객공천’이다. 이 전 위원장이 그동안 꾸준히 대구시장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데서 비롯된 말일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이 오는 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북콘서트를 여는 것을 보면, 그의 출마설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와 고성국씨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전 위원장이 대구에 출마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유한 적이 있다. 대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리가 생길지는 지방선거 공직자 사퇴시한인 3월 5일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한 전 대표에게 어떤 정치적 변수가 생길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무감사위·윤리위를 통해 정치생명을 끊으려 한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2-03

6·3 지방선거 최대변수된 ‘TK 행정통합’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면서 시장·도지사 선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주자들은 행정통합이 실현될 경우에 대비해 출마를 준비하고 선거전략도 짜야 해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통합단체장 선거는 정치적 무게감이 현재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공약이나 자금조달, 캠프 구성 등에서 완전히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현재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출마를 서두르고 있는 예비주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TK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행정통합에 대해 찬성하는 예비주자들이 다수이긴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찬성론자들은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TK가 영원히 낙오된다”는 입장인 반면, 신중론자들은 “공론화 절차와 공감대 형성 없이 행정통합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대구시장 예비 주자들은 대체로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들이다. 이미 시장 출마를 공식화 한 주호영(수성구갑)·추경호(달성군) 의원은 “행정통합이 빠를수록 좋다, 이번에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는 윤재옥(달서구을) 의원도 “우리가 손 놓고 있다가는 ‘죽 쒀서 남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행정통합에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주자로 꼽히는 홍의락 전 의원은 “TK행정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찬성했다. 반면 최은석(동구군위갑) 의원은 “행정통합은 돈(인센티브)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대했고, 홍석준 전 의원도 “행정통합은 사실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경북도지사 여야 예비주자들의 입장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그동안 TK 행정통합을 주도하며 3선에 도전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금이 우리가 원하던 행정통합을 실현할 골든타임”이라고 했고, 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며 도지사 출마설이 나오는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도 “광역 단위 행정통합은 국토 균형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다. 환영한다”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강덕 포항시장은 행정통합에 대해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행정통합은 지방선거용 이벤트”라며 평가절하했고 최 전 부총리는 “도민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주민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진행되는 통합 논의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방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쟁점이 예비주자들의 주요 토론의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그리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당연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호남이나 충청, PK 지역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가 통합특별시의 ‘초대 단체장’ 역량을 갖췄는지를 기준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1-27

한동훈 사과로 ‘국힘 내분’ 출구 찾을까

‘당원게시판(당게)’ 사태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홍이 지난 18일 한동훈 전 대표의 사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 전 대표는 이날 2분 5초 분량의 영상을 통해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국민과 당원께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서 당을 이끌었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과’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4년 11월 당게 사건이 불거진 지 14개월 만의 첫 사과다. 장동혁 대표가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대여 투쟁 방식까지 택한 상황에서 내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변의 조언을 수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당 주류 측에선 ‘반쪽사과’라는 말이 나오지만, 한 전 대표가 공식 사과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국민의힘은 내분을 잠재울 여지가 생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전 대표가 용기를 내서 사과해 준 것은 다행”이라고 했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사과조차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는 우리 당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고 나라를 이끌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제 당내 갈등을 풀 열쇠는 장 대표에게로 넘어갔다. 지난 15일 단식에 들어간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의 사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아직 내지 않았다. 그는 단식현장을 찾은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한 전 대표와 휴전하고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하자, 웃으며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장 대표는 당게 사태를 징계가 아닌 정치적 해결로 풀어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을 때마다 한 전 대표를 ‘걸림돌’에 비유하며 ‘제거해야 한다’는 식으로 언급했었다. 장 대표가 현재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징계 취소, 수위 조절, 제명 강행 3개 뿐이다. 오는 26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징계에 대한 최종 의결이 예정돼 있어, 장 대표는 남은 기간 여론 흐름을 보고 이 중 한 개의 카드를 선택해야 한다. 장 대표는 이 기회에 당게논란을 끝내야 내분을 추스르고 보수 야권 연대를 구축해 대여 투쟁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장 대표를 떠받치고 있는 강성 지지층들이다. ‘윤 어게인’ 스피커들이 주축을 이루는 이들이 한 전 대표 사과의 진정성을 계속 문제 삼을 경우 가뜩이나 정치적 기반이 넓지 않은 장 대표로선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하며 단식현장을 방문하는 정치인 대부분도 장 대표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지방선거가 불과 4개월 조금 더 남았다. 열흘쯤 뒤인 2월 3일부터는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이 시작된다. 만약 한 전 대표 제명 논란으로 내홍이 더 커지게 되면 국민의힘은 선거 준비조차 힘들어진다. 당 내분은 여권발 악재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어떠한 선거 캠페인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선거에 참패하면 그 책임은 오롯이 당 지도부에게로 돌아간다. 장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린 것이다. 장 대표는 당이 공멸의 길로 가지 않는 정치적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1-20

