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항공료 폭등에 발 묶인 해외여행... ‘국내 유턴’ 수요, 울릉도가 흡수할 수 있을까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4-07 11:23 게재일 2026-04-08 3면
스크랩버튼
국제선 유류할증료 최대 3배 인상... 장거리 수요, 단거리·국내로 이동 조짐
울릉도 겨울 여객 30% 늘었지만, 3월은 감소... 운임 지원 따른 ‘반짝 특수’ 한계
야간 관광·로컬 미식 추세로 무장한 타 지자체와 대조... ‘독도 경유지’ 프레임 벗어나야
불빛은 밝지만 즐길 거리 부족으로 적막감이 감도는 저녁 시간대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 일대 전경. /황진영 기자


중동 사태 장기화와 국제 유가 급등이 여행업계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석유류 가격 상승분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이제 막 ‘본격적인 공포’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해외여행 시장이다. 이번 달부터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최대 3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여행업계에서는 장거리 여행 수요가 국내로 기수를 돌리는 ‘풍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여행의 대체재로 국내 여행지가 다시금 주목받는 가운데,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울릉도·독도가 이 새로운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표상 울릉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지난 1~2월 울릉도 여객선 이용객은 2만 6,52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7.8% 증가했다. 경북도와 울릉군이 추진한 겨울철 운임 지원 사업 등이 실질적인 유인책이 됐다는 평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봄의 문턱인 3월에 들어서자 여행객 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조금 정책에 기댄 ‘반짝 특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5월 성수기를 제외하면 지역 관광업계는 벌써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울릉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로 ‘킬러 콘텐츠의 부재’를 꼽는다. 단순히 보는 관광을 넘어 먹고 즐기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한 관광학계 교수는 “울릉도의 자연경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현대 여행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채우기엔 ‘자연경관 원툴’로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여행 시장의 큰손인 MZ세대는 이색적인 카페, 감각적인 로컬 미식, 야간 인프라를 중시하는데 울릉도는 해가 지면 즐길 거리가 전무하다”라고 꼬집었다.
 

“타 지자체가 국비를 타서 여행객 유치에 나설 때, 울릉군은 무얼 하고 있나” 강진발(發) 반값 여행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관광 표준으로 자리 잡을 때, 울릉군은 여전히 이 목록에서 소외돼 ‘경유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강진반값 누리집 갈무리


실제로 다른 지자체들은 공격적인 콘텐츠 개발로 ‘여행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제주는 동문시장 야시장과 휴가지 원격근무 인프라로 MZ세대를 붙잡았고, 부산은 광안리 드론 쇼 등 ‘야간 관광 특화 도시’로 체질을 개선했다. 강릉 역시 커피 거리와 로컬 미식을 섞어 사계절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즐길 거리뿐만 아니라 ‘체감 물가’를 낮추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 전남 강진군은 관광객이 사용한 여행 경비의 50%를 지역 화폐로 환급해 주는 ‘반값 여행’ 정책을 시행, 고물가 시대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관광객과 주민 모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최근 국가 관광 정책으로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이달(4월)부터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여행 경비의 절반을 돌려주는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하기 시작했다. 강진발(發) 반값 여행 모델이 국책 사업으로 채택된 셈이다. 현재 전남 영암·고흥, 경남 남해 등 6개 시군이 발 빠르게 신청을 마치고 관광객 유치 선점에 나선 상태다.

반면 울릉도는 여전히 ‘독도에 가기 위해 거쳐 가는 섬’이라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러 있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울릉도라는 하드웨어는 훌륭하지만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가 낡았다”라며 “타 지자체처럼 로컬 미식과 야간 체류 프로그램을 개발함은 물론, 여행객의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 도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결국 관건은 ‘행정의 실행력’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토대’다. 울릉군의 협소한 자체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공직사회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국·도비 예산 확보 노력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정부와 경북도 차원의 실체적인 지원 사격이 맞물려야만 울릉도가 단순한 경유지를 넘어 ‘머물고 싶은 글로벌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동부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