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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자연경관 원툴론 한계”... 울릉도, ‘MZ의 섬’으로 재설계 시급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4-11 10:38 게재일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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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접근성 혁명, 자칫 체류 시간 줄이는 ‘빨대 효과’ 초래 우려
독도 경유지 전락한 ‘신비의 섬’... 60대 이상 고령 관광객 고착화
그리스 크레타·신안 퍼플섬 모델 삼아 ‘스토리텔링·미식·체험’ 입혀야
대한민국 10대 비경 중 하나인 울릉도 대풍감 전망대로 향하는 ‘태하 향목 모노레일’이 11일 관광객들을 싣고 험준한 바위 절벽을 오르고 있다. 현재 울릉 관광은 이처럼 빼어난 자연경관을 모노레일이나 버스로 둘러보는 ‘관람형’ 구조에 머물러 있어, 공항 개항 이후 체류 시간이 줄어드는 ‘빨대 효과’를 극복할 새로운 콘텐츠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황진영 기자


2028년 공항 개항을 앞둔 울릉도 관광에 경고등이 켜졌다. 천혜의 자연경관에만 의존해온 낡은 패러다임이 공항 개항 후 오히려 관광객 체류 시간만 줄이는 ‘빨대 효과(straw effect)’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울릉도 관광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편중된 ‘관람형’ 구조다. 기암괴석을 버스로 도는 이른바 ‘효도 관광’ 콘텐츠가 수십 년째 반복되면서, 독도에 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부속 섬’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연경관이 다했다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참여형 경험의 섬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적기”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컬 브랜딩 전문가들은 울릉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역발상을 통한 이미지 탈바꿈’을 제안한다. 우선 개발의 걸림돌로만 여겨졌던 험준한 지형을 산악자전거(MTB)나 수중 레저스포츠의 거점으로 활용해, 정적인 섬에서 ‘역동적인 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 도시 브랜딩 전문가는 “MZ세대에 울릉도는 정복하고 싶은 완벽한 놀이터”라며 “익스트림 액티비티의 성지라는 타이틀을 선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웅장한 송곳산을 배경으로 스킨스쿠버 다이버가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울릉도를 정복하고 싶은 ‘완벽한 놀이터’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민간 자구책을 넘어선 지자체의 정책적 해양 레저 인프라 확충이 시급해 보인다. /황진영 기자


젊은 층의 발길을 잡을 ‘미식 생태계’ 조성도 시급하다. 단순히 특산물을 파는 수준을 넘어, 호박 젤라토나 오징어 먹물 수제 버거처럼 지역 정체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로컬 F & B’ 브랜딩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외식 산업 분석가들은 “젊은 세대는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힙한’ 미식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라고 분석했다.

단순 방문객을 넘어선 ‘생활 인구’ 유입 전략도 제시됐다. 도심과 완전히 단절된 원시림 속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등 ‘휴가지 원격근무’ 인프라를 마련하자는 것. 지역경제 전문가는 “숲속에서 일하고 바다에서 쉬는 환경은 관광객을 섬에 장기 체류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간 울릉도 내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젊은 층을 겨냥한 감각적인 카페와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등 개별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한 자구책 마련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민간의 분투만으로는 섬 전체의 관광 패러다임을 바꾸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지자체가 민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파편화된 콘텐츠를 하나의 거대한 현지 상표로 엮어내는 정책적 지휘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강력한 컬러 브랜딩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전남 신안의 퍼플섬 전경. 전문가들은 “울릉도 역시 단순한 자연 관람을 넘어 크레타나 신안처럼 전 세계 관광객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는 입체적인 현지 상표 구축이 시급하다”라고 제언한다. /독자 제공


그리스 크레타섬(사마리아 협곡 국립공원 인근)이 고대 신화를 트레킹과 결합하고 지역 식재료를 ‘지중해 식단’으로 브랜드화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례는 울릉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남 신안의 ‘퍼플섬’이 컬러 마케팅 하나로 섬의 정체성을 단번에 확립했듯, 울릉도 역시 이제는 ‘보는 관광’을 넘어선 독보적인 서사와 시각적 브랜딩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항 개항 전 울릉도만의 서사와 참여형 콘텐츠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신비의 섬은 ‘낡은 섬’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항공과 뱃길이 공존할 상생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울릉의 미래는 활주로를 놓는 토목의 영역을 넘어, 그 위에 어떤 가치를 올리고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렸다. 지자체와 정치권이 울릉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발휘해야 할 때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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