국민의힘, 지금 헤게모니 싸움할 때 아니다

집안싸움으로 민심 이반 수렁에 빠진 국민의힘이 결국 당명까지 바꾸기로 했다. 당명 개정에 책임당원 68%가 찬성했으며, ‘공화’나 ‘자유’ 등이 포함된 이름이 다수 제안됐다고 한다. 장동혁 대표는 새로운 당명에 “보수의 가치를 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중순 시작되는 설 연휴 전까지 당 간판을 바꿔 지방선거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당명 개정은 보수 정당이 위기 때마다 꺼내 든 카드다. 지난 1997년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그 이후에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름만 비슷비슷하게 바꿨지 당 구성원이나 정책 등 콘텐츠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기 때문이다. 당명 개정에 대해 당내에서는 “분위기 쇄신의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이름만 바꾼다고 지지율이 따라붙겠나”라는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당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청년 중심 정당,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국민 공감 연대를 세 축으로 삼아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부 갈등을 지켜보면 쇄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는 쇄신안 발표 하루 만에 12·3 비상계엄을 옹호한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친윤계 핵심 인물을 주요 당직에 앉혔다. ‘김건희 옹호’ 논란을 빚은 중앙윤리위원장 임명도 강행했다. 한동훈 전 대표 징계를 다룰 당 윤리위원회에는 김건희 옹호 전력자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장 대표의 인사내용을 보면 앞으로도 합리적 보수보다는 극우화된 집단과 손잡고 일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러니 장 대표가 말하는 쇄신이 결국 당내 특정 세력은 배제하고 강경파와 같이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5%, 국민의힘이 26%를 각각 기록했다. 직전 조사 대비 민주당은 5%p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한 달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무당층은 21%다. 무당층이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해도 양당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장 대표의 쇄신안이 지지율 판세를 바꾸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 내분 수습이다. 장 대표가 당의 간판까지 바꾸겠다는 것은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겠다는 생각 때문 아닌가. 그러려면 가장 먼저 위험수위에 이른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눈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만약 당 윤리위가 한 전 대표에 대해 무리하게 징계를 결정하고 최고위가 이를 의결하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설 연휴 핵심 이슈가 민주당 의원비리와 입법독주가 아니라 ‘국민의힘 내분’이 될 경우 민심이반도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된다. 지금 장 대표는 어떻게 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만을 고민해야 할 때다. 헤게모니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건 한동훈 전 대표에게도 해당되는 충고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1-13

‘6월 통합단체장’ 출범 정말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 행정 통합까지 공론화하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지자체의 장을 뽑을 수 있게 하자”고 했다. 시·도 행정통합 작업에 가속페달을 밟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자는 제안이다. 누가 들어도 지방선거용 이슈다. 행정통합에 수년을 끌다 결국 실패한 대구·경북(TK)으로선 마치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부터 국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5극(수도권·동남권·대구경북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전북·강원)’이라는 초광역권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인구 500만명 수준의 대도시를 여럿 만들어 지방 경쟁력을 키우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자는 내용이어서 시·도 통합 취지와도 일치한다. 지자체의 광역 단위 통합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아마 비수도권 지자체에서는 행정통합 취지에 반대하는 곳이 없을 것이다. 현재 대전·충남은 이달 중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도 아마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인구와 자본, 일자리, 교육 기회를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는 수도권 일극주의로 인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만약 시·도 통합이 성사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통합 지방정부는 국책 사업이나 대규모 투자 유치에서 협상력이 커지고, 연구개발 역량과 산업기반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남도의 경우 통합론이 나오자 벌써 “조세특례와 대규모 국책사업 우선권이 특별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이 쉬운 게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밝힌 것처럼 이달 중 두 지방정부가 특별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법안에는 통합 청사의 위치, 지자체 명칭, 하위 시·군·구 간의 권한 배분, 자치입법권의 강화, 재정 자율성 강화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야 하고, 시·도의회 동의 또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주민 갈등이 수반된다. 특히 2월 3일 시작되는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때까지 특별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각 시·도 단체장 공천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야당에서 이 대통령이 통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게 지방선거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시·도 통합에 정파적 계산이 개입하면 정상적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 후보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강 실장은 충남 아산을 지역구로 둔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광주·전남의 경우에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남지사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정부가 행정통합에 성공하려면 청와대가 특정인을 통합단체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시·도 통합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행정통합은 결국은 시·도의회 동의 등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해서 통합 과정에 정치적 논란이 발생하면 성사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1-06

장동혁의 ‘尹어게인 人事’···극우의 길 가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로선 헌정사상 첫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주자로 나섰지만, 당내 반응은 차가웠다. 그가 토론을 시작하자 여당 의원들은 단체로 의석을 떠났고, 국민의힘 의원들마저 2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장 대표의 이러한 당내 입지는 그가 최근 단행한 인사 탓이 크다. 그가 취임한 후 발탁한 사람은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과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김민수 국민소통특위 위원장이다. 이들 세 사람은 ‘윤석열 어게인(again)’ 스피커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비상계엄에 찬성하고 친한(한동훈)계 공격의 전면에 나서 당내 갈등을 주도하고 있다. 이호선 위원장은 지난달 한동훈 전 대표 일가와 관련된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16일에는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이란 중징계를 당 윤리위에 요청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오자 그는 “들이받는 소도 임자도, 돌로 쳐 죽일 것”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이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온 인물이다. 최근 임명된 장예찬 부원장도 대표적인 친윤계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부산 수영)을 받았지만, 과거 있었던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한 전 대표를 집중적으로 비난해왔다. 지난 15일에는 한 전 대표를 겨냥해 “당내 오래된 고름 같은 문제”라고 했다. 얼마 전 국민의힘 국민소통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민수 최고위원은 초강경 ‘윤어게인’ 인사다. 그는 지난 8·22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장 대표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도 했다. 장 대표의 이러한 인사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윤 어게인 세력이 당 정체성을 더럽히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 대표의 ‘윤 어게인 노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장 출신인 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이 노선으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말이 곧 나올 것”이라고 했고, 여상원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정당에서 말(언로)을 막으면 히틀러 중심으로 똘똘 뭉친 나치당처럼 된다”고 했다. 당내 최다선(6선)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 부의장은 “‘윤 어게인 냄새’가 나는 그런 방식은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재 장 대표의 강경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이 상태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40%, 국민의힘 2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우세했지만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양당(민주당 30%, 국민의힘 33%)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최근 비대위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장 대표가 발탁한 ‘국민의힘 스피커’들이 거침없는 극우 목소리를 내면서 당 내분이 임계점을 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2-23

연예계 비리가 소환한 ‘스타의 사회적 책임’

최근 박나래 논란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비리·일탈 행위는 그들의 공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스타 또는 셀럽(유명인)들의 언행 하나하나는 MZ세대의 준거기준이 될 수도 있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사회학에서는 사회문제를 다룰 때 ‘준거(reference) 집단’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준거집단은 자신의 신념·태도·가치나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준으로 삼고, 스스로를 동일화하는 그룹이다. 자신이 소속돼 있는 집단일 수도 있고, 소속되고 싶은 집단일 수도 있다. 외부세계와의 소통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가족이나 학교, 직장이 준거집단에 속했지만, 각종 매체가 러시를 이루는 지금은 개인의 준거집단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MZ세대가 대부분인 팔로워들의 준거집단 역할을 한다. 인플루언서들의 말투나 생각,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라이프스타일도 팔로워들의 소비 대상이 된다. 준거집단이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의 95%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MZ세대들에겐 주로 준거집단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대구의 젊은 직장인이 서울 강남을 준거집단으로 삼으면 심한 박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으로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자랑을 하는 연예인들의 신중하지 못한 행위가 저소득층에게 얼마나 큰 박탈감을 느끼게 할지는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고, 이는 다시 사회적 고립감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빈부격차가 큰 나라도 드물다. 국가통계포털(KOSIS)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근로소득은 401만원,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근로소득은 1억2006만원으로 격차가 약 30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인들의 반사회적인 탈세행위도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법인 전환을 통해 세금 과소 납부, 법인명의 자산 편법 취득,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의 연예인 탈세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겠지만, 연예인이 가족 명의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탈세하거나 세금을 적게 내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개인 소득 10억원에 대한 세율이 45%인데 비해 법인 매출 10억원의 세율은 19%에 불과하다. 똑같은 금액을 벌어도 개인은 4억5000만원을 내지만 법인은 1억9000만원만 내 약 2억6000만원을 적게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모나 친인척을 대표로 둔 연예계 ‘1인 기획사’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측면에서 스타 연예인이나 셀럽들의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들의 물질적인 과시나 일탈행위는 불필요한 박탈감을 낳게 되고, 결과적으로 미래세대의 삶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2-16

한계에 부딪힌 ‘장동혁 리더십’

사분오열된 국민의힘 내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과 거취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강성지지층에 기댄 그의 행보로 당 지지율이 20%대에서 정체되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보수 안방인 대구·경북(TK) 최다선(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지난 8일 대구 언론인 모임에서 장 대표를 겨냥해 “지금처럼 윤 어게인 냄새가 나는 그런 방향은 맞지 않다”고 직격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TK 중진까지 장 대표의 노선 전환을 압박한 것이다. 지난 3일에는 원내사령탑인 송언석(김천) 의원도 원내부대표들과 함께 “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며 장 대표와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 소장파가 중심이 된 40여 명의 의원들도 송 원내대표와 같이 반성 메시지를 냈다. 반면, 장 대표는 의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비상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며 계엄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윤한홍 의원(3선)조차 지난 5일 장 대표가 주재하는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한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장 대표의 거취 문제를 압박하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의 경쟁력 지표는 당연히 지지율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TK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큰 차이로 민주당에 뒤지고 있다. 당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계엄의 늪’에 갇히면서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이에 대해 주 부의장은 “정치의 방향은 민심인데 자기편을 단결하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장 대표를 비판했다. 장 대표가 취임한지는 벌써 100일이 넘었다. 본인 스스로 그동안 이반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윤 전 대통령 면회에 이어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제1야당을 스스로 고립시켜왔다. 민주당의 입법폭주가 도(度)를 넘고 있음에도, 대다수 국민이 야당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장 대표의 이런 태도 탓이 크다. 국민의힘의 내분과 무기력증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제1야당의 상황은 여권의 노골적인 삼권분립 위협과 입법폭주에 오히려 동력이 되는 형국이다. 정국이 이런 식으로 흐르면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규정해 당을 해산시키겠다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말이 실제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일부의원들이 최근 장 대표에게 ‘내년 2월 설 명절 전’이란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며 노선 변화를 주문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늦어도 설 명절 전까지는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중도층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공감가는 말이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에 걸맞은 지지율을 확보하려면 하루빨리 다른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우선 107명 의원 모두가 한목소리로 국민에게 계엄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당 혁신비전을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2-09

폭풍 속으로 들어간 ‘국민의힘 내분’

국민의힘 내분 양상이 파국으로 가는 분위기다. 조만간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된 주류세력과 비주류 세력(소장파의원, 친한동훈계)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태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초·재선 의원 30여 명은 지난주 ‘장동혁 지도부’가 응답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김재섭 의원은 “지도부에서 사과와 성찰의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고, 그게 안 된다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도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정치 도리다. 당 지도부는 보수 재건의 중차대한 순간에 억지 논리로 도망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두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계엄 사과’에 미온적일 경우, 초재선 의원들이 별도의 사과 성명을 발표하거나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도 계엄 사과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냉랭한 반응이다. 섣불리 사과했다가는 오히려 민주당의 ‘내란 정당’ 역공세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최근에도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이라고 했다. 당 내분은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당원 게시판’ 조사로 심화되고 있다. 이 논란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서 작성자 검색 기능을 통해 한동훈 전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을 넣고 검색했더니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다수 있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8일, 이 논란에 대해 조사절차에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감사위 이호선 위원장은 장 대표가 지난 9월 임명한 인물이다. ‘계엄 사과’를 요구하는 정치인 중에는 친한(한동훈)계가 다수 포함돼 있어, 당 주류 측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게시판 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당무감사위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조사해야겠다고 통보한 게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천지 등 특정 종교를 사이비로 규정해 차별적 표현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분은 지방선거 경선 룰(규칙)을 ‘당원 50%, 국민 50%’에서 ‘당원 70%, 국민 30%’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증폭되고 있다. 당 주류측은 지방선거 후보 경선 때 당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고, 비주류측은 ‘당심’을 우선한 경선 규칙으로 후보를 뽑으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의힘 비주류 측에서는 당 지도부의 현 기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외연확장은 어렵다는 비판적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자 한 보수원로는 “국민의힘은 이대로는 계속 갈 수 없다. ‘제정신파’와 ‘제정신 아닌 파’로 나뉘어야 살길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데 엉켜 있으면 공멸뿐이라는 주장이다. 독주하는 여권을 견제해야 할 야당이 이처럼 자중지란을 거듭하고 있으니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2-02

국힘, 보수연합 없이 지방선거 승산있을까

다양한 여권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열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가 당 지지율을 20%대 박스권에 묶어두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한국갤럽조사(18~20일)에서는 지역별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당보다 우세한 곳은 대구·경북(민주당 29%, 국힘 35%) 뿐이었다. 같은 영남권인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민주당이 공세를 집중하면서 31%의 지지율을 얻어 국민의힘(29%)을 앞섰다. 갤럽조사에서 여당 지지도 40%대, 국민의힘 지지도 20%대는 8월 중순 이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6%로 민주당(44%)에 압도당해 외연확장 차원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을 찾지 않는 한 급격한 지지율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지지율 상승의 돌파구로 개혁신당과의 합당 또는 연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 당내 재선그룹인 이성권·엄태영·조은희 의원과 함께 장동혁 대표를 만난 권영진 의원은 “장 대표 취임 100일인 12월 3일에 외연 확장과 관련한 메시지와 새로운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연대 모색 등의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3일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계엄에 대한 입장전환 없이 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로만 가려는 것 같다”면서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 전날에는 “지방선거에 나가는 개혁신당 후보들의 의사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며 한 가닥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22년 3·9대선과 6·1지방선거를 돌이켜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완승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당 대표였던 이준석이었다. 이 대표는 2021년 6월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원이 급증했다. 당시 이준석 열풍은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72명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약 10%에 이를 정도였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을 도는 장외 여론전에 다시 나섰다. 보수지지층 결집이 당 지지율 반등의 해법으로 여기는 듯하다.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가 중도층 이탈이지만 해법은 당원결집이라는 정반대 방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국민의힘 지지율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과 후보를 따로 낼 경우 특히 수도권에서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이 정치혁신을 통해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새로운 길을 열지 못하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25

6·3 地選, ‘TK폐쇄성’ 극복하는 계기되길

여야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룰 확정 작업에 분주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최근 당 행사에서 “국회의원이 입김을 행사할 수 없는 룰을 만들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권리당원이 100% 공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과거처럼 국회의원이 후보를 내리꽂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 때마다 현직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위원장)의 공천전횡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직전(2022년) 지방선거 때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각 시·도당에 국회의원의 ‘내리꽂기 공천’ 잡음이 발생할 경우 다음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었다. 여야의 이러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사람’을 공천하는 관행은 거의 일반화돼 있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은 특히 지방선거 때마다 현역 의원의 공천개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22년 지방선거 때는 경북도당 공관위가 ‘교체지수’라는 낯선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3선 도전 단체장(포항·영주·군위)들을 경선에서 탈락시켰다가 번복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컷오프 과정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기초단체장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 경쟁자 싹을 자르려는 ‘제2의 교체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TK지역의 경우 특히 현역 의원의 입김이 강하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가방모찌’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사실 현역 의원이 지역구 공천 작업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면 당 지도부에서도 이를 말릴 명분이 별로 없다. 지방선거 결과는 지역구 의원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기 총선 공천주체는 먼 훗날에 결정되기 때문에 현 공관위의 압박에 긴장하는 의원도 많지 않다. 결국 비상식적 공천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심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TK지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들이 학맥, 인맥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끼리끼리’ 먹고 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구의 GRDP가 전국에서 꼴찌고, 시민소득이 울산의 3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쇠락한 것도 TK지역의 이러한 정치적 폐쇄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TK지역은 국채보상운동이나 1960년대 민주화운동, 1970년대 산업화의 주역도시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가는 이 지역 환경을 변화시키는 역할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한다. 극단적인 비교일지 모르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아이와 폐쇄적 도시에서 사는 아이가 한평생 누리는 행복수준은 같을 수가 없다. ‘한국의 시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김태유 박사는 “자라는 아이에게 새총을 주면 산에 가서 참새를 많이 잡는 꿈을 꿀 것이고, 엽총을 주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사냥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TK지역 아이들에게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리더들이 많이 출마하길 기대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18

與野의 당원중심 공천, 극단정치 부추긴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표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은 만큼 강성지지층을 결집해 선거에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주 전남 나주에서 열린 전남도당 임시 당원대회에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당원주권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당 대표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100% 당원이 주인 되는 경선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내에서는 현재 1차 예비경선의 경우 권리당원 투표만으로 후보자를 컷오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을 열고 지방선거 대비에 본격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중 공천 룰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최근 전국 광역 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 연수에서 “선거 때마다 우리가 중도 타령해서 망한다고 생각한다. 잘 싸우는 사람, 당에 헌신하는 사람이 공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장동혁 대표도 “누구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사를 내보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 모두 당에 대한 충성도(기여도) 중심의 공천 원칙을 시사한 것이다. 장 대표가 그간 강조해온 공천 키워드도 애당심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들어 공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사고 당협 후보자 심사와 전국 광역단체장 간담회 등을 통해 조직 정비에 나서는 한편, 지도부는 현안 점검으로 민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시당 워크숍에서 “철저히 당을 위해 당의 입장을 국민께 설명할 수 있는, 당을 대변할 수 있는, 강한 애당심을 가진 당협위원장이 선정될 수 있게 하겠다”며 ‘당심(黨心)’ 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야가 당 지도부의 주장처럼 ‘당원중심’ 공천 룰을 확정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극단정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천무대가 강성지지층 중심으로 짜여지면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변질되고, 양 극단적인 후보를 공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당심을 중심으로 공천할 경우, 각 후보들도 권리당원 확보에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지역민을 위한 공약·정책은 뒷전이 되고 지지 당원 수만 겨루는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 보통 집권 1년 차 지방선거는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만 사수해도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전통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상태에서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국민의힘이 중도층 민심을 얻으려면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그리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한동훈·유승민과도 손을 잡아야 외연 확장이 가능해진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11

한국외교의 ‘성공무대’로 부상한 경주박물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다. 해외 정상이 이곳을 방문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50년 만에 공식적으로 경주박물관을 찾은 한국 수반이 됐다. 경주박물관은 그야말로 ‘신라의 정수’를 간직한 곳이다. 박물관 입구 마당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비롯해 천마총 금관, 가야 기마인물형토기 등 국보만 15점에 이른다. 보물 43점을 포함해 소장 유물이 30만1087점이다. 관람객 수도 올 들어 지난해 전체(135만7552명)를 이미 넘어섰다. 박물관 내 ‘천년미소관’으로 이름 지어진 회담장은 APEC을 맞아 올해 새롭게 지어졌다. 이번에 이곳에서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려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원목 느낌을 최대한 살린 천년미소관 내부를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천년미소관과 마주 한 자리에는 ‘신라역사관’이 있다. 이곳에선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은 12월 14일까지 열리니만큼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도 교동 금관(5세기 전반)부터 황남대총 북분 금관(5세기 중반), 금관총 금관(5세기 후반), 서봉총·금령총·천마총 금관(이상 6세기 전반)까지 신라 금관 6점을 관람해보길 권한다. 경주박물관을 정상회의 장소로 추천한 분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이 지사는 “경주박물관은 신라 유물뿐 아니라 당과 서역의 교류 유물까지 전시돼 있어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요국 정상 회담의 최적지로 판단한다”면서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양 정상의 스케줄 때문에 김해공항에서 열리게 됐지만,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경주박물관에서 개최됨으로써 경북도는 신라천년의 문화를 세계에 홍보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한미·한중 정상회담은 난항을 겪던 한미 관세협상과 미중 갈등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열렸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극적으로 관세협상에 합의하면서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합의 역시 곧 문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미동맹이 제 궤도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중국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우리 국민은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다행스럽게도 두 정상은 안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뤄 그동안의 알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으로선 경주박물관이 한미·한중 정상외교의 획기적인 성과를 이룬 장소로 남게 됐다. 한국의 국격과 문화, 외교 면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한·미·중 정상들의 협상 스토리까지 간직하게 된 경주박물관이 앞으로 국내외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가 되길 기대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